안녕하세요
요즘 뜸한게 회사 일이 바쁘네요.
다음 주도 내내 바쁠 예정이라 언제 다음 화가 올라올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손을 놓지 않을겁니다.
정진하겠습니다.
........"뭘 그리 생각하시오. 그것도 당문 방향으로 고개돌리고.""지평이."홀로, 멀고 먼 검은 산 너머를 먼 눈으로 한없이 바라보던 당중령의 곁으로 윤지평이 기세좋게 다가와 물었다. 당중령의 얼굴빛은 막 깨어났을 때 보다 훨씬 생기를 되찾은 상태였고, 눈도 맑아져 한층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과거의 전성기같은 기력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 여전히 먼 산을 바라보았지만 회복된 맑은 눈으로도 볼 수 없는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자신의 산. 자신의 집, 자신의 본거지.당문이었다.당중령의 답답한 모양새를 계속해서 지켜보던 윤지평 도장은 팔을 들어 운치있게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려 했지만, 지금은 없는 팔로 뭘 어찌할 수 없어 잠시 허둥댔지만 아직 팔이 하나 남았다는 것을 기억해냈고, 남은 팔을 이용해 살살 쓰다듬었다. 당중령의 심연처럼 깊은 눈빛을 보고는 앞으로 다가올 사건에 대해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당문 쪽이 걱정되시오?""......"당중령은 흔들리지 않는 대나무같았다. 윤지평이 옆에서 뭐라고 한들 자세가 무너지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크지는 않았지만 속에 응어리진 듯한 고독스러운 한숨이 당중령의 입에서 한줄기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고, 이윽고 입을 열었다."뭐라고 하더라도 내 딸이다. 가장 나를 닮지 않았으면 했지만 왠지 닮아가는 듯한 느낌이군."윤지평이 살살 웃었다."하하! 그 피가 어디 가겠소? 현질녀"당중령은 두 눈을 감았다."평소에 천지무성세(天地無聲勢)로 인해 감정을 숨기고 표현하지 못해 혹여나 언젠가 일을 그르칠 줄 알았지만, 오히려 내가 틀렸군. 그 아이는 정말 잘 커주었어. 이젠 과거의 그 조신하고 애처롭고 말수적은 어린 소녀아이가 아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나름 잘하고 있는 것 같으니 괜찮겠지. 문제는...... 붙잡힌 배다른 제자로세."애써 자신의 남은 혈육을 생각하는 것을 뒤로 하고 붙잡힌 제자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딸도 걱정되었지만, 아무 것도 못하고 붙잡혀 실험체가 된 모습을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했다."운명이란, 알 수 없군. 가장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아이가 생사는 확인이 되었는데, 마지막까지 당문을 지키다가 그들에게 죽기직전까지 당하고 심지어 강제로 살아나서 자기 의지는 단 하나도 없이 그저 그들의 실험체가 되어버렸다니 이리도 가혹한게 과연 천지신명의 뜻이란 말인가."윤지평은 그의 아쉬운 넋두리에 같은 방향의 하늘을 바라보았다."그들이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는 몰라도 겨우 목숨이 붙어있는 사람을 실험체로 만들다니. 도가 지나치는 군. 옳지않다, 옳지않아."당중령은 눈을 감고 제자가 처음 온 날의 모습을 떠올렸다.삐쩍마른 몸에 달걀 세 개를 가지고와 공물이라고 바치던 모습에 그의 용모는 아무래도 좋았다. 이 아이도 결국 부패한 나라의 희생양인 것이었나 싶었다. 게다가 이렇게나 어린 나이에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지를 생각하니 자신의 얼굴에 그리 고운 표정은 나오지 못할 것이었다.일단은 그 아이를 안으로 들여 속을 따뜻하게 할 먹을 것과, 안심이 될 잠자리를 마련했다. 잠드는 것까지 확인하고 자신도 방으로 가려 했을 때쯤 또다시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중령은 다른 제자들을 시키지 않고 간만에 밤하늘의 달을 만끽할 겸, 천천히 문으로 걸어갔다.끼이익문을 여니 후줄근한 차림의 사내가 무릎꿇고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인지 말없이 바닥만을 바라보는 그를 보러 발걸음을 옮기니 서둘러 그가 고개를 땅에 조아리고 부들부들 떨며 큰 절을 했다.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왠지 알 것만 같았다. 