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 난다요~ 6년 만에 속편 ‘스타 오션 더 디바인 포스’ 체험기
‘발키리 프로파일’과 함께 왕년의 명가 트라이에이스를 떠받치던 ‘스타 오션’이 돌아왔다. 충격적인 덤핑으로 회자되는 전작으로부터 6년 만이다. 부제는 신성한 힘을 의미하는 ‘더 디바인 포스(The Divine Force)’. 소싯적 JRPG답지 않게 강렬한 액션성과 SF서 하이 판타지를 오가는 독특한 세계관이 매력인 ‘스타 오션’이지만, 근래 트라이에이스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기에 선뜻 구매를 망설이는 독자도 적잖으리라. 이에 트라이에이스는(혹은 스퀘어에닉스가) 나름대로 자신감을 표현하듯 출시 한 달 앞서 체험판을 배포하였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때는 우주력 583년(참고로 5편은 우주력 537년, 그러니까 46년 전이다), 유서 깊은 상인 가문의 후예 레이몬드 로렌스와 수송함 이다스는 우주항로서 예상치 못한 습격을 받는다. 상대는 놀랍게도 우주의 질서와 정의를 수호할 터인 연방 전투함 아스트리아. 이다스가 대파되기 직전 가까스로 탈출 포드에 오른 레이몬드는 동료들과 떨어져 인근 미개행성에 비상 착륙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마주친 오디시어스 왕국의 공주 레티시아는 하늘을 누비는 유성처럼 도래한 레이몬드에게 자신의 여정을 함께 해달라 부탁하는데….
시리즈 25주년 기념작, RPG 명가 트라이에이스의 사운을 건 '스타 오션 더 디바인 포스'
SF측 레이몬드와 판타지측 레티시아의 2인 주인공 체재. 둘의 만남으로 모험이 시작된다.
레이몬드 로렌스와 레티시아 오디시어스는 각각 SF와 판타지측 주인공이지만 금번 체험판에서는 레이몬드만 선택 가능했다. 또한 어스, 갤럭시, 유니버스 중 표준 난이도인 갤럭시만 고를 수 있었다. 총 분량은 미개행성에 착륙한 레이몬드가 레티시아와 아베랄드 일행과 만나 인근 유적을 탐색한 다음, 인근에 작은 마을 라카스서 재정비 후 디벨이라는 보다 큰 지역에 도달하는 지점까지로 약 2시간 정도가 걸렸다. 필드에서 반복 전투가 되므로 원한다면 훨씬 더 오래 즐길 수도 있겠다. 다만 본편으로의 데이터 인계는 불가하다.
필드에서의 전투 시 조작 체계는 여느 실시간 3인칭 액션 게임과 대동소이하다. (PS5 듀얼센스 기준)아날로그 스틱으로 이동과 시점을 조작하고 X 점프, L1 회피. □, △, O에는 스킬을 배정한다. 파티원 중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는 캐릭터 외에는 AI로 움직이며, 십자키로 조작 캐릭터를 바꿔줄 수 있다. 실시간 파티 조작이 다소 버겁다면 스톱 모드로 잠시 시간을 멈춰 타깃 선택, 아이템 사용, 작전 변경 등을 고민하자. 작전은 자유, 집중, 분산의 세 가지로 특히 다수의 섭리술(일종의 마법)사를 상대할 때는 파티를 분산시켜야 유리하다.
레이몬드는 쾌남이고 레티시아는 천연 속성이라 붙임성이 좋은 편. 세 사람은 동행을 결정한다.
전투 와중에 자유롭게 조작 캐릭터를 변경하며, 스톱 모드에서 AI 지침도 선택할 수 있다.
전투의 기본은 AP 관리와 회피다. 공격 스킬이 배정된 □, △, O는 AP를 소모한다. AP는 초록색 게이지로 표시되며 잠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회복된다. 한 스킬이 끝나갈 때 다른 스킬을 발동하면 사후 동작이 생략되므로 AP가 허락하는 한 콤보를 이어갈 수 있다. 다만 본작은 무작정 난투를 벌여도 될 만큼 난이도가 낮지 않다. 따라서 적절히 안 맞고 때리는 조작이 중요한데, 회피는 짧은 무적 상태를 부여하고 AP를 소모하지도 않지만 동시에 AP가 회복되지도 않는다. 즉 회피를 남발하다간 AP 회복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식이다.
