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n Shooting Game?
살상 무기로서의 총이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벌써 수백년이나 흐른 옛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총은 여전히 평범한 민간인으로서는 함부로 접할 수 없는 무기로,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물건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사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직접 총을 들고 쏘아본 사람들, 총의 실제 감각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멀리 있는 타겟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총의 특성은 중력과 물리법칙에 묶여있는 인간이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하는 것으로, 단순한 그 본래의 용도를 벗어나 많은 매체를 빌어 총만의 매력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통해서, 우리는 그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건 슈팅\' 이라는 명칭을 받은 이 게임 장르는 플레이어에게 총을 몇 개의 동전과 바꾸어서 난사해 볼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하며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런 건 슈팅 게임은 특수한 컨트롤러를 필요로 하는 게임 자체의 성격에 다소 스피디하게 흘러가는 게임 분위기가 맞물려 아케이드 게임센터에서 큰 인기를 끄는 장르가 됩니다.
현재 일본에서든 이 대한민국에서든 그 규모면에서 꾸준히 사양세를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바로 아케이드 시장의 현주소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침체기의 아케이드 시장에서도 명맥을 이어가며 꾸준히 발매되는 장르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건 슈팅 게임들입니다. 지금도 세가의 [버추어 캅3]와 남코의 [타임 크라이시스3]라는 인기 건 슈팅 게임 시리즈의 최신작들이 각각 아케이드 센터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건 슈팅 게임의 꾸준함은 과연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물론 그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건 슈팅 게임이란 장르가 지닌 본원적인 특색, 즉 일반인들로서는 쉽게 접할 수 없으면서도 그 감성에 대해서라면 익숙한 요소인 \'총\' 이라는 것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이것은 다른 어떠한 이유보다도 현재까지 건 슈팅 게임이란 장르가 명맥을 이어오고 인기를 끌고 있는 본질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총을 주체로 하여 \'사격\' 이라는 행위를 통해 게임을 진행하는 건 슈팅 게임들이지만, 본 장르의 게임이 발매된 그 숫자만 해도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사격\' 이라는 행동을 통해 게임을 진행한다는 면에서 서로 비슷한 조작성을 갖기 쉽습니다만, 게임 제작사들은 제각기 자사의 건 슈팅 게임들에 \'사격\' 외의 독특한 요소들을 첨가시키며 그 개성을 돋보이도록 만들어 왔습니다. 무기의 특수성에 초점을 두고 개틀링 건 컨트롤러로 총탄을 화면에 쏟아 붓는 쾌감을 모토로 한 게임도 있었으며, 신중한 스나이퍼로서의 자질을 요하는 게임도 있었습니다. 총을 쏘는 \'슈팅\' 의 감각에 더해 플레이어로 하여금 적극적인 \'회피\' 가 가능하게 해준 게임도 있었고, \'사격\' 에 더해 \'탈 것\' 을 강조하는 건 슈팅 게임도 있었습니다.
1997년, [버추어 캅] 시리즈의 연이은 히트에 의해 아케이드 건 슈팅 게임의 선두를 달리고 있던 \'세가\' 사는 [버추어 캅]에 이은 새로운 건 슈팅 게임 시리즈를 발매하게 됩니다. [The house of the dead(이하 HOD)]라는 제목의 이 신작 건 슈팅 게임은, 이후 기존 동사의 인기 게임이었던 [버추어 캅] 시리즈 이상의 대단한 인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세가의 아케이드 기판이었던 모델 2 기판 스펙의 극한까지 끌어올린 비주얼이라는 찬사를 받은 본 게임은, 바로 지금부터 이야기할 세가의 Xbox 아케이드 호환 기판인 \'치히로\' 와 당연하게도 Xbox로 이식되어 발매된 게임인 [HOD3]의 시초였던 것입니다. 인기 시리즈 물로서, 그리고 나름대로의 위치를 확립한 건 슈팅 게임으로서의 [HOD3]. 과연 어떠한 모습이었을까요.
