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의 발자취를 담아
누구나 영광의 시기는 있으며 그때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7전8기라는 한국인의 근성을 보여준 홍수완씨는 여전히 우리 아버지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고, A특공대, 600만 달러의 사나이, 원더우먼, 수퍼맨, 앤드류 등 우리의 어린 시절은 놀라움과 신기함으로 가득했었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는 클래식 게임에 심취해 다양한 고전게임을 수집하는 게이머를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필자도 게임에 관한 추억이 많다. 비디오 게임에 완전 심취했던 철부지 시절, 아버지께 교육방송을 본다고 TV를 방으로 가져오는 것부터 작업은 시작된다. 일단 주무실 때까지 볼륨을 키워 놓고 13번에 채널을 고정하다가 주무시는 걸 확인과 동시에 책상 뒤편에 숨어 있던 메가드라이브가 연결되면서 새로운 세계와의 연결을 즐겼다. 세월은 흘러 20대 중반을 넘긴 필자에게 메가드라이브의 감동은 추억으로 기억되어 가끔 먼지 낀 팩들을 바라보는 것으로 잠시 회상에 젖게 된다. 하지만 그 감상은 분명 \'모나리자\' 의 미소나 \'미켈란젤로\' 의 다비드처럼 예술적인 감상에 젖게 하는 것과 다를 것이다. 오히려 플레이어의 마음대로 모나리자의 미소를 나이키 미소로 바꿀 수 있는 능동적인 놀이가 게임이며 이것이 게임이 주는 감동 아닐까?
세계 최초의 16비트 게임기 메가드라이브에서 시작해서 세가의 마스코트로 현재까지 시리즈를 이어가며 사랑받고 있는 \'소닉\'. 그의 역사가 이 한 장의 DVD에 모두 들어있으니 소닉을 사랑하고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끌리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추억, 그리고 지금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손때 묻은 장난감을 다시 만지작거리면, 어딘지 모르게 편안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해가 잘 드는 카페에 앉아 비틀즈의 음악을 들으면 그들이 70년대 문화의 주류였던 아니던 감상할 수 있는 것처럼 [소닉 메가 컬렉션]은 그런 낡음이 주는 편안함으로 채워진 게임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닉에 대한 추억을 가진 게이머에게만 허락될 수밖에 없는 게임이기도 하다. 물론 추억이 없어도 16비트 시절을 향수하거나 또는 호기심을 가진 게이머에게도 기회가 있지만, 역시 그들보다는 맛을 보았던 올드 게이머에게 더 어울린다.
하지만 옛 게임을 현재 다시 즐긴다는 것은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다. 기억을 더듬어 내는 정도의 낭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로 시공간을 돌려야 하는 특별한 노력과 큰 애정이 필요할 것이다. 격세지감. 초당 처리 폴리곤 수가 중요하고 4기가바이트가 넘는 게임이 우스운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소닉 메가 컬렉션 플러스]에 삽입된 게임들은 오히려 더 신선해 보일지 모를 일이다. 돌비 사운드가 무엇인지 S-VHS를 몰라도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다시 하라면 너무 어려워서 할 수 없는 게임들...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의 눈치 때문이지 결코 지루함이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져서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소닉 메가 컬렉션 플러스]를 플레이 하는 동안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라 기쁨을 느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다른 게임 디스크를 찾게 되는 건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겨버린 게이머의 비애일지 모르겠다.
