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수신 카드가 고장나서 리뷰에 쓰인 이미지 중 일부는 카마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음을 양해바랍니다.
니폰이치 소프트웨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이 게임계의 주류였던 1998년, 니폰이치(日本一) 소프트웨어라는 꽤나 당찬 이름의 회사에서 생소하고도 독특한 게임을 내놓았습니다. 동화풍의 느낌을 주는 [마알 왕국의 인형 공주]라는 타이틀로 발매된 이 게임은 그다지 큰 호응을 얻어내지는 못했지만 서정적인 그래픽과 깔끔하고 귀여운 캐릭터, 독특한 뮤지컬 연출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인형 공주\'라는 이름답게 인형을 이용한 이채로운 게임 진행, 어둡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여타의 게임들과는 확실히 다른 밝은 분위기로 게이머들에게 어필한 작품이었습니다(...만, 제 주위의 친구들은 그 특유의 분위기에 심한 민망함을 표출하며 결국 플레이를 포기하더라는 후문). 1998년 12월 17일에 [마알 왕국의 인형 공주]가 발매된지 1년 정도 지난 1999년 11월 25일에 출시된 [리틀 프린세스 - 마알 왕국의 인형 공주2-]는 전작의 시스템을 상당수 계승하면서 한층 더 완성도 높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게이머들에게 선을 보입니다. 이때부터 서서히 캐릭터 일러스트의 느낌이 통통해졌으며, 3대에 걸친 장대한(...) 이야기의 토대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게 됩니다. 국내에서도 [마알]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게이머들이 늘기 시작했으며,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수의 팬들이 생겨나습니다. 다른 RPG에서 엄청난 위력과 연출을 자랑하던 운석 공격인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너무나도 멋져 버리시는 연출로 표현되어서 많은 게이머들의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했던 게임입니다.
언제나 겨울에 발매되었던 전작들과 같이 2000년 12월 21일에 PS2로 발매된 [천사의 프레젠트 -마알 왕국 이야기]는 [마알] 시리즈의 외전격에 해당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야말로 [마알] 시리즈의 팬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새천년에 발매된 게임답게 발매기종도 PS에서 PS2로 발매되면서 시각적인 연출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옴니버스식의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전작들에서 잠시 나왔던 \'셰리\'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펼쳐진다는 것이 [마알]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보너스 요소일 겁니다. 전작을 즐기지 못한 사람들은 제작사가 의도한 재미를 느끼기 힘들기 때문에 [천사의 프레젠트]를 플레이하기 전에 전작들을 플레이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어차피 PS게임은 PS2로도 돌아가니). 한국에서도 상당한 정성을 들여 제작한 한국판이 발매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PS2용 [라 퓌셀 -빛의 성녀 전설-]은 [마알] 시리즈와 동일한 캐릭터 디자이너에 개그와 패러디가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 [마알]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거부감 없이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제작사 측에서도 강조했던 엄청난 중독성을 자랑하는 게임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나 정작 게이머들은 엄청나게 시간투자를 해야 하는 시스템에 경악을 했던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판을 구입했을 때 너무나도 치명적인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게임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네가지 게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니폰이치 소프트웨어는 밝고 명랑한 세계관과 귀여운 캐릭터들, 뒷통수를 때리는 주옥같은 대사와 풍부한 패러디, 게이머를 자극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그러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서 결국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그런 능력을 충분히 살려서 PS 시절 많은 제작 인력도, 풍부한 자금도 없었던 그들은 효율적이며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기에 용이한 요소를 구상했으며,그렇게 제작한 게임이 바로 여타의 게임들과는 확연히 다른 \'뮤지컬 연출\'이 들어간 [마알] 시리즈입니다. 그리고 니폰이치 소프트웨어는 그렇게 PS에서 쌓은 경험과 골수팬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PS2로 넘어와서 [천사의 프레젠트]와 [라 퓌셀]을 만들 수 있었으며, [라 퓌셀]을 만들면서 설계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해서, [라 퓌셀]에서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부분을 개선해서 제작한 게임이 바로 이번 리뷰에서 다루게 된 [마계전기 디스가이아]입니다.