시리즈 물을 이어나가는 모범생
이전의 시리즈, 그리고 대부분의 아케이드용 건 슈팅 게임이 그렇듯 [HOD3] 역시 강제 화면 스크롤로 진행되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비주얼의 흐름에 일절 관여할 수 없으며, 단지 주어진 화면 내에서 마음껏 총을 쏠 수 있게 되어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강제 스크롤로 진행되는 화면 덕분에 [HOD3]는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하게 구축된 그래픽을 플레이어에게 선사하게 됩니다. 좀비의 폴리곤이 깨지거나 겹치는 현상 따위는 없고, 게임 시점으로 인해 진행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없습니다. 제작자에 의해 완전히 통제된 [HOD3]의 세계는 하드의 스펙을 극한까지 사용하는 시리즈 전통과 맞물려 화려하고 기괴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개발 초기에 잡고 있던 컨셉인 셀 쉐이딩 기법은 이제 일부 몬스터의 일부분에만 사용되고 있는 정도로, 전체적으로 여전히 리얼한 그래픽이라는 컨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느려짐 없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현란한 그래픽과 충실한 광원 효과 등은 "역시 Xbox"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려합니다.
[HOD3]에 등장하는 적들, 즉 플레이어가 제거해야 할 대상들은 모두 좀비를 비롯한 몬스터들이라는 설정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간형의 모습을 하고 있는 좀비들은 그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플레이어에게 접근한 뒤, 근접공격을 가해 오는 것이 일반적인 게임의 패턴이지요.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플레이어에게는 총이라는 원거리 무기가 주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강인한 체력 덕분에 좀비들은 인간을 타겟으로 하는 다른 건 슈팅 게임에서 흔히 그렇듯 총탄 한 두 방에 쓰러지지 않습니다. 머리 부위를 비롯한 몇몇 치명적인 부분에 대미지를 입지 않는 이상, 몬스터들은 끈질기게 플레이어를 위협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HOD3]는 리얼하게 묘사된 몬스터들이 플레이어에게 입게 되는 대미지를 실시간으로 화면 상에 연출해 주고 있습니다. 총을 맞은 좀비들은 팔 다리가 날아가고, 복부가 뚫리며, 머리와 몸통이 분리됩니다. 이것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그 설정의 한계 상 다른 건 슈팅 게임들이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부분으로 그 어떤 건 슈팅 게임보다도 \'총\' 이라는 무기의 위력을 강하게 표현해 주고 있는 요소입니다.
[HOD] 시리즈는 인간 대신 인간의 형태를 한 좀비라는 적을 게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총을 통해 마치 자신과 비슷한 또 다른 인간을 파괴하는 느낌, 파괴감의 생생한 현장감을 대리만족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이렇게 상처 입는 몬스터들의 모습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그들의 그로테스크함을 보다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인간과 비슷한 존재이면서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끔찍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HOD3]를 접하게 되는 플레이어는 그로테스크한 디자인과 강인한 체력을 지닌 마주하고 싶지 않은 적과의 조우라는 공포감,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에게 쫓기는 듯한 특유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총의 느낌을 살린 건 슈팅 게임으로서 \'근거리 대 원거리 공격\' 이라는 상대적인 공격 리치의 우월감,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대미지 연출을 통해 총의 위력을(게임 속에서나마) 흠뻑 느낄 수 있는 파괴의 쾌감을 체감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공포 속에서 쾌감을 추구하는 게임 플레이 감각은 아케이드용 건 슈팅 게임 중에서도 오직 [HOD] 시리즈 만이 지니고 있는 독보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열거되었던 이러한 부분들은 사실, [HOD3]만의 것이라기보다는 [HOD] 시리즈 전체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단 게임을 접했을 때 그 게임의 새로운 요소 보다는 이렇게 시리즈의 전통적인 부분들이 다시 한번 부각될 정도로 [HOD3]는 모범적인 후속편입니다. 전작이 지니고 있던 이러한 장점들을 충실히 업그레이드 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HOD3]가 전작과 가장 차별되는 요소로 들고 나왔던 부분은 게임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나 스타일의 변화가 아닌, 바로 게임에서 사용하는 플레이어의 \'무기\' 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전작까지 플레이어들이 핸드 건으로 좀비들을 상대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HOD3]의 주인공들은 샷 건을 들고 나오며 전작들과 상반된 감각을 전달하려 하고 있습니다.