별다른 아이템 없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AP, 후딜 캔슬이 기본으로 붙어있는 공격 스킬들, 비교적 성능이 좋지만 AP 회복을 억제하는 회피기까지. 이렇듯 본작의 전투 시스템은 몰아치듯 공격하고 딱 필요할 때만 회피하는 상당히 숨가쁜 호흡으로 진행된다. 적들도 아군에게 주는 대미지에 비해 HP가 적은 편이라 머뭇거리며 장기전으로 끌기보단 속전속결이 정답이다. 최대한 전투 효율을 높이려면 영 못 미더운 AI 대신 플레이어가 모든 캐릭터를 바꿔가며 AP를 소모해주는 게 좋으며, 이렇다 보니 숨을 고르기 위한 스톱 모드가 필요해진다.
AP를 적절히 관리하며 후딜 캔슬로 최대한 대미지를 우겨 넣는 속전속결이 전투의 핵심.
회피기 성능이 좋은 편이나 이때는 AP가 회복되지 않으므로, 공격의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여느 게임과 비교해 모자람이 없으나 ‘더 디바인 포스’의 백미는 이 다음이다. 전투가 재미있는 트라이에이스…라는 명성답게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를 하나 더했기 때문이다. 바로 레이몬드가 유적에 떨어진 탈출 포드서 발견한 DUMA라는 소형 드론으로, 이 녀석이 캐릭터에 부여하는 각종 능력이 전투와 탐험 양쪽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이때부터 AP 아래로 파란색 VA 게이지가 추가되며 누구든 R1으로 DUMA를 소환할 수 있다. 물론 스킬 발동에 AP가 소모되듯 DUMA의 조력을 받는 중에는 VA가 계속 감소한다.
DUMA가 캐릭터에 깃들면 기본적으로 실드가 생성된다. 실드의 보호를 받는 동안에는 대미지를 받지 않으며 근접 공격을 되받아 쳐 적을 경직시킬 수도 있다. 또한 DUMA의 힘으로 캐릭터가 몇 미터 정도 공중으로 떠올랐다 L1에서 손을 때는 순간 실드를 전개한 채 전방으로 돌진한다. 이것이 바로 뱅가드 어설트(Vanguard Assault)로 줄여서 VA라 한다. VA 돌진 중 아날로그 스틱으로 재빨리 방향을 전환하면 적의 시점에선 캐릭터가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보일 텐데, 당황한 적이 행동불능에 빠진다. 이른바 블라인드 사이드 현상이다.
DUMA와 함께라면 하이 판타지의 공주님도 아이언맨처럼 날아다닐 수 있다. it's Science.
돌진하다 일순 방향을 틀면 당황한 적이 행동불능에 빠진다!? …는 원리의 블라인드 사이드.
당황했다고 행동불능에 빠지는 게 말이 되나 싶지만 어쨌든 ‘더 디바인 포스’에선 그렇단다. VA 돌진은 게이지를 크게 소모하나 블라인드 사이드에 성공하면 소모량의 50%를 돌려받을 수 있다. 다수의 이목을 끄는 상황에서 블라인드 사이드로 전원 행동불능에 빠뜨려 일망타진하는 것도 가능하다. 블라인드 사이드의 유효시간은 적 머리 위 ?! 마크로 가늠하자. 자동으로 회복되는 AP와 달리 VA 게이지는 적에게 타격을 입혀야 모인다. 즉 AP 관리 및 공격 → VA 발동 → 블라인드 사이드 노리기 → 다시 AP 관리의 순환 구조인 셈이다.
전투가 일순 ‘드래곤볼’로 바뀌는 것 외에도 VA는 탐험에 색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더 디바인 포스’는 여느 JRPG처럼 여러 스테이지가 연결된 서사 중심의 선형적인 게임이다. 다만 필드 하나하나가 상당히 커서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다 잠시간 주위를 탐험하며 머리를 식힐 수 있다. 이때 프리 VA로 따로 게이지 소모 없이도 비행이 가능하여 높인 곳에 숨겨진 상자를 찾거나 하는 식으로 쓰인다. 진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단거리 돌진 후 활강이므로 재미있고 유용하면서도 게임의 큰 틀을 무너뜨리지 않는 훌륭한 기능이다.
