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8월 27일 SFC로 발매된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 카트는 코나미(와이와이 레이싱)나 스퀘어(쵸코보 레이싱), 너티독(크래시 팀 레이싱)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여러 제작사에서 비슷한 콘셉트로 레이싱 게임을 제작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던 타이틀입니다. 자사의 인기 캐릭터들을 활용해서 대전 성격이 부각된 레이스를 펼친다는 개념은 단순 캐릭터 게임을 넘어서 이제는 레이싱 게임 중 하나의 장르로 인식될 정도로 자리를 잡았으며, 마리오 카트 시리즈 역시 SFC 이후로 N64, NGC, Wii, GBA, NDS 등 거치형-휴대용 가리지 않고 닌텐도의 새로운 하드웨어가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발매 리스트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보여줍니다.
지난 3월 12일 PS3와 X360으로 국내에 정식 발매된 세가의 소닉 & 세가 올스타 레이싱(이하 올스타 레이싱) 역시 다양한 게임의 주인공들이 등장해서 대전 레이스를 펼치는 캐주얼 레이싱입니다. 과거 소닉의 이미지를 살린 레이싱 게임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세가의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아이템을 사용하며 치열한 레이스를 펼치는 게임은 올스타 레이싱이 처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PS3, X360, Wii와 NDS까지 다양한 기종으로 제작되었지만 한국 닌텐도의 한글화 정책 때문인지 한국에는 PS3와 X360 기종으로만 정식발매되었습니다.
PS3와 X360으로 정식발매된 소닉 & 세가 올스타 레이싱. |
이 두 사람을 이렇게 보니 꽤 신선합니다. |
영문판으로 발매된 정식 발매 버전. |
예전 느낌의 소닉 더 헤지혹 4도 각 기종으로 발매될 예정. |
올스타 레이싱은 기본적으로 닌텐도의 마리오 카트 시리즈의 형식을 따온 게임이지만 드리프트의 느낌과 전체적인 분위기는 오히려 세가의 아웃런 2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올스타 레이싱 발매 전에도 세가 슈퍼스타 테니스를 제작했고 과거 아웃런 2를 가정용 기기로 훌륭하게 이식했던 스모 디지털이 실제 제작을 담당했기에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면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느낌을 많이 받을 듯합니다. 도로 분기만 없다 뿐이지 주행 감각이나 스코어 획득 시의 몇몇 연출은 아웃런 2와 매우 흡사하며, 세가의 인기 캐릭터들이 총출동해서 아웃런 2 느낌의 드리프트를 사용하면서 마리오 카트 시스템으로 대전한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합니다.
스모 디지털의 스모는 그 스모 맞습니다. |
아웃런 2 외에 세가 슈퍼 스타 테니스를 제작한 바 있다. |
세가를 대표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미션을 클리어하거나 레이스를 펼치면서 얻은 포인트로 히든 캐릭터를 구매해야 합니다. 한두 번 플레이해서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들여서 반복 플레이만 해야 할 정도로 빡빡하게 포인트 분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즐겁게 플레이하다 보면 충분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아예 모든 요소를 언락하는 DLC도 라이브 마켓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모든 미션에서 랭킹 AAA를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미션 자체의 클리어 랭킹인 A를 받는 것은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며, 올스타 레이싱에 대한 시스템을 자연스레 익히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 재미난 미션이 많은 편입니다.