전작에서 초반 얼뜨기 A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G\'
새롭게 주어진 무기인 샷 건의 색다른 느낌은 게임 내에 잘 살아 있습니다. 무기의 특성 상 세밀한 정조준을 요하지 않아 \'사격\' 자체의 난이도는 전작들에 비해 대폭 하락했습니다. 핸드 건에 비해 강력해진 파괴력은 좀비들의 몸을 사정없이 날려버리게 되죠. 하지만 반대로 1회의 탄알 장전 수가 6발로 적어졌고, 총의 재 장전 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던 전작에 비해 재 장전에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신경 쓰일 만한 수준으로 길어졌습니다. 전작이 한 발 한 발의 신중한 조준, 그리고 세밀한 그물과 같은 화망을 형성하며 총탄을 난사하는 \'대공 발칸\' 의 성격이 가득한 플레이 위주가 되었다고 본다면, 이번 [HOD3]는 한 방 한 방이 묵직한 \'야포\' 를 화면에 쏘아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총알을 난사하는 쾌감 대신 화력의 강력함이라는 박력을, 여기에 장전 시간을 염두에 두게 된 \'신중한 사격\' 이라는 새로운 게임성을 손에 넣은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정용으로 발매된 [HOD3]에서는 이러한 박력을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아케이드와 같이 샷 건의 느낌을 재현할 수 있는 전용 컨트롤러가 따로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반 핸드 건 형태의 컨트롤러로 게임 진행이 가능하지만 역시 핸드 건을 들고 취하는 포즈로는 아케이드의 그 감각을 재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샷 건 특유의 묵직한 재 장전 감각이 단순한 오토 리로드 방식으로 변해버린 것 역시 아쉬운 부분입니다.
[HOD3]와 같은 강제 스크롤로 진행되는 건 슈팅 게임에서는 그 슈팅의 감각을 살리는 것 이상으로 화면 스크롤을 구성하는 센스 역시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HOD3]의 게임 구성은 합격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작들 이상으로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는 플레이어의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몬스터들의 게임 내 배치도 빠른 템포로 구성되어 있어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며, 그 등장 패턴도 보다 다양해져 게임 전체적으로 전작들 이상의 다이나믹한 느낌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케이드 용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계속 빠르게 유지되는 게임의 템포와 화면 구성은 장시간 게임을 플레이할 시에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단시간에 지속되는 빠른 템포와 플레이어를 놀라게 하는 몬스터들의 \'깜짝\' 배치는 플레이어를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몇 십분 단위로 계속 된다면 플레이어로서는 더 이상 그것에 놀라지 않게 되며 오히려 집중력을 잃게 되기 쉽습니다. [HOD3]의 게임 구성은 짧게 게임을 즐기는 아케이드 센터의 그것으로는 매우 훌륭합니다만, 건 슈팅 게임의 초보로서도 일단 게임을 잡으면 무한 컨티뉴로 엔딩을 보는 것이 가능한 가정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전체적으로 일정한 템포와 반복되는 구성에 쉽게 질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의 볼륨이 풍성한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 스테이지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분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최종 보스까지 도달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보통 1시간이 채 되질 않습니다. 물론 가정용으로는 다소 아쉬움을 줄 수 있는 건 슈팅 게임 특유의 볼륨 상 이런 저런 추가 요소를 탑재하는 것이 현 추세인 만큼 [HOD3]에서도 게임을 한 번 클리어 한 뒤에는 전작인 [HOD2]의 PC판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DVD의 용량을 버리지 않고 영화화 되는 [HOD]의 예고편을 수록해 놓기도 했지요.
하지만 시리즈를 두루 플레이 해온 팬에게 있어 [HOD2]의 수록은 그다지 구미가 당기는 요소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전작인 [HOD2]가 그 플레이 감각을 잊어버릴 정도로 오래된 작품인 것도 아니고, 그래픽의 보정과 같은 새로운 추가 요소가 담겨있는 것도 아닙니다. 또, 이식의 기준이 된 PC판의 이식도가 드림 캐스트로 발매된 [HOD2]에 비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이미 드림 캐스트 판의 전작을 보유하고 있는 팬들로서는 허전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비록 아케이드로부터 이식한 작품은 아닙니다만, 이전에 발매되었던 [팬저 드래군 오르타]가 단순히 시리즈 1편을 탑재하고 있는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추가 요소로 호평을 받았던 것에 비한다면 유저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쉽지만, 변화와 새로움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HOD3]는 비록 새로운 무기 스타일을 도입하고 화면 스크롤을 보다 감각적으로 꾸며놓았다고는 하지만 그것들로 하여금 새로운 게임의 감각을 창출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이번 작품은 기본적으로 전작들의 장점과 단점을 여전히 답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올바른 속편의 모습이 되었는가는 접어두고 말이지요.
