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바보같은 제자가 하루를 꼬박넘기고 도망을 가다니. 게다가 이 짙은 살기는 대체 누구를 향한 것이란 말이냐?"
설산에서부터 내려오던 짙은 청의의 여협은 주변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살기는 살얼음이 뿜어내는 냉기보다도 짙고, 독향은 은은하게 땅바닥에 깔려 접근금지를 야기시키는 것을 보고는 참으로 기가막혀 혀를 찰 정도 였으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눈썹이 들썩들썩 거릴 정도로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이놈들은 대체 뭐하는 놈들이지?"
팟!
손가락으로 자신 앞에 솟아있는 어느 나무 한 그루를 가리키고는 풍압을 가득 담은 탄지공을 쏘아 가려진 이파리들을 들춰냈다. 그러자 검은 복면을 쓴 자객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호오?"
휙!
"!!"
그녀는 바람이 휘날리는 소리도 없이 순식간에 그 자객에게로 근접했고,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지금 소리지르면 심장을 파내주마."
자신에게 다가온 청의의 여협이 엄청난 고수라는 것을 알고서는 미처 움직이지 못했다. 그 영향으로 식은 땀이 복면을 가득 적신 자객은 그녀의 협박에 그저 입을 틀어막히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질문 좀 하자꾸나. 하나. 네놈은 누구냐?"
"......"
자신의 물음에 공포에 질려 묵묵부답이자 한 숨 쉬었다. 그녀가 그의 상황을 단숨에 파악하고는 다음 질문을 이었다.
"그래. 정체를 이야기 안 할 줄은 예상했다. 그럼 다음 질문을 해보지. 둘. 혹시 설산에서 내려온, 용모가 매우 못생긴 당문의 옷을 입은 사내를 본적은 없느냐?"
그 이야기에는 반응을 보였다. 고개를 저으며 본 적 없음을 알렸고 이 자객은 그와 아직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즉, 최후방의 인물이었던 것.
"뭐, 모른다니 어쩔 수 없군. 그럼 마지막으로 묻지."
그녀의 날카로운 다섯개의 손톱이 천천히 그의 목을 움켜쥐기 시작했다. 손톱의 끝으로 피가 천천히 맺히기 시작했고, 이윽고 마지막 질문을 들을 수가 있었다.
"네놈들은 여기가 설산파(雪山派)의 영역인 것은 알고 주제넘게 진(陣)을 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느냐?"
휘이잉.
그때 눈치없는 바람이 휘날리며 건너편의 또다른 자객과 그녀가 눈이 마주쳤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재밌군."
콰직.
"끄으으어얽...."
그녀의 손이 자객의 목을 완전히 쥐어 뜯어 머리만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머리와 몸통이 둘로 나뉜 자객의 몸은 한참을 허공을 휘젓다가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를 발견한 다음 자객의 눈에는 마치 악에 바친 마두가 이를 갈고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비쳐졌다. 그리고 그 섬뜩한 상황에 결국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휙!
어느샌가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와 있었고, 소리를 지를 틈도 없이 그녀의 손에 의해 입이 틀어막혀 졌다. 엄청난 악력과 날카로운 손톱의 존재가 얼굴을 사정없이 압박하니 감히 소리를 지를 새도 없이 공포에 사로잡혔다. 피는 손톱을 타고 줄줄 흘렀으나 아픔보다 공포가 컸던 나머지 턱과 눈빛 만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어딜 소리 지르려고. 건방지게."
그녀는 그말을 남기고 그대로 입을 찢어 몸통을 걷어찼다. 그의 신체가 바닥으로 둔탁한 소리를 내니, 자객의 동료들이 하나 둘 그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자는 어둠 속에서부터 웃고 있었다.
"재밌군. 제자가 따라와서 그간 제대로 몸을 풀지도 못 했거늘. 이리 친히 모여줬으니 감사인사라도 해드려야 한단 말인가? 좋다. 오늘 같은 날, 친히 모여줘서 감사드리지. 다만, 내 눈앞에서, 그것도 설산파의 영역안에서 누군가를 향해 의미없는 살의를 겨눴으니 그 죄가 크다. 목숨으로 죄를 사하게 만들어주마."