미션 모드를 플레이해서 얻은 포인트로 캐릭터와 코스, BGM 등을 얻을 수 있다. |
단순히 미션을 클리어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모든 미션 랭크 AAA를 노리는 것은 꽤 노력이 필요하다. |
싱글 모드는 게임 카테고리별 스테이지가 모인 다양한 대회에 출전해서 몇 차례에 걸친 레이스를 펼쳐 최종 합계 포인트로 우승을 가리는 그랑프리 모드, 마음에 드는 코스와 캐릭터를 선택해서 달릴 수 있는 싱글 레이스와 코스별 시간을 재는 타임 트라이얼, 그리고 게임 시스템을 다양하게 활용한 미션을 준비해서 올스타 레이싱이라는 게임에 대한 트레이닝 모드의 성격도 가지고 있는 미션 모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전이 중심인 게임이지만 싱글 플레이를 선호하는 플레이어들을 위해서 제법 오랜 시간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전 모드에서는 다른 대전형 캐주얼 레이싱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모드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대전 모드라 할 수 있는 레이스 모드와 배틀 모드는 기본으로 있으며, 맵에 있는 거대 챠오를 자신의 베이스까지 가져가는 캡쳐 더 챠오 모드, 상대를 공격해가면서 카오스 에메랄드를 치열하게 쟁탈해야 하는 그랩 모드, 수시로 바뀌는 스코어 존에서 상대편보다 더 오래 버텨서 점수를 얻는 킹 오브 더 힐 모드, 15초마다 최하위를 탈락시키는 녹아웃 모드 등 다양한 성격의 대전 모드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모드 이름은 다르지만 일종의 영역 쟁탈전, 깃발전, 아이템전 등을 세가 게임에 어울리는 분위기로 만든 모드들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획득 포인트로 우승을 가리는 그랑프리 모드. |
챠오는 커져도 귀엽긔. |
게임의 흐름은 싱글 모드를 플레이하면서 캐릭터와 코스, BGM 등을 모으고 어느 정도 게임 시스템과 코스에 익숙해진 뒤 온라인에 접속해서 대전 플레이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국가별 대전이 아니라 통합 서버로 멀티 플레이가 이루어지며, 여러 국가의 플레이어들이 함께 모여 플레이를 하는 방식이지만 게임에 큰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랙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멀티 모드에서는 화면을 쪼개서 최대 4인까지 오프라인 대전을 할 수 있는 화면 분할 대전 모드와 친구 등록되어 있는 유저들과 플레이할 수 있는 모드, 그리고 전 세계 유저들과 대전할 수 있는 모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물론 플레이어 스스로 방을 만들어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기다리거나 미리 만들어진 방에 접속해서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게임 도중이나 준비중의 로비에 들어가서 전 세계 플레이어들과 대전 플레이를 할 수 있다. |
조작감은 캐릭터마다 어느 정도 달라지긴 하지만 약간 가벼운 편으로, 과장된 느낌이 강합니다. 묵직하게 도로와 타이어가 마찰되는 느낌은 없지만 게임의 성격상 과격한 느낌으로 도로를 내달리고 스피디감을 느끼는 데에는 어울리는 편입니다. 드리프트 조작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버튼 하나만 누르고 있으면 바로 미끄러지며, 드리프트 상태를 일정 시간 유지하면 드리프트 이후 부스터가 자동으로 발동되면서 일순간 추진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드리프트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이 올스타 레이싱의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드리프트 도중에는 액셀 버튼을 눌러서 드리프트의 각을 조작할 수 있으며, 일정 거리를 드리프트로 이동하면 최고 3단계까지 부스터를 축적해서 드리프트가 끝난 직후 잠시 동안 부스터를 이용해서 가속할 수 있습니다. 부스터가 축적될 때마다 패드 진동으로 부스터가 모이는 것을 알려주며, 공중에 떴을 때에도 최대 3회까지 부스터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드리프트와 부스터를 어떻게 이용하는지가 아이템 사용과 더불어 본 게임의 관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발 부스터도 가능하며, 바이크 종류는 드리프트 없이 특정 조작으로도 부스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드리프트 후 부스터는 기본으로 익혀야 하는 조작. |
플레이 방식은 기존의 대전형 캐주얼 레이싱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테이지를 달리면서 순위를 정하는 방식으로, 코스 중간중간에는 가속 패널을 밟아서 속도를 올리거나 주행을 방해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맵에 따라서 일반 루트와는 다른 루트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한 코스 위에 있는 아이템을 얻어서 자신의 주행에 이로운 효과를 얻거나 다른 캐릭터의 주행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템의 종류는 다른 대전형 캐주얼 레이싱과 비슷한 아이템이 준비되어 있어서 쉽게 익숙해질 수 있으며,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머리 위에는 해당 아이템의 아이콘이 떠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견제를 하면서 달릴 수 있습니다. 최하위를 이전 트랙을 마쳤다면 다음 트랙을 달릴 때 캐릭터 전용 아이템을 얻게 되며, 보통 아이템과는 다른 캐릭터 전용의 기술인 올스타 무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코스에는 자신을 보호하거나 상대편을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과 장치가 준비되어 있다. |
처음 게임을 플레이할 때에는 드리프트와 부스터, 공중 트릭 등의 시스템과 조작감에 익숙해져야 하는데다 워낙 현란한 연출이 뒤덮인 복잡한 구조의 스테이지가 많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바로 멀티 플레이에 도전하기보다는 싱글 모드를 플레이하면서 조작감에 익숙해지고 맵을 충분히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너무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공부해야 할 정도로 높은 허들은 아니기에 큰 부담감은 없는 편입니다. 처음부터 누구나 쉽게 1위를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을 들여 게임에 익숙해지면 누구나 쉽게 플레이하며 대전 레이싱에 대한 재미를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란한 연출의 스테이지가 많은 편. |
화면 상단 순위 표시로 현재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
레이싱 게임이면서도 60프레임이 아니라 30프레임을 기반으로 하는 것은 올스타 레이싱이 일반적인 레이싱 게임이 아니라 대전 형식의 게임이기에 큰 저항감은 없는 편이지만 플레이 내내 30프레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레이싱 상황에 따라, 그리고 스테이지 구간에 따라 프레임 변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매끄러운 레이싱 게임을 즐기길 기대한 유저에게는 껄끄럽게 작용할 듯합니다.
