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 시작은 단발성 이벤트에 가까운 타이틀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비디오 게임 하드웨어를 미소녀 캐릭터화하고, 게임 업계를 소재로 한 다양한 패러디와 가벼운 말장난을 즐길 수 있는 게임. 그것이 컴파일 하트의 RPG '넵튠' 시리즈의 시작이었습니다. 2010년 12월 시리즈 첫 작품 '초차원 게임 넵튠'이 국내에 정식 발매되었고, 2012년 4월에는 '초차원 게임 넵튠 mk2'가 후속작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지난 4월 26일, 시리즈 최신작이자 세 번째 타이틀인 '신차원 게임 넵튠 V(이하 넵튠 V)'가 한글화 작업을 거쳐 PS3로 정식 발매되었습니다.
초차원에서 신차원으로 돌아온 '신차원 게임 넵튠 V'. |
그리고 처음부터 클라이막스. |
처음에는 그저 한 번 웃고 넘길 만한 B급 RPG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세 번째 타이틀에 이르자 이제는 제법 탄탄한 RPG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소재의 참신함과 마니악한 패러디를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매력적으로 구축된 캐릭터와 세계관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즐길 수 있는 전투 시스템과 오랜 시간 파고들어 플레이할 수 있는 요소까지 겸비한 타이틀로 성장했습니다. 그저 캐릭터 하나만을 내세우고 말장난으로 허술한 공간을 대충 땜빵하는 게임이라면 수십 시간에 이르는 플레이 타임이 괴롭겠지만, 넵튠 V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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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소재로 화제가 된 시리즈 첫 작품 초차원 게임 넵튠. |
넵튠의 여동생 네프기어가 주인공으로 활약한 초차원 게임 넵튠 mk2. |
SM 여왕님과 주사기녀와 중2병 꼬맹이와 바보가 한 컷에 있는 기적적인 화면. |
마니악하게 게임을 파고드는 유저들만을 위한 게임이 아닌, 대중적으로 수월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완성도와 짜임새로 무장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각종 패러디의 향연이 펼쳐집니다다. 스쳐 지나가듯 나오는 전투 돌입 대사는 시리즈 세 번째를 맞이하는 자신들 스스로를 개그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고 빽빽하게 흘러나오는 대사들은 업계의 관행과 밋밋하고 관성적인 룰을 살짝 비틀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주인공 넵튠의 레벨업 기념 자축 노래는 몇 번을 들어도 진심으로 성우가 약을 복용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유쾌합니다.
다시는 도트를 무시하지 마라. |
성우 연기의 텐션이 장난 아닌 수준. |
굳이 모든 패러디를 강박적으로 파헤치려고 하지 않아도 충분히 수십 시간에 달하는 플레이 동안 즐길 수 있는 요소는 흘러넘칩니다. 게임이나 애니, 만화 등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그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제작사의 네임 밸류나 겉모습만 보고 단순 B급 RPG라던가 특정 요소만을 강조한 손발이 오글거리는 게임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생각 이상으로 넵튠 V가 담고 있는 다양한 요소는 진지하면서도 90년대 비디오 게임 하드웨어 경쟁을 기억하고 있는 유저들에겐 소소하게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즐거움을 전달합니다.
유저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엄청난 반전. |
비교적 최근 사건인 PSN 해킹 관련 소재도 등장. |
플레이하다 보면 버철 보이 이야기도 나오고 XBOX 클레임 이야기도 나오고 카스테라 어댑터 이야기도 나오지요. |
이런 즐거운 대사는 인기 성우들의 멋진 연기와 더불어 더욱 빛을 발하면서 각 캐릭터들의 개성을 살려줍니다. 캐릭터들의 성격이 바뀌게 되는 여신화 시스템 덕분에 변신 전과 변신 후의 연기 패턴이 달라지는 것 또한 감상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작금의 몇몇 일본 게임이나 애니에서 볼 수 있는 과한 설정이나 허세성 대사는 거부감이 들수도 있겠지만, 넵튠 V에서는 그런 식의 스토리나 대사는 별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게임의 설정으로 인해 오해를 받고 선입견이 생겨버린 느낌도 듭니다. 물론, 우회성 저질 개그와 말장난이 은근히 나오긴 하지만요.
