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 l Vol.2 l Vol.3 l Vol.4 l Vol.5 l Vol.6-1 l Vol.6-2
게임기 RPG 1부: 초기
|
몇가지 점에서 PC용 RPG와 유사하지만 일본풍의 게임기 RPG는 자신만의 길고도 복잡다난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대체적으로, 게임기 RPG는 단선적인 스토리를 특징으로 하며 내러티브와 플롯에 상당한 비중을 둔다. 많은 PC RPG에서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게임기 RPG에서는 플롯에서 수행하는 고정된 캐릭터의 역할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음악 또한 휠씬 더 중요한 요소가 되며, 따라서 일본과 골수 북미팬들 사이에서는 RPG 사운드트랙이 잘 팔리는 품목이다.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16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게임기 RPG들이 제작되어 왔고, 몇 일(혹은 한 주)에 그 특징을 전부 담기에는 너무나 많은 게임이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틀에 걸쳐 가장 중요한 순간들만을 살펴보기로 결정하였다. 게임스파이의 포럼이나 이 메일을 통해서 우리가 놓친 점을 지적해 주었으면 한다.([젤다]나 [이즈Ys]와 같은 액션/RPG 혼합형이나 다양한 휴대용 게임들은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미리 지적해둔다.) 자, 갑옷을 갖추고 칼을 쥐고, (그리고, 음, 약물도 혼합해두자) 모험을 시작해보자.
빛나는 별의 자취
|
1985년 에닉스의 호리 유지는 이후 모든 게임기 RPG가 모범으로 삼게 될 청사진이 되는 게임을 패미콤(북미에서는 NES로 발매)으로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목표는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만 몰입도가 높은 RPG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호리는 사운드트랙을 담당할 작곡가 수기야마 코이치와 캐릭터 및 몬스터를 디자인할 토리야마 아키라를 참여시켰다. 그는 이 작품에 [드래곤 퀘스트]라는 이름을 붙였고 1986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발매되었다.
[드래곤 퀘스트]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중세풍의 배경, 경험이 쌓임에 따라서 능력치가 서서히 상승되는 소박한 주인공,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무기와 갑옷, 많은 몬스터, 끝없이 공급되는 금전. 이 게임은 다소간 단선적인 진행이었지만 꽤나 길었다. 게임은 발매 즉시 성공을 거두었고 호리씨는 목표를 달성했다. 게임은 너무 큰 인기를 누려서 학생들이 무단결석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 게임의 속편들은 일요일에 발매되어야 했다. 치료 주술에 사용되는 요상한 대사들은 오늘날까지 속어로 쓰이고 있을 정도이다. 1992년 16비트의 수퍼 패미콤(SNES)로 플랫폼을 옮기기 전까지 패미콤에서는 네 편이 발매되었다. 하지만, [드래곤 퀘스트]는 1989년에 와서야 [드래곤 워리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상륙했다. 이 게임은 미국 NES로 출시된 최초의 RPG 작품의 하나였고, 많은 북미의 게임기 유저들이 경험한 최초의 RPG였다.
모방자들의 혁신
|
[드래곤 워리어]가 일본에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이후, 게임기 RPG는 확고한 위치를 점하는 인기 장르가 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추종자와 모방자들이 생겨났고, 그 일부는 원작 게임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1987에 발매된 두 개의 게임, 스퀘어의 [파이날 판타지]와 세가의 [판타시 스타]가 그랬다.
[파이날 판타지]는 재정적인 곤란에 빠진 스퀘어라는 소규모 개발사에 의해 발매되었다. 사카구치 히로노부라는 이름의 젊은 디자이너는 [드래곤 퀘스트]의 성공에 주목했고, 직접 에닉스의 게임 디자인을 발전시켜 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 결과 [파이날 판타지]가 탄생했다. [드래곤 퀘스트]와는 달리, [파이날 판타지]에서는 플레이어가 다양한 계급의 캐릭터들로 파티를 구성할 수 있었다. [파이날 판타지]는 복수(複數)의 적들과의 전투, RPG 게임 최초의 비행선[비공정], 잘 만들어진 사운드트랙과 같은 특징을 갖추고 있었다. [파이날 판타지]는 일본에서 그 노고에 걸맞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드래곤 퀘스트] 만큼의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게임은 1990년에 와서야 미국에서 출시되었다. 1990년까지 패미콤으로 탁월한 속편 두 편이 제작되었지만, 이 게임들은 미국에서 발매되지는 않았다.