정성이 담긴 그래픽 PS로 발매되었던 [마알 왕국의 인형 공주]와 [리틀 프린세스]는 2D 캐릭터에 2D 배경을 채택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제작사의 여건 상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식이었을 수도 있으며 조금 가벼운 움직임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깔끔하고 정성이 묻어나는 그래픽은 오히려 3D로 제작된 게임들보다 더 정감어린 모습을 부여주고 있으며, 캐릭터의 특징이 잘 표현되고 게임의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PS2라는 새로운 하드웨어로 발매된 [천사의 프레젠트]는 2D 캐릭터가 3D 배경을 활보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그다지 높은 수준의 화면을 보여주진 못했기에 \'왜 굳이 폴리곤 배경을 채택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PS2로 나온 게임치고는 너무 허전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마알] 시리즈를 잠시 접어둔 채 발매된 [라 퓌셀]은 [마알] 시리즈에서 호평을 받았던 2D 캐릭터들의 귀엽고 다양한 움직임이 거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호평을 받았으며, 아기자기하고 꼼꼼한 화면 연출이 게이머들에게 시각적인 재미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디스가이아]는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게임이 언제나 그래왔듯이 2D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은 매력적이고 개성적인 캐릭터 일러스트를 꽤나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으며, [라 퓌셀]과는 달리 캐릭터들이 대화를 할 때 나오는 존재감 넘치는 일러스트도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기나긴 대화의 지루함을 크게 덜어주며. 게임의 분위기를 설득력있게 게이머들에게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우량 허벅지\'의 신세계를 열었던 [천사의 프레젠트]와 [라 퓌셀]의 캐릭터 디자인은 호감을 나타내는 게이머들과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로 통통하다며 불편함을 드러내는 게이머들로 나뉘어 졌습니다. [디스가이아]에서는 많은 게이머들의 예상을 깨고 홀쭉한 느낌이 강한 전혀 새로운 캐릭터 디자인을 내세웠습니다. 귀여운 느낌을 주는 캐릭터 디자인은 여전하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으며, 게임 상의 캐릭터들 역시 [라 퓌셀]보다 덩치가 조금 작아졌습니다. 물론 허벅지 두께가 감소했다고 니폰이치 소프트웨어 특유의 캐릭터성이 감소한 것은 아니며, [라 퓌셀]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알] 시리즈와 [라 퓌셀]에서 많은 게이머들이 지적했던 단점인 투박하게 드러나는 도트는 [디스가이아]에서도 그대로 지적되는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제작사의 여건 상 고해상도의 그래픽과 부드러운 움직임을 모두 택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날이 갈수록 끝을 모르고 화려해져가는 게임 그래픽에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게이머들에게 제작사의 여건을 고려해달라는 건 어찌 보면 무리한 부탁일지도 모릅니다. 과연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다음 작품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알 순 없지만, 제작 여건과 게이머들의 요구에 적절히 부합한 그래픽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건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숙제로 남을 것입니다.
