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신분으로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자신의 공약사항을 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해줄 수 있는지 등을 조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함께했다. ‘김기현 첩보’를 단초로 경찰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표적 수사’했다는 의혹과 별도로, 민간인 신분에서 청와대와 공약사항에 관한 ‘물밑 작업’을 한 것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5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송 시장은 지난해 1월 송 부시장, 핵심참모 정모씨와 함께 상경,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소속 A행정관을 만나 공약사항인 공공병원 유치사업 등을 논의했다. 이 사업은 박근혜정부 때부터 논의됐으나 진전을 이루지 못하다가 지난 1월 울산시가 유치했다. 울산 울주군 굴화 공공주택지구에 2025년 개원을 목표로, 2059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다.
공공병원 유치는 의료여건 개선을 위한 울산시의 ‘숙원사업’이었지만 번번이 좌절되다가 여당 후보가 당선된 후 해결된 것을 두고 ‘공무원이 부당하게 선거 과정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당시 동석했던 정모씨는 세계일보와 만나 “송 시장, 송 부시장과 함께 청와대 행정관을 만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인 신분이어서 인근 식당에서 한 번 만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거 치르려면 (공약사항인 공공병원 사업 유치가) 되는지 안 되는지 궁금하다고 (장 행정관에게) 물어보려고 갔던 것”이라고 했다. 장 행정관은 민주당 당직자 출신으로, 송 시장 측이 당을 통해 소개를 받아 만나러 갔다고 정씨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송 시장이 후보자 시절에 청와대를 3번 찾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자리에서 공약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송 시장은 여당후보, 송 부시장은 무직이었고 정씨는 개인사업자였다.
송 부시장은 이날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점과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017년 하반기쯤 문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안부 전화를 하다 울산시 전반에 관해 얘기를 했고, 김기현 시장 측근 비리가 언론과 시중에 떠돈다는 일반화된 내용을 중심으로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송 부시장은 ‘김기현 첩보’ 작성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문 전 행정관에 대해 “2014년 하반기 서울 친구를 통해 알게 됐고, 친구를 통해 함께 만나고 통화도 간헐적으로 한두 번 하는 사이였다”며 “시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제보했다는 일부 주장은 제 양심을 걸고 단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김기현 첩보’ 생산 및 작성, 전달 과정 등 전반을 묻기 위해 문 전 행정관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문 전 행정관을 상대로 송 부시장에게 김 전 시장 관련 정보를 먼저 요구했는지, 접수한 제보를 얼마나 가공했고 이 과정에 청와대나 경찰의 다른 인물이 더 개입했는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자처해 “고인이 된 A수사관이 불법으로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수집했다는 언론의 무차별적인 보도가 모두 허위란 사실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윤 수석은 김 전 시장 첩보 제공자가 송 부시장이란 사실을 밝히지 않은 데 대해 “제보자가 누구인지 본인 동의 없이 밝혀서는 안 된다. 그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울산=배민영·이보람 기자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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