본질은 전통의 게임, 그 자체
화려한 비주얼에 가려 자칫 잊혀지기 쉽습니다만, [HOD3]는 최신의 기술로 그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 어떤 게임 이상으로 고전적인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 게임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세가 테이스트\'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HOD3]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배치, 움직임 등은 철저하게 계산된 것들입니다. 그 패턴은 한가지로 통일되어 변하지 않으며, 플레이어가 가장 효율적으로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방법 역시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여러 마리의 몬스터가 등장했을 때 어떤 녀석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가의 우선 순위, 차후에 급습해 오는 몬스터의 방향을 파악하는 일, 몇 가지의 패턴을 반복하는 보스를 공략하는 법 등, [HOD3]는 전체의 게임 코스를 완벽히 파악한 뒤 플레이어로 하여금 궁극적으로는 노 미스 클리어가 가능토록 하는 전통적인 슈팅 게임의 감각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한 반사 신경을 이용해서 몰려오는 좀비들을 상대하다 적당한 선에서 게임이 끝나는 \'게임 초보자로서의 재미\', 그리고 완벽하게 게임을 이해한 뒤 게임을 지배하게 되는 \'숙련자로서의 재미\' 라는 상반된 두 부분을 조율하는 세가의 능력은 매우 탁월합니다. 건 슈팅 게임유저로서 그 어떤 수준에 있다 하더라도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역시 게임의 숙련자로서 느끼는 재미는 그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HOD3]는 특히, 이 초보자에서 숙련자로 정련되는 일련의 과정이 기존 시리즈에 비해 낮은 난이도로 설정되어 있어 단지 유저의 폭을 넓히는 것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유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다소 억지스러운 구성이 있는 뻔한 스토리와 전작들에 이어 여전히 무드 없는 연기를 하고 있는 캐릭터들은 단지 이러한 건 슈팅 게임을 즐기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화려한 연출과 흥미진진한 스토리 라인도 물론 좋습니다만, 그러한 게임 외적 요소들은 오히려 건 슈팅 게임이라는 본래의 게임성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짧은 스토리 영상마저도 스타트 버튼으로 넘겨 버리고 오로지 좀비와 플레이어 간의 싸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보면 좋을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운 연기들이지만 이 포즈만은 자연스럽다
바라는 것은 그 이상, 세가이기에
[HOD3]의 판매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것은 기반 하드웨어인 Xbox의 일본 내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HOD3]가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게임성, 즉 고전적 성향이 풍부한 암기 위주의 플레이가 요즘의 유저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패턴 위주로 흘러가는 건 슈팅 게임으로서, 노 미스 클리어를 목표로 수련을 요하는 게임으로서, [HOD3]를 플레이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B급 스토리에 짧은 시간에 엔딩을 볼 수 있는 가격대 성능비가 낮은 게임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가정용에 특화되지 않은 세가의 아케이드 이식작들이 드림 캐스트 이후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을 단지 유저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HOD3]는 시리즈 물로서 상당히 안전하게, 기존 작품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팬들이 세가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러한 \'안주\' 가 아닙니다. 세가의 게임들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있었습니다. 체감형 기기들은 매우 놀라웠고, 폴리곤 격투가들은 경악에 가까운 충격을 전해 주었습니다. 세가의 아케이드 게임들은 시대를 선도하는 비주얼과 완성도 높은 게임성으로 유저의 지지를 얻어왔지만, 그 이면에는 끊임없는 연구가 뒷받침되었던 것입니다. 이제 가정용 게임기나 PC의 성능이 아케이드 센터, 그 이상의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지금, 더 이상 시대를 앞서나가는 비주얼은 구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상황에서야 말로 단순히 훌륭한 그래픽의 게임을 내놓는 세가가 아닌, 새로운 감각의 게임을 선사하는 세가가 필요한 것입니다. 유감스럽지만 [HOD3]는 그에 대한 답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Xbox라는 하이 파워 기기를 사용하면서 단지 좋아진 것은 캐릭터 모델링과 텍스처 뿐이라면 그러한 세가를 팬들로서는, 쉽게 용납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른 어느 제작사도 아닌, 세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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