자객들은 순식간에 한 두명이 아니라 수십, 수백의 규모를 보였으나 그녀가 내뿜는 살기는 그들이 모인 숫자를 마치 어린아이 장난 쯤 되는 수준의 것으로 내뿜고 있었다. 모두들 하나같이 그녀의 깊고 어두운 살의를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는 마치 살육에 굶주린 암컷 흑표범이 어둠 속에서부터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두 눈을 뜨고 자신들을 마주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것이 먹잇감으로서 느낄 수 있는 절대적인 공포.
그들의 숫자는 누가보아도 상당히 많은 규모였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들 하나하나가, 각자 살아 숨 쉬고 있는 무지몽매하고 나약한 생명에 불과했다. 어지간한 담력이 아닌 이상, 숫자 싸움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그들 자신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겁에 질린 눈빛과 싸워야한다는 압박감이 동시에 존재하여 그들의 속에는 혼란아닌 혼란을 야기하고 있었다.
인중(人衆)이 겁먹는 것이 아니다.
그들 하나하나가 겁을 먹는 것이며,
아주 작고 하찮은 생명일 뿐이었으며,
그녀에게는 모조리 먹잇감이었다.
"내 사랑스러운 제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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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상과 조활이 동굴을 떠나 서둘러 달리고 있었다. 자신들의 뒤에 수많은 추격자들을 꼬리에 물리고 설산파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들이 던진 암기가 소낙비처럼 하늘에서부터 무수히 떨어졌지만 침착하고 능수능란히 피하며 달렸다. 하필 달리는 곳이 숲속이었기에 피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암기가 떨어지면서 그들을 노릴 수는 없었다. 나뭇가지에 걸쳐지거나 튕겨져 나가기도 했고, 길을 잃고 나무에 박히기도 했다. 게다가 그들이 뿜어대는 독향도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용상이 물었다.
"조 동생! 동생은 그렇다쳐도 나는 어째서 독에 문제가 없는거지?"
"잊으셨소?! 마교의 금오상인이 당문 앞을 가로막았을 때 누님이 중독되어 대사형이 먹인게 만령단(萬靈團)이잖소! 그때 이미 각종 독에 대한 내성이 생겼을테니 문제가 없는 것이오!"
"하지만, 내가 받은 검상에도 독은 있었잖아! 그것 때문에 눈 앞이 떨려왔고, 열도 발생했고!"
"염은독(殮慇毒)의 효과는 경미했으나 살갗에 직접 뿌리내린 것은 그에 맞게 치료해야 한다오! 누님은 내가 직접 제조한 온은단(溫恩丹)으로 치유되었소! 더불어 만령단의 독 내성에도 작용했으니 이정도 독향은 이제는 독도 아니오! 걱정 안해도 괜찮소! 누님도 이제 만독불침(萬毒不侵)의 몸이 되었다오!"
용상이 놀랬다.
"세상에나!"
촤악!
놀라면서도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자객을 아무렇지 않게 베어내기도 했으니 그들은 딱히 적수가 되어보이진 않았다. 그녀가 어제 그리 당한 것도 갑작스러운 습격과 그덕에 입은 검상으로 인한 무기력증이 원인이 되어 몸 안의 방어체계가 작동한 것 일 뿐이었다. 동굴 이후로 조용히 일을 처리하려 했으나 설산파쪽에서 일어난 소동 때문에 혼자있는 조활의 스승, 탈백유란의 걱정으로 서둘러 달리고 있던 중이었다.
"그나저나 진짜 금나라 자객이 맞소?? 진(陣)도 어설프고 독 선별도 애매할 뿐더러 숫자만 많은 오합지졸일 뿐인 것 같은데??"
"나를 서신으로 끌어들인 것이 그들이 맞다! 하지만 지금봐도 이상하구나! 어제는 실수하여 검상을 내줘 몸 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지금은 멀쩡하니, 그들이 이상하리만큼 약하게 느껴지는 구나!"
"여튼 서둘러 가는게 좋겠습니다! 스승님이 이런 상황을 너무 싫어하시니, 분명 방금전의 소동은 필시 스승님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때 그들의 앞을 막는 수많은 자객들이 덮쳤다. 그러나 조활들의 상대는 되지 못 하였다. 조활이 뿌린 투명하고 수많은 무형전은 그들의 눈속임을 하기에 충분했고, 길잃은 암기에 홀린 자객들은 용상의 천상검 앞에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나가는 티끌에 불과했다.
