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 발매 예정인 레드 데드 리뎀션은 과거 PS2/Xbox 시절 발매된 레드 데드 리볼버를 잇는 후속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드 데드 리볼버와 레드 데드 리뎀션은 게임상으로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며, 타이틀과 그 설정을 이용해 만든 락스타의 신규 IP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적 배경도 같은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레드 데드 리볼버의 시대와는 50년 정도 차이 나는, 어느 정도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기차가 대륙을 달리며 마을에는 전봇대도 세워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서부 시대는 저물어가며 새로운 정부가 수립되어서 무법 지대였던 와일드 웨스트가 정리되어가는, 어느 정도 시대와 시대가 겹치는 20세기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게임입니다.
본 게임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존 마스튼(John Marston)은 과거 무법자로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런 생활도 잠시, 새로운 정부 기관의 요원이 존 마스튼을 찾아와 가족을 인질로 잡고 정부의 일을 도울 것을 명령합니다. 결국 존 마스튼이 FBI의 전신인 정부 기관의 앞잡이 역할을 맡으면서 레드 데드 리뎀션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며, 정부 기관의 명령에 따라 과거 자신의 동료이기도 했던 갱단을 잡아들이면서 선과 악이 복잡하게 뒤섞인 캐릭터로 바뀌게 됩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의 주인공 존 마스튼. |
저물어가는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게임이 펼쳐진다. |
PS3와 Xbox360으로 GTA 시리즈의 최신작인 GTA 4가 발매되었지만 시각적인 부분은 유저들이 기대했던 것에는 조금 미치지 못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거대한 스케일임에도 섬세하게 구현된 도시 배경과 그 안을 가득 채운 수많은 사람과 각종 탈것은 플레이어의 입맛을 충족시켰지만 그러한 모습을 그려낸 비주얼은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었습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은 PS3와 Xbox360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제작 경험이 쌓였다는 것을 증명하듯 제작 도중 버전임에도 프레임이 꽤 안정적이고 오브젝트가 갑자기 나타나는 팝업 현상도 그리 심하지 않았습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을 통해 GTA 4에서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동시에 언제간 발매될 GTA 5에 대한 기대도 가질 수 있을 듯합니다.
비록 높은 빌딩이 가득 들어찬 모습은 시대적 배경 때문에 볼 수 없지만 직선으로 이루어진 건물과 달리 하나하나 제각각의 얼굴을 하고 있는 광활한 자연을 리얼하게 묘사했기에 시간대에 따라 점점 변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감탄사를 자아내게 합니다. 그간 락스타가 제작한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 중에서 작은 소품 하나까지 가장 세밀하게 제작했다고 하는 존 마스튼의 모델링도 현실적인 배경에 잘 어우러집니다. 주인공 캐릭터뿐만 아니라 실제 게임의 스케일도 GTA 4와 비교했을 때 약 세 배 정도의 크기를 자랑합니다. 미국과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레드 데드 리뎀션의 맵은 크게 세 개로 구분되는데, 그 중 하나의 맵 크기가 GTA 4 전체 맵 크기 정도라고 제작진이 밝히기도 했습니다.
GTA 4의 약 세 배에 달하는 맵 크기를 자랑한다. |
매우 고전적으로 로프를 활용할 수도 있다. |
드넓은 배경에는 사람이나 건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동물 또한 자신만의 행동 패턴을 가지고 등장하게 되는데, 곰이나 늑대, 토끼에서부터 시체 위를 돌아다니는 대머리 독수리까지 그 수도 적지 않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동물은 모두 사냥할 수 있고 동물의 가죽을 벗겨 파는 식으로 부수입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작은 동물은 먹이 사슬에 따라 큰 동물에게 쫓기기도 하고 맹수는 플레이어를 공격하기도 하는 등 마을 안을 돌아다니는 NPC와 마찬가지로 행동 패턴이 존재하고, 자신들만의 생태 시스템을 구축해놓았습니다.
맹수는 플레이어를 공격하기도 한다. |
게임에 등장하는 동물은 모두 사냥 가능. |
스토리를 따라가는 메인 미션과 서브 미션이 존재하는 것은 GTA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맵을 통해 목적지를 알려주어서 헤매지 않게 도와주는 것도 여전합니다. 서브 미션은 랜덤으로 등장하는 방식이어서 플레이를 할 때마다 각각 다른 상황을 자아내며, 잔심부름에서부터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거나 갱단끼리의 대결 등 그 수와 종류 또한 무척 방대합니다. 서브 미션은 플레이 여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으며, 만약 미션을 플레이해서 완수했을 때는 그 나름대로의 보상이 주어지게 됩니다.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보상을 받기도 하며 때로는 악명이 올라가서 현상금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NPC의 반응도 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서브 미션은 멀티 플레이 모드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플레이하는 와중에도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최대 16명이 모여서 플레이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 모드는 단순 대결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들끼리 조직을 꾸미고 두목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의 명령에 따라 목적지까지 이동하면서 간간이 서브 미션도 플레이하다가 함께 협력 플레이도 하고 동물 사냥도 할 수 있는 등 샌드박스 방식의 게임에 본격적인 전투 시스템과 함께 생색내기로 그치는 멀티 플레이 모드가 아니라 싱글 플레이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요소를 담아낸 방식입니다.