캐릭터마다 편차는 있지만 성격이 변하게 되는 여신화. |
가끔 12세 이용가인가 싶은 장면도 더러 나온다. |
게임 진행에 관련된 거의 모든 시스템이 쾌적하게 이루어져서 플레이 자체는 매우 빠른 템포로 진행됩니다. 일단 로딩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로딩 전용 화면이 왜 필요한가 진지한 의문이 생길 정도로 메뉴 이동이나 돌입, 맵 이동을 비롯해 전투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모든 연출은 거의 로딩이 없다시피 진행됩니다. 전투 파트에서도 실시간으로 캐릭터들을 교체하고 여신으로 변신하는 것 또한 재빠르게 이루어집니다. 반복 플레이 자체는 지루할 수 있지만, 빠른 로딩 속도로 인해 그런 지루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줍니다.
서양 쪽 제작사가 보여주는 압도적인 수준의 그래픽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이전 두 작품에 비해 착실하게 그래픽의 수준 또한 높아졌습니다. 솔직히 배경 그래픽은 허전한 감이 강하게 들지만 제법 화려한 전투 연출과 부드러워진 움직임은 이전 두 작품을 거치며 조금씩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본 작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캐릭터의 모델링도 매력적인 일러스트의 느낌을 잘 살렸으며, 전작에서 호불호가 갈렸던 대화 화면에서의 3D 모델링은 다시 움직이는 2D 스타일의 일러스트로 교체되었습니다.
허전한 배경 그래픽에 비해 캐릭터 자체의 모델링은 나쁘지 않은 편. |
움직이는 일러스트를 활용해서 전작(우)에 비해 상큼해진 대화 연출(좌). |
다만 던전의 분위기가 너무 칙칙해서 게임 전체의 분위기와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거슬립니다. 던전 스타일 자체를 어둑한 분위기로 설정한 것이라면 몰라도, 이벤트 화면에 뒷 배경으로 깔리는 같은 장소의 묘사는 굉장히 화사하게 이루어집니다. 개인적으로 모니터를 밝게 설정해서 사용하는 편인데도 몇몇 던전은 잘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어둡게 묘사되기도 합니다.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고 유쾌한데다 스토리적으로도 심하게 시리어스한 전개로 가지는 않기에 화사한 분위기의 던전이라도 제법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평소에는 여러 의미로 눈부신 화면이 나오지만…. |
게다가 특정 던전의 BGM 도입부는 은근히 전원일기 스타일. |
던전의 구조와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가 그리 다양하지 않은 것도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눈에 밟혔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등장 캐릭터들이 자학 개그의 소재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점 자체가 웃음 한 번으로 사라지진 않기에 문제가 됩니다. 조금씩 겉모습을 바꾸고 속성도 바꿔서 등장하긴 하지만 그리 큰 차별화를 보여주진 못하고, 오히려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게임의 특성으로 인해 짜증을 불러오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오염화를 통해 적들도 파워업을 하긴 하지만 이 역시 그리 인상적인 요소는 아닌 편입니다.
몬스터 재탕도 개그 소재로 사용하겠다는 의지. |
그런데 왜 던전 분위기는 우울하나요. |
넵튠 V의 게임 진행 방식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전투를 하고 퀘스트를 클리어하면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면 어느새 마지막 챕터에 이를 것입니다(솔직히 전투 난이도 외에 진행에 어려움을 줄만한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이번 작품에선 1편의 주역이었던 넵튠이 다시 주인공을 맡았으며, 과거의 게임 업계로 떨어져서 다른 차원의 느와르와 벨, 블랑과 함께 익숙한 모습의 적들과 새로운 벽인 '게임에 대한 규제'에 맞서 싸우게 됩니다. 이미 이전 작품에 등장했던 캐릭터들과 함께 이번 작품의 새로운 주인공인 프루루트도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성우 때문에 종반부 진행이 어느 정도 예상가는 규제 조례씨. |
퀘스트 내용 퀄리티가 굉장히 진국이다. |
그래도 다행이네. 한지우는 정기적으로 뇌가 초기화되는데. |
여신들의 시간 개념을 버틸 수가 없다. |
나름 반전이 있는 마무리도 그렇고 새로운 캐릭터인 프루루트 역시 강한 인상을 남긴 스토리였지만, 아쉬운 건 2회차 플레이를 위한 콘텐츠가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굳이 2회차 돌입을 하지 않더라도 세이르/로드만 적절히 이용하면 엔딩을 두루두루 볼 수 있는데다 더욱 어려운 난이도를 요구하는 플레이어들에겐 콜로세움 외에는 딱히 새롭게 도전할 만한 요소가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1년 만에 등장한 후속작이라 그런지 넵튠 mk2를 생각하고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넵튠 V의 2회차 플레이/고난이도 도전을 위한 콘텐츠의 부재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일 것입니다.
