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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PS3와 X360 버전 철권 6가 정식으로 발매되고 나서 약 한 달 정도 간격을 두고 PSP용 철권 6도 정식으로 발매되었습니다. 2007년 11월 아케이드 버전 가동 이후 2년 만에 가정용으로 이식된 철권 6는 PS3와 X360과 함께 휴대용 기기인 PSP로도 함께 이식 작업이 진행되었고, 개발이 잠시 중지되기도 하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11월 27일 정식 발매가 이루어졌습니다. 전작이라 할 수 있는 PSP용 철권 DR(2006년 7월 6일 발매)은 PS2용 철권 5(2005년 3월 31일)에 비해 1년 이상 늦게 발매되었지만 이번 PSP용 철권 6는 거치형 콘솔 버전과 거의 동시기에 발매되었고, 2010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일본 발매일보다 훨씬 일찍 발매된 것 또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일찍 발매된 PSP용 철권 6. |
기본 베이스는 아케이드 버전의 철권 6 BR. |
PSP용 철권 6는 이전에 발매되었던 PSP용 철권 DR이나 원더스완/GBA용 철권 타이틀과는 달리 휴대용 기기로 발매된 철권 시리즈 중에서는 유일한 정식 넘버링 타이틀로, 거치형 콘솔 버전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발매되었다는 점에서도 그 무게감은 상당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또한 지금까지 한국에 정식발매된 철권 시리즈가 모두 자막 한글화가 이루어졌듯 PSP용 철권 6 역시 자막 한글화가 이루어졌습니다(정확히는 본체 언어 설정에 따라 한글/영어/일본어로 출력되는 방식). 자막 한글화와 더불어 정식 발매 가격도 38,000원으로 책정되면서 그야말로 다른 타이틀에 비해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의미로 국민 대전 게임다운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휴대용 기기로는 최초의 넘버링 타이틀이다. |
본체 언어 설정에 따라 한글/영어/일본어로 플레이 가능. |
철권 DR과 비교해 캐릭터 묘사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적잖은 부분이 개선되었습니다. 팔다리나 기타 세부적인 묘사는 대전 화면에서 튀지 않을 정도로만 간략화하는 대신 캐릭터의 얼굴 묘사에는 상당히 힘을 써서 확대 연출이 많은 이벤트 연출이나 승리 화면에서도 제법 만족스러운 화면을 보여줍니다. 아케이드 버전에 비하면 효과는 미미해졌지만 배경을 돌아다니는 양이나 돼지 같은 부가적인 요소도 빼놓지 않고 집어넣어서 원작의 분위기를 꽤 멋지게 재현했습니다. 다만 캐릭터 셀렉트 때 캐릭터 모델링을 띄우는 게 아니라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것은 철권 DR과 같지만 한 번에 40명이라는 많은 캐릭터를 불러오다 보니 철권 DR에 비하면 일러스트의 화질은 조금 낮아진 편입니다.
그리고 철권 6 특유의 시스템인 모션 블러 효과를 PSP 자체의 액정 잔상 효과로 제법 멋지게 재현했습니다(PSP-3005번은 불가).
약간의 변경점은 있지만 기본 그래픽 수준은 철권 DR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이 사실. |
다소 생략은 되었지만 어지간한 연출은 모두 재현. |
철권 DR에 비하면 좀 헉스러운 캐릭터 셀렉트 화면. |
또한 단순히 바닥이 부서지는 듯한 효과를 넣었던 전작과 달리 철권 6는 아케이드 버전에서부터 벽이 부서지고 바닥이 내려앉으며 배경이 변하는데, 만약 PSP 버전에서 이러한 요소를 삭제하면 철권 6라는 게임을 이루는 커다란 시스템이 빠지고, 이로 인한 전술 운용에도 적지 않은 차이가 생겼을 겁니다. 하지만 PSP라는 하드웨어적인 문제로 이러한 요소를 삭제하지 않고 아케이드 버전의 요소를 대부분 그대로 가져온 것은 꽤 놀라운 부분입니다. 기본적인 공중 콤보는 물론, 바운드 콤보와 벽 콤보, 바닥 붕괴 콤보 등이 철권 6의 대표적인 시스템으로 꼽히는 만큼 PSP 버전에도 훌륭하게 이러한 요소를 살렸고, 아케이드 버전과 비교해도 큰 위화감 없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설마 하던 바닥 붕괴 시스템도 완벽하게 재현. |
물론 레이지 시스템 역시 그대로 들어갔다. |
