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해저드 시리즈의 재탕인가, 금성무의 인기덕분인가, 아니면 딜레마에 빠져있는 게임 계의 새로운 가능성의 제시인가…. 발매된 지 한 달 가량이 지난 현재, 약 80만개 정도의 엄청난 판매량을 보이며 CAPCOM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 무서운 소프트. 어디, 얼마나 대단한 게임인지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역사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미 발매 전부터 거의 모든 정보가 일반에 떠들썩하게 공개된 귀무자이니 모르는 분은 아니 계실 테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여러분들에게만 살짝 공개하겠다.
"혼노지(本能寺)의 변"이라는 사건을 아시는지? 일본역사 사상 가장 커다란 전환의 시기였던 사건으로, 당시 일본영토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라는 절세의 걸출한 다이묘(大名 - 군주를 칭함)가, 평소 불만을 품고있던 부하인 아케치 미쓰히데(明智光秀)의 배신으로 인하여 혼노지 절이라는 곳에서 자결하고 만 사건이다. 원래는 이렇게 죽은 노부나가인데, 이 게임에서는 그의 죽음을 다른 사건에서 다루고 있다. 자, 그럼 게임의 오프닝을 보도록 하자. 이 오프닝의 역사적 배경은, 당시 약소국이었던 노부나가가, 몸소 단 수십 기의 기마병만을 이끌고 대군인 이마카와 요시모토(今川義元)의 군대를 박살낸 것으로 유명한 덴카쿠 전투이다. 이 전투의 승리로 인하여 노부나가는 일본영토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으며, 이때부터 노부나가라는 인물의 천재성이 부각되었다고 한다…라는 사실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역사일 뿐.
게임의 오프닝을 보면, 이 전투에서 이마카와를 쓰러트린 직후, 노부나가 자신도 적의 화살을 맞아 절명하고 마는데…. 한편, 주인공인 사마노스케에게 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온 유키(雪)히메(사실, 이 유키히메라는 여성은 실존인물로 비록 친딸은 아니지만 노부나가의 딸로서 역사상에 등장하며, 역사상으로 보면 노부나가는 딸이 없었기에, 딸을 가진 자신의 가신(부하)들 중에서 적당히 골라내어 유키히메라는 거짓이름을 붙이고, 영토를 보존하기 위한 정략적 결혼의 역할로 만들어진 가짜 공주님일 뿐이었으나, 이 게임에서는 노부나가의 장인인 미노국의 영주인 사이토 도산의 딸로 등장한다. 사마노스케가 사이토 가문의 가신이었던 아케치 미쓰히데의 사촌이라는 설정덕분에 유키히메도 사이토 도산의 딸이라는 설정이 된 듯.
뭐 설정이야 어쨌든 정략결혼이라는 비운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는 같지 아니한가)의 편지가 날아오고, 성이 이상하다는 말에 해외유학 중(?)이던 사마노스케는 서둘러 성으로 돌아오지만, 이미 유키히메는 행방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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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오프닝의 내용이다. 이 게임의 CG는 전문회사인 링스가 담당했는데, 이 회사는 그란디아를 시작으로 FF7, 스타오션 등의 CG를 담당한 우수한 회사이다. 이러니 당연히 오프닝의 퀄리티는 극상을 달릴 수밖에. 필자도 이 게임을 접했을 때, 이미 그 동안 인터넷에서 수없이 접했던 영상이었지만, 직접 보고 나니 입이 떠∼억 벌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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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시스템은 바이오의 그것
부푼 기대로 게임을 시작해보니, 이런…아무리 일본 색이 짙은 게임이지만 글자가 세로로 나온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일본은 활자를 세로로 쓰며 우리와는 반대로 인쇄도 오른쪽에서부터 하는 특이한 나라다. 본 게임에서야 대사 등은 제대로 가로로 표현되지만, 정작 스토리에 중요한 단서가 되어주는 각종 문서가 전부 세로로(심지어 매뉴얼도 세로인쇄!!)…. 이래서야 아무리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읽기가 좀 불편하지 않으려나. 사실 필자도 이런 종류의 게임을 하면서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러한 종류의 문서는 전부 읽으면서(필요하다면 메모까지 하면서) 진행하는 편인데, 귀무자는 플레이하면서 문서종류는 암호해독에 관한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읽지를 않았다는…. 아마도 대다수의 우리 나라 게이머들이 그리하지 않았을까(아니면 말고).
그리고 나서 나타나는 게임화면. 오오∼상당히 깨끗한 화면이로세. 사실, PS로 나온 여타 바이오 종류의 게임은 하드웨어의 성능 상, CG배경과 캐릭터가 서로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귀무자의 그래픽은 이 두 요소가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사마노스케의 얼굴 텍스쳐나, 갑옷의 세밀한 디테일,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실제 인간의 것을 보는 듯한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과연, 이것이 PS2의 성능이로군 이라고 중얼거리며 보고있던 필자. 이벤트가 끝나자, 실제로 사마노스케를 움직일 수 있었다.
