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드림즈 유니버스 | 출시일 | 2020년 2월 14일 |
개발사 | 미디어 몰리큘 | 장르 | 샌드박스 |
기종 | PS4 | 등급 | 12세 이용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PforP |
*본 리뷰 스크린샷에 등장한 창조물의 권리는 모두 원 제작자에게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사탕색 광대, 샌드맨은 매일 밤 내 방으로 살금살금 들어와 별가루를 뿌리고 속삭이죠.
"잠들 거라. 모든 게 잘 될 거야."
-Roy Orbison, 'In Dreams' 중
<테어어웨이 언폴디드> 이 게임이 벌써 5년 전 작품이다.
답을 알면 고생을 안 하지. 되는 대로 하는 거야. Easy Breezy~
<테어어웨이 언폴디드> 이후 미디어 몰리큘의 신작 <드림즈 유니버스>은 상당히 느리게 만들어졌다. <테어어웨이 언폴디드>가 벌써 5년전 게임이고, <테어어웨이>가 2013년 작이라는걸 생각해보면 최소 7년 동안 <드림즈 유니버스>에만 매진한 셈이다. 발매 1년 전부터 일부 국가에서 얼리 억세스를 하긴 했지만, <드림즈 유니버스>는 수수께끼에 쌓여있었던 게임이었다. 미디어 몰리큘의 출세작 <리틀빅플래닛> 같은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게임'이 될 거라는 힌트가 붙긴 했지만, 많은 이들은 소니 행사에서 공개된 <드림즈 유니버스> 예고편에 당황했다. 뭔가 거대하고 신비로운 게임처럼 보이긴 하는데, 대체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실제 작동 영상이 공개되고 얼리 억세스를 거치면서 이런 당혹감이 조금씩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잘 모르는 사람들은 <드림즈 유니버스>가 어떤 게임인지 감이 안 잡힐 것이다.
초기 티저 예고편. 사실 딱히 숨기는 게 없는 예고편이었음에도, 어떤 게임이 될지 감이 안 잡혔던 것도 사실이다.
여튼 제작진이 <드림즈 유니버스>에 내린 정의는 이와 같다.
간단히 말해서 <드림즈 유니버스>는 '플레이어의 창작물을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샌드박스 게임 툴'이다. 사실 일반 게임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 툴이라는 개념은 1990년대 (통칭 쯔꾸르)부터 올라갈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다만 샌드박스 게임 툴이 본격적으로 주류 패키지 게임 시장에 올라오기 시작한 건 7세대 콘솔부터였다. 주로 평면 플랫폼 게임 툴이 많았는데, 언급한 <리틀빅플래닛>도 그렇고 <메이드 인 오레>와 <리틀빅플래닛>에 영감을 받은 <슈퍼 마리오 메이커> 시리즈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7세대 캐주얼 게임 툴의 공통점으로는 SNS와 스마트폰, 유튜브의 폭발적인 확장세에 힘입어 소셜 네트워크처럼 창작물을 공유하고 즐기는 방법론이 도입되었다는 점이다. 당장 <리틀빅플래닛>부터 '즐기고, 만들고, 공유하라'라는 구호를 내세웠고, <메이드 인 오레>와 <슈퍼 마리오 메이커> 역시 SNS 친화적이었다. 게임 툴이라 보기 힘들지만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마인크래프트>나 스팀 창작마당도 이런 조류하고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임이다. <드림즈 유니버스>도 <리틀빅플래닛>의 '즐기고, 만들고, 공유하라'라는 구호와 방향성에 충실하다.
이런 '메이커' 게임들은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된 편이다. 부터 시작해서…
<슈퍼 마리오 메이커>도 있고,
심지어 미디어 몰리큘의 대표작 <리틀빅플래빗>도 메이커 게임이었다.
하지만 <드림즈 유니버스>가 그저 <리틀빅플래닛>의 성공을 답습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디어 몰리큘은 <리틀빅플래닛> 시절 사용자들이 만든 콘텐츠를 유심히 관찰한 뒤, 엄청난 시간을 들여 정말 터무니없는 물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미디어 몰리큘은 엄청난 완성도와 흡입력을 지닌 캐주얼 게임 엔진/애니메이터 툴 또는 간이 게임 유통망을 만들어버렸다. <드림즈 유니버스>는 단순히 유능한 툴 이상으로, 비디오 게임 만들기와 유통하는 방식에 대해 흥미로운 실험을 한 게임이다. 솔직히 이 정도 되면 게임이라고 불러야 할지 헷갈리지만, 게임을 틀을 굳이 좁게 잡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드림즈 유니버스>는 게임 툴이라는 측면에서도, 게임 플랫폼으로 봐도 굉장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몰리큘 특유의 미적인 독창성은 덤이다.
