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원작 드래곤볼
만화 [드래곤볼]에 대한 소개가 새삼스레 필요할까. 연령별로 20대의 이용률이 가장 높다는 루리웹의 지난 3주년 이벤트 결과 분석을 참고하자면,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드래곤볼이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 또 \'손오공\'이나 \'사이어인\'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비록 만화가 완결된 이후로도 꽤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는 어느덧 고전(古典)의 반열에 들어섰지만, 지금의 20대에게 드래곤볼은 현재 진행형인 만화로 감동을 안겨다주던 명작으로서 가슴 한 구석에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으리라 본다. 물론 명작은 시대와 세대를 가리지 않으므로, 대상을 꼭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의 20대로 한정짓지 않아도 [드래곤볼]에 대한 추억은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지니고 있을 테고 말이다.
본디 드래곤볼의 스토리는 순수하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여느 만화와 다를 것 없이, 명랑하고 밝은 분위기를 잔뜩 풍기며 시작됐다. 부르마를 위시한 다수의 여성 캐릭터들에 의해 성(性)적인 코드가 일부 삽입된 것도 여느 일본 만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점점 성장하는 주인공과 개성 강한 캐릭터들, 그리고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늘 새롭게 등장하는 더 높은 전투력의 적 캐릭터들이 어우러지면서 비로소 [드래곤볼]만의 매력이 하나씩 발산되기 시작한다. 꼬리가 있을 때 보름달을 보면 거대 원숭이가 되어 버리는 사이어인, 잘려나간 신체를 재생해 낼 수 있는 나메크성인, 신(神)과 계(界)왕 같은 우주 및 사후 세계의 질서 등 [드래곤볼] 특유의 설정과 세계관에 빠져들게 되면 이제 어느 덧 이 만화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캐릭터들이 각자의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들이 나름대로 잘 아귀가 맞아떨어진다는 점, 그리고 초반부에 웃으며 가볍게 넘겼던 이야기(레드리본군 스토리 등)가 후반부에 적잖은 크기의 반전으로 다시 찾아온다는 점 등 신선한 요소들이 계속 새롭게 등장하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40여권에 달하는 이 만화의 끝을 봐 버리고 말도록 만드는 힘이다.
얘들만 보면 [드래곤볼]도 여느 코믹스와 크게 다를 바 없다 |
비록 전체 스토리에 걸쳐 워낙 많은 반전이 등장하고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혹성 베지타에서의 스토리부터 이야기의 앞, 뒤를 냉정하게 따져나가다 보면 뭔가 엉성해서 꼬집고 싶은 부분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구와 나메크성의 용신에게 비는 소원의 내용에 대해서는 그 어릴 적의 나와 내 친구들까지도 수많은 발전적 대안들을 논의한 바 있었으니, 세계적으로는 얼마나 좋은 의견들이 나왔을지 모를 일이다. 또 종반부에 들어서는 벌여 놓은 스토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듯 황당한 내용으로 수습해 완결 짓는 모습을 보여 아쉽기도 하다. 그렇지만 전체 스토리의 방대함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씩이나 앞뒤를 맞추며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가슴속에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만화로 완결 지었다는 점만으로도 [드래곤볼]은 \'위대한 명작\'이란 평가에 손색이 없다.
드래곤볼과 게임
게임 [반지의 제왕]이 제작된 이유를 간단히 생각해보면 소설 원작과 영화 등의 흥행에 힘을 입어 확실한 제반 사항을 갖추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탄탄한 기본 사항들과 높은 인지도가 이미 준비 돼 있으니, 그야 말로 다 차려진 밥상에 수저만 예쁘게 놓으면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EA는 그 상황에서 아주 예쁜 수저와 젓가락을 준비하진 못했어도, 식사를 즐기기에 충분한 도구들을 놓았다고 평가할 수 있고 말이다.