조작법은 기존의 바이오 시리즈와 완전히 같았기에 별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었지만, 사실 바이오 시리즈의 이 RC카 같은 조작체계가 그대로 이어졌다는 것은 약간의 실망이었다고 할까…?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바이오 1편이 나올 당시, 캡콤에서는 조작체계로 인한 논쟁이 뜨거웠다고 한다. 배경이 CG이다 보니 캐릭터의 시점이나 이동 등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되는데,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십자 키대로 전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는 것. 그래서 결국엔 RC카의 조종법을 채용, 정해진 키로 정해진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컨셉으로 갔다는 얘기가 있다.
뭐, 이거야 당시의 기술력문제 때문에 그걸 벗어나려는 일종의 타협적인 방안이었다고 보지만, PS2에서까지 굳이 그런 조작체계를 고집할 이유가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결국은 기존의 바이오 팬들에게 쉽게 어필하기 위해서라고 밖에는 납득이 아니 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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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노스케를 움직이다보니 한가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필자. R1으로 전투태세를 갖춘 상태에서 방향키로 빠른 움직임이 가능한데, 전투 시에도 기본공격 4단이 나가기 전에 방향키만으로 언제라도 공격을 캔슬하고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 이것으로 전투도중 적과의 거리를 벌리거나, 단번에 적의 등을 노리는 전술 등이 가능해 진 것이다. 단순한 조작으로 이런 멋진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것은, 액션게임을 잘 하지 못하는 유저들에게도 충분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요소이다.
단지, 유저들 사이에서 "귀무자 축지법"이라고 불리는 이 이동법 만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왠지 모르게 전설의 명작 악마성 드라큐라 월하의 야상곡에서 백대시 만으로 악마성을 누비며 돌아다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필자뿐 만은 아닐 듯. 축지법을 쓰며 조금 지나가자 벌어지는 전투.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베는 맛이란 어떨까? 라며 전투를 시작한 필자. 그리곤 느껴버렸던 것이다…. 플레이하는 사람을 저 멀리 아스트랄 계로 날려버리는 검의 짜릿한 베는 맛을…!! 바이오 시리즈는 나이프와 샷 건이 좀비 청소의 맛이었다고 한다면, 귀무자의 검으로 베는 이 느낌은 마치, 정육점 주인이 되어 고기를 잘게 다질 때의 그 맛이랄까? 어쨌든 상당히 마음에 들어버린 필자.
음…조금 더 진행하니 뇌참도(雷斬刀)를 얻는데, 이때부터 일명 필살기, 전술각이 사용 가능해 진다. 보기에도 시원한 연출과 함께 적들을 날려버리는 박력도 일품. 이만하면 만족스럽다며 게임을 진행한 필자였으나…역시 직업병은 못 속인다고 했던가, 몇몇의 아쉬운 점들이 눈에 뜨이고야 말았으니, 이제부터 그러한 점들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귀무자를 아직 플레이하지 않으신 분들은 이 다음부분은 읽지 마시길 권한다. 자칫 재미가 반감될 수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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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뻔한 이야기 전개
사실, 바이오 시리즈와 비교를 한다면, 스토리가 너무 엉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물론, 이 귀무자는 당초 개발 때부터 3부 작으로 구성됨을 미리 알렸었지만, 1부 격인 귀무자에서의 스토리가 너무 나사 빠진 느낌을 준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을런지.
초반의 스토리의 흐름은 노부나가를 살려낸 장본인이라고 스스로 칭하는 길덴스턴이라는 정체불명의 환마에 의해 진행이 되며, 여기에 노부나가를 섬기는 일본 역사의 전설적인 인물, 기노시타 도기치로(후에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등장으로 인하여 노부나가의 배후세력이 환마라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무언가 밝혀지려는 부분에서부터 게임이 엉성해 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난데없이 등장하는 가짜 사마노스케를 시작으로(아무런 복선도 없이 등장한다는 것이 문제), 후반에 가서는 아예 나타나지도 않는 도기치로와, 엔딩에서나 겨우 얼굴을 비치는 노부나가 선생, 유메마루라는 꼬마는 도대체 왜 등장했는지 존재 적인 가치가 희미한 점. 물론 유키히메를 구하러 왔다는 명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도대체 괴물들이 가득한 성안을 한낮 힘없는 꼬마가 어떻게 돌아다닌단 말인가. 비슷한 예로서 바이오해저드 2를 보면 쉐리라는 여자아이가 등장하는데, 이 아이 역시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가운데에서도 룰루랄라 잘도 돌아다닌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쉐리로 잠시나마 플레이 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으며, 이때 좀비견들을 피해 다니는 이벤트를 체험해 보면 쉐리가 어떻게 살아서 돌아다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가? 물론, 이 게임은 액션게임이니 일부의 유저들 입장에서는 스토리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전에도 필자가 얘기했듯이(이터니아, DQ 7 리뷰 참고) 요즘의 유저들은 게임을 즐기는 수준이 매우 높다. 아무리 그래픽이 좋아도 내용이나 게임의 밸런스가 엉성하면 그 게임은 버림받는, 그런 세상인 것이다(바운서가 가장 좋은 예일 것이다). 귀무자의 경우는 퍼즐의 난이도도 비교적 쉬운 편이고(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던 무궁화 퍼즐 제외), 게임이 워낙에 지명도가 있으며 그에 어울리는 원만한 완성도로 그다지 악평은 받고 있지 않지만, 그렇게 썩 잘 만든 게임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앞서 얘기한 스토리의 문제, 후반이 되면 이것저것 다 팽개치고 유메마루와 유키히메의 구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진다.