철권 시리즈의 가장 대표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공중 콤보 시스템과 더불어 체력 게이지가 일정 수치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발동되는 레이지 시스템과 벽 콤보, 바운드 콤보로 인해 철권 6는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몰아붙이는 공격이 가능하며, 체력이 거의 없는 아슬아슬한 상태에서도 적을 한 번 띄운 후 공중 콤보와 바운드 콤보로 상대를 벽으로 몰아붙인 뒤 정성어린 후속 공격으로 역전할 수 있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치우친 듯한 시스템으로 인해 그들만의 리그가 되었다든지 한방 게임이 되었다는 비난도 있지만 어쨌든 이러한 주요 시스템을 PSP로 적절히 잘 살려냈으며, 사운드도 철권 DR에 비하면 정말 호쾌해졌기 때문에 게임 자체의 박력은 한층 올라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의 성능으로 인해 부족함은 느껴지지만 아케이드 버전을 훌륭하게 이식했다. |
또한 프레임도 전작에 비해 많이 안정된 느낌입니다. 특히 승리 화면과 이벤트 연출에서 눈에 띄게 프레임이 떨어졌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이벤트 장면이나 승리 화면에서도 꽤 매끄럽게 화면이 돌아갑니다. 간혹 벽 콤보를 과격하게 넣거나 특정 캐릭터와의 이벤트 연출에서는 프레임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 외의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를 할 때는 매우 매끄럽게 화면이 돌아갑니다. 거대 보스인 아자젤과 낸시 언니와의 대전도 무리 없이 이루어지며, 캐릭터와 배경의 묘사는 아케이드 버전 철권 6에 비하면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PSP라는 하드웨어의 성능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 아케이드의 느낌을 무난히 살려낸 것 자체가 철권 시리즈 팬들에게는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벤트 장면이나 승리 포즈에서도 프레임이 부드럽다. |
낸시 언니와 아자젤도 그대로 등장. |
게다가 메모리스틱에 데이터를 인스톨하면 PS3나 X360으로 발매되었던 철권 6은 물론 아케이드 버전과 비교해도 쾌적하게 느껴질 정도로 빠른 로딩을 자랑합니다. 데이터 인스톨 대상이 아닌 엔딩 동영상을 볼 때를 제외하곤 스토리 모드나 아케이드, 고스트 배틀 모드 등 대부분의 모드를 플레이할 때는 모조리 메모리스틱에 있는 인스톨 데이터만 사용하는지 UMD 구동음조차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도 PSP용 철권 6의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PS3와 X360 버전 철권 6가 로딩 문제 때문에 꽤 격하게 지적당한 것을 생각하면 PSP용 철권 6는 무척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일단 데이터 인스톨만 해두면 아예 UMD 구동음을 들을 일도 거의 없을 정도. |
이전 작품에 비하면 엔딩 내용이 성의가 좀 없다거나 너무 짧아진 듯한 엔딩 동영상이지만 오프닝 동영상과 함께 플레이 캐릭터 40여 명의 엔딩 동영상이 충실하게 수록되어 있으며, 기대한 바에는 못 미치지만 거치형 콘솔 버전에는 없었던 알리사와 라스의 엔딩 영상도 추가되었습니다. 또한 커스터마이즈 모드 역시 재현해서 취향에 맞게 캐릭터를 꾸밀 수 있고, 아이템 사용 기술 역시 사용할 수 있어서 어쨌든 제한된 성능으로도 아케이드 버전을 최대한 충실하게 이식한 듯한 인상입니다. 물론 하드웨어 성능으로 인해 커스터마이즈 모드가 조금 축소되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커스터마이즈 모드를 통해 캐릭터를 꾸미는 기분만큼은 꽤 충실하게 느낄 수 있는 수준입니다.
PS3/X360 버전과 동일하게 수록된 엔딩 영상. |
기대했던 알리사와 라스의 엔딩은 조금 실망. |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로도 제법 노력한 느낌. |
아이템 사용 기술도 재현되어 있다. |
다만 아케이드 버전이 아니라 전작인 PSP용 철권 DR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의외로 눈에 띄곤 합니다. 일단 리플레이 연출이 삭제되었습니다. 이는 얼마 전 발매되었던 PSP용 소울 칼리버 BD에서도 볼 수 있었던 부분인데, 하드웨어적인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삭제되었다곤 해도 전작인 철권 DR에서는 엄연히 리플레이 연출을 지원했던 만큼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전작의 도장 모드가 사라지면서 혼자서 플레이할 모드는 고스트 배틀이나 골드 러시 정도밖에 없습니다. 물론 타임 어택이나 서바이벌 모드를 지원하고 스토리 모드도 있지만 철권 5 시리즈와는 달리 철권 6의 스토리 모드는 3~4명 정도하고만 싸우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고스트 배틀과 골드 러시 정도가 유일한 플레이 모드에 가깝습니다.
