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SCE의 휴대용 게임기 PSP는 여러 번의 모델 체인지를 거치며 7년에 가까운 세월을 이어온 기기입니다. 많은 문제로 인해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는 그리 실적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본에서는 몬스터 헌터 포터블 시리즈를 비롯한 다수의 히트작이 발매되면서 아직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닌텐도의 신형 휴대용 게임기인 3DS가 타이틀 부족으로 인해 주춤한 사이 일본 주간 하드웨어 판매량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대한 성공이라 보기엔 힘들지만, 분명 닌텐도를 상대로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 이 정도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수명을 이어온 휴대용 게임기는 PSP가 유일하다 할 수 있으며, 이제는 후속 기종까지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PSP의 뒤를 잇는 PS VITA는 올해 초 일본과 북미에서 동시에 개최된 플레이스테이션 미팅 2011을 통해 처음 프로젝트명 NGP와 디자인 등이 공개된 뒤, 이번 E3 2011을 통해 공식 명칭 PS VITA와 모델 별로 구분된 가격이 발표되었습니다. 발표 초기에는 4~5만엔 정도는 되지 않을까 전망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고성능 하드웨어로 인식되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발표되어서 이번 E3 기간 동안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저렴한 가격과 함께 E3 2011 기간 동안 괜찮은 PS2 게임 수준을 넘어 좀 모자란 PS3 게임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의 비주얼을 자랑하는 게임도 함께 공개되면서 많은 게이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첫 발표 시는 프로젝트 NGP라는 이름으로 소개. |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섰던 PS VITA 체험 부스. |
PS VITA에 대한 첫 인상은, PSP의 기본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계승하면서 PSP에서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나름 SCE가 PSPgo를 통해 시도했던 요소들을 PS VITA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전용 미디어(UMD)를 완전히 배제한 슬라이드 타입에 더욱 작아진 액정으로 휴대성을 강화한 PSPgo는 사실상 완전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PSPgo가 아닌 PSP의 후속기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PS VITA는 일반적인 바 형태의 디자인과 더욱 커진 디스플레이를 채용했으며, 메모리 카드와는 별도의 전용 미디어를 사용해서 게임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그나마 PSPgo와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블루투스와 내장형 배터리를 채택한 것 정도였습니다.
UMD를 없앴지만 무조건 PSN으로 다운로드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용 미디어를 사용한 패키지를 따로 판매하는 것도 PSPgo를 통해 얻은 교훈이라 생각됩니다. 5인치 대형 OLED 디스플레이에 전면 터치+후면 터치 기능, 제대로 된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과 자이로 센서, 카메라 내장 등 마치 휴대용 게임기에 스마트폰을 결합한 듯한 PS VITA는 2011년 연말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될 전망입니다. 일단은 WiFi 전용 모델과 3G/WiFi 겸용 모델 두 가지 방식으로 출시될 예정으로, 3G 겸용 모델의 경우 통신사를 끼고 판매하는 방식이 될 예정입니다(미국의 경우 3G 겸용 모델의 출시 파트너를 악명 높은 AT&T가 맡을 예정이라 컨퍼런스 회장에서는 발표 당시 수많은 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무난한 바 타입으로 디자인된 PS VITA. |
사실상 실패로 끝난 하드웨어 PSPgo. |
이번 PS VITA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하드웨어의 그래픽 처리 능력일 것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한 표현이긴 하지만, 실제로 모두의 골프 넥스트나 언차티드 : 골든 어비스 등을 실기로 플레이했을 때는 PS2 수준의 게임이 아니라 조금 모자란 듯한 PS3 게임을 하는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모두의 골프 넥스트의 캐릭터와 코스의 세밀한 묘사, 뛰어난 광원 처리는 PS3 버전을 방불케 했으며, 언차티드 : 골든 어비스의 물 그래픽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많은 매체의 기자들과 업계 관계자, E3 관람객들이 PS VITA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할 때는 파워풀한 하드웨어의 성능을 활용한 멋진 그래픽 처리를 제일 먼저 업급할 정도로 기대 이상의 표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휴대용 기기에서 이 정도 수준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으며, PS VITA용 스트리트 파이터 X 철권의 경우 대형 디스플레이에 연결해서 보여주었음에도 PS3 버전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다른 모든 부분을 빼고 순수하게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매우 만족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그래픽 이외의 요소로 다양한 기술이 채용되긴 했지만 SCE는 여전히 그래픽에만 신경 쓴다는 비난도 함께 나오긴 했습니다. 