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완결로 이끈다, 니혼 팔콤 '영웅전설 시작의 궤적' 인터뷰
궤적 시리즈 15주년 기념작이자 최신 타이틀인 '영웅전설 시작의 궤적'이 오는 8월 27일 출시된다. 이번 타이틀의 가장 큰 특징은 15년 간 이어져 왔던 궤적 시리즈를 완결로 이끄는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이야기 주인공이 3명,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50명이나 되는 큰 규모를 자랑하다보니 여러모로 궁금한 점도 많다.
이에 니혼팔콤 콘도 토시히로 대표에게 직접 게임에 대해 질문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 '시작의 궤적'은 최신작이자 15주년 기념작이기도 하다. 소감 부탁드린다.
'시작의 궤적'은 이때까지 나온 궤적 시리즈의 집대성이자 차기작으로 연결되는 다리 역할하는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드디어 끝났다."와 "드디어 시작이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공존하는 신기한 기분이다.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기분도 든다.
● '시작의 궤적'이라는 타이틀의 의미는?
타이틀 그대로의 의미다. 궤적 시리즈 전반부는 '섬의 궤적 4'에서 일단락을 지었다면, '시작의 궤적'은 새로운 전개를 알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
● 게임에 대해 '끝의 시작'이라고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시작의 궤적은 몇 작품 정도 예상하는가
어느 나라를 가도 공통적으로 듣게되는 질문 같다. 전작들과 향후 작품들을 연결하는 의미가 큰 작품이기 때문에 '시작의 궤적'은 이번 한편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 궤적 시리즈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스토리를 이어오고 있는 장편 시리즈인데, '하늘의 궤적'에서 보여줬던 앳된 느낌이 지금은 상당히 달라졌다고 느껴진다. 의도한 바인가?
'하늘의 궤적'을 만들 당시에는 기존 영웅전설을 만들던 선배들로부터 시리즈를 막 이어받은 상황이라 앳된 감각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이후 제국편, 섬의 궤적을 넘어오면서 뭔가 허들이 높아졌다고 해야할까, 전체적인 분위기나 감성이 바뀌지 않았나 생각한다. 성장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의도한 부분이 확실히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시작의 궤적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궤적 시리즈를 일단락 짓는 느낌이 강하다. 차기작에서는 전작을 몰라도 될 정도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까?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같은 신규층을 위한 미디어 믹스를 볼 수 있을까?
전작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시리즈 중간부터 시작한 사람들에게 직접 감상을 들어봤을 때, 내용이나 캐릭터가 맘에 들어서 전작부터 다시 플레이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시리즈 첫 작품부터 즐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만약 중간부터 즐기고 싶은 분이 있다면 시도를 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미디어 믹스 관련으로는 아무래도 구체적으로 전달드리기 어렵다. 각국에서 많은 제안을 받고 있는 만큼 향후 보여드릴 수 있는 가능성이 꽤 높다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다. 특히 굿즈 관련 제안이 많다. 여러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
● 각 시리즈 주인공이 한 게임에 모여 각기 다른 시점에서 스토리를 진행한다는 시스템이 인상적이다. 크로스 시스템을 채용하게 된 이유는?
크로스 시스템을 채용하게 된 이유는 사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을 한 명의 주인공이 이끌고 이야기를 진행하기에는 리듬감이 떨어지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루트를 3개 정도로 나눴다.
주인공 플레이 방식에 따라 엔딩에 분기가 생긴다거나 스토리가 달라지는 등 변화는 없다. 다만 직접 플레이해 본 바로는 각 주인공 루트를 어떤 순서로 진행하는가에 따라 전체 스토리에 받는 인상 정도는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현재 발표된 정보만 봐도 스토리 볼륨이 어마어마하다. 전작과 비교해 대략 어느정도 볼륨인가
볼륨은 단순히 시나리오 텍스트 분량만 따진다면 '섬의 궤적 4' 정도 수준이라고 보시면 된다. 다만 도전과제, 미니게임 같은 파고들 만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충분히 즐긴다고 하면 그보다 큰 볼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메인 스토리만 진행한다면 60~70시간 정도, 다양한 콘텐츠까지 전부 합치면 약 100 시간 정도다.
●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50명이나 등장하다 보니 너무 많아서 관리가 힘들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생각해도 힘들 것 같다. (웃음)
실제로 개발 단계에서도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많은 게이머가 이 캐릭터는 꼭 등장했으면 좋겠다, 이 캐릭터가 등장 안하면 화날 것 같다 등 다양한 요청을 했기 때문에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 특히 캐릭터가 많아진 만큼 이벤트 장면에서 캐릭터 한명 한명 대사를 만들어야 했던 시나리오 라이터들이 가장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캐릭터를 만드는 노하우가 있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는데, 노하우는 전혀없고 캐릭터 리스트를 만들어서 한명 한명씩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스크램블 레이드, 환상구릉, 에피소드 등 진 몽환회랑과 관련된 콘텐츠가 많다. 게다가 몽환회랑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캐릭터가 있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메인 스토리보다 더 힘쓴 느낌이 드는데, 어떤 의도로 기획된 것인지?
'시작의 궤적'은 굉장히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어떻게 보면 어지럽게 보일 수 있다. 메인 스토리에 모든 걸 다 집어 넣으면 앞서 말했듯이 리듬감이 떨어지는 게임이 될 것 같다는 걱정이 있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몽환회랑'이다. 몇 캐릭터들은 본편에서 서로 접점이 거의 없는데, 그들이 특정 시공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해서 넣어보고, 스토리 외적으로 파고들기 요소를 넣어보면 어떨까해서 그것도 넣어보고 하다보니 지금의 '몽환회랑' 시스템이 된 것 같다.