단조로운 구성
가끔 게임 잡지를 보면 특정 게임의 전체 시리즈를 요약형식으로 한 리뷰를 읽을 수 있다. 그 게임에 관심 있던 게이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정보지만 그렇게 많은 시리즈를 일일이 찾아다니고 구입하고, 플레이 한다는 건 애정이 넘쳐도 힘겨운 작업이다. [소닉 메가 컬렉션 플러스]는 이런 수고스러움을 무척이나 덜어주는 구성을 한 게임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가의 전성기 하드웨어인 메가드라이브 때의 [소닉] 시리즈와 컬러 액정 휴대용 게임기였던 게임기어로 발매된 [소닉] 시리즈를 즐길 수 있는 것도 큰 기쁨이 될 것이다. 아울러 완벽한 이식이기 때문에 정말 그 시절 그 게임 그대로 아무 문제없이 완전하게 플레이스테이션2에서 즐길 수 있어 더욱 애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소닉 메가 컬렉션]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재탕한 작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별한 변화도 없거니와 새롭게 추가된 것들 역시 시대에 뒤떨어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소닉 히어로즈]의 동영상. 2003년 겨울 국내 정식 발매된 [소닉 히어로즈]의 오프닝 동영상과 오프닝 제작 콘티 등이 수록되어 있지만 애석하게도 이 동영상의 존재는 팬에게 큰 감동이나 전율을 선사하지 못한다. 이제 소닉이 아닌 쉐도우를 주인공으로 한 [소닉] 시리즈의 신작 [Shadow the Hedgehog]의 발매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전작의 작은 정보들이 팬에게 큰 기쁨이 되겠는가? 물론 정식 발매된 [소닉 메가 컬렉션]의 전신이 북미에서 발매되었던 것과 동일하다 보니 시차적으로 늦어진 것 때문일지 모르지만 북미에서도 [소닉 히어로즈]가 발매 된지 1년 정도 지난 후에 발매되었으니 지나친 상품화 경향을 꼬집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북미보다 시장이 좁은 국내 게임 시장을 생각해보면 향수와 연관된 [소닉 메가 컬렉션]에게 자생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한글화 등 적절한 현지작업도 없이 가격이 싸다는 이점만 부각시키는 것이 대한민국 게이머에게 얼마만큼 어필할 수 있을지...
그렇기에 [소닉 메가 컬렉션 플러스]의 위치는 애매모호 그 자체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 향수에 젖어 들게 하는 것까지만 허락되고 [소닉] 팬들의 주머니를 노린 얇은 상술로 처리된 상품이다. 물론 팬이 아니더라도 소닉에게 관심을 가진 게이머에게도 그 자리를 열어주고 있지만 그들에게 흥미를 불어오기엔 너무 부족함이 크다.
그래도 중간 세이브 정도 넣어 주는 센스는 잊지 않았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정말 바쁜 일상 속에서 생계를 위해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특히 [소닉]을 그 시대에 즐긴 유저들은 쫓기듯이 살아가고 있다. 특별히 위로가 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소닉 메가 컬렉션]에선 바쁜 게이머의 생활을 생각해준 고마운 기능이 있었다. 바로 언제든지 세이브를 할 수 있는 중간 세이브 기능이 그것! 콘솔 게임에서 세이브, 특히 액션게임에서 세이브는 자유로운 세이브를 보장하는 PC 게임들의 그것과는 다르게 늘 불편함을 가진 기능이었다. 하드웨어적인 한계로 인한 불편함은 항상 있었으며 초기 액션게임의 경우 세이브 기능은 정말 필요로 하지 않는 것 중 하나였다. 애초부터 게임의 구성이 진한 감동의 엔딩을 향한 노력 보다는 반복을 통해 게임에 대한 완전한 이해인 숙련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숙련과 세이브는 상반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니까. 아무튼 중간 세이브의 도움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필자의 생활 속에서 [소닉]을 즐기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특히 예전만 못한 손놀림과 감각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라고 할 정도로...
하지만 필자와 달리 [소닉]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없는 기능일지도 모를 일이라 본다. 오히려 원작 그대로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으면 원래 취지와 달라지는 것이니까.
완성도를 높일 필요는 있었다
가격대 성능비와 에뮬레이터가 아닌 정식 라이센스를 얻은 모음집이라는 것이 [소닉 메가 컬렉션 플러스]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고전 게임 활성화 추진 사업인 [세가 에이지스]와 [소닉 메가 컬렉션]의 방향성은 같은데, 단일 타이틀이 아닌 모음집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일본에서의 가격은 거의 2배정도이다. 물론 국내에선 제법 안정적일지 모르지만 그것 때문에 [소닉 메가 컬렉션]을 선택할 유저가 얼마나 될런지...
고전 게임을 접하는 수단으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에뮬레이터의 영향도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물론 세가 코리아에서 법적으로 금지 시키고 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니 이번 작품의 성공여부는 사실 회의적이다. 때문에 무엇보다 완성도가 중요했다. 가격의 안정도가 아니라 게임성 이외의 컬렉팅을 위한 매력도 갖춘 완성도가 절실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