뇌 속 이매지네이션. 본 것, 들은 것 그게 전부 피가 되지. 날 수 있어.
커서이자 플레이어의 아바타인 임프.
게임을 시작하면 맞이하게 될 드림 퀸의 홈스페이스.
<드림즈 유니버스>는 드림서핑과 드림셰이핑으로 나뉜다. 서핑은 창작마당, 셰이핑은 제작 툴로 생각하면 좋다.
<테어어웨이>가 그랬듯 공식 홈페이지(https://indreams.me/)와 게임간의 연계가 중요한 작품이다.
<드림즈 유니버스>는 게임 속 세계이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드리미버스를 중심으로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게임이다: 제작 툴인 드림셰이프와 드리미버스 내에서 만들어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드림서핑이다. 일단 드리미버스를 살펴보자. <테어어웨이>에 이어 <드림즈 유니버스> 역시 공식 웹사이트 (https://indreams.me/) 와 게임 간의 상호작용을 추구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게임을 키지 않아도,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원하는 창조물을 찾거나 드리머를 방문하거나 도움말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게임 내 설정을 통해 웹사이트 활동 없이 게임만으로도 즐기는 것이 가능하지만, <테어어웨이>가 그랬듯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공유와 소통이 중요한 게임이기 때문에, 제작 활동을 자주 하는 드리머라면 켜두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드리미버스 활동의 아바타이자, 게임의 마스코트로 <드림즈 유니버스>는 임프라는 캐릭터를 내세우고 있다. <드림즈 유니버스>를 시작하게 되면 플레이어는 임프를 설정하게 된다. 이 임프는 <드림즈 유니버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간단히 말해 드리머로 불리는 플레이어의 아바타이자, 게임의 커서라 생각하면 좋다. 임프는 기본적인 조작부터 시작해 게임 내 플레이, 드림셰이프에서 이뤄지는 오브젝트 조작과 조형까지 담당하고 있다. 특히 조작할 수 있는 대상에 달라붙어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드림셰이프나 홈스페이스 작업에서는 상당히 자주 활용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임프는 드리미버스에서는 드리머의 아바타이자, 소셜 네트워크 활동의 상징이기도 하다. 홈스페이스 방문부터 시작해 일일 창작/플레이 도전 과제인 창조 커뮤니티 파티와 임프 어워드까지, <드림즈 유니버스>의 소셜 네트워크는 이 임프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보면 좋다.
일단은 스틱 조정이 가능하지만, 모션 컨트롤이 중심인 게임이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드림즈 유니버스>는 일반적인 게임과 달리, 모션 컨트롤 비중이 매우 높은 게임이다. 임프 조작 대부분이 패드 혹은 무브의 모션 컨트롤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모션 컨트롤로 임프를 움직이고 패드 버튼으로 조작하고, 스틱으로 카메라를 돌리는 시스템이라 보면 좋다. 옵션에서 스틱으로 임프를 조작할수 있도록 변경할 수 있긴 하지만, 사실상 마이너 취급이다. 특히 드림서핑보다는 정교한 조작이 필요한 드림셰이핑에서 모션 컨트롤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펜 타블렛로 그리는 것과, 마우스로 그리는 것 간의 차이를 생각하면 좋다. 때문에 무브가 있으면 작업 난도가 확 떨어지는 게임이다. 농담이자면 <드림즈 유니버스>는 무브를 팔기 하기 위한 소니와 미디어 몰리큘의 거대한 판촉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본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는 홈스페이스. 다른 드리머의 홈스페이스도 방문할 수 있다.
활동에 따라 오라의 색이 정해진다.