철권 DR에는 있었지만 철권 6에는 없는 도장 모드(좌)와 리플레이 화면(우). |
각 캐릭터의 엔딩을 볼 수 있는 스토리 모드. |
때릴 때마다 돈을 버는 골드 러시 모드. |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정 계급 이상 올릴 수 없었던 거치형 콘솔 버전의 고스트 배틀과는 달리 PSP 버전의 고스트 배틀 모드는 아무런 제한 없이 계급을 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철권 5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고스트 배틀은 커스터마이즈 모드와 연동되어서 같은 캐릭터라고 해도 다양한 모습과 기술 조합으로 플레이어와 대전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는 당시 온라인 지원이 미비했던 PS2 시절 꽤 호평을 받았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PSP가 온라인 대전이 가능한 기기라 해도 PS3나 X360에 비하면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기에 이러한 고스트 배틀 모드는 꽤 고마운 존재라 할 수 있으며, 제대로 된 스토리 모드와 도장 모드가 없는 이번 작품에서는 가장 많이 플레이하게 될 모드이기도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PS3나 X360 버전과는 달리 자유로이 계급을 올릴 수 있다. |
전작에서 지원했다가 이번 작품에서 빠진 요소로는 1P/2P 선택 시스템도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PSP의 조작 체계로는 더욱 중요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고, 전작인 PSP용 철권 DR뿐만 아니라 PS3와 X360으로 발매된 철권 6에도 엄연히 넣었던 요소를 PSP 버전에서는 빼버렸기에 더욱 이해가 안 가는 모습입니다. 또한 유명 작가들이 참여한 가정용 오리지널 복장 역시 PSP 버전에서는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전작은 철권 5 DR에 등장했던 복장을 모두 넣어주었으며, 이번 철권 6에서 추가된 일부 캐릭터의 오리지널 복장이 호응을 받았기에 이러한 변경점은 꽤 아쉽습니다.
철권 DR(좌)과 PS3/X360 버전 철권 6(우)에는 있었던 스타트 포지션 설정을 뺀 건 이해가 안 가는 부분. |
그나마 버튼 조합 옵션이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 |
남코 이 얄미운 사람들. |
PSP로 발매된 철권 6는 분명 아케이드 버전의 재현도 자체는 굉장히 높은 게임으로, 이식도라는 부분만 생각하면 완벽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하지만 3년 전에 발매되었던, 과잉 정성으로까지 생각될 정도로 다양한 시도와 부가 요소를 철저하게 꾸며 넣었던 PSP용 철권 DR에 비하면 어딘가 허전함이 들고 마무리도 부족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BGM 감상 모드와 함께 미니 게임과 오리지널 모드인 도장 모드, 편리한 프랙티스 모드와 함께 콤보 트레이닝 모드, 심지어 타이틀 한 장으로 친구와 대전을 할 수 있었던 기능까지 있었던 철권 DR에 비해 철권 6는 PSP용 버전의 오리지널 요소도 거의 전무하고 최소한의 아케이드 버전 이식에 가볍게 양념을 쳐서 발매한 듯한 느낌입니다.
위에서 엄청난 단점인 것마냥 호들갑을 떨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사실 이러한 불만점은 아쉬움이 들긴 해도 굳이 패치까지 요구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PSP용 철권 6는 충분히 멋진 이식도를 자랑하는 게임이며, 최소한의 기본을 충실하게 지킨 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이식작입니다. 전작의 풍부한 부가 요소를 사무치도록 그리워하지만 않는다면 별 불만 없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으며, 철권 시리즈의 팬뿐만 아니라 대전 게임을 즐겨 하는 PSP 유저라면 철권 DR과 함께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타이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모쪼록 PSPgo 유저들을 위해서라도 철권 DR과 함께 철권 6도 하루빨리 한국 PSN에도 등록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편하게 연습할 수 있었던 철권 DR의 프랙티스 모드. |
전작은 UMD 한 장으로 대전할 수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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