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트럴 체인, 영혼의 듀오가 펼치는 스타일리시 액션
최근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과 함께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닌텐도 스위치에 또 하나의 대형 독점작이 찾아온다. 오는 8월 30일 한국어화 정식 발매되는 ‘애스트럴 체인(ASTRAL CHAIN)’은 ‘베요네타’와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 그리고 무엇보다 ‘니어: 오토마타’로 잘 알려진 액션 명가 플래티넘 게임즈가 선보이는 신작이다.
플래티넘 게임즈가 선보이는 닌텐도 독점작 '애스트럴 체인'.
플래티넘 게임즈라면 가장 먼저 호쾌하고 곡예적인 액션과 상쾌한 조작감이 떠오르지만, 이들 작품이 유명세를 탈 수 있었던 데는 매력적인 캐릭터도 주효했다. 뭇 게이머의 누님으로 추앙받는 베요네타나 수많은 이들에게 레오타드의 아름다움을 전한 2B를 떠올려보라. ‘애스트럴 체인’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이즈’와 ‘제트맨’에서 미려한 작화를 보여준 만화가 카츠라 마사카즈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아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든다.
믿고 하는 플래티넘 게임즈표 액션과 인기 만화가의 만남. 과연 이 망하려야 망할 수 없을 것 같은 조합 속에서 ‘애스트럴 체인’은 기대만큼 훌륭한 만듦새를 갖췄을까? 이에 루리웹은 국내 출시를 나흘여 앞둔 ‘애스트럴 체인’ 한국어판을 한 발 앞서 즐겨봤다. 시연 분량은 인트로 영상부터 약 45분 정도까지 게임 초반부를 플레이했다.
'애스트럴 체인' 실제 게임 플레이가 담긴 소개 영상을 살펴보자.
이독제독, 괴물을 사냥하기 위해 괴물을 부리다
가까운 미래, 인류는 어떠한 전조도 없이 발생하는 차원의 뒤틀림 게이트와 그곳에서 침략해오는 이형의 존재 키메라로 인해 크나큰 위기에 봉착했다. 키메라는 사람의 감각으로는 인지할 수 없는 데다 통상적인 병기가 일절 통하지 않아 대다수 지역이 손쓸 틈도 없이 파국을 맞았고, 살아남은 이들은 인공섬 아크로 모여 보호받는 실정이다. 아크 지도부는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게이트 사태를 대기 오염 문제로 은폐하는 한편 특무기관 네우론을 설립하고 키메라에 맞설 비장의 카드를 준비한다. 바로 키메라를 사냥하는 키메라, 레기온이다.
이러한 세계관은 게임 인트로를 통해 극적이면서도 알기 쉽게 묘사된다. 네우론 사령관 요셉 칼버트가 참관하는 가운데 유리벽 너머로 포획된 키메라가 소환되고, 일순 사납게 포효하는 녀석의 사지로 영적인(Astral) 사슬(Chain)이 감겨와 구속구가 채워지며 레기온으로 변모한다. 이형의 존재 앞에 무기력한 사람도 이 레기온과 연결됨으로써 키메라를 보고 느끼며 공격을 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야말로 이독제독, 독으로 독을 다스린다는 설정은 클리셰에 가깝지만 그만큼 불타오르는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세계가 대충 망한 뒤 키메라를 막을 자는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네.
되어라! 인류를 구원할 비장의 카드가! 레/기/이/이/온~
다만 레기온을 부리기 위한 적성은 매우 희소한 편인데,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주인공이 바로 그 적합자다. 정확히는 쌍둥이 남매인 남녀 주인공이 모두 적합자로 플레이어가 성별을 고르면 남은 한 명은 NPC로 이야기에 참여하게 된다. 당초 주인공은 형사과 소속으로 사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키메라와 조우하게 되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레기온을 넘겨받아 여차저차 네우론의 신입 요원이 되는 과정이 게임 초반부를 이룬다.
만화가 카츠라 마사카즈를 기용한 시점에서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애스트럴 체인’은 재패니메이션의 향취가 진하게 배어든 작품이다. 그렇다고 틀에 박힌 미소녀나 억지 전개로 범벅 된 것이 아니라 멋과 개연성의 줄타기를 아주 잘했다. 요즘은 일본에서도 이런 게임이 귀하다. 생전 처음 써보는 레기온을 멋들어진 동작으로 발동하거나 알고 보니 주인공 아버지가 네우론 전투부대 대장이라거나 하는 다소 극적인 전개가 나오지만 별다른 ‘항마력’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수준. 서양 게임은 너무 인심 팍팍하고 그렇다고 미소녀 동물원은 오글거려 못하겠다는 플레이어에게 딱 맞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애스트럴 체인'으로 레기온과 연결되어 숨겨진 힘을 각성한 주인공.
인류를 구원할 다섯 명 중 셋이 혈연 관계인 적폐스러운 조직이다.
이인삼각, 명가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듀얼 액션
‘애스트럴 체인’에서 주인공과 레기온은 문자 그대로 영혼의 듀오가 되어 전투를 펼친다. 이런 컨셉은 십중팔구 조작이 지나치게 난해해지곤 하는데, 여기서는 사실상 원버튼 플레이로 가능하게 풀어냈다. 주인공 캐릭터는 여느 액션 게임처럼 아날로그 스틱과 X, Y, A, B로 조작하고 레기온에게 할당된 키는 ZL(레기온 ON), L(레기온 준비), R(레기온 OFF)가 전부이다. 사실상 ZL만 계속 눌러도 알아서 뛰어가서 잘 싸우기 때문에 캐릭터 두 개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을 조작하는 와중에 특수기가 하나쯤 있다는 느낌이다.
