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오렌지혈액'을 리뷰하면서, 일본의 동인 ESM인 'PLAYISM'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었죠. '루나 나이츠'또한 동일 배급사에서 발매된 메트로베니아 형식의 게임입니다. 18년 8월 20일에 앞서 해보기 단계를 시작해, 19년 2월 27일에 정식 발매를 확정지었죠. 게임의 개발사는 4명의 팀원으로 이루어진 'TEAM LADYBUG'입니다. 이전부터 애니메이션 블루레이 디스크에 들어갈 특전 게임을 개발하던 회사죠. 특정 애니의 코어 팬이라면 아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블루레이 특전 게임인 'RUN RUN 랜서!'나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부활의 베르리아'의 개발사가 바로 여깁니다. 진 여신전생의 외전작인 '진 여신전생 SYNCHRONICITY PROLOGUE' 또한 개발하기도 하였죠. 핵심은 이미 루나 나이츠를 개발하기 전부터 꽤나 경력이 있던 회사라는 것입니다.
진 여신전생 SYNCHRONICITY PROLOGUE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부활의 베르리아
"그렇다면 단순한 오타쿠 팬 게임 리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시며, 벌써부터 뒤로 가기에 손을 대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루나 나이츠는 원작 게임의 코어 팬이 아니더라도 꽤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원작을 모르더라도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아 무리 없이 넘길 수 있으며, 팬들만 이해하는 소위 '그들만의 유머'로 도배된 것 또한 아닙니다. 원작의 요소들을 게임 내에 잘 녹여 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플레이하더라도 게임 플레이에 지장이 오는 것도 아니죠.
이미 글 제목부터 눈치채신 분들도 많을 테지만, 이 게임은 '동방 프로젝트'라는 게임의 2차 창작 게임입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동방 프로젝트는 'ZUN'이라는 개발자가 만드는 1인 슈팅 게임이며, 자유로운 2차 창작을 통해 큰 인기를 가지고 있는 프랜차이즈입니다. 첫 작품으로부터 무려 2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죠. 팬들의 2차 창작 게임화도 꽤나 적극적인 편이라, 스타크래프트 2나 워크래프트 3에서 한국인이 만든 유즈맵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한국에서는 그 인기가 이제는 시들해진 편이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그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시리즈의 최신작인 동방귀형수
원작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이제 본 게임 이야기로 넘어가 봅시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홍마관이라는 저택에서 뱀파이어 주인을 모시고 사는 메이드 '사쿠야'가 주인공입니다. 자신의 주인 '레밀리아'가 재미를 위해 만들어낸 세계에서 여러 난관을 헤쳐 나가며, 왜 레밀리아가 이 세계를 창조했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자신의 특기인 '시간 정지'마저 봉쇄된 채로 말이죠.
뱀파이어 '레밀리아'가 흥미 본위로 만들어낸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주인님 나빠요
먼저 게임의 장르는 메트로베니아입니다. 기본적으로 도트 기반의 사이드뷰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하나의 거대한 맵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죠. 맵 곳곳에는 숨은 아이템들이 존재하며, 새로운 능력을 바탕으로 초반에는 진입할 수 없었던 구역에 갈 수 있기도 합니다. 적들을 처치해 경험치를 쌓아 레벨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적들이 사망할 경우에는 보석을 떨어트리는데, 종류별로 소지 개수에 따라 주인공의 능력을 강화시켜주기도 합니다. 물론 그 영향은 미미하기에 상점에 팔아서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도 있죠.
경험치를 쌓아 레벨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의 핵심 요소에 대해 설명하자면, 주인공인 사쿠야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능력이 봉인되어 게임 극 초반부에는 시간을 느리게 하는 수준에서 그치나, 곧 정지 능력을 다시 회복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간 정지 능력이 게임의 주요 포인트죠. 스킬 사용이나 공격에는 MP가 들어가지만, 시간 정지 능력은 TP라는 다른 능력치를 사용합니다. 시간이 정지된 상태에서 한 행동에 따라 TP가 오르거나 감소합니다. 또한 시간을 멈춘 상태에서 나이프를 던지고, 그 위에 올라타 높은 지대로 올라가는 등 무궁무진한 활용이 가능합니다.