그의 손에는 닭 한마리가 보자기에 쌓여있었다. 닭과 달걀. 방금 잠에든 그 아이가 떠올랐고, 자신의 앞에 머리를 조아린채 그것을 공물이라 바치고 부탁이라 하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부디 그 아이를 제자로 받아주지 마시오. 무공도 일절 가르치지 말고, 생존할 수 있게만 부탁드립니다. 혹여나 무공에 뜻을 가지고 출가하여 천하를 호령하려는 욕심이 생긴다면 필히 단명할 거라 생각되고, 집으로 금의환향하여 돌아오기도 바라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은 아비로서의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그 아이가 그리 힘들었거늘, 주검이 되었다는 소식은 차마 듣지 못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 아이가 살아만있게 해주십시오. '뭐 이런 아비가 다 있나 싶었지만, 송나라는 이미 한참 기울고 있었다. 이런 참담한 상황속에서 아이에게 이름을 활(活)이라고 지었다는데 머리를 조아린 그를 한번 정도는 꾸짖을 만했어도 그러지 못해 자신도 이젠 나약해졌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려보낸 뒤, 다시 들어와 아이를 살폈다. 별볼일없는 골격과 마른 근육. 키는 이제 막 성장기에 들어섰지만 아비를 보아하니 딱히 무엇을 타고났으리라고 생각되지 않았다.당중령은 생각이 많아졌다.' 이 아이... 내가 과연 아무 것도 안하고 거둘 수 있을 것인가? 양심이... 나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그의 약속을 지킬수 있을... 것인가? '......윤지평이 생각에 잠긴 당중령을 살살 건드리며 불렀다."중령 형님. 사색에 잠기는 것도 좋지만 잠시 거두어야겠소."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뿜고있는 자가 둘을 향해 바라보고 있었다. 모를리 없는 모습이 눈 앞에 보이자 당중령 역시 사색을 천천히 거두고 그 자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녹의. 검 한 자루. 날카롭고 공허한 눈빛. 당중령은 그의 기운에 두 눈을 감았다. 날카로운 기운이었지만 살의는 없었다. 그저 떠보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당중령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뭐... 살아있을 거라 생각은 했소. 그대는 강한 자니까. 허나 갑자기 나타나 이런 위험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은, 당신은 저쪽이오?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오?"윤지평은 당황하는 기색에 둘을 말려보려 했지만 분위기가 그럴 분위기는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각 문파와 문파간의 관계를 생각해본다면 당연한 반응의 것이지만, 서로가 원수지간이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상처는 아직 아물지도 않은 채 였다.먼저 입을 연 것은 그였다."오랜만입니다, 당 장문인. 시심충의 독에 정신 못차리고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전해들었을 때는 안타깝긴 했으나 우리들, 원수지간의 관계를 생각해본다면 마냥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이리 뵈니 반갑기도, 아쉽기도 하군요."당중령이 차분이 웃으며 말했다."후후... 그런가. 그러고보니 그대가 혼자서 다니고 있다니 이상하군. 남은 한 명은 어디 가셨는가?"그는 잠시 말이 끊겼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런 것마저 가르쳐드리긴 뭐하오. 난 그저 상황을 확인하려 온 것이니, 원수지간의 관계를 생각해 기운을 흩뿌린 것은 너그러이 봐주시오."그 말과 함께 자신이 뿜어내던 기운을 거두고 두 손을 모아 웬일로 예를 차렸다."점창(點蒼) 청해생(聽海生). 당 장문인에게 인사올리오."당중령도 그의 예의에 맞추어 공손히 그를 받아들였다."참으로 이상한 일이군. 검존(劍尊)께서 혼자 다니시다니. 점창파도 멸문당하고 생사를 차마 듣지도 못했건만 이리 직접 모습을 보이다니...... 쟁아야."당쟁이 그들의 주변에서 나설 것을 궁리하던 차에 장문인의 부름에 어디선가에서 나타나 그에게 고개를 조아렸다."이 제자, 당쟁. 스승님의 부름을 받습니다.""꼬리가 길었나보구나. 완벽한 네가 이토록 허술해지다니."당쟁은 장문인의 말에 더욱 고개를 조아렸다."