탁월했지만 종종 간과되곤 하는 또 다른 게임은 세가의 [판타시 스타]이다. 나카 유지(그는 후에 유명한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를 제작하게 된다)가 디자인한 [판타시 스타]는 플롯의 깊이, 캐릭터 발전 시스템 , 전반적인 성숙도 및 그래픽 표현에 있어서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날 판타지] 모두를 날려버릴 만한 장래성을 지닌 게임이었다. [판타시 스타]는 공상과학에서 등장하는 쇠퇴한 문명이라는 모티브를 배경으로 하며, 플레이어는 알골(Algol) 스타 시스템에 드리운 문제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서 세 개의 행성을 모험하게 된다. 악의 마법사로부터 구출되어야 하는 평범한 공주가 있을 따름이었던 [드래곤 퀘스트]와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것이라면, 게임이 큰 인기를 얻지 못한 세가의 마크3(북미의 세가 매스터 시스템(SMS)) 플랫폼으로 발매되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닌텐도의 패미콤으로 출시되었더라면 응당 받았을 만큼의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파이날 판타지]와 [드래곤 퀘스트]와는 달리, [판타시 스타]는 지체없이 북미에서 1998에 출시되었다. 이 게임이 미국에 등장한 최초의 게임기 RPG였다. 하지만, SMS은 일본에서의 마크3 만큼이나 인기가 없었고,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이 세가의 초기 명작을 접해볼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초기의 게임기용 RPG들이 성공을 거둔 이후, 일부 회사들이 기존의 PC RPG들을 게임기로 이식하였다. [위저드리], [바즈 테일], 심지어 리처드 개리엇의 [울티마] 같은 굵직한 발매작들이 NES와 SMS로 발매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게임기 RPG들과 같은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이후 신생 게임기 RPG 장르는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황금기
1990년 8비트의 시대가 저물기 시작했다. 16비트였던 세가 제네시스[일본명 메가 드라이브]와 NEC의 TurboGrafx-16(일본명 PC엔진) 두 기종은 전 세대 기종 보다 강력하고 멋진 그래픽과 사운드를 제공했다. 이러한 발전으로 인해 보다 복잡한 RPG가 제작될 가능성이 확대되었고, 이는 제네시스와 세가의 [판타시 스타 2]가 발매되면서 결실을 거두었다. 일본에서는 1989년에, 북미에서는 1990년에 출시된 [판타시 스타 2]는 전편의 세계를 계속해서 탐험하는 형태였지만 신선한 스토리를 갖춘 멋진 속편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부분이 감춰져 있었다. 이 게임은 당시까지의 게임기용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이고 “성인 취향”의 플롯을 갖추고 있었다. 이는 [파이날 판타지 7]에 와서나 볼 수 있을 법했던 플롯을 앞서 실현한 것이었다. 이후, [판타시 스타] 시리즈는 졸작 [판타시 스타 3](1991년), 그리고 걸작 [판타시 스타 4](1994)으로 이어졌다.
|
TurboGrafx가 북미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을 때, 제네시스는 SNES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SNES(일본의 수퍼 패미콤)는 RPG 머신으로 인식되었다. 이는 라이벌 기종인 제네시스가 더 빠른 CPU를 갖추고 있다고 세간의 지적에 대한 좋은 변명거리가 되었다. SNES는 스프라이트 크기조절 및 회전 효과가 일정하게 제한된 반면 더 많은 발색수를 갖추고 있었다. SNES는 소니에서 맞춤 제작한 사운드 칩을 장착하여 RPG 장르에서 필요한 고품질의 음악을 제공했다. [파이날 판타지]와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각각 4편과 5편을 통해서 패미콤에서 수퍼 패미콤으로 이동하였다.