VA 돌진은 탐험에도 큰 자유와 재미를 준다. 숨겨진 상자를 찾거나 서브 퀘스트에 쓰이기도.
여러 스테이지가 연결된 선형적인 게임이지만, 각각의 규모가 큰 편이라 탐험할 맛이 난다.
이렇게 전투로 얻은 경험치와 탐험에서 확보한 장비는 캐릭터를 성장시키는데 쓰인다. 주인공이냐 동료냐는 스토리상에 문제로 육성에는 차이가 없다. 각 캐릭터는 HP, ATK, INT, DEF, GUTS 능력치와 지, 수, 화, 풍 속성 내성 그리고 극독, 동결, 연소, 혼란, 약체 상태이상 내성을 지녔고 무기, 방어구, 액세서리 2종을 장착할 수 있다. 레티시아의 쌍검과 아베랄드의 차크람처럼 캐릭터마다 주무기가 다르지만 방어구와 액세서리는 대부분 구분없이 착용한다. 시리즈 전통의 아이템 연성 시스템도 존재하는 듯한데 금번 체험판에선 해금되지 않았다.
스킬을 익히고 강화하는 데는 레벨업 시 함께 오르는 SP가 쓰인다. 스킬 트리는 육각형 패널이 무수히 연결된 형태로 인근 패널을 개방하여야 다음으로 뻗어갈 수 있는 구조다. 패널은 단순히 능력치를 올려주는 것부터 □, △, O에 배정할 액티브 스킬과 별도로 세 개까지 장착 가능한 패시브 스킬 등 다양하다. 버튼 하나를 계속 꾹- 누르는 것만으로 미리 설정한 스킬이 순서대로 발동하는 링크 콤보란 기능도 지원하는데, 여기에 강화나 회복용 일회성 아이템을 넣어도 된다. DUMA도 강화할 수 있으나 SP 대신 필드에서 얻는 DP가 필요하다.
장비는 필드에서 얻거나 구매할 수 있다. 전통의 아이템 연성은 체험판에선 해금되지 않았다.
스킬 트리는 육각형 패널이 무수히 연결된 UI로, 원하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다.
끝으로 본작의 그래픽을 살펴보자. 지난해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서 ‘더 디바인 포스’가 공개되고 줄곧 지적을 받긴 했지만, 금번 체험판 배포로 더욱 많은 이들이 시대착오적 그래픽과 불안정한 프레임레이트를 지적하는 중이다. 사실 2000년대 중반부터 일본 게임 업계가 한차례 휘청거린 후로 소위 AAA급 그래픽이란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닌텐도, 캡콤, 스퀘어에닉스, 반다이남코 같은 최상위 몇 곳을 제외하면 ‘9세대 콘솔 시대에 어찌 이런 그래픽을!?’이란 질문에 자유로운 일본 게임사가 얼마나 되겠는가.
아쉽게도 트라이에이스는 그리 규모가 크거나 기술력이 좋은 게임사는 아니다. 이미 전작에서부터 일본 특유의 미소녀 그림체를 3D화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더 디바인 포스’는 하필 도입부에 등장하는 엘레나가 특히 어색하고 초반부 내내 칙칙한 야간이라 논란이 더 커진 듯하다. 유적을 지나며 밝은 햇살이 내리쬐면 광원에 힘입어 레티시아의 자태가 나름 볼만해진다. 라카스 마을 인근 들판의 풍광도 충분히 아름답다. 설령 그래봐야 전세대나 통할 그래픽이라 생각되더라도, 게임성이 의외로 정말 괜찮으니 체험판을 해보고 판단하면 좋겠다.
시리즈 25주년 기념작 ‘스타오션 더 디바인 포스’ 는 오는 10월 27일 한국어화 정식 발매된다. 지원 기기는 PC, PS4, PS5, XONE, XSX/S이며 PC 스팀으로는 하루 늦은 28일에 만나볼 수 있다.
그야 최상위 게임사의 AAA급 작품과 견줄만한 수준은 못돼도 눈이 괴로울 지경까진 아니다.
하필 첫인상을 결정하는 도입부가 칙칙한 야간이라 그렇지, 전반적인 필드는 퍽 아름답다.
체험판 분량이 상당히 긴 편인데 정식 발매 후 데이터 인계가 안된다니 이게 가장 충격이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