죄송합니다, 스승님. 제자가 긴장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꼬리를 밟히다니, 이 죗값은 달게 받겠습니다."당중령은 고개를 저었다."아니다. 설마 이 주변에서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겠지. 그는 불구대천, 견원지간의 원수이지만 너의 무림 선배니까 말이다.""허나...""괜찮다. 너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광영무림대(光影武林隊)의 상황을 보고 하겠느냐?"당쟁은 고개를 들고 일어서 보고하기 시작했다."공동파 세력 약 이백, 아미파 문인 약 칠십, 전진교 도사 약 오십, 청성 약 백, 점창파 약 오십 으로 도합 약 오백의 인원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지금 문파, 서로 간의 관계도 잊은 채 같이 무림을 되찾기 위해 합심하고 절차탁마하며 때를 기다리는 중 입니다.""그렇군."당중령은 청해생을 바라보며 말했다."본 좌는 이들과 함께 극락무림맹을 칠 것인데 어떻소? 게다가 마침 점창의 문인들이 있으니 그대에게 그들을 맡기려하오만?"청해생은 무엇하나 흔들리지 않은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이렇게나 쉽게 나를 받아주시는 거요?""뭐, 정 싫으면 지금의 제안은 없었던 일로 하겠소. 그러나 그대가 우리를 찾은 이유는 점창의 장문인이 목적이 아닌가 싶소만? 점창쌍존이 홀로 돌아다니다니, 이유가 있어 떠도는 것 아니겠소? 설마하니, 관 장문인이 극락의 벌레에 당한 것은 아닌가? 그대가 시심충이란 놈을 알고있다면 필시 '그들'과 접촉했다던가 대개 끄나풀이기 마련이지만, 그대는 후자는 아닌 것 같으니 당연히 전자라는 추측이 떠오른다만. 내 말이 틀렸소?"청해생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 했지만, 이대로 기운을 뿜어내는 것은 확실히 예의는 아니었으니 당중령의 말에 반박할 것이 없어, 그만 기운을 거두었다. 그의 태도에 당중령은 한숨을 쉬며 사태를 깨달았다."......그렇군. 관 장문인 마저... 그렇게 된건가."청해생은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어 답했다."점창의 세력까지 모으셨다니 감사하오, 당 장문인. 본 점창파마저 멸문 당해 갈피를 잡지 못했는데 이리 돌아갈 길을 마련해주어 고마울 따름입니다."당중령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본 좌의 당문도 멸문당한 상황에 이 이상 불구대천의 원수가 더 어디있겠소. 우리는 같은 목표를 가졌으니 앞으로는 건설적으로 행동해야 이 어두운 무림계를 구할 것이오. 쟁아."당쟁이 장문인의 부름에 답했다."하명하십시오.""그를 점창파의 세력에 데려다주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라. 그들의 역할을 확실히 전하여 전장이 될 곳에서 힘을 합칠 것을 분명히 하라."당쟁이 두 손을 공손히 들고 제자의 예를 받들어 스승의 명을 실행했다."존명."당쟁과 청해생이 자리를 뜨자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윤지평이 다가왔다."괜찮겠소, 형님?"당중령은 근엄하면서도 은은한 표정이었다."우리 세력에 장문인 급이 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 우리들의 계획에도 나쁠 것도 없고. 그들은 이제 원수가 아니다. 무림을 되찾을 형제다. 우리들의 과거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다. 이제와서 원수지간 싸움을 해봤자 의미없다는 것은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후후. 그렇지요. 우리 광영무림대는 잠잠한 태풍의 눈 사이에서 숨죽이고 있다가 제발로 꿰뚫고 나갈 일만 남았으니, 앞으로 몰아칠 비바람만이 우리를 기다릴지어다. 그 속에서 살아남는 자야 말로 무림계에 평화와 안녕을 가져다줄 것이니. 이 아우도 제법 기대가 되는구려."당중령이 그의 말투에 웃음지으며 말했다."옛날 생각이 나는군. 청화자(靑和子)."윤지평이 익살스럽게 말한다."언제가 말이오?"......"극락토벌전."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헤헤...""......"이상 기운이 서려있는 당문. 그것은 그냥 단순한 이상 기운일 뿐이었다. 간만의 재회로 대련대회가 끝난 밤, 당문은 축제분위기가 주를 이뤘다.만두가 지어져 뚜껑을 여니 풍겨 올라오는 고기 내음과 뽀얀 연기가 올라와 한 껏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녀들이 마지막 날에 먹던 화과자, 꿀떡, 당호로가 가지런히 자리를 차지해 헤어졌던 그 날이 다시 상기되는 밤이었다.