그래픽이 게임의 전부가 아니며, 이는 닌텐도를 통해 시장 점유율로 입증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멋진 디스플레이와 성능을 보여주면 비주얼적인 측면 하나만으로도 기기에 대한 매력은 충분히 느끼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터치를 이용한 퍼즐 풀이가 가능한 언차티드 : 골든 어비스. |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모두의 골프 넥스트. |
그래픽 처리 능력에 이어 조작 체계 역시 PSP에서 많은 부분이 보완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PSP의 아날로그 패드는 PS VITA에 와서 드디어 제대로 된 트윈 아날로그 스틱으로 바뀌었고, 후면 터치를 이용해서 L2/R2, L3/R3 등의 모자란 버튼을 해결했습니다. 물론 실제 물리 버튼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격렬한 플레이를 요구하는 특정 게임이 아닌 이상 상당수의 게임에서는 조작에 큰 문제 없이 PS1/PS2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듯합니다. 기본적인 십자키와 버튼을 제외하고도 전면 카메라, 후면 카메라, 전면 멀티 터치, 후면 멀티 터치, 트윈 아날로그 스틱에 모션 센서까지 모든 요소를 게임에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과는 다른 조작 체계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솔직히 이번 E3 2011에서 그리 많은 타이틀을 플레이해보진 못했지만, 아직까지는 터치 기능을 비롯해 각종 기능을 이용한 조작은 주력 조작 체계가 아니라 보조적인 단계에 머무른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언차티드와 같은 경우 화면을 터치해서 이동할 수 있었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버튼 연타로 절벽을 오르내리는 게 훨씬 수월했습니다(물론 이동을 제외한 퍼즐 풀이에서 상당히 편리하게 퍼즐을 푸는 장면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은, 후면 터치를 의외로 편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PS VITA를 잡아보기 전에는 본체를 잡은 채로 후면 터치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심하기도 했는데, 의외로 본체의 무게가 가벼워서 무리 없이 후면 터치를 조작할 수 있었습니다.
의외로 수월하게 조작할 수 있었던 리어 터치 기능. |
또한 모두의 골프 넥스트 같은 경우 PS VITA의 모든 기능을 적절히 활용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임 플레이 도중 셀렉트 버튼을 누르면 후면 카메라를 이용해 실제 배경을 실시간으로 게임 속으로 불러와서 실제 배경을 바라보며 라운딩을 할 수 있었고, 본체를 들고 움직이면서 시야를 조절할 수도 있었습니다. 거리 파악이나 시점 조작, 잔디 날리기 등 터치 기능을 이용한 보다 전략성 높은 플레이가 가능했으며, 게임과는 상관없는 잔재미적인 요소도 많이 집어넣었습니다. 아무리 기능이 많아도 소프트웨어가 받쳐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게 마련이고, 이는 제작사가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인데, 모두의 골프 넥스트는 게임에 깊이 관여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 모두 적절하게 커버를 한 인상입니다.
PS VITA의 또 하나 인상적인 요소는, PS 계열 기기의 타이틀을 거의 모두 아우른다는 것입니다. 먼저 PS VITA는 PSP와 마찬가지로 에뮬레이팅 기능을 활용해 PS1용 게임을 돌릴 수 있습니다. 또한 PSP 하위 호환 기능을 이용해 PSP용 게임을 돌릴 수 있으며, 오리지널 버전보다 좀 더 깔끔해진 그래픽으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코나미가 PS2 게임의 HD 리마스터 버전을 발표하면서 PS3와 PS VITA 간의 트랜스 페어링을 통해 두 기종을 바꿔가며 세이브 데이터를 이어 플레이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PS2용 게임이 HD 리마스터 에디션으로 줄줄이 등장하게 될 터인데, PS VITA로도 HD 리마스터 에디션으로 발매되는 PS2용 명작을 깔끔해진 그래픽으로 플레이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PS3로 제작되는 게임 중 스트리트 파이터 X 철권 과 같이 약간의 다운사이즈를 거친 타이틀도 PS3와 거의 동시기에 발매될 예정입니다. 처음 PS VITA가 공개되었을 때 약간의 작업만으로 PS3용 게임을 PS VITA로 매우 쉽게 구현할 수 있다고 영상과 함께 발표하기도 했는데, 향후 이러한 PS3와의 공동 작업이 많아지면 PS VITA의 라인업은 더욱 강화될 전망입니다. 결국 SCE는 PS1/PS2/PS3/PSP용 게임을 하나의 기기로 즐길 수 있는 포지션에 PS VITA를 내세울 예정이며, 이러한 부분은 PS VITA의 꽤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로 자리 잡을 듯합니다(물론 PS2/PS3 게임의 경우 해당 하드웨어로 발매된 모든 소프트를 100% PS VITA로 즐길 수는 없겠지만요).