미디어 몰리큘은 드리미버스와 임프를 활용해 페르소나/오라, 임프 퀘스트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일단 페르소나/오라를 살펴보자. 페르소나/오라는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어떤 행동을 많이 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성향'에 가깝다. 예를 들어 드림플레이에서 다른 사용자들이 만든 게임을 한다면 플레이로 페르소나가 정해진다. 반대로 드림셰이프에서 설계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주력하면 설계나 애니메이션으로 페르소나가 결정된다.
이렇게 결정되면 임프를 둘러싼 색깔인 오라도 정해지며, 드리미버스에서 이 드리머가 어떤 성향의 활동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추가로 레벨 15가 되면 지금까지의 행적뿐만이 아니라, 현재의 열정 항목이 개설되어 게임 내 플레이어의 선호도 변화를 추적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커서를 캐릭터화하고 중층적인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부여한 것은 간단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였다. 드림 서핑에서 드림셰이프 작업을 위한 동료 드리머를 찾을 때, 이 페르소나와 오라를 활용하면 원하는 재능을 가진 동료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드리머 페이지에서 이 사람이 뭘 하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개 이상 활동을 하는 사람은 오라 색이 섞여서 보인다.
혹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임프 퀘스트를 따라가는 것도 방법이다.
이름에서 짐작했겠지만 임프 퀘스트는 도전 과제 시스템이다.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 플레이어는 드림 퀸의 홈스페이스로 인도를 받게 된다. 조작과 홈스페이스 꾸미기 튜토리얼이 끝나고 나면, 플레이어의 개인 공간인 홈스페이스가 마련된다. 이 곳에 드림 퀸의 임프에게서 임프 퀘스트를 확인하고 받을 수 있다. 임프 퀘스트는 수동으로 진행할 수 있기도 하지만, 오라와 페르소나에 맞춰 플레이어를 인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게임을 하다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이 임프 퀘스트를 따라가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플레이어가 플레이로 페르소나가 결정되면 게임 속 방울을 획득하거나 다른 드리머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하는 퀘스트를 추천하게 된다. 반대로 애니메이션 페르소나로 정해지면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퀘스트를 추천받게 된다. 이렇게 추천받은 도전과제를 하면 드림셰이프나 홈스페이스에서 쓸 수 있는 도장이나, 새 임프 커서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획득한 도장은 대부분 미디어 몰리큘 쪽에서 공들여 만들었기 때문에, 홈스페이스 꾸미기를 즐겨 하는 사람들은 퀘스트를 클리어해서 도장을 수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게임 제작에 관심이 없다면 보통 드림서핑을 자주 하게 될 것이다.
기본적인 타이틀 구성은 메인 타이틀-댓글 및 사진-계보와 유사한 창조물로 나뉜다.
이제 드림서핑으로 넘어가 보자. 개념 자체는 스팀 창작마당하고 비슷하다. 드림서핑에 게시되는 드림 (창조물)은 게임, 시청각, 쇼케이스로 나눠져 있다. 이 중 쇼케이스는 스토리 없이 어떤 환경이나 작품을 보여주는 창조물이라 생각하면 좋다. 이런 드림을 선택해 즐긴 뒤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고 소통하는 과정이 드림서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멀티플레이 항목이 있긴 하지만 MMORPG는 지원하지 않는다. 아무리 미디어 몰리큘이라도 이건 무리였을 것이다.
창조물 업로드는 드림셰이핑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드림서핑에서는 드림 플레이와 홈스페이스 방문이나 평가, 댓글 달기 같은 소셜 네트워크적 행동이 주라고 생각하면 좋다. 미디어 몰리큘 쪽에서 창작 이외에도 플레이와 관련한 어워드를 열기 때문에 이쪽도 확인하면 좋다. 사실 주목할만한 부분은 드림서핑과 드림셰이핑 간의 연계다. 미디어 몰리큘은 영리하게도, 드림 내에서 창조물에 쓰인 도장 목록을 확인할 수 있는 계보부터 시작해 버전 및 릴리즈, 유사한 창작물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어떤 '요소'가 쓰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보.
보통 이런 동인 게임이나 모드는 저작권이나 크레딧 문제가 민감한데, 그런 걸 시스템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상당히 핵심을 찌른 디자인이다: 보통 이런 게임 제작이나 모드 사이트에서는 제작자가 체크하고 공개하지 않는 이상, 어떤 리소스가 쓰였는지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게임이나 모드 제작에 들어가는 리소스 숫자가 많아서, 제작자조차도 뭘 썼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드림즈 유니버스>는 그 점에서 드리머가 드림서핑 도중 창조물을 접하면서 원하는 리소스=요소를 확인하고 가져올수 있도록 직관적인 편의성을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세심한 편의성을 드림셰이핑과 연계한 디자인이 바로 리믹스인데, 이 리믹스는 게임 툴인 드림셰이핑 부분에서 다시 한 번 다뤄보고자 한다.
