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인디 게임들이 스팀에 발매되고 있는 현재, 가끔은 특정 장르에 대한 유행이 인디 시장을 선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크 소울'을 위시한 소울류 게임들의 범람이 그러했고, '다키스트 던전'을 필두로 한 어려운 난이도의 로그 라이트 게임의 대유행 또한 같습니다. 덕분에 단순히 버튼 클릭만 하면 누구나 엔딩을 볼 수 있는 기존의 캐주얼 게임들에서, 다소 불합리하고 복잡할지라도 깊이 있는 시스템과, 클리어에 대한 성취감을 주는 '파고들기형'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로그 라이트적 요소와 '하스스톤'같은 덱 빌딩 방식을 적절히 녹여낸 '슬레이 더 스파이어'가 굴지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비슷한 장르에 대한 수요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All Fine'이라는 소규모 팀에서 텀블벅의 후원을 바탕으로, 스팀에 '앞서 해보기'형식으로 출시된 '크로노 아크' 또한 덱 빌딩 시스템과 로그 라이트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는 게임입니다.
기본적인 서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갑자기 발생한 '뒤틀림'현상으로 인해 알 수 없는 괴물들이 인류를 습격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과학자들은 '방주'라는 부유섬을 만들어 사람들을 대피시킵니다. 하지만 방주의 가동이 완료되자, 알 수 없는 현상과 함께 거대한 시계탑만을 남기고 방주의 개발자들은 전부 실종되고 맙니다. 남은 사람들은 방주 바깥 세계를 탐험하며, 방주의 기술에 대해서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진전은 없는 상황. 플레이어는 기억을 잃은 소녀 '루시'가 되어 팀원들을 통솔하고 시계탑을 작동시켜 방주의 비밀을 밝혀내야 합니다.
캐릭터를 영입하고 스킬을 조합하여 스테이지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크로노 아크는 로그 라이트와 덱 빌딩이 혼재된 게임입니다. 캐릭터를 골라 고유한 스킬을 조합하고, 랜덤으로 생성되는 던전을 탐색하면서 아이템을 획득해 지역을 돌파해 나가야 합니다. 지역당 2개 정도의 맵과 보스가 있고, 전부 처치할 경우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는 방식입니다. 처음 지역에 진입했을 경우에는 고정된 보스가 나오나, 다음 지역을 해금할 경우에는 새로운 보스가 출연하기도 합니다. 아직은 앞서 해보기 단계이기에 세 단계의 지역만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로그 라이트형 게임답게 게임 오버를 당할 경우에는 플레이어의 레벨, 아이템 등 모든 것이 초기화됩니다.
연구소에서 아이템과 스킬을 해금할 수 있다.
하지만 당연히, 모든 요소가 랜덤성에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플레이어는 지역을 돌파할 때마다 얻은 재화로 등장하는 아이템과, 스킬의 가짓수를 늘려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진행해 나갈수록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 또한 해금이 가능합니다. 스타팅 시점에는 원하는 캐릭터를 2명 선택할 수 있으며, 보스를 처치할 때마다 캠핑장에서 랜덤으로 정해지는 세 가지 캐릭터 중 하나를 파티에 합류시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원한다면 솔로 플레이나 2인 플레이 또한 가능합니다. 최대 인원은 4인 파티입니다.
즉 랜덤으로 정해지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최선의 조합을 완성하고, 그 구성을 바탕으로 스테이지를 돌파해 가는 재미가 게임의 주요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크로노 아크의 난이도는 소위 말하는 매운맛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커뮤니티를 보면 많은 유저가 초반 1-2구역에서부터 난관을 겪고는 합니다.
본 리뷰어 또한 초반의 난이도에 계속해서 게임 오버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차차 시스템에 익숙해지자 곧 3 지역까지는 무난하게 도달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분명 쉬운 난이도는 아니지만 불합리까지는 하지 않아, 조금만 고민하고 조합을 맞추면 여러 시스템들이 맞물리며 전투의 재미가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라이트 유저를 위한 캐주얼 난이도 또한 존재하고, 익숙한 유저들을 위한 숙련 난이도 또한 존재해, 다양한 플레이어를 만족시키기 위한 장치도 구비되어 있습니다.