따라서 ‘애스트럴 체인’이 내세운 듀얼 액션의 진가는 복잡한 버튼 조작이 아니라 위치 선정에서 나온다. 게임의 제목이기도 한 주인공과 레기온간 영적 사슬은 단순한 설정 노름이 아니라 실제로 게임 플레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가령 사슬을 늘어뜨려 돌진해오는 키메라의 발을 거는 체인 트랩이나, 사슬로 휘감아 움직임을 봉쇄하는 체인 바인드가 대표적이다. 주인공와 레기온 사이의 사슬이라는 직관적인 요소를 적극 활용하여 버튼 조작은 최소화하면서도 다종다양한 액션을 손쉽게 구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레기온 조작은 쉽고 간편하다. 관건은 서로를 잇는 사슬의 활용법.
액션 연출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프레임 저하도 없다.
물론 공략을 위해 체인 트랩과 체인 바인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이리저리 신경쓰기 귀찮다면 가열찬 연계 공격만으로도 충분하다. 레기온은 상시 소환이 아니라 스태미나처럼 게이지가 다 떨어지면 사라졌다가 다시 불러내는 식이니 이점만 유의하자. 혹여 액션이 전혀 손에 익지 않은 플레이어라도 게임을 즐기는데 문제가 없도록 전투가 편해지는 유리(Casual)와 사실상 자동 모드인 수호(Super Casual) 난이도도 마련됐다. 즉 초보라도 화려한 액션으로 기분을 낼 수 있고 고수는 고수대로 파고들 여지가 많은 구성이다.
이외에도 적의 공격에 따라 회피 동작이 달라지거나 뒤를 잡고 때리는 동작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등 액션의 디테일이 잘 살아있다. 시종일관 속도감 넘치게 교전을 펼치다가도 큰 공격을 간발의 차로 피할 때면 일순 시간이 느려져 호흡을 가다듬게 해준다. 그간 닌텐도 스위치 출시작 가운데 손꼽히는 그래픽임에도 전투 시 안정된 프레임과 적절히 안배된 시점 및 구도 역시 훌륭하다. 요약하자면 직접 만져봐야 느낄 수 있는 상쾌한 조작감이 게임 전반에 깔려 있다. 플레이하는 내내 ‘과연 플래티넘 게임즈는 다르구나’ 싶었다.
전체적으로 과연 명가라 할 만한, 차별화 되면서도 완성도 높은 액션.
특히 플래티넘 게임즈는 이런 불타오르는 연출을 참 잘한다.
영적사슬, 닌텐도를 스위치를 힘차게 견인하길
아무래도 액션 게임, 그것도 플래티넘 게임즈의 신작인지라 전투 위주로 소개했지만 다른 요소도 상당히 풍부한 편이다. 다소 전투 일변도로 흘러가던 기존 작품들을 되돌아보면 ‘애스트럴 체인’은 특별히 더 서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대화 가능한 많은 NPC나 여러 층으로 나뉜 본부 건물이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작은 부분들이 모여 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어 준다. 굳이 화장실까지 구현해놓고 들어가 보면 스스로 변기의 요정이라 칭하는 남자가 휴지를 요구하는, 플래티넘 게임즈 특유의 유머 감각도 살아있다. 아, 그리고 남자 주인공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 수 없다. 기자가 확인해봤다…
아울러 매 임무는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 수사 명목의 어드벤처 파트가 존재한다. 사건 현장으로 찾아가 이것이 키메라의 소행이 맞는지, 그렇다면 어떤 적을 상대하게 될지 단서를 모은다. 작중 아이리스라 칭하는 색적 시야를 통해 사건 당시 상황을 살펴보기도 하고 남겨진 잔해를 수습하기도 한다. 레기온 역시 수사 구간이라고 마냥 병풍이 아니라 비협조적인 경찰이나 민간인의 대화를 엿듣는 등 나름의 역할이 있다. 네우론은 뭔가 수상한 공무원 취급을 받기 때문에 알아서 적당히 정보를 캐내야 한다. 애초에 인류 대부분이 절멸할 정도로 비상시국인데 명색이 특무기관이 이렇게 힘이 없다니 서럽고 또 서럽다.
아니야. 나타나지 마. 그보다 얼른 나와. 언제까지 앉아 있으려고.
특무기관이면 손가락 하나로 경찰관을 부리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여기에 뒤로 갈수록 각기 다른 컨셉의 레기온과 육성 요소도 더해진다고 하니 플레이어가 지루할 틈이 없을 듯하다. 비록 1시간 채 안되는 짧은 시연이었지만 이대로만 나온다면 플래티넘 게임즈의 새로운 간판 타이틀로,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에 이은 닌텐도 스위치의 힘찬 견인차가 되리란 확신이 들었다. 스토리야 잘 나가다 갑자기 거꾸러질지 몰라도 액션 자체의 완성도는 정말이지 흠잡을 데가 없다. 이제 앞으로 나흘 남았다. 현재 ‘에스트럴 체인’ 한국어판은 스탠다드 에디션 64,800원, 콜렉터스 에디션 94800원에 예약 판매 중이다.
콜렉터스 에디션에는 카츠라 마사카즈의 캐릭터 원화집도 동봉된다.
이제 나흘 남았다. '애스트럴 체인'과 함께 키메라를 소탕하러 가자.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