묵령의 심신은 지쳐있었다. 달달한 화과자를 엽운상이 가져다 그녀의 자그마한 입에 가져다 댔다. 마지못해 입을 열고 우물우물거리는 것을 아이를 관찰하듯 쳐다보는 엽운상을 보고 묵령은 주변의 시선이 부끄러워 바닥을 쳐다보며 삼켰다."아으! 귀여워! 령아는 진짜 외모만 보면 그리 바뀐게 없어서 너무 다행이야!""그, 그만. 상아......"힘들어하는 묵령을 보던 엽운주가 운상의 어깨를 붙잡고 끌어당겼다."아서라. 그간의 회포를 푸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지금 네 앞에 있는 당 소저는 장문대리인이다. 적어도 예의는 갖춰라."운상은 오라버니의 손을 물리며 뾰루퉁해 한다."흥! 아직도 할거 많아. 이렇게라도 령아의 기분을 풀어줘야 한다고? 그치?? 자! 령아, 아!""앗! 아, 응. 아..."묵령은 마치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으로 돌아가 운상의 태도를 받아들고 있었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지난 날이 생각난다는 것은 잠시 쉰다는 느낌이었기에 오히려 긴장이 풀어져 마음이 편해질 뿐이었다."평화롭군."당포의와 용상이 먹을 거리를 이것저것 가지고서 그녀들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용상이 닭다리를 들고는 한 입 베어물어 오물오물 씹었고 태평한 당포의를 보며 물었다."당포의, 넌 알고 있었던가?"당포의는 아대의 깃털을 휘 휘 입바람으로 휘날리며 답했다."대충 예상만 했지. 진짜 일줄은 몰랐으니 딱히 알고 있던건 아니고. 비연(秘緣)이라... 숨겨진 인연은 필히 사연이 있는 법이지. 사연이 있는 자는 이유가 있어 접근을 하는 것."용상은 당포의의 말에 수긍하며 말했다."설마 그녀의 이름에 그러한 의미가 있을 줄은...""나름 의도했겠지. 갑자기 소사매를 만나고 위장 신분을 만들 틈이 없었을거야. 소사매가 이름에 딱히 의미를 두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꼬리를 이런식으로 남길 생각을 하다니. 대담하군. 그녀다워."당포의는 무신경하게 닭꼬치 하나를 입에 가져다 씹으면서 하던 말을 이었다."그녀의 행동거지를 보면 알 수 있어. 알게 모르게 소사매의 뒤를 따라다니는데 의심 정도는 해볼만 하잖아? 게다가 마침 그녀를 시합때 안아든 것은 엽가 오라비였고, 자연스럽게 의심의 조각은 이렇게 맞춰진 것이지."용상은 또다시 손바닥에 주먹을 치며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그, 그렇군. 갑자기 엽 소협께서 달려나가시는 것을 보고 왜 저리 서두르는지 몰랐는데, 그런 비밀이 있었다니..."당포의는 무신경하고 순수해보이는 모습에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여전히 감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나.""...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인 것이냐?"용상은 그의 이야기에 노발대발하면서 얼굴을 붉히고 툭툭 때렸다. 당포의는 그녀의 주먹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놀아주듯 대응했다."아! 아! 아파! 살살하시오! 어째 머리는 그리 새햐안데 근골은 왜이리 철검 마냥 튼튼한건지, 원...""본녀 좀 그만놀리시오! 어째서 그대는 매번 이런식으로 나오는... 어!"당포의는 얼른 그녀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용상은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서둘러 그를 쳐다보았지만 평온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푸근한 표정에 놀랐던 마음도 스르르 풀려 그대로 두 팔을 벌려 감싸 안고 얼굴을 파묻었다.당포의가 말했다."뭐, 지금은 얌전히 지켜봅시다. 그녀들의 회포를 방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리는 우리끼리... 어떻소?"용상은 얼굴을 붉혔는지 그를 바라보던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대, 대충하지 말고... 제, 제대로... 제대로......""......즐겁구만."한참을 묵령에게 이것저것 먹이면서 다채로운 얼굴표정을 보며 한껏 기뻐하는 엽운상이었다. 그리 시달리던 묵령은 겨우 틈을 비집고 나와 운상에게 물었다."그, 그나저나 운상, 병은 어떻게 나은거야?"