"윽! 큰거 옵니다!"
조활의 눈 앞으로 거대한 몸집이 달려들어왔다. 거대한 도끼를 크게 휘두르는데 이전 상대들과는 무게감이 달랐다. 조활은 가볍게 그 도끼날을 피해 뒷통수를 향해 탈수표를 던져 박아넣었다. 암기에 당해 고통을 호소하던 거한의 도끼날은 손쉽게 용상의 검집에 막혔고, 그녀의 깔끔하고 정돈된 일합과 동시에 목이 떨어져나갔다.
"쉽군!"
"방심은 금물!"
수많은 자객들이 덮쳐도 조활이 재빠르게 종횡무진하여 그들의 시야를 흐려놓으면 용상의 깔끔하고 날카로운 검격에 지푸라기처럼 우수수 쓰러지니 그야말로 둘은 망우협려(忘憂俠侶)이니라. 서로의 근심걱정을 잊게 만들어주는 짝이 바로 이자리에 있었다.
' 신기해. 혼자서는 어려웠던 일들이 마치 정해진 것 같이 척척 흘러간다. 어째서지? 조 동생과 같이 난관을 헤쳐나갈 뿐인데 어찌 이리도 말끔하고 시원한 걸까? 마치 날개를 가진 하얀 백로가 되어버린 것 같구나. 이리도 자유스럽다니. '
검을 휘두를 때마다 용상의 의지에는 자신감이 불 붙기 시작했다. 그녀가 지나가는 길이 조활에 의해 막힘없이 매끄럽고 기름발린 듯 뻥뻥 뚫려 그들을 베어넘기기를 일사천리, 마치 허무맹랑하게 당했던 지난 날을 잊게 만드는 환상의 상부상조였다.
"어어? 저 앞에 뭔가 보이는...?"
"오!"
용상과 조활은 어느새 한참 싸움판이 끝나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주변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고요하고 조용했다. 대신에 지면은 온통 피와 살점으로 점철되어 끔찍한 참상이 그들을 반기고 있었다.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던 조활은 공중으로 시선을 옮겼다.
"사부님!"
조활이 외치자 가장 큰 나무 꼭대기에서 만끽하고 있는 여협이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오! 죽지도 않고 살아있었구나, 질기고 고얀 것!"
"사부님의 가르침 덕분 입니다!"
"입에 꿀발린 말이나 하고 말이지... 쯧. 그래도 마음에 드는구나."
여협은 하늘에서 곧장 떨어져 깃털처럼 사뿐히 지면을 밟았고, 청의와 우산이 제법 어울리는 절세의 미모가 그들을 반겼다.
"이 참상, 사부께서 하신거요? 보기만해도 끔찍하군요!"
스승은 콧방귀를 뀌며 하찮다는 듯, 제자에게 자랑하듯 답했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감히 설산파 영역에서 똥오줌을 가리지도 못하고 갈기길래 친히 이 사부가 목을 따줬다. 어떻느냐?"
조활이 거들었다.
"여마두가 여기계셨군요?"
"하하! 제자가 무사하니 스승은 감개무량하고 더 없이 기쁘구나. 착한 것. 나중에 설산에 올라가면 수발이나 들어다오. 간만에 움직였더니 어깨가 다 쑤시는 구나. 그런데..."
조활의 스승은 그의 옆에 있는 백의의 용상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천천히 쳐다보다가 난처해하는 얼굴을 보고는 슬쩍 미소를 보이고, 두 손을 공손히 모아 예를 갖췄다.
"흠흠. 소개가 늦었습니다. 제자 조활의 스승, 하후란(夏侯蘭) 이라고 합니다. 여협."
용상도 그녀에게 예를 표 했다.
"금향궁 용상(龍湘)이라 합니다. 직접 뵙는 것은 처음이군요, 탈백유란(奪魄幽蘭). 조 동생에게는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조활은 모르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기류가 두 여자의 곁에 흐르고 있다는 것을.