'몽환회랑'에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면 RPG 장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성장'을 보조하는 콘텐츠라는 것이다. 게임 내 3명의 주인공 루트가 제공되는 만큼, 루트가 나뉠 때마다 캐릭터 레벨이 1로 초기화되면 플레이가 지루하고 힘들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캐릭터를 골고루 성장시켜 나갈 수 있는 콘텐츠인 '몽한회랑'을 만들게 됐다.
● 미니게임도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마법소녀 매지컬☆알리사RS'의 경우 별도의 게임이라고 봐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이는데
처음에는 정말 간단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미니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미니게임을 담당한 프로그래머가 기획 내용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지 별도의 게임으로 내도 될만한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 왔다. 뭐라고 할까 '정신이 들어보니 눈 앞에 이런 미니게임들이 뚝딱 만들어져 있었다.'는 느낌이다.
● 작품 발표와 동시에 공개된 메인 비주얼 속 인물이 큰 화제가 됐다. 이번 작품에서 어떤 식으로 활약하게 될까?
표지에 등장한 '그 인물'은 궤적 시리즈 세계관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도 다양한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다른 핵심 캐릭터도 여러 군데 숨겨 뒀다. 놓치지 말고 찾아보시면 좋겠다.
● 팔콤은 오랜 세월 계속 RPG만을 고집해 온 개발사다. 그것이 단순히 RPG만 자신 있어서 그러진 않았을 것 같다. 향후 다른 장르에 도전해볼 계획은 없는가
이번에 슈팅 게임(미니게임 '마법소녀 매지컬☆알리사RS')에 도전을 하지 않았느냐.(웃음) 미니게임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만큼 그 가능성은 높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물론 좀더 확실한 RPG도 계속 만들어 나가고 싶다.
● 시리즈 최초로 VR 기능이 탑재됐다. 기획 의도는?
VR은 도전해보고 싶다는 개발진의 요청도 있었고, 팬들의 요청도 있었다. 발매일 시점에서는 캐릭터 뷰어로서 캐릭터를 좀더 실감나게 볼 수 있는 정도 기능 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 이벤트나 DLC를 통해 더 다양한 VR 기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 '시작의 궤적'에서는 캐릭터 모션과 더불어 장면 연출이 상당히 발전한 것 같다. 노하우가 있다면?
기존 궤적 시리즈는 같은 모션을 사용해 왔다. 이번 '시작의 궤적'은 모션 캡처 등을 이용해 전용 모션을 준비한 만큼 상당히 발전한 느낌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간 니혼팔콤이 보여준 RPG는 모든 트로피(업적)을 따려면 2~3회차 정도는 플레이해야 했다. 때문에 플레이 타임이 100시간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가혹하다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꽤 옛날 타이틀에 한정된 이야기 같다. 최근에는 주차 플레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트로피는 많이 줄었다. 게임을 되풀이 하지 않아도 대부분 트로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매번 트로피 내용이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RPG 특성상 한정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다양한 트로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알아듣고 다음 기획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오랜만에 아시아권 동시 발매로 한국에서도 화제다. 동시 발매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팔콤은 게임을 개발할 때 출시 전까지 고치고, 고치고, 끊임 없이 고치는 편이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동시발매는 거절하려고 했다. 현지화에 할애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라우디드레오파드엔터테인먼트의 열렬한 설득에 응해 결국 동시 발매를 결정하게 됐다. 팔콤이 노력했다기 보다는 파트너사인 클라우디드레오파드엔터테인먼트에서 노력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
● '시작의 궤적'은 역대 '궤적' 시리즈 중 가장 비싼 가격으로 출시된다. 그만큼 역대급 재미를 선보일 것이라 기대해도 좋을까?
굉장히 스트레이트한 질문이다. '시작의 궤적'에 대한 많은 의견 중에 이번 작품은 '하늘의 궤적 3' 같은 외전격 타이틀이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굳이 따지자면 '진 몽환회랑' 시스템이 '하늘의 궤적 3'과 같은 외전 역할을 담당하고, 여기에 본편 스토리와 다양한 캐릭터, 파고들기 요소가 더해지는 식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지난 2019년 PS FESTA 때 방한하면서 처음으로 한국 팬들과 만남을 가졌다. 향후 한국 팬들과 만남을 다시 가질 계획이 있는지?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어려운 부분이다. 이 국면이 진정이 된다면 다시 한번 한국에 방문해서 팬 여러분과 만나고 싶다. 2019년 방한 당시 3월 9일이었고 팔콤 창립기념일이었는데, 유저 여러분이 케익을 준비해서 축하해주셨던걸로 기억한다. 여러 국가를 방문했지만 이런 적은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 마지막으로 게임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 팬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시작의 궤적'은 '하늘의 궤적'부터 이어져 내려온 궤적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단계로, '궤적'이라는 시리즈를 관통하는 작품이다. '시작의 궤적'을 분기점으로 해서 아직까지 다루지 못한 내용은 없는지 확인해 나갈 수 있었다. 다음 궤적부터는 스토리부터 시스템까지 많은 변화가 이뤄질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시작이자 끝이라고 볼 수 있다. 굉장히 밀도 높은 타이틀이니 많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