운상이 베시시 웃으며 손가락으로 엽운주의 옆에 있는 양유시를 가리켰다."새언니가 고쳐줬어. 금나라 여의, 소의선(小醫仙)이 언니의 별호야. 완전 신의(神醫)라니까??""소... 의선? 그, 그러보니 이사형한테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금나라에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여의가 있다고 들었는데... 설마 그게...?"운상은 고개를 끄덕였고 묵령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운상을... 운상을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양 부인.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양유시는 그녀의 따스한 손의 온도에 조용히 손을 포개며 말했다."아닙니다. 의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상황이었지요. 운상 동생의 병은 일반적이진 않았지만 일단 고치는데에는 성공했으니까요. 단지 운상 동생의 병이 완치되고는 특이체질이 생겨버려서... 그것 때문에 애를 먹긴했지요."특이체질. 묵령의 기억 속에 기괴하게 변하던 비연, 운상의 모습이 떠올랐다."그, 그러고보니 신체가 완전 탈바꿈되고 목소리마저 바뀌었는데, 당최 무슨 체질이 된 것인가요?""본 의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인 탈태환골(奪胎換骨)과는 결이 다르고 목소리마저 바뀌는 체질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단지, 보셔서 아시겠지만, 그 변화의 고통을 고스란히 받는다는 것입니다. 본인은 애써 참는 것 같지만 말이죠."묵령은 양유시의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 놀라 운상을 쳐다보았지만, 운상은 왠지 머쓱한 표정으로 묵령을 바라보고 있었다."괜찮아, 괜찮아. 아까 봤잖아? 이젠 익숙해져서 아프지도 않아. 그렇게 걱정할 것 없어. 이젠 괜찮아.""운상... 너..."운상은 전혀 아프지 않다는 모습을 보이기라도 하듯 강해보이는 표정과 몸짓을 보였지만 묵령은 걱정투성이의 표정을 하고 있었기에 위로 아닌 위로를 하게 된 것 같아 쓴 웃음이 지어졌다."괜찮아! 이래뵈도 약간 아픔을 견디기 쉬운 몸이 된 것 같아. 별로 안 아파 이제. 정말이야!"어색해지는 틈을 타 엽운주가 그녀들의 틈에 끼어들었다."그나저나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당 장문대리인? 운상의 무공 말입니다."묵령이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그러고보니 이야기 하기를. 당문의 무공과 점창검보(點蒼劍譜)를 섞었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운상이 다가와서 의기롭게 말했다."훗! 당문에 있었을 적, 나는 눈으로, 귀로, 발로서 당문의 무공을 익혔지. 익혔다기 보다는 정확히 말하자면... 외운거야.""외... 외워??"운상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걱정마! 당문의 무공은 절대 외부로 발설되는 일은 없을테니까! 나, 악운공의 최측근인 엽가의 둘째이며 장녀로서 맹세할게!"묵령은 떨떠름했지만 운상의 말에 긍정했다."아... 어... 응, 응. 알았어. 나 당묵령은 엽운상의 말을 믿을게.""좋아!"그렇게 기분좋게 반응하고는 말을 이어가는 운상."당문과 점창과 엽운상이 만나 검법을 이루니! 이름하야, 당엽운상검법(唐葉雲常劍法)!""당... 엽운상 검법?"엽운주와 양유시는 둘다 동시에 손을 이마에 짚고는 고개를 저었다."하아... 그 작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니.""운상 동생. 그냥 오라버니 말을 들으시는게..."운상이 발끈했다."핫! 당문에 은혜입은 엽운상이 직접 창안한 검법입니다, 새언니! 그러니 당연히 이리 짓는게 맞는 것이지요! 안그래 묵령?"화살은 결국 묵령에게 돌아갔다. 운상은 당연한 듯, 손가락으로 묵령을 가리키며 대답을 기다렸다. 묵령은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이었지만 딱히 그녀의 결정에 반대 할 생각이 없던 모양이었다."운상의 말대로 하시지요.""후후! 거봐!"엽운주와 양유시는 다시 동시에 손을 이마에 짚고 두통을 호소했다."하... 알겠습니다. 당문의 장문대리인께서 직접 말씀하신 것이니, 엽 모는 굳이 더 따지지 않겠습니다."묵령은 자신이 한 일이 맞는 일인지 애매해 했지만 운상이 좋다면 그걸로 족했다."그런데 병이 치유되고 나서 무공을 사용할 정도로 몸이 호전되었는데 그녀에게 무공에 적성이 있던가요?"