협력과 대결, 서브 미션 플레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멀티 플레이 모드. |
게임에 등장하는 총기류나 각종 무기는 시대 상황에 맞게 준비되어 있고,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한 GTA 시리즈와는 달리 화려한 자동차와 헬기 등은 등장하지 않지만 다양한 종류의 말과 마차, 기차 등으로 이러한 부분을 보완했습니다. 그간 서부극을 모티브로 한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리 재미를 못 봤던 것에는 현대나 미래를 배경으로 한 액션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에게 지루할 수도 있는 아이템도 하나의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레드 데드 리뎀션은 레드 데드 리볼버에서 시대적 배경을 50년 후로 잡아서 그러한 부분을 다소 줄였으며, 말을 타고 다니는 것도 다른 게임과는 달리 상황에 맞게 적절한 버튼 연타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해서 조작의 재미를 살리고자 했습니다.
시대 상황에 어울리는 탈것을 이용할 수 있다. |
레드 데드 리뎀션만의 특이한 시스템을 꼽으라면 그 중 하나로 전투 시 사용할 수 있는 데드 아이 시스템을 꼽을 수 있습니다. 레드 데드 리볼버에서 이어지는 데드 아이 시스템은 이번 작품에서 3단계로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되어서 그저 총을 쏘거나 맨손으로 때린다는 것에서 나아가 전투 시스템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면 좌측 하단에는 데드 아이 게이지가 존재하며, 데드 아이 시스템을 이용해서 적을 죽이면 데드 아이 게이지를 다시 채울 수도 있습니다.
데드 아이 게이지를 소모해서 시간이 일시적으로 느리게 흘러가도록 조절할 수 있고, 그 사이에 공격하고 싶은 적을 마킹해서 자동으로 연속 공격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 적이 등장하거나 보다 정확한 핀 포인트 사격이 필요한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이며, 사냥하기 어려운 동물을 잡거나 폭발물을 쏴서 한 번에 많은 적을 날려버리는 용도로도 쓰입니다. 데드 아이 시스템의 레벨이 올라가면 단순히 적을 공격하는 것만이 아니라 공격하고 싶은 부위를 지정해서 죽이지 않고 적을 무력화할 수 있고 모자를 맞춰서 적의 공격 의지를 날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배경 구조물을 이용한 커버 시스템은 달리기와 함께 부드럽게 이어지는 등 샌드박스류 게임으로도 충분히 전투를 통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폭발물을 노릴 때에도 요긴한 데드 아이 시스템. |
커버 시스템을 활용해서 본격적인 총격전이 가능한 전투 파트. |
같은 제작사에서 제작했고, 당연히 장르의 특성상 시스템도 상당 부분 비슷하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은 GTA 시리즈와는 다른 맛이 있습니다. 좋은 이미지로든 나쁜 이미지로든 GTA 시리즈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시리즈였으며, 그 유명세만큼이나 부정적인 인상도 짙었던 시리즈이기도 했습니다. 리얼하게 만들어진 도시를 배경으로 플레이어들은 넘치는 자유도를 만끽하며 GTA 시리즈를 즐겼으며, 실제 생활에서는 쉽게 즐길 수 없는 일탈의 즐거움을 GTA를 통해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시리즈가 이어져 오고 제작 플랫폼이 변하면서 GTA 시리즈는 이전 시리즈에 비해 훨씬 리얼해졌지만, 플레이어들은 리얼한 게임 속 세계에서 현실 세계의 룰에는 반하는 행동을 즐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은 서부 시대가 주는 분위기 때문인지 GTA 시리즈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말을 타고 드넓은 황야를 내달리며 총으로 다른 사람을 쏴죽이는 모습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서부극 배경의 영화를 통해 수없이 봐왔던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휘파람을 불어서 말을 부르거나 술집에서 손가락 사이로 나이프를 빠르게 찍는 미니 게임에 이르면 오히려 반갑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오히려 플레이어로 하여금 당연히 그러한 행동을 하게 이끌며, 그것은 GTA 시리즈를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느꼈던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레드 데드 리뎀션의 그러한 행동은 단순히 부정적인 이미지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듯합니다. 제작진이 레드 데드 리뎀션을 표현할 때 로맨틱하다는 표현을 쓴 것도 레드 데드 리뎀션이 단순히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만을 내포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물론 미국인이 가지는 서부 시절에 대한 감정과 한국인이 느끼는 서부 시대에 대한 감정은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겠지만 그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했던 영화가 되었던 금광을 찾아서와 같은 게임이 되었던 올드 게이머라면 어느 정도 서부 시대에 대한 약간의 추억이란 게 있을 것이며, 레드 데드 리뎀션은 그러한 감정을 적절하게 게임으로 풀어낼 수 있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옛날 미국 이야기라 할 수 있지만 한국인에게도 낯익은 연출은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