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는 없지만 이왕이면 게임을 미리 플레이 하고 읽는 걸 추천.
* 국산 2D 플랫포머 액션 게임.
제목은 산나비다.
* 스파이더맨의 웹스윙마냥 로프를 발사해가며 이동하고 전투를 치르는 게임이다.
게임의 핵심이며 사실상 이게 전부이다.
이동할 때도 로프를 걸고, 전투를 할 때도 로프를 걸고.
이 외에 두 어 가지 매커니즘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간결한 시스템을 자랑한다.
이 간결함이 마음에 들었다.
* 개인적으로는 이런 도트 그래픽의 작은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작고, 가벼우니까.
규모를 키울 수 없으니까 아이템이나 특성만 부랴부랴 늘리고, 그걸 랜덤화 해서 로그 라이크니 뭐니 하는 방패 뒤에 숨는 게임들이 많지.
그마저도 아이템과 특성을 많이는 못 만들겠으니 방패 앞에 로그라이트라고 써붙이기도 한다.
꼬추 떼야지.
* 반면 산나비는 겁내지 않고 스케일을 키웠다.
다양한 연출과 설정을 통해 게임을 하는 내내 대작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만약 산나비가 '혓바닥을 로프처럼 다루는 귀여운 생명체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숲을 모험하는 아기자기한 게임'이었다면 어땠을까.
난 쳐다도 안 봤을 거다.
지금만큼의 화제성도 없었겠지.
게임의 매커니즘 기획과 스토리 기획이 어느 한 쪽을 무시하지 않고 각자 탄탄하다.
* 산나비 제작진들은 규모의 한계에 전혀 위축 되지 않았다.
제작진들 스스로 집단 최면에 빠진 것만 같다.
'우리는 존나 개쩌는 AAA급 게임을 만들고 있어'라는 자가 최면을 말이다.
그리고 그건 좋은 자세다.
게임을 하는 나조차도 환각에 빠진 셈이다.
실제로는 갓 오브 워나 마블 스파이더맨 같은 대작 게임을 하는 건데, 뇌에 이상이 생겨서 도트 그래픽에 SD 캐릭터로 보이는 거지.
마침 주인공이 데빌 메이 크라이5의 네로나 메탈 기어 솔리드 5의 스네이크처럼 의수를 달고 있기도 하고,
라오어나 갓 오브 워처럼 부모 자식 관계를 그리고 있으니 이미 대작의 자격은 충분하다.
* 다만 공장 파트는 좀 아쉽다.
스테이지 내내 타임 어택을 강요하고, 실패하면 즉사라니.
아니 뭐.
즉사는 그렇다 쳐도 죽을 때마다 화면이 하얗게 물드는데 눈뽕 때문에 시력이 0.5는 떨어진 기분이다.
원래 플랫포머 장르는 발판을 밟는 게임 = 발판을 못 밟으면 죽는 게임이 맞다.
숨 쉬듯이 죽어야 한다면 그만큼 재시작도 빠르면 그만이지.
근데 재시작이 빠른 게임인데 이 공장 파트의 즉사빔은 죽기까지 과정이 있는지라 재시작이 유독 길게만 느껴진다.
눈뽕 때문에 스트레스도 심하고.
이게 이미 패치 된 거라고 하는데, 패치를 좀 더 해야 할 거 같다.
* 스토리는 좋은 부분도 있고, 나쁜 부분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정직하게 만든 거 같다.
비밀을 마지막까지 꽁꽁 감췄다가 푸는 식인데 너무 여기에 몰두를 해서 중간 과정이 지친다는 느낌이 든다.
계속 알 듯 모를 듯한 패턴의 대화를 나누고, 같은 의문을 던지고.
캐릭터들의 대화가 8~9시간 내내 빙빙 도는 느낌.
이야기에 전환이 없다.
*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인데 정작 게임은 결말을 위해 중간 과정을 억지로 채운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과정이 좀 더 능숙했다거나,
아니면 비밀을 여러 개 만들어서 일부를 초중반에 과감하게 미리 풀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후반에 분기로 인한 배드 엔딩이 존재하는데,
이게 진 엔딩을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구조라서 좀 인력 낭비처럼 보인다.
의미가 있나 싶더라.
* 결과적으로 무척 재밌게 했다.
요즘에 게임 불감증이 있어서 대작 게임은 사놓고도 못 하고 있었다.
대작 게임들 특유의 온갖 잡다구리한 시스템을 익히는 게 싫고, 열 손 가락 다 쓰는 복잡한 조작법도 귀찮으니까.
반면 산나비는 작은 게임이다 보니 시스템도 간단하고 직관적이어서 쉽게 몰입했다.
진짜로 최면에 걸렸다가 빠져 나온 기분.
아니. 분명 난 7만원짜리 AAA급 게임을 깼는데... 깨고 보니 사실은 만 오천원짜리 인디 게임이었다고?
허...
* 특징.
대작 게임을 하는 기분에 들게 하는 소규모 플랫포머 액션 게임.
* 장점.
압도적인 연출과 비주얼.
단순 간결한 조작법.
내 뜻을 거스르지 않는 조작감.
느낌표를 잘 찍어주는 인상적인 보스전.
흥미로운 스토리.
분위기를 살려주는 강렬한 사이버펑크 풍 음악.
스킵 기능이 잘 됨.
자질구레한 수집 요소가 없음.
* 단점.
어려움과 눈뽕으로 스트레스 유발하는 공장 파트.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
플랫포머 게임 특성상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어려울 수도 있음.
늘어지는 후반부.
시네마틱이(?) 넘 많음.
스토리 나올 때 옵션에 못 들어감.
(IP보기클릭)61.43.***.***
사실 스토리 플롯 자체는 익숙한 클리셰가 맞음. 전개 와중에 플레이어로 하여금 '어 이런 전개로 갈거 같은데?' 라고 예상할 수 있게끔 단서를 일부러 던져주기도 하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게임을 높게 평하고 싶은 부분은 후반 파트에서 순차적으로 스토리를 풀면서 플레이어의 스토리 몰입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전개로 이끌고 하이라이트에서 빌드업 해온 스토리와 감정선을 일시에 터트려서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형태라는 점이죠. 후반부의 늘어지는 부분은 사실 플랫포머 구간의 난이도만 조금 더 낮추고 템포만 올렸어도 어느정도 해소됐을듯 하네요. 저도 그 부분은 조금 아쉽다고 여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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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토리 플롯 자체는 익숙한 클리셰가 맞음. 전개 와중에 플레이어로 하여금 '어 이런 전개로 갈거 같은데?' 라고 예상할 수 있게끔 단서를 일부러 던져주기도 하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게임을 높게 평하고 싶은 부분은 후반 파트에서 순차적으로 스토리를 풀면서 플레이어의 스토리 몰입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전개로 이끌고 하이라이트에서 빌드업 해온 스토리와 감정선을 일시에 터트려서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형태라는 점이죠. 후반부의 늘어지는 부분은 사실 플랫포머 구간의 난이도만 조금 더 낮추고 템포만 올렸어도 어느정도 해소됐을듯 하네요. 저도 그 부분은 조금 아쉽다고 여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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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 정돈가?' 하는 경험은 다들 하나씩 있죠 ㅎㅎ | 23.12.29 22:4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