물론 지나치게 끊기던 데모 버전에 비하면 어느 정도 프레임 유지를 해주는 편이지만 가끔 플레이 도중 갑자기 프레임이 확 올라가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프레임의 변동이 잦은 편입니다. 하지만 프레임을 완벽하게 잡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어도 비주얼적인 부분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과거 세가 게임의 주역들이 등장한 만큼 해당 타이틀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낸 배경과 나이츠나 챠오 같은 세가의 캐릭터들이 배경 캐릭터로 등장하는 등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연출은 캐릭터 게임으로서의 일차적인 임무는 충실하게 수행해낸 모습입니다.
범고래 보고 반가워지긴 또 처음이네요. |
뇌를 비워버릴 듯한 아련한 느낌. |
소닉 & 세가 올스타 레이싱이라는 타이틀답게 소닉 시리즈의 소닉과 테일즈, 에이미와 섀도우, 그리고 에그맨 박사를 비롯해 슈퍼 몽키볼의 아이아이, 삼바 DE 아미고의 아미고, 버쳐 파이터 시리즈의 아키라와 잭키와 아키라, 스페이스 채널 5의 울라라, 그리고 셴무 시리즈의 하즈키 료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화려한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레이싱 게임에 큰 흥미가 없더라도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세가 게임의 주인공들이 최신 게임기로 깔끔하게 등장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올스타 레이싱의 가치는 충분하다 생각될 정도입니다. 올스타 레이싱 자체가 후속작을 기대할만한 완성도인데다 세가 캐릭터들이 무궁무진한 만큼 추가 DLC나 후속작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페이스 채널 5 참 신나는 게임이었지용. |
한때는 세가의 명운을 책임질 초대형 게임의 주인공이었는데;; |
다만 캐릭터에 어울리는 자동차를 타고 나온다는 것 외에 캐릭터 각자의 특성을 살린 요소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닙니다. 딱히 캐릭터와 자동차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고유의 특징을 살린 자동차이기 때문에 캐릭터=자동차라는 느낌이며, 바나나 차량에 울라라를 태우는 식의 플레이는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적을 공격하는 수단은 기존 대전형 레이싱 게임에서 등장했던 것들이 대부분이고 올스타 레이싱만의 아이템 특성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게다가 올스타 무브는 온라인 대전 플레이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소 캐릭터 이미지에는 안 맞더라도 캐릭터를 바꿔 태울 수 있거나 단순한 성능 차이 외에 캐릭터나 자동차 특유의 차별점을 두었더라면 게임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미션 모드를 통해 게임 시스템에 대해 배울 수 있다. |
어찌 보면 기존 콘텐츠를 가지고 편하게 타이틀을 짜맞춘 캐릭터 게임이라는 인상이 있었지만 실제 게임은 기대 이상으로 짜임새 있고 또 정성스럽게 만들어졌기에 캐릭터 게임이나 최근 세가 게임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가진 유저라면 그런 생각을 버려도 좋을 듯합니다. 세가의 호쾌한 레이싱 게임을 좋아했던 유저에게도 추천할 만 하고 시원시원하게 친구들과 함께 레이싱 게임을 즐기고 싶은 유저들에게도 권할만한 타이틀입니다. 일단 마리오 카트가 PS3나 X360으로 절대로 나올 일이 없기에 이러한 캐주얼 레이싱 타이틀은 일종의 대안일 수 있으며, 올스타 레이싱은 단순 대안 타이틀을 넘어서 올스타 레이싱만의 상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게임 외적인 부분에 대해 잠깐 언급을 하자면, 세가의 대표 캐릭터인 소닉과 세가 게임에 출연했던 수많은 명작의 주인공들을 세가의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하드웨어에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과거 세가의 팬들에게는 씁쓸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미 세가가 하드웨어 사업에서 철수한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이 시점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이상하겠지만 한때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하던 세가의 명작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는 게임을 이제는 막상 세가의 하드웨어로 플레이할 수 없다는 것은 참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레이싱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도 높은 편. |
DC로 파이터즈 기가 믹스 나오길 은근 기대했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