이 게임의 공식 시나리오라 할 수 있는 '아트의 꿈'. 분량은 2시간 정도다.
3D 플랫폼 액션 비중이 높긴 하지만…
<드림즈 유니버스>는 <리틀빅플래닛>이나 <테어어웨이>랑 달리 스토리 모드가 없는 게임이지만, 공식적으로 스토리 모드로 취급되는 창조물이 있다. 바로 '아트의 꿈'이다. 강제성은 없지만, 예고편에서도 비중 있게 등장했고, 드림셰이핑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시나리오기 때문에 해볼 필요가 있다. 내용은 1950년대 미국 재즈 음악을 소재로 삼은 판타지 뮤지컬이다. 의욕을 잃고 재즈 밴드를 뛰쳐나온 아트라는 베이스 연주자가,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동료들과 화해하고 부진을 극복한다는 내용인데 미디어 몰리큘 쪽에서 힘을 잔뜩 주고 만든 티가 팍팍 난다.
진행하면서 슈팅 게임이나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드라이빙 액션 게임으로 종횡무진 변신하는 게 일품이다.
화려한 뮤지컬과 SF, 디즈니풍 모험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되는 매력이 있다.
빈센트 미넬리나 스탠리 도넌 같은 인공적이고 화려한 1950년대 할리우드 뮤지컬와 초현실주의의 영향 아래에, 거칠게 깎인듯한 목각 인형풍 인물들, 세련된 SF 로봇과 정감가는 디즈니식 동물 캐릭터들을 주인공 삼아 하드 밥과 헤비메탈 기타 (?)가 플랫폼 액션,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심지어 슈팅 게임 (!)를 넘나들면서 모험을 펼치는데 대체 드림셰이핑으로 만들 수 없는 게 뭐지? 싶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테어어웨이>처럼 유희의 본질을 묻는 심오한 내용까지는 아니지만, 유머와 사려 깊은 태도로 꿈과 현실과 뒤섞어서 창작의 슬럼프와 극복, 자기반성을 다루는 태도와 내용도 좋다.
쇼케이스용으로도, 독립된 작품으로도 뛰어난지라 게임을 샀다면 잡아보는 걸 추천한다.
머릿속에 이미 완성형이 보였어. 머릿속은 이미 자유자재.
기본적으로 요소가 모여 장면을 구성하고, 장면을 배치해 드림을 만든다고 보면 좋다.
게임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쇼케이스도 만들 수 있다.
만들어진 요소는 이런 식으로 배포될 수 있다. 이렇게 배포된 요소를 가져와 찍는 걸 도장이라고 부른다.
'아트의 꿈'을 하고 창작욕이 마구 솟구친 사람이라면, 드림셰이핑으로 넘어가고 싶어할 것이다. 드림셰이핑은 사실상 <드림즈 유니버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간단히 말해서 캐주얼 게임 엔진 그 자체다. 단지 <드림즈 유니버스>는 일반적으로 상상할법한 캐주얼 게임 엔진의 선을 넘어선다.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등장한 캐주얼 게임 툴들은 정해진 강한 양식에 고정된 게임들이 많다. <슈퍼 마리오 메이커>도 그렇고, 미디어 몰리큘의 전작이었던 <리틀빅플래닛>도 '2D 플랫폼 게임'이라는 고정된 양식 속에서 플레이어에게 샌드박스형 툴을 안겨주는 부류의 게임이었다. 이런 게임 툴 장르의 선구자였던 도 탑뷰 타일형 RPG/어드벤처 게임 양식을 지키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있었다. <드림즈 유니버스>는 그 틀을 깨버렸다. 심지어 한 술 더 떠 작곡 프로그램과 3D 모델링 툴까지 지원한다면 믿겠는가? 믿는 게 좋을 것이다. 꿈에서는 뭐든지 가능하니깐.