PS3와 PS VITA 간의 트랜스 페어링 기능을 지원하는 코나미의 메탈 기어 솔리드 HD 에디션. |
하지만 역시 문제시되는 것은 배터리 구동 시간과 무게일 것입니다. 5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에 화려한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높은 전력 소모와 함께 하드웨어 자체의 구조 역시 크고 무거워지게 마련인데, 다행스럽게도 크게 부담이 가지 않은 수준의 본체 크기와 더불어 무게 또한 무겁다는 인상이 전혀 없었습니다. 예전 PSP의 경우 UMD를 구동하기 위한 UMD 드라이브와 여유 공간 덕분에 크기와 무게에 영향을 끼치고 배터리 소모 또한 큰 편이었지만 얇은 전용 카드를 사용하는 PS VITA의 경우 무게와 크기, 전력 소모에 있어 상대적으로 제약은 덜한 편입니다. 다만 배터리 구동 시간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에 지금 당장은 물음표로 남길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많은 궁금증을 자아낸 전용 미디어는 PS VITA만의 독자 규격으로, NDS나 3DS의 전용 미디어와 비슷한 방식의 플래시 메모리 카드입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2GB/4GB 용량이 준비되어 있고, 추후 4GB 이상의 용량도 제작될 예정입니다. PSP용 미디어인 UMD가 1.8GB였고 PS2와 Xbox360이 4GB~8GB 정도의 용량을 사용한 것을 생각하면 그리 모자란 용량은 아닐 듯합니다. 크기는 일반 SD 메모리 카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3DS와는 달리 국가 코드는 도입되지 않아서 아시아-북미-유럽 게임에 관계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것도 강점입니다. 특이한 것은, 전용 미디어 내부에 공간이 있어서 세이브 파일을 저장하거나 DLC 적용, 혹은 버그 패치 등에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패키지로 판매될 게임 전용 미디어와는 별도로 저장용 메모리 카드도 사용될 예정인데, 아쉽게도 SCE 전통의 메모리 스틱 프로나 M2와는 다른 규격의 독자 규격 미디어가 사용됩니다. 메모리 스틱이야 크기 때문에 그렇다 쳐도 PSPgo에 사용되었던 M2가 아닌 또 하나의 독자 규격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은 유저로 하여금 2중 3중의 지출을 요구하기에 그리 마음에 드는 결정은 아닙니다. E3 회장에서는 4GB/8GB/16GB/32GB의 용량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음악이나 영상 파일의 저장이나 PSN으로 내려받은 PSP/PS VITA용 게임 저장에도 사용될 예정입니다.
광미디어는 버리고 플래시 메모리 기반 미디어를 사용. |
작은 미디어를 채택했기에 가능했던 무게와 크기. |
PS VITA는 게임기 이외의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로도 매력적인 기기입니다. 요즘에는 아이폰 4나 갤럭시 S2 등 워낙 화질 좋은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스마트폰 덕분에 과거 PSP 시절만큼의 충격은 없겠지만, 960X544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5인치의 대형 OLED를 채택한 것은 게임 플레이에도, 멀티미디어 감상에 있어서도 크나큰 장점이 될 것입니다. NDS나 3DS처럼 파격적인 시도는 없지만 자신들의 장기를 극대화 했다는 점에서 닌텐도의 하드웨어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기기라 할 수 있습니다.
점점 더 고성능화되어가는 스마트폰을 고려하면 스마트폰의 영역과 상당 부분 겹치는 PS VITA로서는 스마트폰과의 차별점을 뚜렷하게 내세워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독자적인 소프트웨어가 무척 필요합니다. 그러한 점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바처럼 그간의 모든 PS 계열 기기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PS VITA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은 어느 정도 긍정적인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최근 전 세계적인 PSN 접속 불가 사태로 인해 새로운 휴대용 기기가 나왔다는 이슈보다도 더 큰 이슈를 만들어낸 SCE인 만큼, 향후 PSN 다운로드 마켓이 중요하게 작용될 PS VITA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PSN에 대한 보안 대책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엄청난 기세로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 |
SCE는 이번 PSN 사태로 많은 약점을 노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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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필구네요!!! 35만원정도 생각하면 되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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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사자마자 교환도 안돼는 불량화소 박혀 잇는건 아니겟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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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 때 처럼 타이틀들 한글화 제대로 안 해주면 안 산다. 이젠 나이 먹어서 외국어로 되어있는건 하고 싶어지지도 않고 관심도 없어짐. 파판 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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