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관 인사 업무를 담당한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특정 법관을 조울증 환자로 몰아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법정에서 부인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 등의 51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연학 전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김모 부장판사에 대한 인사 불이익은 사건이 몰린 재판기일에 무단결근하는 등 이상 행동 때문이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5∼2017년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김 전 심의관은 2015년 인천지법에서 근무하던 김 부장판사에 대해 정신질환 병력이 있다는 내용의 문건을 만들었다. 검찰은 김 전 심의관이 김 부장판사 몰래 정신과 전문의에게 정신 감정을 요청해 ‘정신과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는 내용을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당시 김 전 심의관은 김 부장판사가 조울증 치료제인 ‘리튬’을 복용한다고 거짓말해 소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사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김 부장판사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이런 조작을 했다고 보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2013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처음 물의 야기법관이 된 후 5년 연속 지정됐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데 대해 공개 비판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김 전 심의관은 이런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김 부장판사를 물의 야기법관으로 지정한 것은 김 부장판사가 무단결근을 했고, 인천지법 전체 법관을 상대로 ‘일부 법관이 나를 왕따시킨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는 등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친한 정신과 전문의에게 김 부장판사에 대한 소견을 들어 보고서로 작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단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점과 일회성 에피소드의 가능성이 있다는 상반된 소견을 적었다”고 했다.
특히 ‘리튬’ 복용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김 전 심의관은 검찰 공소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당시 김 부장판사의 행동을 알려주며 상태를 묻자 전문의가 ‘혹시 그 정도면 전에 치료를 받거나 했을 수 있는 데 없느냐’고 물었고, 이에 다시 자료를 찾아보니 근무 평정에 ‘불안 장애’가 기재돼 있어서 종전에 그런 내용이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전문의가 복용한 약이 있느냐고 묻자 리튬이라고 알려준 사실이 있냐”고 묻자 김 전 심의관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김 부장판사를 정신병자로 몰았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이후 전문의에게 ‘리튬이란 말은 내가 한 이야기인데 보도가 반대로 됐다’며 황당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심의관의 주장과 반대로 해당 전문의가 검찰 조사에서 분명히 리튬 복용과 관련해 공소사실과 같은 진술을 했다는 입장이다. 또 검찰은 이런 진술 조서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 등도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부장판사가 조울증 진단을 받은 사실도 없고, 약을 먹은 사실이 없음에도 동의 없이 조울증이라는 진단과 함께 인사 불이익을 주도록 평가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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