일단 드림셰이핑의 구조는, (요소→장면→드림)⊂컬렉션으로 정리할 수 있다. 요소는 장면을 구성하는 모든 사물, 나아가 구성품들을 의미한다. 그림이나 캐릭터, 음악, 애니메이션, 음향 효과, 조형 심지어 논리 회로까지 지칭한다고 보면 좋다. 미디어 몰리큘은 영화 소품으로 정의했는데, 그 말 그대로다. 플레이어는 이 요소를 편집 모드에서 직접 만들거나, 편집 모드 내 도구를 써서 구성하거나 드리머버스에서 검색해 미디어 뮬리큘이나 다른 사람들이 만든 요소를 가져올 수 있다. 참고로 드리미버스에서 가져와 찍을 수 있는 요소는 게임 내에서는 '도장'이라 부른다. 이렇게 요소들을 만들거나 배치하는 것으로, 장면을 만들 수 있다.
작업이 완료된 장면을 배치하고 방향 아이콘으로 설정된 문을 서로 연결하면 플레이 가능한 드림이 만들어진다. 해당 창조물은 이미 완성된 드림이기 때문에 다음 출구가 없어서 연결할 수가 없다.
컬렉션은 즐겨찾기 개념을 생각하면 좋은데, 일반적인 즐겨찾기랑 개념이 조금 다르다.
공개 설정된 컬렉션 한정으로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장면은 기본적으로 '스테이지'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만들고 싶은 창조물의 종류에 따라 장면의 길이와 분량은 달라질 수 있다. 동시에 장면은 편집 모드 내 작업 영역을 일컫는 용어기도 하다. 이렇게 완성한 장면을 문을 이용해 새 드림에서 서로 연결해 작업하면 드림이 완성된다. 드림 만들기는 편집 도구를 활용하지 않고, 플레이 가능한 만들거나 가져온 창조물을 출입구로 연결한다고 보면 좋다. 드리머들의 제보에 따르면 한 장면에 들어갈 수 있는 최대 요소 숫자는 10565개 정도 된다. 드림셰이핑의 관건은 드림 내 장면 배분과 연결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있다. 최신 오픈월드 게임 같은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스테이지를 만드는 건 무리겠지만, 요소 배분을 잘하면 꽤 큰 규모의 장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컬렉션은 이 모든 요소를 포괄하는 '즐겨찾기'에 가깝다. 플레이어를 마음에 들거나 하나로 엮고 싶은 요소나 장면, 드림을 컬렉션에다 배치해 공개할 수 있다. 왜 넣었나 싶겠지만, 다른 드리머들이 만들어둔 컬렉션을 보다 보면, 대부분 특정한 '주제'로 정리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컬렉션 기능의 강점은, 원하는 특정한 주제의 요소나 장면, 드림을 찾기 쉽도록 목록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또한, 창조물과 컬렉션의 저장 방식은 서로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디어 몰리큘 역시 컬렉션 기능을 이용해 "창조물을 여러 개의 버전으로 저장하고 릴리스할 버전을 선택"하거나 "컬렉션만 플레이할 수 있고 들어가는 콘텐츠를 비공개로 정해" 협력자들끼리 테스트 용도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일단은 조작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
미디어 몰리큘: 어서 와, 게임개발지옥은 처음이지?
드림셰이핑 (창조 모드)은 편집 모드와 플레이 모드로 나뉜다. 플레이 모드는 모든 편집이 끝난 뒤 시험하는 모드기 때문에 편집 모드가 드림셰이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편집 모드에도 다양한 도구가 포함되어 있다. 게임 제작에 관여하는 도구는 총 네 개다. 포토샵 편집 메뉴과 같이 오브젝트의 이동이나 변형, 조립 기능을 하는 툴, 모델링이나 음악 같은 시청각적인 요소를 창조하고 편집하는 모드 (이 도구 한정으로 선택한 도구에 따라 하위 모드로 들어가게 된다.), 캐릭터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애니메이션, 조명이나 카메라, 논리나 센서 같은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가젯이 대표적이다.