독특한 개성의 사운드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에 있어서 사운드적인 부분은 다른 제작사들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뮤지컬 RPG로 호평을 받았던 [마알] 시리즈는 그 특유의 아싸아싸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멀리하게 되는 게이머들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열렬한 지지자들을 모은 요소이기도 합니다. 결국 좋아하는 게이머들은 말 그대로 열광하게 되고, 적응 못하는 게이머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그런 성향의 게임이었습니다. 비록 [디스가이아]에서는 뮤지컬 연출이 없지만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계보를 이어가는 독특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캐릭터들의 개성을 잘 나타내주는 보컬곡이나 분위기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코믹하고 다양한 배경 음악과 효과음이 게임의 집중도를 올려주고 있습니다. 제작사에서도 자신들의 게임에서 사운드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초회 한정판 등에는 꼬박꼬박 OST를 동봉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게임 내에 다양한 사운드적인 연출을 집어넣고 있습니다. 한국판 [디스가이아]에서 특이한 것은, 게임 내에 나오는 보컬곡까지도 어떤 의미로는 \'완벽\'하게 현지화를 했다는 겁니다. 단순히 일본어로 불려진 노래를 한국인이 한국어로 부른 것이 아니라 일본판에서 일본어로 노래를 부른 일본인이 한국판에서도 \'한국어\'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예전 DC로 발매되었던 컴파일의 괴게임인 [뿌요뿌요DA!]의 마지막 스테이지에서도 일본인이 어색한 발음으로 한글 가사의 노래를 부르기는 했지만 [디스가이아]의 경우는 한글화 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더욱 독특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발음 상의 어색함은 있지만 그럭저럭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듣다보면 나름대로 중독도 될 정도). 물론 성우들의 훌륭한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디스가이아]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특히 귀엽고 괴팍하고 사악한 성격(...)의 캐릭터인 \'에트나\'의 열연이 눈부신 대사들은 B급 비디오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인 \'X리웹\'의 명대사 명장면 게시판에 도배해서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게이머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수월하게 합니다. [사쿠라 대전]의 유명한 차회 예고 연출이 생각나는 \'에트나\'의 황당한 차회 예고도 게임에서의 양념 역할을 멋지게 하고 있으며, 한국판에서는 [라 퓌셀]과 동일하게 일본어 음성에 한글 자막이라는 형태로 한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내용 이해에 큰 무리 없이 성우들의 멋진 연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또한 한국판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중독성 여타의 게임들과는 달리 [디스가이아]는 천문학적인 레벨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천단위 레벨이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이 [디스가이아]의 세계관이기 때문에 그만큼 게이머들도 레벨을 올려야만 하는 것이며, 바로 이 부분에서 \'노가다(...그다지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와 \'중독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라 퓌셀]에 이어서 [디스가이아]에서도 따라붙고 있는 겁니다. 게이머들이 자진해서 \'완벽 클리어\'를 목표로 엄청난 시간을 들여서 게임을 플레이를 하는 경우는 상당히 많지만 [라 퓌셀]이나 [디스가이아]처럼 제작사에서 \'노가다\'를 해야만 하는 시스템을 넣는 경우는 드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제작사 측에서는 \'중독성\'이라는 미명으로 포장을 했지만 사실 \'중독성\'이라고 쓰고 \'노가다\'라고 읽어야 한다). 물론 단순히 끝을 보자면 수십 시간이면 충분하겠지만 일단 불이 붙어버리면 100시간은 가뿐히 넘어가버리기 때문에 플레이 시간이 굉장히 짧은 롤플레잉틱 어드벤쳐형 게임들이 적잖은 현세태에서 단연 눈에 띄는 플레이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작사 측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을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라며 광고를 하고는 있지만 \'노가다\'와 \'중독성\'의 경계가 굉장히 오묘하기 때문에 \'중독성\'이라는 요소에 대해서 이래 저래 많이 많았으며, 실제로 [디스가이아]에 대해 비판하는 게이머들의 대부분이 저해상도 그래픽과 \'노가다\'스러운 시스템을 언급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디스가이아]의 시스템 [디스가이아]의 전투는 필드 내에서 이동을 한 뒤 적을 공격하는, 전형적인 SRPG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 퓌셀]이 전투 돌입 시에 화면이 바뀌어서 공격 화면이 나오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되는 진행상의 끊김이 게임 플레이에 지장을 주었지만, [디스가이아]는 화면 전환 없이 바로 바로 