이런 식의 장사가 돈을 남기는 확실한 방법이라면, [드래곤볼]이야 말로 확실한 제반 사항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드래곤볼]만큼 오랜 역사를 두고 꾸준히 게임화 되어 온 경우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것도 반다이(BANDAI)라는 하나의 제작사에 의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패미컴(FC)용으로 제작된 손오공의 어릴 적 스토리를 다룬 게임이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후 완벽하게 클리어 했던 청년 오공의 스토리 [드래곤볼Z]가 1990년에 같은 기종으로 발매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충 그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앞서 우수한 제반 사항을 잘 차려진 밥상에 비유했는데, 이것은 게임 제작에 있어 굉장히 유리한 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원작을 욕되게 한다는 이유로 게이머가 밥상을 엎어버릴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FC용 [드래곤볼Z] 시리즈는 [드래곤볼]을 추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최초이자, 최대의 히트작으로 손꼽힌다.
가장 먼저 FC용으로 등장한 드래곤볼 게임은 플레이어가 손오공을 움직여 스테이지를 클리어해가는 액션 형식의 게임이었는데, 당시의 눈으로 보더라도 다소 조악한 그래픽과 조작성을 보여주는 것에 그쳐 캐릭터 게임의 한계만 확인한 채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사라져갔다. 그러나 이후 [드래곤볼 대마왕 부활]이란 이름의 후속작에서 당시로서는 너무도 획기적이어서 [드래곤볼]과 그다지 매치 되지 않아 보이는 [카드게임방식]을 도입, 카드를 이용해 맵을 이동하고 전투를 치렀는데 이것이 꽤 높은 게임성을 보여주어 많은 게이머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은 이후 등장한 [드래곤볼 Z] 시리즈에도 그대로 계승되어 많은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인터페이스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참고로 라데츠전부터 베지터전까지의 지구 스토리를 다룬 FC용 [드래곤볼 Z]는, 원작의 스토리 라인에 따라 차례대로 [드래곤볼 Z II], [드래곤볼 Z III]가 시리즈로 발매됐으며 이들 모두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드래곤볼 Z II]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드래곤볼Z 외전]을 끝으로 슈퍼패미컴(SFC)으로 플랫폼을 옮긴 반다이는 Z 시리즈의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한 [초사이어인 전설]에 이어 [초무투전]에서 다시 한 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기존의 카드 배틀 방식이 아닌 본격적인 대전 액션 게임으로 장르를 바꿔 전투의 재미를 직접 느끼도록 한 것이다. [초무투전] 역시 히트에 힘입어 시리즈로 제작되었으며, 당시 메가드라이브(MD) 사용자들의 거센 요구에 따라 [무용열전]이라는 동(同)타이틀이 발매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PC엔진, 세가 새턴,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 게임보이 시리즈 등 다양한 기종으로 총 30개에 가까운 [드래곤볼] 게임들이 제작된 바 있다. 그렇지만 패미컴용 [드래곤볼Z] 시리즈, 슈퍼패미컴용 [초무투전]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같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같은 제작사의 게임이 30 종류나 있는데, 그 중에서 히트한 게임은 10개도 채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드래곤볼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게임 장르?
[드래곤볼] 게임 시리즈가 국내에서 히트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언어적인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아무리 [드래곤볼]의 스토리를 꿰고 있다고 해도 게임 내내 화면 가득 뿌려지는 일본어들을 이해하지 않고는 수박의 겉만 핥는 꼴이다. 게임 전반의 대사를 모두 번역한 대사집이 훌륭한 퀄리티로 선보여진 시점이 PS로 발매된 스퀘어의 [파이널판타지 7]쯤이었던 것으로 생각해본다면, 그 훨씬 전인 상황에서는 일본어가 게임을 즐기는데 분명한 장벽으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아울러 [드래곤볼]은 원작의 특징상 스토리를 충실히 표현해 내야하는 한편, 격렬하고 극적인 전투 장면을 멋지게 표현해 내야 한다. 몇몇 [드래곤볼] 게임들은 플랫폼의 한계 혹은 기술력이나 성의 부족으로 정지된 이미지 몇 장과 텍스트 나열로 게임 전체를 진행한 까닭에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다.