음악이나 애니메이션, 논리 회로 같은 몇몇 도구 같은 경우엔 조그마한 육면체형 도장이 배치되며, 이 상자를 열어 자세한 설정이나 구성을 만들 수 있다. 보통은 모드에서 원하는 물체와 음향를 만든 뒤, 애니메이션과 가젯을 이용해 속성을 부여하고 디자인하게 될 것이다. 상술한 홈스페이스 편집 모드 역시, 기본적으로 드림셰이핑의 편집 모드 간소화에 가까우므로 홈스페이스 편집 모드가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다면 드림셰이핑 편집 모드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추가로 <드림즈 유니버스>에서 그래픽 디자인은 입자라는 단어로 지칭되는데 이 입자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질감과 분위기가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 몰리큘: 괜찮아, 해치지 않을께.
사실 튜토리얼이 워낙 상세한지라 따라 하기만 해도 많은 도움이 된다.
드림셰이핑에서 도입된 창조 모드의 다양한 도구들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나아가 왜 강력한지를 자세히 설명하려면 리뷰가 아닌, 게임 제작 영역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한마디로 리뷰의 영역을 넘어선다. 이 부분에서는 게임 개발자들에게 직접 플레이 해보고 의견을 물어보는 게 훨씬 깊이 있는 고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툴의 강력함을 유지하려고 하면서도 문턱을 낮추려고 한 모습은 주목할만하다. 미디어 몰리큘은 드림셰이핑을 만들면서 전문적인 게임 엔진이라면 수동으로 작업해야 하는 설계 부분을 게임 플레이의 영역에서 처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냥 간이 Z브러시를 가져다놓은 3D 모델링 도구도 뽑을 수 있겠지만, 애니메이션 도구가 이런 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드림셰이핑에서 애니메이팅은, 키프레임 형식으로 세밀하게 조절하는 방식도 있지만 '녹화' 형식도 지원하고 있다. 행동 기록기 (오브젝트)나 조종 기록 (캐릭터)의 녹화 버튼을 누르고 오브젝트나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면 그대로 애니메이팅되어 게임 플레이에도 반영된다. 보통 게임 현장에서 이런 애니메이팅과 관련된 자동화 도구가 있긴 해도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 '녹화' 기능은 혁명적이다. 여기다 미디어 몰리큘은 플레이용으로 쓸 수 있는 랙돌 목각 인형을 제공하고 있어서, '그러고보니 플레이어 캐릭터 모델링이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라는 걱정을 많이 완화하고 있다.
심지어 캐릭터 인형도 제공되어서 0부터 고생할 필요를 많이 줄였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프로그래밍 작업을 모듈을 통해 시각화한 것은 상당히 참신했다.
애니메이션뿐만이 아니라, 가젯 부분도 주목할만하다. 사실상 게임 제작에서 가장 문턱이 높은 부분이 게임 내 작동 논리를 구성하는 프로그래밍이다. 많은 문과생들이 게임 제작을 동경했다가 좌절하는 부분 역시 이런 프로그래밍으로 대표되는 이공계적인 지식을 필요하다는 부분에서다. <드림즈 유니버스>는 이런 난해한 프로그래밍 부분을 과학 실험 키트처럼 직관적인 모듈 형식으로 제공해 연결하는 방법을 택해 돌파해버린다. 상술했듯은 몇몇 도구들은 육면체형 도장으로 제공된다고 했는데, 가젯에 있는 논리 도구들 역시 육면체형 도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드림즈 유니버스>는 이런 논리 도구를 배치하고 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게임의 작동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추가로 설정에서 복수의 논리 도구를 배치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 도구를 통해 복잡한 논리 역시 구성할 수 있다. 만약 <드림즈 유니버스>가 GOTY를 받아야 하는 진짜 이유가 있다면, 고도로 복잡한 논리 설계 시스템을 쉽고 직관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드림즈 유니버스>는 지금까지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상용 게임 엔진의 자유도와 범용성을 대중화하는데 성공한 게임 툴이다. 지금까지 게임 시장에 나왔던 게임 툴 (<메이커> 계열이 대표적이다.)이 입문의 용이성을 위해 정해진 장르 규격에 맞춰서 제한된 논리 설계 도구를 제공했던 걸 생각하면, <드림즈 유니버스>가 일군 성취가 얼마나 혁명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신입 개발자 교과서로 게임 개발사나 게임 학원마다 하나씩 들여놓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PforP: 죄송합니다, 미디어 몰리큘님. 다시는 게임 만든다고 깝죽대지 않겠습니다.