공격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쾌적하고 신속한 게임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라 퓌셀] 처럼 플레이 시간이 엄청나게 긴 게임에서 그리 짧지 않은 끊김이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에 지장을 주었다는 것을 제작사측에서도 인지한 것인지는 몰라도 화면 전환 없이 신속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즐거운 개선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전투 화면 연출의 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디스가이아]는 [라 퓌셀]에서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부분을 상당수 개선해서 전체적으로 쾌적하고 간편한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라 퓌셀]의 독자적인 시스템이었던 \'정화\'와 \'대기적\'이 [디스가이아]에서는 한층 더 전략적인 사용이 가능해진 \'지오 임팩트\'와 \'완전소멸\' 등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아이템의 성장과는 상관없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스테이터스에 따라붙던 경험치도 삭제되었기 때문에 [라 퓌셀]에서 느껴졌던 부담감이 조금은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유전자는 속일 수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전작에서 극악의 시스템으로 불렸던 \'마계\'와 \'아이템 성장\'이 \'아이템계\'라는 요소로 다시 한번 게이머들을 열광과 환희(...)의 도가니로 내몰고 있습니다. 아이템마다 각각의 \'아이템계\'라 불리우는 던전을 가지고 있으며, 그 아이템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상대로 전투를 해서 해당 아이템의 레벨을 올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아이템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능력치에 따라 같은 종류의 아이템이라고 해도 그 능력이 달라지며, 주민들을 다른 아이템으로 이주시킬 수도 있는 등, 파고들만한 요소가 가득한 시스템이 바로 아이템계입니다.
[디스가이아]의 캐릭터 메이킹 시스템인 사제 시스템은 캐릭터의 직업과 이름, 소질 등을 정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내면 그 제자를 만들어낸 캐릭터가 스승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는 전투시 서로 인접해있으면 발동하는 협동 공격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으며, 각 직업은 \'마나\'라고 불리는 포인트를 일정량 모아 \'전생\'을 해서 전직을 시킬 수 있습니다. 예전 PS로 발매된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 택티스]의 용병을 고용하는 것과 고용한 용병을 전직시키는 플레이 시스템과 동일한 성격을 가진 시스템이기 때문에 [파이널 판타지 택티스]를 플레이 해보신 게이머들이라면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을 겁니다. \'암흑 의회\' 역시 [디스가이아]만의 독특한 시스템입니다. 게임과 연관이 있는 의견을 제출하면 암흑 의회 소집 후 허가를 받아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의원들에게서 허가를 받아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뇌물 등을 제공한다던지 해서 호감도를 올린 후 허가를 받아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래도 허가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악마답게 \'성공한 학살은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이쯤 되면 막나가는 전제에 입각해서 의원들을 힘으로 굴복시킬 수도 있는 지극히 독창적인 시스템입니다(하지만 그렇게 싸우고 나면 의원직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으로 인해 호감도는 더욱 다운...). 암흑 의회에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서는 전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마나\'라는 특수한 수치가 필요합니다. 마나는 전투 중 적을 쓰러트린 캐릭터에게만 부여되기 때문에 적을 쓰러트리지 못한 캐릭터는 결국 암흑 의회에 안건을 상정할 수 없게 됩니다. 캐릭터 메이킹 역시 암흑 의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전투 도중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을 해가면서 플레이를 해야만 합니다.
위에서 나열한 시스템 외에도 협동 공격과 콤보 공격, 반격, 집어들기와 던지기, 필살기 등의 시스템이 전략적인 전투를 가능하게 해주며, 단순히 땡글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전투가 끝나는 것이 아닌, 이리 저리 궁리를 해서 지오 심볼을 이용해 연쇄 반응을 일으켜서 퍼즐적인 느낌의 전투를 할 수도 있으며, 안정적이면서도 다양한 연출 효과 등은 100시간이 훨씬 넘어가는 플레이 시간 동안 지루함을 줄여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플레이 시간이 짧은 게임이라면 모르지만 플레이 시간이 긴 게임이 게이머들이 느낄 지루함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게임의 진행 템포가 빨라야 하며, 쉽게 질리지 않을 직관적이고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디스가이아]에서는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겁니다.