오마에와 모 신데이루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루나 나이츠는 원작의 요소를 차용하여, 게임의 고유한 매력으로 녹여내고 있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요소는 '그레이즈' 입니다. 원작인 슈팅 게임에는 그레이즈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긁는'다는 뜻입니다. 적탄이 스칠수록 스코어가 더욱 많이 올라가거나, 특수 능력을 빨리 채울 수 있는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위험하지만, 오히려 적의 탄막에 과감하게 진입함으로써 여러 이점을 취할 수 있는 것이죠. 루나 나이츠 또한 동일합니다. 적의 근처를 지나가거나,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스칠 경우 소량의 마나와 체력을 회복시켜 줍니다. 그리고 시간 정지 상태에서 적에게 다가갈 경우에는 체력 대신 TP를 회복시켜 줍니다. 회복약은 꽤나 비싼 아이템이고, 기본 공격에도 MP가 소모되기에 항상 마나와 체력이 부족하단 걸 생각해 보면 원활한 클리어에는 그레이즈가 필수적이죠. 물론 그렇다고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난이도를 올리기 위한 꼼수도 아니고요. 스코어링 요소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레이즈 시스템이 실장되어 있는 만큼 사쿠야의 피탄 면적 또한 작기에, 다양한 능력을 활용하여 아슬아슬하게 적의 공격을 피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치 원작인 탄막 슈팅 게임처럼요.
언뜻 보면 피할 수 없는 공격처럼 보이지만
이런 방식으로 돌파가 가능하다. 그레이즈는 덤
약간 머리를 써야 하는 퍼즐 요소 또한 군데군데 놓여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간을 정지시킬 경우, 물 위를 걸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 정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오브젝트도 등장하기 시작하죠. 시간을 정지시키더라도 움직이는 발판, 역으로 움직이는 함정, 능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적 등 다양한 요소들이 플레이어를 괴롭힙니다. 그리고 이 난관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돌파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수의 적이 등장하는 복도를 돌파하는 과정을 생각해 봅시다. 플레이어는 하나하나 적을 제거해 나갈 수도 있지만, 시간 정지를 활용해 적들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약간 난이도가 있는 스테이지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불합리하거나 악의적인 난이도까지는 아니기에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약간 머리를 써야 하는 구간이 존재하기도
갈수록 악마처럼 느껴지는 메이드 요정들
다양한 공격 스킬 또한 존재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보스를 공략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강력한 전기톱을 사용해, 고정된 위치의 보스를 손쉽게 잡아낼 수도 있습니다. 호밍 블레이드를 사용해, 검이 적을 공격하는 동안 플레이어는 회피에만 집중할 수 있기도 합니다. 단검 보호막을 이용해 보스의 탄막을 파괴하며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기도 하죠. 또한 보스의 패턴 또한 합리적이기에 시간 정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클리어가 가능합니다. 오히려 후반부 보스는 멈춘 시간에서만 움직이는 탄막을 깔아놓기도 해, 무조건 시간을 정지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보스 또한 다양한 패턴으로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러한 요소들은 차근차근 개방되고, 설명 또한 친절하게 해주기 때문에, 원작을 모르더라도 적응이 어려울 일은 없습니다. 스토리 또한 정말로 단순해 접근하기 쉽구요. 그렇다고 팬들에 대한 배려가 없지는 않습니다. 저장을 대행해주는 '아큐'나, 거짓된 세계에서도 상점을 차리고 영업을 하는 '니토리', 그리고 던진 나이프를 회수하면 MP가 회복되는 요소까지. 원작 팬이라면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요소들 또한 군데군데 놓여 있습니다.
구작 레이무의 모습이 나오기도. 심지어 음양옥까지 재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도트 아트가 정말로 훌륭합니다. 도트 그래픽인데도, 주인공의 움직임은 끊김 없이 부드러우며 다양한 모션이 존재합니다. 보스 또한 동일하구요. 몇몇 몬스터들은 개발사의 다른 게임에서 우려먹은 듯한 모습이 보이지만, 이는 작은 흠집일 뿐입니다. 오히려 게임 설정상 잡몹들로 나타낼 요소들이 적다는 걸 생각해 보면 용인해 줄 수 있는 수준이구요. 그리고 직관적인 아트워크의 느낌 또한 좋습니다. 시간을 느리게 만들면 같이 느려지는 물방울이나 세이브포인트에서 전화를 걸 경우, 기록을 하는 아큐의 모습 등 이런 깨알같은 요소들은 게임 플레이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또한 원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OST도 놓치지 않습니다. 과감한 변형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빠른 피아노와 비트 위에 적절하게 어레인지 된 음악은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증가시켜 주죠.
모션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능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연출
야보세요?
즉 루나 나이츠는 팬 게임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개발진들의 숙련도를 바탕으로 만들어 낸 훌륭한 메트로베니아 게임입니다. 비록 플레이타임이 길진 않지만, 비싸지 않은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오히려 가벼운 게임이기에, 부담감 없는 마음으로 하기 더 좋죠. 짦은 볼륨이 아쉽다면 보스 러쉬나, 스피드런을 통한 파고들기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원작 팬이 아니라도 어느 정도의 오타쿠 테이스트에 거부감이 없는 분이라면, 가볍게 즐길만한 메트로베니아 게임으로 과감히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원작 팬이라면 필수 구매를 추천드리고 싶을 정도네요. 스위치 포팅 작업도 진행중이기에, 콘솔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이식을 기다려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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