엽운주는 묵령의 말을 듣고 괜스 머리를 긁적이며 불편한 듯, 불편하지 않은 표정을 보이기에 양유시가 그를 막고는 대신 설명하기 시작했다."운상 동생의 병은 다른 병도 아니었고, 고이고 고여 썩어버린 기운이 몸 안에서부터 소용돌이쳐 막혀버린 단전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것이었지요. 과거의 일로 단전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했다고해서 서둘러 기운을 빼내어야 했지만 꽤 오랜기간, 공들여서 빼내는 작업을 했어야 했지요. 갑자기 모든 기운을 빼내면 운상 동생은 분명 온몸의 혈이 뒤틀리고 기공이 무너져 순식간에 죽었을 상황이었으니까요."묵령은 자신에게 다가온 운상의 손을 꼬옥 감싸 잡았고, 운상도 묵령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었다."그래서 시간을 오래두어 단전을 제외한 다른 혈을 통하여 빼내는데 성공했고, 결국 더이상 코피를 흘리지 않는 완전한 몸이 되었지요. 하지만..."양유시는 당시의 운상의 모습이 떠오른 나머지 살짝 겁에 질린 표정을 짓자 엽운주가 다가와 어깨를 토닥였다. 양유시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말을 이었다."운상 동생의 검골은 상당히 뛰어났습니다. 오히려 엽 랑의 무력보다 잠재력이 뛰어났죠."묵령은 엽운주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머슥한 표정으로 답할 뿐이었다."그... 그렇습니다. 양 부인 말고 다른 은인의 말로는 분명히 그랬습니다. 오히려 저는 검골은 제대로 갖춘 몸이었으나, 오히려 상아 쪽이 내력의 깊이가 남다르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문제는 그쪽이 아니었습니다. 되는대로 점창의 기본 심법과 내력을 증진시키는 단양삼(團陽蔘)을 먹이고 기초 내력을 다지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며칠 뒤, 평소대로 점창의 심법을 운기하다가 일이 생깁니다."묵령은 운상의 불안한 표정을 보았다. 운상은 멋쩍게 미소지으며 묵령을 바라보았지만 그다지 유쾌하거나 좋은 기억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심법을 운기 중에, 당 소저께서도 그 소리를 들었 듯, 저희도 그 소리를 들었지요."묵령은 알 것 같았다."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겠군요."운상은 자신도 모르게 그때의 기억이 생각난 모양인지, 묵령의 손을 쥐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운상은 지금처럼 아무런 거리낌없이 변화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생각치도 못한 변화에 운상은 세상이 무너질 듯 비명질렀지요.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이 고스란히 운상을 덮쳐온 것입니다. 서둘러 양 부인과 제가 달려들어 운상의 변화를 살펴봤지만 결코 쉽지가 않았습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운상을 붙잡아둘 수도 없었지요. 그러다 어느새 알 수 없는 모습으로의 변화를 끝냈고, 당 소저가 아는 비연의 모습이 되었죠."운주의 이야기를 이어서 양유시가 말하기 시작했다."저는 서둘러 운상 동생의 맥을 짚었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맥박이 뛰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운상 동생은 탈태환골하였고, 신체와 내력의 움직임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나마 얼굴은 커진 몸체에 맞게 변화했지만 운상 동생의 모습 그대로였지요. 그래서 이곳에 당도하여 몸을 변화한 후에는 가면을 사용하라 일러둔 것이지요."묵령은 묵묵히 양유시의 말을 경청했고, 그녀도 역시 잡고있던 운상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변화는 그녀에게 또다른 신체를 가져다 준 것이었습니다. 안에 있던 내력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변화되었죠. 이미 점창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완전히 결이 다른 내력이었기에 의도했던, 안했던 스스로가 새로 가공한 것이 되었지요. 운상 동생이 정신을 차린 뒤에는 그것을 스스로 정립하여 비아소상밀공(秘我嘯裳謐功)이라고 지었지요. 그것이 비연이 되어 사용한 무공입니다."묵령이 물었다."