많은 유저를 좌절시키기도 한 마녀
계속되는 반복과 실패 속에서 성장해나가는 재미가 있다. 캐릭터건, 플레이어건
물론 크로노 아크가 기존 게임의 성공담만을 맹목적으로 좇는 것만은 아닙니다. 다양한 전략성을 확보하기 위해 게임에는 수많은 시스템들이 존재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루시에게는 전투 능력이 있지 않기에, 멤버를 선발해서 파티를 조합해야 합니다. 캐릭터마다는 고유한 특성과 공격 방식이 있어, 조합에 따라 전투의 양상이 크게 바뀌고는 합니다.
체력 게이지 또한 2가지의 방식으로 나뉩니다. 먼저 캐릭터가 공격받더라도, 피해를 받은 만큼 '회복 게이지'가 남습니다. 회복 게이지가 남아있는 한, 치유 스킬을 사용해 쉽게 체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다시 한번 공격받아 게이지가 사라질 경우, 회복 스킬의 효율성은 급감합니다.
또한 스킬을 덱에 넣어 사용하는 대신, 캐릭터의 고정 능력으로 편입시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마나만 충분하다면 상시 발동이 가능하지만 코스트가 증가하며, 한 캐릭터가 고정 능력을 사용할 경우 다음 턴까지 다른 캐릭터들은 고정 능력이 사용 불가능해지는 단점 또한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외에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스킬 카드마다 다양한 특성이 있어 서순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성도 존재합니다.
다행히 복잡할 수 있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이 불친절하지는 않습니다. 초반의 튜토리얼부터 차근차근 안내 메시지가 뜨기도 하며, 그 후라도 게임 내 UI에 설명이 덧붙여져 있어 충분한 주의만 기울인다면 시스템을 몰라 고생할 일은 없습니다.
또한 여러 편의성을 위한 시스템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서 탐사한 맵 곳곳은 빠른 이동 포인트로 지정되어 이동의 편리성을 제공합니다. 상점과 제련소를 오고 가야 할 때 불편하게 뛰어다닐 필요 없이 클릭 한 번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죠. 또한 구역을 넘어갈 때마다 진행사항을 일회성으로 저장할 수 있기도 합니다. 덕분에 게임을 진행하면서 복잡한 시스템으로 인해 불필요한 노가다를 해야 하거나, 시스템에 대한 설명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한 경험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작자가 여러 방면으로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12명의 캐릭터가 존재하며, 차차 추가될 예정.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설명을 볼 수 있다.
크로노 아크는 여러 면에서 다른 게임에서 차용해 온 듯한 요소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캐릭터 중 하나인 '리안'의 패시브는 '패링'입니다. 말 그대로 공격받을 경우 피해량을 감소시키고, 최상단에 배치된 자신의 스킬 카드로 반격하는 능력입니다. 또한 스토리의 연출 등 여러 면에서 소위 말하는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이 자주 등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설정들은 오히려 친숙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위에 언급했던 '패링'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직관적으로 스킬의 메커니즘을 대략 이해할 수 있던 것처럼 말이죠.
게임 곳곳에서 익숙한 연출이 등장하기도 한다.
전체적인 아트워크도 나쁘지 않다.
물론 세부적으로 살펴본다면 약간은 어수선한 UI, 특정 캐릭터에 편중되는 밸런스 문제, 문법 오류, 난이도 조절 문제 등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갓 출시된 앞서 해보기 단계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사안입니다. 제작자도 정식 출시까지는 약 1여 년 이상을 바라보고 있는 만큼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게 남아 있습니다.
즉 앞서 해보기 단계의 게임이 보여주어야 할 것은 전체적인 게임의 예상도입니다. 버그나 폰트 문제 같은 세부적인 요소들보다는 게임의 기본적인 틀과 방향성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죠. 여러 작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더라도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이 주는 재미나, 미래가 확실하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며 게임에 호평을 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크로노 아크가 '앞서 해보기'단계에서 보여준 기초적인 베이스는 분명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스트오버'로 촉발된 국내 로그 라이트 게임에 대한 불신감에도 불구하고, 크로노 아크가 스팀에서 계속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외람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