쉽고 강력하긴 한데, 근본적으로 어쩔 수 없는 문턱이 있다는 건 고려해야 한다.
대신 만들어진 창조물을 재구성하는 리믹스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최대한 낮추려고 하고 있다.
<드림즈 유니버스>의 혁신성을 과대평가할 생각은 없다. 문턱이 많이 낮아졌지만, <리틀빅플래닛>보다 난이도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초보들은 툴을 통해 원하는 물체를 조형하는데 쩔쩔맬 것이고, 이 단계를 넘어선 사람들조차 가젯에서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손 떨림이 심한 사람이라면 조형 모드나 애니메이션 녹화를 하다가 짜증 낼 가능성도 높다. 모션 센서의 민감도 부분은 무브를 사거나 USB 마우스가 허용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다만 제작 과정의 어려움이라는 지점에서는 나름 대안이 마련되어 있다. 바로 리믹스다. 리믹스는 드림서핑에서 공개된 창조물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로 만드는 행위를 지칭한다. 미디어 몰리큘은 리믹스를 통해 게임 제작의 허들을 낮춤과 동시에, 리믹스한 창작물을 드림서핑에서 명기하도록 하면서 창작하는 드리머들 간의 표절 문제가 터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절을 하고 있다. 0부터 만들 자신이 없는 드리머들이라면 잘 만들어진 창조물을 리믹스를 하면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플랫포머는 기본이고 심지어 턴제 RPG나 건축 시뮬레이션, 리듬 액션 게임도 만들 수 있다.
드림서핑과 드림셰이핑을 넘나드는 미디어 몰리큘의 도전은 한가지 가설을 세워보게 만든다. 미디어 몰리큘은 소니 인터랙티브의 자회사다. <드림즈 유니버스>에서 만들어진 창조물 중 미디어 몰리큘의 선택을 받은 창조물은 소니 인터랙티브에서도 눈여겨 볼 가능성이 크다. 소니 인터랙티브가 인디 게임 제작자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2000년대 초 기발한 게임들을 내놓아 신인 게임 개발자들을 발굴하는데 주력했던 걸 생각해보면 (이렇게 발굴된 대표적인 스타 개발자로는 우에다 후미토가 있다.) <드림즈 유니버스>가 단순히 미디어 몰리큘에서만 머물지 않고, 소니 계열에서 참신한 신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플랫폼으로써 작동할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 물론 이런 가능성이 아니더라도 <드림즈 유니버스>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마음의 그물코를 촘촘하게 만들어. 최강의 세계가 만들어졌네.
<드림즈 유니버스>는 오랜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 역작이다. 우선 2020년 기준으로 <드림즈 유니버스>보다 정교하면서도 직관적인 게임 툴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만들수 있는 논리는, 정교하면서도 상당히 직관적이며, 표현면에서 대담하고 아름답다. 굳이 게임 툴을 하지 않더라도, 드림서핑으로 대표되는 게임 유통/소셜 네트워크적인 면모에서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은데다 게임 내 활동을 통한 개성 분류 같은 흥미로운 시도가 많다. 미디어 몰리큘은 <드림즈 유니버스>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리틀빅플래닛>이나 <테어어웨이>의 성취를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었다. 이젠 미디어 몰리큘을 뛰어넘을 회사는 미디어 몰리큘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괴물 콘텐츠를 4만원 중반에 판다는게 말이 안 될 정도로 <드림즈 유니버스>는 PS4를 가지고 있는 게임 유저라면 반드시 해봐야 하는 게임이다.
PS4 역사상 가장 대담하고 독창적인 타이틀이라 할 수 있다.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P.S. 영어 원제는 그냥 Dreams이기 때문에, 검색할 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작성: PforP /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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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근데 게임이 너무나 방대해서 어느정도 짜임새있는 겜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발자국 뒤에서 지켜보시길.. 그래도 잘만 크면 플스의 주력중의 주력이 될 포텐은 있는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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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이 기술적 노가다라 아무나 쉽게 하기는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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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근데 게임이 너무나 방대해서 어느정도 짜임새있는 겜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발자국 뒤에서 지켜보시길.. 그래도 잘만 크면 플스의 주력중의 주력이 될 포텐은 있는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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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이 기술적 노가다라 아무나 쉽게 하기는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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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마는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어요 | 20.03.08 12: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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