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앞으로 유럽연합경제사회위원회(EESC)의 지안루카 브루네띠(Gianluca Brunetti) 사무총장의 서신이 도착했다.
브루네띠 사무총장은 이 서신에서 EESC의 주요 역할을 소개하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순환경제 활동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EESC 회의 초대를 논의 중이라며 권 의원이 우리 민·관의 다양한 우수 사례를 소개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EESC는 EU 이사회와 집행위원회, 유럽의회, 회계감사원 등 5개 주요 기관의 활동을 보완하는 매우 중요한 기구다. 유럽의 기업과 근로자, 시민·사회단체 그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그야말로 사회를 대변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기구의 장관급 행정 수장이 보낸 서신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EU 집행위의 비르기니우스 신케비치우스(Virginius Sinkevicius) 환경·해양·수산 집행위원이 권 의원 앞으로 서신을 보내왔다. 집행위는 EU 행정부격으로 집행위원은 우리 정부 부처의 장관에 해당한다.
신케비치우스 집행위원은 서신에서 권 의원이 EU와 대한민국 간 환경 분야와 산업계의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한편 폭넓은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방안을 모색해줄 것을 기대했다.
두 장관급 인사의 잇따른 편지는 권 의원이 지난 6월 발족한 ‘국회 ESG 민간정책 포럼’ 활동이 EU에 소개된 데서 비롯됐다. 이 포럼의 의미와 활동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회신을 담은 서신이었다. 주요 고위급 EU 인사들의 잇따른 서신은 권 의원이 그간 눈에 띄지 않게 해온 미래에 대한 고민과 활동에 대한 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권 의원은 2016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당시 반기문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이행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함께한 회의 자리에서 반 총장은 “유엔 회원국 사상 처음으로 우리 국회가 SDGs 포럼을 만들어줘서 고맙고, 특히 국회와 민간이 함께 SDGs를 추진하는 것을 유엔이 굉장히 높이 평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권 의원은 당시 ‘국회 UN SDGs 포럼’의 대표로 유엔을 찾았는데, 당시만 해도 SDGs에 관심을 가지는 국내 인사는 드물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광복 100주년인 2045년에는 화성에 착륙하겠다”며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5년 내 달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발사체의 엔진을 개발하고 10년 후인 2032년에는 달에 착륙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또 우주항공청을 신설하고 국가우주위원회를 만들어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6월 우리 기술로 만든 우주 발사체 ‘누리’호를 쏘아 올리는데 성공했고, 지난 8월에 발사한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도 현재 순항 중으로 곧 궤도에 오를 예정이다.
국제사회의 우주패권 경쟁은 치열하다. 지난달 30일 중국은 우주 비행사 3명이 탑승한 ‘선저우 15호’를 발사해 건설 중인 우주정거장 ’톈궁’의 중심 모듈인 ‘톈허’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4월 톈허 발사로 시작된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해왔고, 연말을 완공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오는 2030년 달에 기지를 건설하여 우주인이 상시 체류하도록 한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미국은 1969년 7월20일 ‘아폴로 11호’를 달 표면에 착륙시킨 이래 지금까지 6번의 월면 착륙을 통해 400㎏ 가까운 월석을 가지고 귀환하는 등 세계 최고의 우주 기술과 성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재 유인 달 탐사를 다시 시작하려 관련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Artemis program) 계획과 더불어 달 궤도에 건설할 우주정거장 프로젝트인 루나 게이트웨이(Lunar Gateway),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을 찾는 케플러 계획(Kepler program)을 가동하고 있다.
누군가는 신의 임기를 훌쩍 뛰어넘는 우주 로드맵을 발표한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한다.
미·중의 우주 경쟁뿐 아니라 당장 북한 역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하며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미래 먹거리를 개발한다는 경제적인 이유와 더불어 북한의 위협을 대비한다는 안보 측면에서, 또 인류의 생존을 담보한다는 지속가능한 프로젝트 측면에서도 우주 개발에 반드시 뛰어들어야 한다.
미래 먹거리와 이슈 고민은 민간이 주도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민간이 자본으로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펼쳐나갈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한 생태계 구축의 상당 부분은 정부와 정치권 몫이다.
우리 국회는 연일 정치 공방으로 치열하다. 이러한 와중에도 리더십을 가진 누군가는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고 발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고민이 1961년 우주계획을 발표했던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간절함 못지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권 의원 역시 큰 주목을 받지 않더라도, 전 세계적 이슈인 SDGs, 기후 대응, 지속가능한 산업계 모델 발굴에 계속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이러한 고민에서라고 본다.
영국의 총리 윈스턴 처칠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장비(무기)를 주면 전쟁을 끝내겠다”고 밝혔고, 미 의회는 방위와 평화를 위해 어떤 나라에도 무기를 대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무기대여법’을 통과시켜 화답했다.
이제 세계가 고민하는 이슈를 같이 고민하고, 국민이 살아갈 미래부터 생각하는 국가 리더들에게 ‘장비’를 주자. 대한민국의 영토는 약 10만㎢로 지구 전체 면적 5억960만㎢에 비하면 마치 작은 점과 같다. 이러한 작은 공간에서 수도권과 지방을 나누고 MZ 세대와 그 외 세대를 나누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일일까? 이제는 미래를 고민하고 지금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고민하는 리더가 나서야 할 때다. 그 당시 인기와는 정말 거리가 멀었던 처칠이 어떻게 세계사를 바꿨는지 살펴볼 때다.
김정훈 유럽기후협약대사 unsdgs@gmail.com
*이 기고는 세계일보와의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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