' 흐음... 제법 용모가 고결하고 백옥같은 것이 제자를 홀릴 법 하구나. 여자인 내가 봐도 정갈한 순수함에 끌리는 군. 그러나 제자를 생각하는 것은 나 뿐인 줄 알았건만... 활아가 이 여협을 어찌 생각하고 있으려나. '
' 과연 탈백유란. 절세미인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그것이 거짓은 아니었구나. 게다가 조 동생의 무공을 가르쳐준 스승이니 필히 범상치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주변을 보아하니 역시 예사롭지 않아. 조 동생은 그녀를 어찌 생각하고 있을까? '
한 마디 이야기도 없이 싸늘한 설산 바람이 이들을 맞이하니 조활이 추위에 떨며 오한을 느꼈다.
"으으... 춥다."
하후란이 조활의 머리를 톡 하고 가볍게 쳤다.
"설산심법을 운기하거라. 여지껏 운기 안하고 무엇하고 있었느냐?"
"그것이... 아직 그렇게 익숙하지 않습니다, 사부. 얼마 전에는 운기하다가 주화입마 할 뻔해서 더 조심하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중요한 것을 누누이 일러주었거늘 아직 모자란 모양이구나. 설산에 올라가면 다시 일러주겠다. 바보같은 제자야."
"스승의 가르침에 또다시 은혜를 입습니다."
스승과 제자가 할 법한 대화가 잠시 오가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하후란이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길래 주변에 자객이 진을 치고, 독향을 흘렸으며, 함정 투성이 였느냐? 네가 이 용 여협과 정(情)이라도 나눈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냐?"
하후란의 대찬 물음에 둘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저, 저, 저, 저, 정 이라니요, 사부!! 그, 그런게 아닙니다! 누님이 들으면 오해하겠소!"
"아, 아닙니다, 하후 여협! 제가 습격을 당하는 바람에 조 동생이 휘말린 것입니다! 잘못이 있다면 본 녀에게 있는 것이지요!"
하후란은 감탄했다.
"호오?"
하후란의 의도는 반쯤 떠보는 것이었으나 극구 부인하는 것도 모자라 용상의 이야기에 제법 흥미가 생긴 모양이었다.
"뭐, 남녀간의 정은 그렇다쳐도 습격이라니. 사연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용상은 반쯤 붉어진 얼굴을 숙이며 나지막히 지난 일들을 이야기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조활과 나눴던 대화와 동일하게 이뤄졌고, 자신의 비밀은 함구하며 조심스럽게 정보를 공유했다. 그말을 들은 하후란은 제자와 이야기하며 오해를 풀어나갔고, 이상함을 느꼈다.
"그래. 네 말대로 금나라 자객이라면서 이정도로 허술하다는 것은 이상하구나. 숫자만 많고 실속이 없어 흥이 깨졌건만, 이런 뒷 이야기가 있었을 줄이야."
하후란은 용상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 이야기대로라면 그녀는 범상치 않은 운명을 가졌음이구나. 금나라가 그녀를 습격한 것은 무언의 비밀을 알고 있거나, 그에 버금가는 인물이기에 제거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군. 게다가 용상. 이 여협의 정체는 대체 뭐지? 하물며 용씨라니... 과거 무림맹주가 떠오르는 이름이기도 하고. 게다가 이들이 금나라 자객이라는 것은 여전히 의문이 드는 군. 과연 금나라 놈들 일까? '
하후란은 미소지었다.
' 일단 그건 그거고... 보다보니 용 여협은 제법 괜찮아 보이는구나. 활아가 눈여겨 볼 정도라면... 이 뒤는 안심해도 되겠어. '
조활이 용상에게 물었다.
"이곳의 자객들은 일단락 된 것 같소, 누님. 이제 어찌하시겠소? 바로 이곳을 떠나기에는 누님 상처도 돌봐야 할 것 같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활의 걱정어린 이야기에 문득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후우... 피곤한 것 같아, 동생. 상처도 수습했다지만, 아직 피로는 풀리지 않았으니."
하후란이 말했다.
"용 여협께서 괜찮으시다면 근처에 객잔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서 서로 이야기나 하는 것은 어떠실까요? 좋아하는 것 있으십니까?"
용상이 마침 눈을 번쩍이며 물었다. 옆에 있던 조활은 머리를 감싸며 그럼 그렇지 싶은 표정으로 미소짓고 있었다.
"닭다리 요리라면 좋아합니다!"
(2). 끝
본문
[잡담] (팬픽) 활협전 : 망우협려전(忘憂俠侶傳) (2)
2025.09.23 (15:44:39)
활협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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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장르육성, RPG한글 지원미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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