똑같이 일본어가 난무함에도 [드래곤볼Z]와 [초무투전] 시리즈가 성공한 이유는 언어의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무언가, 즉 게이머가 빠져들 수 있는 요소들을 개발, 적용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그림의 의미만 대충 파악해도 즐길 수 있는 카드 게임 형식을 도입해, 카드에 그려진 공격력과 방어력, 속성을 이해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역동적인 전투 상황을 전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후자의 경우는 일본어를 한 글자도 모르더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대전 액션 방식을 채택했고, 수퍼패미컴의 연출력을 최대한 활용했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언어의 이해가 가능하다면 이 게임들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겠지만, 필자가 어릴 적 일본어를 한글자도 모른 채 [파이널 판타지 III]를 꽤 재미있게 즐겼던 것을 생각하면, 역시 게임은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게임성이 가장 중요한 코드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국내 흥행에 실패한 몇몇 작품의 경우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히트한 작품 이외의 게임들은 대부분 텍스트 어드벤쳐 방식을 띠거나, 게이머로 하여금 몰입하도록 만드는 신선한 게임성을 제공하지 못하는 등 분명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요약하면, [드래곤볼]의 게임화에는 히트한 두 전작들의 특징을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일본어가 큰 장벽으로 느껴지지 않는 게이머들도 상대적으로 많아졌고, 대사집이나 번역 공략집 등을 접하기도 쉬우니 언어 문제는 조금 논외가 되었지만 말이다.
원작 재현에 충실한 풀 3D 그래픽
앞서 이야기한 내용들을 종합해 볼 때 최근 출시된 PS2 용 최신작 [드래곤볼Z]는 히트한 전작들의 특징들을 아주 잘 분석한 결과물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대전 액션 게임 장르를 채택해 [초무투전]에서 인정받은 조작감과 게임성을 보증하면서, 스토리 보여주기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게다가 게이머가 조작하는 실시간 대전 및 스토리 보여주기는 모두 실시간 3D 그래픽으로 표현된다.
이 게임의 오프닝에서 접하게 되는 실시간 3D 그래픽은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원작이 2D 애니메이션(혹은 만화)이라는 점 때문에 오는 일종의 괴리와 적응 과정으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실제로 게임 속 스토리 모드를 진행하면서 계속 보여지는 3D 그래픽은 원작을 굉장히 잘 재현해 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3D 그래픽 특유의 입체감과 무게감의 표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드래곤볼] 전체 스토리의 주요 장면들을 재연하는 CG들의 시점 및 연출이 2D 원화의 그것을 잘 살리고 있어 인상적이다.
각각의 파트마다 조금씩 다르게 보여지는 실시간 오프닝 CG |
당연히 오프닝 및 스토리 모드에서 실시간 CG로 표현되는 3D 캐릭터들은 대전 상황이 벌어지면 게이머가 직접 조종하게 된다. 단순히 보여지기만 하는 상황에서의 CG와 게이머가 직접 조종하게 되는 상황에서의 CG가 완전히 동일한 퀄리티라는 이야기다. 아울러 대전 상황에서의 스테이지 역시 3D 그래픽으로 표현되는데, 테크모의 [DOA]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스테이지 상태 변화도 가능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즉, 상대를 바위산에 내동댕이치면 바위산이 무너지면서 스테이지 그래픽이 무너진 바위산 근처로 바뀌는 식의 연출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2D 일러스트로 꾸며진 깔끔한 메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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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도 3D 그래픽으로 구성돼 있다 |
두말할 것 없는 스토리 모드!
싱글 플레이로 진행되는 이 게임의 스토리 모드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원작의 재현에 충실하고 있다. 스토리는 정확하게 패미컴의 [드래곤볼Z] 시리즈 1, 2, 3편 분량을 모두 담았는데, 다시 말해 손오공(카카로트)의 형이자 사이언인인 라데츠가 지구에 도착해 손오공의 아들 오반을 납치하고 손오공, 피콜로와 전투를 벌이는 이벤트에서부터, 최강의 인조인간 셀이 벌이는 셀 게임까지의 분량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스토리는 정확히 패미컴 [드래곤볼Z]의 편 구분과 동일하게 강적 캐릭터와의 전투를 기준으로 베지터, 프리더, 셀의 세 파트로 나뉜다.
