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출처 : https://blog.naver.com/rdgcwg/222517654952
말많고 탈많던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하 '디아2')가 드디어 출시했습니다. 세기말을 넘어 밀레니엄 시대를 밝히며 2000년 출시되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20여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두고 리마스터되어 재출시되다니 게임외적으로도 감회가 남다르네요. 과거에도 지금도 구원투수로서의 위치로 등판하는 '디아블로2'지만 그 위상과 산재한 문제점은 조금 다르죠. 지금의 블리자드만 생각하자면 과거의 패기에 넘쳐 인디게임회사에서 대형회사로 발돋음하며 살얼음판을 거침없이 밟아가던 상황과는 달리 지금은 누구나 좋아했던 게임회사에서 추락과 추락을 거듭하며 게임하나를 내면 유저들 눈치에 직원들 뒷말까지 단도리해야하는 위치가 되었죠. 뭐, 자업자득이겠지만요.
게임과 게임사를 걸고 넘어지자면 이야기가 한보따리지만 오늘은 디아2를 중심으로 한 게임이야기를 하려합니다. 이미 추억팔이에 신이 난 블리자드는 최후의 보루로 이번주 '디아2'를 출시했습니다. 바로 직전 리마스터작으로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사태가 일어난지 불과 1년 반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유저들의 기대는 대단했습니다. 사실 블리자드의 위상이 추락하는 과정과는 별개로 이상할정도로 '디아2'에 대한 기대는 커져만 간것도 사실입니다. 기대만큼 재미있는 것 없다라는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더군요.
블리자드는 추락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는 현재진행형이라 생각하지만 '디아2'가 어떤 반등을 줄지, 그 반대가 될지는 조금 지켜봐야겠지요. 2016년의 오버워치 이후로 5년동안 새로운 IP의 게임은 없었고, 블리즈컨 사태와 최근 직원들 성폭력 사태 등이 있었죠. 기존의 IP게임들도 관리 등의 이유로 유저들이 외면하기 시작했고 기껏해야 냈던 게임들이 모두 추억팔이 리마스터링 게임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는 정말 나락으로 가버렸죠.
이 게임사가 추억팔이를 하는 형식은 간단했습니다. 사실 블리자드 자체적인 IP는 그리 많지 않지만 정말로 인기있던 세계적인 명작게임들은 제법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한국인들이 사랑했던 게임들이었지요. 뭐, 워3는 논외로 하더라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높아진 해상도와 높아진 퀄리티의 그래픽은 기본이었고, 거기에 더해 리마스터링 대회개최와 당대 유명했던 게이머들을 소환해 방송에 등장시켰지요. 또 피쉬서버를 정식으로 인정하는 행위는 박수갈채를 받았지요. 거기에 멀티가 생명인 게임에서 과거의 게임과 함께 접속 및 대전이 가능했고 합리적인 가격까지 더해져 화룡점정을 찍었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는 어려웠지만 추억을 가진 이들에게 또다른 선물을 낳았고, 블리자드만의 추억보정효과에 의미있는 화답으로 아직까지 피씨방 순위에 상위권으로 남아있죠. 이번 디아2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투버를 통해 과거 디아2에 대한 추억팔이 놀이를 시작했고, 각종 트레일러를 통해 과거보다 향상되었지만 여전한 점을 더욱 어필했습니다.
잠깐 20여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당연히 피씨방 1등은 스타크래프트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게임이 다양하지 못했던 피씨방에 거의 원톱으로 스타크래프트가 80~90퍼센트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고 그 게임을 누른 것이 바로 '디아블로2'였습니다. 디아2는 복잡한 전략도 없었고 직관적인 스킬트리로 간단하면서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살아있었죠. 그리고 그러한 일이 오늘날 다시 재현된 것이죠. 놀랍게도 '디아2'는 출시되고 피씨방 순위 7위에 진입했고 더 놀라운 것은 스타 리마스터가 아직도 8위에 있다는 것이죠. 수많은 비난과 질타와는 별개로 아직까지 상위권에 나란히 있는 리마스터링 된 게임들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사뭇 남다른 것 같습니다.
'디아2'를 맞이하는 것은 기대에서 시작했지만 막상 출시가 되고서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 각종 버그와 서버다운 등으로 실망하는 사람들이 일단 많이 보이더군요. 거기에 더해 그래픽과 약간의 편의성이 개선되어 출시되었지만 최신게임들과 비교하자면 불편하고 모자른 점이 한참이었죠.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는데는 성공했기에 그 부분이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유저편의성보다 재현에 촛점을 맞춘 게임이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불호였습니다. 너무 불편해요.)
과거 이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가 문득 생각납니다. 던전위주의 전작보다 훨씬 넓어진 필드맵을 돌면서 느끼던 스케일과 던전 속 작은 쥐를 밟아도 터지던 디테일이 이젠 놀라움이 아닌 기본인 시대가 조금은 미워지더군요. 최근에도 즐기는 POE는 가볍게 즐기기엔 너무 어려워 별다른 계산없이 휠윈드를 돌리거나 시체폭탄을 터트리던 그때가 오히려 '다아2'를 접하며 다시금 느끼게 되는 아이러니. 수많은 유저들이 '포스트 디아블로'를 찾았고 이번 새로 출시된 '디아2'는 그 갈증을 채워주진 못할 듯 싶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대회로 본 한국게임 사견 : https://blog.naver.com/rdgcwg/221063998842
-블리자드 임모탈 사태를 보며 : https://blog.naver.com/rdgcwg/221395723278
-2프로 부족했던 2021 블리즈컨 : https://blog.naver.com/rdgcwg/222251742421
-포스트 디아블로를 향한 욕망 : https://blog.naver.com/rdgcwg/221768710054
-디아를 기다리며 4 : https://blog.naver.com/rdgcwg/222480350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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