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미셸 투르니에
역자 - 김화영
출판사 - 민음사
쪽수 - 394쪽
가격 - 9,000원 (정가)
미셸 투르니에와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은 18세기 고전으로 꼽히는 영국 작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투르니에가 뒤집어서 다시 쓴 소설이다. 무인도에 표류한 로빈슨의 모험은 '성서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빈번한 출판과 번역의 대상'이 되어왔으므로 투르니에가 소설로 쓰기 이전에 모두가 알고 있었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것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한 우화로, 거칠고 투박한 인적미답의 자연에 대한 서구 식민주의 문명의 승리를 그려 보인다. 진취적인 용기, 독립심, 개척 정신, 청교도주의, 경제적 인간 등 이른바 영국적인 가치관이 소설이라는 형식 속에 투영되어 현대적 신화의 차원에 이른 것이다. 그러므로 투르니에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로빈슨의 신화를 '다시 쓴'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더군다나 투르니에는 로빈슨의 이야기를 다시 쓴 최초의 작가도 아니고 유일한 작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이 현대 패러디 문학의 대표적 저작물로 꼽히는 이유는 투르니에 고유의 서사적 방법 때문이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신화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오늘날의 세계 속에서 다시 살아나게 하는 특유의 서사적 방법은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이다.
그의 대표작인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의 탄생 배경에는 두 가지 중요한 계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가 프랑스에서 한동안 절판이었다가 재출간 된 것이고, 두 번째는 투르니에가 유명한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에게서 강의를 듣고 지도받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그는 인간박물관에서 인류학, 언어, 야만인과 문명의 개념에 대하여 배운 바를 염두에 두면서 <로빈슨 크루소> 를 읽었다. 그 순간 그는 이것이 바로 새로운 소설의 소재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는 레비스트로스를 통하여 눈뜨게 된 새로운 인류학적 성과를 활용하면서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자기 식으로 다시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목 차
프롤로그
1장∼12장
작품 해설 / 김화영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의 신화적 해석
작가연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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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는 유명한 저자들의 부고 소식이 많네요.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미셸 투르니에'가 2016년 1월 18일 고령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위 작품은 투르니에의 첫 저작입니다. 로빈슨 크루소에 내재된 식민지 세계관을 비틀기 위해, 프라이데이를 전면으로 내세운 독특한 작품입니다.
투르니에의 공쿠르상 수상작인 '마왕'은 이번을 계기로 새 판본이 나오길 바라네요.
故 미셸 투르니에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