아울러 각각의 파트는 일단 손오공과 손오반의 시점으로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되는데, 엔딩을 본 뒤 다시 스토리 모드를 시작하면 전체 스토리 플로우 차트가 펼쳐지며 피콜로나 베지터와 같은 주인공급 조연들의 시점으로 중간중간 빠뜨렸던 전투와 이벤트를 마저 치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메크성에서 베지터가 자봉이나 리쿰과 격돌하는 상황은 최초 스토리모드 진행 시에는 손오공 중심의 시점이기 때문에 건너뛰지만, 일단 한 번 엔딩을 본 뒤에 베지터 시점의 스토리를 선택할 경우 CG를 감상하고 전투를 치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오공을 중심으로 일단 게임을 클리어하게 되면 스토리 모드가 굉장히 짧다는 느낌을 받지만, 다른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 모드까지 모두 클리어하게 되면 그렇게 짧지만은 않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참고로 특전 개념의 \'미스터 사탄\' 스토리도 숨겨져 있으니 찾아보도록.
액션은 [철권]류 게임의 축소판 느낌
이 게임의 장르는 분명 대전 액션이다. 스토리 모드에서도 상황을 설명해주는 CG가 흐른 뒤에는 곧 \'배틀\' 혹은 \'액션\'과 같이 게이머가 직접 조종해야하는 이벤트가 발생한다. \'배틀\' 이벤트는 말 그대로 상대 캐릭터와 벌이는 일 대 일 전투인데, 기본적으로 [초무투전]의 3D 판이자, [철권]류 3D 대전 액션 게임의 축소판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하늘에 떠 있을 수 있고, 체술뿐만 아니라 기공포를 사용할 수 있으며 기를 모은다는 점에서 [초무투전]의 시스템과 흡사하지만 [초무투전]에서 볼 수 있었던 대형 기공포 대결이나 자유로운 무공술(공중을 나는 기술) 시전은 불가능하다. 본 작에서 무공술은 자신의 연속기나 상대에 의해 공중에 남게 됐을 때만 사용할 수 있고, 게이머가 직접 하늘로 날아오를 수는 없다.
한편 [드래곤볼Z]는 원거리에서 기공포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철권]류의 3D 대전 액션 게임과 마찬가지로 근접 전에서의 체술이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자신의 기력 게이지를 채우기 위해서 체술 콤보를 성공시켜야 함은 물론, 상대에게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대형 기공포 역시 체술 콤보에 의해 발동되기 때문이다. 별도의 가드 버튼이 사용되고, 적 캐릭터를 중심으로 원형의 좌우향 턴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그들 게임과 유사하다.
전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기력 게이지라고 할 수 있다.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른 액션 게임들이 그렇듯, 상대의 공격이 끝나는 시점이나 도중의 빈틈을 최대한 파악해 공략해야 한다. 이 게임은 총 세 단계의 난이도 중 하나를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는데, 가장 쉬운 난이도를 택하더라도 스토리 모드의 마지막 보스인 셀 완전체쯤이 되면 거의 빈틈없는 공격을 구사하기 때문에 짧은 타이밍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아울러 상대에게 큰 데미지를 입히거나 게이머의 캐릭터에 상태 변화를 주기 위해 사용되는 기력 게이지는 항상 주의해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손오공이 계왕권을 사용하거나 초사이어인 상태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기력 게이지를 확보해야만 하고, 가메하메파와 같은 대형 기공파를 사용하기 위해서도 일정량의 기력 게이지를 소모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력 게이지는 가드 버튼을 누른 채 뒤쪽 방향키 두 번을 누르는 것으로 모을 수 있는데, 좀처럼 상대가 기 모을 틈을 주지 않으므로 주로 체술 콤보를 성공시켜 기력 게이지를 보충하거나, 상대가 쓰러졌을 때 놓치지 말고 기력 게이지를 회복시켜야 한다.
캡슐 시스템과 천하제일 무도회
\'캡슐\'은 [드래곤볼Z]의 시스템 면에서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FC용 타이틀에서의 \'카드 게임\'과 마찬가지로 본 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우선 게이머는 스토리 모드를 진행하면서 필수적인 캡슐들을 하나씩 얻을 수 있다. 이 캡슐들은 특정 캐릭터의 기술이 될 수도 있고, 1회용 호이포이 캡슐이 될 수도 있으며, 캐릭터 자체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게이머는 \'스토리 모드\'를 비롯해 \'대전\', \'연습\', \'천하제일 무도회\' 등의 메뉴에서 총 23명에 달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사용하기 위해 우선 해당 캐릭터를 사용하게 해주는 캡슐을 얻어야 한다. 캐릭터 캡슐은 스토리 모드를 클리어하는 중에 대부분 획득할 수 있지만, 일부는 일정 조건을 달성해야만 특전으로 주어진다.
