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탈락-컷탈락-기권-컷탈락. 이는 고진영(27·솔레어)의 최근 4개 대회 성적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계랭킹 1위를 질주하며 한국여자골프의 간판스타로 활약하던 고진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낯선 모습에 본인과 캐디는 물론, 팬들도 당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승을 쓸어 담으며 다승왕, 상금왕 3연패, 두번째 올해의 선수를 차지했을 정도로 훨훨 날았다. 올해도 지난 3월 시즌 첫 출전 대회인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우승해 세계 1위의 남다른 클래스를 보였다. 이후에도 우승은 없었지만 성적은 좋았다. 4월 팔로스 베르데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거뒀고, 메이저 대회인 6월 US여자오픈 4위, 7월 에비앙 챔피언십 공동 8위에 올라 큰 대회에서 강한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던 고진영이 에비앙 챔피언십 다음 대회로 7월 넷째 주에 열린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에서 공동 71위로 추락하며 갑자기 무너졌다. 끝이 아니다. 메이저 AIG여자오픈과 디펜딩 챔프로 나선 CP여자오픈에서 잇따라 컷탈락하고 말았다. 왼쪽 손목 부상 때문인데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무리하게 출전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에 고진영은 투어를 중단하고 재활에 전념했다. 하지만 두달여만에 출전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한홀에서만 5타를 잃는 ‘퀸튜플 보기’를 범하며 78명중 최하위(15오버파 159타)를 기록한 뒤 2라운드를 마치고 기권했다. 이에 고진영은 다시 3주를 쉬며 샷을 가다듬었지만 지난주 펠리컨 챔피언십에서 다시 컷탈락하고 말았다. 1라운드에서 보기 5개와 버디 6개를 잡으며 냉탕과 온탕을 오가더니 2라운드에서도 보기 5개를 쏟아내고 버디는 1개 그칠 정도로 샷감이 크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고진영은 15일 발표된 주간 세계랭킹에서 4위로 두 계단 떨어졌다. 한국 선수들이 여자 골프 세계 랭킹 3위 내에 한 명도 들지 못한 것은 2017년 3월 이후 5년 8개월 만이다. 반면 고진영과 세계 1위를 다투던 넬리 코르다(24·미국)는 지난주 우승으로 4위에서 1위로 수직상승했다. 이제 남은 대회는 오는 17일(현지시간) 개막한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뿐이다. 지난해 이 대회를 3연패한 고진영이 부진 탈출의 계기를 마련해 내년 시즌을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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