물론, 당초 게임의 목적이 유키히메의 구출이었지만, 스토리 초반의 흐름을 쥐고있던 길덴스턴과 도기치로의 행방이 알려지지 않은 점은, 아마도 2부에서 확연하게 풀릴 거라는 모종의 암시일지도? 게다가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앞의 이야기가 뻔히 보이는 전개도 문제점이다. 사마노스케와 유키히메가 소꿉 친구라는 설정도, 기왕에 이런 것이 있다면 정작 본 게임에서 이와 관련한 이벤트가 적어도 하나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예를 들면 둘만의 과거의 회상 이벤트라든지. 겨우 카에데와의 이벤트 하나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게다가 엔딩의 그 허무함이라니…. 너무나도 결과가 뻔한 엔딩 CG를 보면서 필자는 어느새 웃고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치, 뻔한 줄거리로 일관하는 요즘의 헐리우드 식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CG마다 성형수술(?)을 하고 나오는 사마노스케 선생의 모습.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금성무 선생의 김 빠지는 연기이다.
원래 일본인이 아니니 이해는 하지만, 마치 국어 책을 읽는 듯한 그의 연기를 듣다보면 상당한 이질감이 생겨, 주인공인 사마노스케에게 유저 자신의 감정이입이 불가능해진다. 그나마 발음은 좋은 편이지만…. 특히 가장 히트한 그의 대사는 바로 마지막의 외침!! 야메로∼(그만둬). 유키히메와 유메마루가 죽을지도 모르는 몹시 위급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인생달관한 철학자 같은 투로 외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아스트랄의 계시라고 필자는 느꼈던 것이다.
이러한 느낌은 과연 필자 혼자만이 느낀 것일까, 요즘의 게임 계는 역시나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필자가 병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을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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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성공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귀무자는 결론적으로 성공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PC통신의 유저들도 대부분이 재미있다는 의견이고, 일본 쪽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워낙에 인기가 있던 바이오 시리즈의 차세대 작품이니 이런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주인공인 사마노스케의 얼굴로 금성무를 쓴 CAPCOM의 광고전략도 한 몫. 게임성에서도 바이오와 흡사한 여러 가지 트랩, 멀뚱히 서서 총만 난사하면 되었던 바이오 시리즈의 좀비들에 비해, 머리가 좋아지고 공격패턴도 다양해진 좀비 병사들, 레벨 업의 개념을 도입하여 "성장"의 재미를 준 점등은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단지, 게임의 플레이 시간이 너무 짧다보니 사마노스케의 성장 역시 빨라서 그다지 "아, 강해졌구나"라는 사실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게임을 하다보면 플레이어 자신의 실력이 좋아지기 때문에 그다지 레벨 업이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아무튼 게임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부담 없이 즐기기에는 그만인 소프트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추가요소도 좋은 편으로, 특히 사마노스케의 팬더복장은 상당한 개그. 귀혼(鬼魂)모드를 클리어 하면 화승총, 활의 잔탄 수가 무한이 되고, 막강무적의 비샤몬의 검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며, 부 주인공 격인 카에데의 차이나드레스도 귀엽다.
여담이지만, 일부 건전한 유저들은 사마노스케보다도 카에데로 플레이할 때 더욱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그 이유는 카에데의 살랑거리는 가X(심의 상 삭제)의 연출과, 닌자 특유의 빠른 움직임으로 인해 한 대 치고 빠지는 현란한 공격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과, 특수기인 목따기(↑ + 베기)의 중독성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도 땀나게 생긴 갑옷사내 사마노스케 보다는 카에데를 선호하는 편이니….
결과적으로 주저리 비슷하게 된 리뷰였으나, 필자의 의견에 공감하는 유저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한다(아니면 말고). PS2의 소프트가 액션 기근에 시달리는 요즘에 멋지게 터져 준 귀무자!! 다음 이야기를 잠 못 이루도록 가슴 설레며 기다려 보도록 하자. 기대한다!!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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