장엄하고도 새초롬한 스토리
...라는 굉장히 뭔가 있어 보이는 자막으로 시작되는 [디스가이아]는, 그 공간적 배경 설정에 걸맞지 않게 너무나도 밝고 초롱초롱한 분위기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마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황당한 캐릭터들의 네이밍 센스나 아이템명은 역설적인 재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디스가이아]에서 이러한스토리를 돋보이게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소규모 제작사만이 가질 수 있는 재치 있고 거침 없는 대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렇다고 규모가 큰 제작사의 게임이 대사가 재미 없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마왕의 아들이라는 설정에 충실한(...어디가) 사악하면서도 귀엽기까지 한 \'라하르\'의 대사들은 게임 플레이 내내 게이머들의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은 각 화를 시작하고 나서 캐릭터들 간의 이벤트 데모로 게임의 스토리를 진행해가면서 목적을 부여하며, 마왕성이나 거리를 이동하면서 아이템을 구입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암흑 의회 소집을 하거나 아이템계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에어리어 맵을 선택한 뒤 던전 공략과 전투를 끝내면 대략 하나의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는 형태로 게임이 진행됩니다. 전부 14화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게임 진행에 따라서 엔딩이 바뀌기도 합니다.
수준 높은 현지화 [디스가이아]는 유저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꼼꼼한 현지화 타이틀로 유명한 [라 퓌셀]의 카마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에서 역시 한글화를 담당했습니다. 적절한 의역으로 스토리 이해에 큰 이질감 없이 플레이를 할 수 있으며, 위에서도 언급한 보컬곡의 완벽(...) 현지화도 좋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한정판의 구성도 굉장히 알차고 소장가치가 높은 것들이기 때문에 싸구려 아이템 몇개 집어넣고 몇천엔 더 비싸게 파는 일본의 몇몇 제작사들의 작태와 비교하면 정말 만족스러운 한정판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어로 플레이를 하는 것과 한글 자막, 혹은 한국어 음성으로 플레이했을 때의 차이는 굳이 비교를 하지 않아도 게이머들 자신이 더욱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성우분들을 엄청 좋아하고 한국어 음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자막만 한글화되었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굳이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는 문제겠죠. 만약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다음 작품이 한국판으로 발매가 된다면 한국어 음성이 나오기를 바래봅니다.
수수하지만, 초라하지 않은 게임 [마알] 시리즈와 [라 퓌셀]을 하면서 정신 없이 게임에 빠져들어 플레이 하던 게이머들이라면 [디스가이아]는 반드시 구입해야만 하는 게임일 것이며, 이 리뷰가 올라갈 쯤에는 이미 구입을 해서 중독의 늪을 허우적거리며 즐기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라 퓌셀]을 하면서도 큰 감흥을 받지 못했고,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게임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 게이머들이라면 [디스가이아] 역시 큰 재미를 주지 못할 겁니다. 사실 게임 자체도 화려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수준이며, 그 흔한 애니메이션 동영상도 인터뷰에서 돈이 없어서 제작 못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최근 발매되는 게임들과는 노선 자체가 전혀 다른 게임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내서 플레이를 하다보면 무리하게 이것저것 건드리지 않고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대한의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설정한 장치들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 결과 [디스가이아]는 일본에서 매장 소화율이 95%가 넘는 주목할 만한 선전을 하게 됩니다.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펼치고도 제작사가 기대했던 판매량을 보여주지 못하던 타이틀이 적지 않은 요즘,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작지만 알찬 선전은 더욱 인상적입니다. 엄청난 규모는 아니지만 기복 없는 탄탄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는 골수팬들의 존재가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가장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고 있으며, 그런 게이머들의 성원에 보답을 하려는 자세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사원수 26명의 소규모 제작사인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이런 모습은 여타의 제작사들에게 있어서도 한번쯤은 눈여겨 볼 만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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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 뷰]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사상 최강의 막무가내 시뮬레이션 R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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