그럼 어째서 운상은 홀로 당문에 당도해서 신분을 감추려고 했던거야?"운상이 베시시 웃으며 답했다."히히... 그야 령아를 놀래켜주고 싶던 것도 있었고, 답장 못 한것도 미안하고... 그리고 일차적으로는 네게 혼란을 가중하기 싫었어. 점차 마음을 다잡고 흔들리지 않는 묵령의 모습이 보인다면, 그때 밝히기로 한 거야. 결과적으로는 좋은 시간 끌기였지. 내 생각도 얼추 맞았고. 령아는 이전에 알고지냈던 순진하고 따르기만하던 조용한 아이가 아니었으니, 결심이 서게 된거야."묵령의 다채로운 얼굴 표정의 변화를 보며 흐뭇해하던 운상은 다시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이어 설명하기 시작했다."몸의 변화가 더 없길래 반대로 다시 돌아갈 방법을 생각했었어. 그래서 이번에는 반대로 비아밀법(秘我謐法)을 운기해 그 기운을 단전에서부터 윗 부분인 가슴의 중앙, 단중혈(膻中穴)에 모으니 마치 촛대에 불을 붙인 듯, 또다시 그때의 고통이 찾아왔어."그날의 고통이 떠오른 운상은 자신의 가슴 중앙에 손을 올려 옷가지를 움켜쥐며 참아냈다."결과적으로는 나는 원래의 몸으로 돌아갔고, 비아소상밀공의 내력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점창의 내력으로 돌아왔어. 그때 깨달았지. 내 안의 체질이 두 가지가 되었다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일명, 특이체질인 것이지. 나는 아무리 고통스럽고 아파도 이걸 이용하기로 했어. 당문이 멸문되고, 조 오라버니가 그리 됐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말이지."운상은 묵령의 손을 다시 한 번 조심히 잡아주었고, 묵령은 그저 운상을 바라볼 뿐이었다."운상... 괜찮은..."괜찮냐고 또다시 묻는 묵령의 입술을 검지 손가락으로 얼른 가져다 막고는 대차게 말하는 운상이었다."괜찮아! 아까도 계속 말했잖아. 나는 완전 괜찮아. 여태껏 적응하는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완벽히 괜찮아. 아픈 것도 이젠 아주 잠깐일 뿐이야. 심호흡하면서 기다리니까 특이체질이 몸에 제대로 밴 모양인지, 처음 느낀 고통은 이제 완전히 상쇄되어서 아프지도 않아. 그저 내 걱정은 묵령, 그리고 조 오라버니 뿐이야. 이제는 집중해야해. 우리 목적은 이제 곧 이야."운상은 주먹을 잔잔히 쥐고는 묵령의 손을 다시 맞잡았다. 묵령은 운상의 이야기를 이해를 했고 고개를 끄덕였다."응. 운상의 상태는 이제 완전히 이해했어. 그래... 잊을 수 없어. 잊고 있어서는 안되고."묵령도 운상의 손을 제대로 잡았다."부디... 힘을 보태줘. 사형을... 조 랑을... 구할수있게 힘을 줘."묵령과 운상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어서 묵령은 주변인들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그녀의 의도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 있던 구 공동파 인원, 엽가, 당포의와 용상, 조운, 당유원과 상관형. 모두가 묵령을 쳐다보았다."모두들... 부디 힘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곧 광영무림대의 연락이 오면 우리는 움직일 것입니다. 그때를 위해... 부디 힘을 나눠 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제가, 그리고 우리가 잃은 모든 것을 되찾을 것입니다."
(팬픽) 활협전 : 월영전(月鍈傳) (36)
* 다음은 연재는 망우협려전입니다.
* 월영전 용상이랑 망우협려전 용상은 별개이긴한데 이상하게 겹쳐서 오묘한 기분이 드네요. 이래도 되나...?
* 월영전은 다음 화에 대련대회 편을 종료하고 잠시 멈출 예정입니다. 망우협려전을 빨리 끝내야 겠습니다.
* 저는 연재소설 게시판에서 개인작을 쓰고 있습니다.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 (연재소설 게시판)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74330 (모음)
개인작과 활협전 팬픽을 번갈아 연재중 입니다.
링크 남기니 관심 부탁드려요!
* 개인소설은 지금, 프롤로그부터 살짝 살짝 리모델링 중입니다.
수정하고 있으니 당분간 망우협려전하고 병행 연재합니다.
* 마이피도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내용물들을 마이피에
옮길 예정이니 관심 부탁드려요!
마이피에는 자작시도 쓰고 있습니다!
https://mypi.ruliweb.com/mypi.htm?nid=574330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