한편 캐릭터의 기술을 담은 캡슐은 능력, 체술, 보조의 세 종류로 나뉘는데, 각각의 색깔(빨강, 파랑, 초록)로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획득한 스킬 캡슐은 \'스킬 편집\' 메뉴를 통해 캐릭터마다 캡슐 구분 없이 총 7개를 장착할 수 있다. 게이머는 자신의 캐릭터에게 적절한 스킬 캡슐을 조합해 장착함으로써 필살기가 강한 캐릭터, 체술이 강한 캐릭터, 기본기가 강한 캐릭터와 같이 특징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파이널 판타지 7]의 \'마테리얼 시스템\'과 비슷한 개념이라 보면 된다. 같은 캡슐을 두 개 장착하면 다른 캡슐을 장착할 공간이 줄어드는 대신, 해당 캡슐의 기능이 2배로 강해지는데, 그렇다고 동일한 캡슐을 3개 이상 장착할 수는 없다.
자신이 획득한 캡슐과 그 캡슐을 장착한 캐릭터 정보는 메모리 카드에 저장되어 \'대전\'이나 \'연습\' 메뉴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다른 메모리 카드에 담긴 캡슐과 트레이드할 수도 있다(트레이드는 캡슐이 트레이드 가능한 캡슐일 때만 가능한데, 이는 캡슐 시트 하단에 표시된다). 이로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담은 메모리 카드를 이용해 친구와 대전하거나 특정 기술을 맞 교환하는 일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런 캡슐들은 스토리 모드를 통해 자동으로 획득하는데 한계가 있다. 필수적인 캡슐들을 모두 얻었다면 \'천하제일 무도회\'를 통해 돈을 벌어 \'스킬 편집\' 메뉴의 미스터 포포에게 캡슐을 구입해야 한다. 특이하고 강력한 캡슐들은 주로 미스터 포포에게 구입할 수 있는데, \'드래곤볼\'이나 \'천하제일 무도회 난이도\' 캡슐들은 그 좋은 예이다.
천하제일 무도회에 대한 반다이의 애착을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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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는 게임, 그러나...
서두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드래곤볼]에 대한 추억은 많은 사람들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제작사도 그것을 믿기 때문인지 이 게임의 스토리 모드에서 보여주는 CG는 원작의 핵심적인 내용들만을 재현하는데 그치고 있다. 즉, [드래곤볼]이라는 만화를 사전에 접해 스토리를 모두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핵심적인 내용들만 콕콕 집어 줌으로써, 여러 개의 큰 돌로 긴 강을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를 만들어주고 그 강을 건너는 것은 게이머의 몫으로 남겨둔 것이다. 물론 원작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이것들을 모두 실시간 CG로 담아내는 것이 무리인 것은 사실이며, 그렇다고 장황하게 텍스트로 이야기를 푸는 것 역시 시도했다면 \'흥행 실패 드래곤볼 게임\'의 전철을 밟는 꼴이 될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결국 [드래곤볼Z]의 지금 모습은 [드래곤볼]의 인지도에 대한 반다이의 굉장한 신뢰를 보여주는 한편,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게임은 만화나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에 충분히 감동했던 게이머들로 하여금 기억 속 추억을 더듬어 그 때 느꼈던 큰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줄만한 제대로 된 게임이다. 그렇지만 [드래곤볼]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이 게임의 스토리 모드에서부터 토막토막 잘려진 CG를 이해할 수 없음에 실망하고, 전투가 [철권], [버추어 파이터], [DOA] 시리즈 등과 같은 게임들에 비해 단조롭다는 점에 재차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드래곤볼]을 보지 못한 독자가 이 글을 읽는다면 정확히 셀 게임까지의 [드래곤볼]을 구해 읽어 보라 권하고 싶다. 분명 이 게임이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다. 물론 아련한 추억 속에 묻어 둔 게이머들의 감동에 비하면 조금 덜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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