SNES를 통해 제공된 향상된 성능은 RPG 장르를 새로운 수준으로 인도했다. 1991년 파이날 판타지 4편의 음악은 놀라운 수준이었고, 음악은 플롯에서 그래픽 만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되었다. SNES의 크기조절과 회전 효과는 게이머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고 상대적으로 그래픽에 둔감했던 RPG 장르에 그래픽의 화려함을 선보였다. 증가된 팩의 크기를 통해 더 길고 더욱 정교한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제네시스가 소수의 고품질 RPG를 갖추었음에 반해, 게임기 RPG는 SNES에서 뿌리를 내렸고 더 많은 북미 팬들을 끌어들이게 되었다.
|
스퀘어는 미국에서 게임기 RPG 장르를 부흥하는 데 큰 역할을 수행하였다. [크로노 트리거](전통적인 중세풍 팬터지 RPG 배경으로의 시간 여행이 혼합된 게임), [수퍼 마리오 RPG](닌텐도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가벼운 분위기의 어드벤쳐), [파이날 판타지 6]를 통해 스퀘어는 북미에서 주도적인 RPG 제작사로 자리 잡았다. [드래곤 퀘스트]의 제작사 에닉스는 [드래곤 퀘스트] 5편과 6편을 북미발매를 취소했고, 급기야 북미 지사를 철수하게 된다. 이는 일본에서 호조와는 꽤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CD-ROM의 약속
|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은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가능케 했던 CD-ROM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던 시기였다. 비디오 게임업체 중에서 NEC와 세가가 이 새로운 기술의 잠재력을 재빨리 인식했고 자사의 게임기에 부착할 수 있는 CD-ROM을 내 놓았다. 이는 분명 RPG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더 긴 퀘스트, 놀라운 CD음질의 오디오 트랙, 그리고 동영상이라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NEC는 PC엔진(PCE)에 장착되는 CD-ROM을 1988년에 선보였다. 북미에서는 실패했지만 PC엔진은 일본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CD-ROM이 이러한 성공에 일익을 담당했다. 닌텐도의 수퍼 패미콤으로 플랫폼의 주도권이 넘어가기 전까지, 9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최고의 RPG중 다수가 PC엔진 CD-ROM 시스템으로 출시되었다. [천외마경]과 같은 게임들은 통상적인 팩(PC엔진의 경우에는 HuCard)으로 출시되기에는 너무 용량이 너무 방대했고, 값비싼 CD-ROM의 가치를 일깨워 주었다. 북미에서는 1990년에 이 제품이 출시되었지만, 높은 가격과 저조했던 게임기 판매량 때문에 여러 RPG중 [코즈믹 판타지2]만 출시되었다.
|
세가는 NEC가 일본에서 거둔 성공에 주목하였고, 메가 드라이브(제네시스)를 위한 자사의 CD-ROM으로 반격 태세를 갖추었다. 1991년에 일본에서 출시된 메가CD는 세가가 원했던 만큼의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메가CD 초기에 가장 인기 있었던 게임은 게임아츠의 RPG [루나: 더 실버 스타]였다. 출시되자마자, [루나]는 기계당 1개 꼴로 판매되었고, 이는 보기 드문 성공이었다. 세가CD는 1992년에 미국에서 출시되었다. 일본에서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메가CD는 PCE CD에 비해 훨씬 적은 숫자의 RPG라인업을 갖추었다. 하지만 최고의 작품들이 북미에 출시되었다. 워킹 디자인사를 통해서 [루나], [루나2], [베이Vay]가 출시되었고, 세가는 [다크 위저드], [샤이닝 포스 CD]와 같은 전략 RPG들을 선보였다. 무엇보다도, 이 RPG들 때문에 게이머들이 값비싼 세가 CD의 구입을 고려하게 되었다.
2부에서는 PS, N64, 그리고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멋진 차세대 RPG 게임들을 다룰 것이다.
by anarin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