마! 아재 말이 맞심더!! |
영원히 고통받는 느와르. |
각종 패러디와 개그가 혼재된 트위톡. |
뉴스/홈쇼핑/퀴즈가 하나로, 네프스테이션. |
필드에 돌아다니는 적과 부딪히면 시작되는 전투는 순번이 돌아오면 일정 영역을 이동해서 공격 범위 내의 적을 공격하는 턴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공격 가능 범위 내에 있으면 자동으로 적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고 플레이어가 서 있는 방향에 따라 적을 공격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구분됩니다. 한 번의 공격으로 최대한 많은 적을 공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기 범위에 맞게 방향을 잡아야 하며, 이는 L1/R1 버튼으로 미세하게 조정이 가능합니다. 특히 공격 방향에 따라 대미지도 달라지기 때문에 되도록 적의 뒤로 돌아가서 공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넓은 공격 범위의 무기를 장비하고 방향만 잘 잡아주면…. |
한 번의 턴으로 다수의 적을 공격할 수 있다. |
일반 공격 개념의 콤보 스킬은 러시(△)/브레이크(□)/파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콤보 수를 늘려주는 러시 공격, 적의 가드 게이지를 낮추는 브레이크 공격, 공격력이 높은 파워 공격을 각 스킬의 포인트 한계에 맞춰 미리 조합한 구성에 따라 콤보 공격이 이루어집니다. 보스전 등에 돌입하기 전에 일반 적들을 상대로 EXE 드라이브 게이지를 채워두고 전투에 돌입하면 가드 브레이크 상태를 만든 후 파워 공격이나 EXE 드라이브, SP 스킬 등을 이용해 한 번에 많은 대미지를 넣는 것이 기본적인 보스전의 플레이 방식입니다.
여신화 시스템은 처음 변신할 때 최대 SP의 20%를 소모하고는 더 이상 추가 소모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변경되었기에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SP 역시 전투 도중 물약을 사용해서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기에 스킬 사용 또한 큰 제약이 없는 편입니다. 특정 행동을 할 때 필요했던 AP 시스템이 사라졌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타이트하게 전투하도록 몰아가는 느낌은 줄어들었습니다. 다만 이런 편의적인 변경점과는 별도로 전투 자체의 난이도는 높아진 편이기에 다양한 전투 시스템을 파악해서 활용하고, 주어진 상황을 잘 이용해서 전투에 임해야 합니다.
부담 없이 여신이 되어서 적을 밟아주자. |
모두! 여신이야! |
EXE 드라이브 게이지가 새로이 도입되어서 일반 스킬과는 달리 EXE 드라이브 게이지를 소모해서 필살기 스킬이라 할 수 있는 EXE 드라이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E 드라이브 게이지는 체력 게이지나 SP 게이지처럼 각 캐릭터마다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게이지를 전 구성원이 공유하는 형태입니다. 일반 공격이라 할 수 있는 콤보 스킬은 미리 코스트 포인트의 한계 내에서 설정해둔 스킬로 세 번까지 공격할 수 있지만, 만약 EXE 드라이브가 모인 상태라면 엑스트라 피니시로 한 번 더 공격을 하고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EXE 드라이브/SP 게이지를 이용해서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
EXE 드라이브 게이지를 모으면 사용할 수 있는 엑스트라 피니시. |
충격과 공포의 '이나SHIP(船)' 공격. 큰 화면으로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
전투 시의 포메이션은 미리 정해둘 수 있으며, 두 캐릭터를 하나의 팀으로 묶는 커플링 시스템을 통해 연계 공격도 가능합니다. 전위와 후위로 나뉘는 커플링 시스템을 통해 최대 네 팀을 만들 수 있으며, 전투를 거듭할수록 커플링된 캐릭터들 간의 릴리 랭크가 상승합니다. 커플링 상태에서는 전위 캐릭터가 후위 캐릭터를 통해 서포트 효과를 받거나 어시스트 피니시 공격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커플링을 짠 캐릭터들끼리의 연계 공격인 커플링 스킬을 비롯해서 전투에 참여하는 캐릭터끼리의 포메이션 스킬 등은 각각 EXE 드라이브 게이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지금이니!! |
커플링 캐릭터들의 연계 EXE 드라이브인 커플링 스킬. |
이번 작품에서 새로 추가된 견문자 시스템은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던전에 견문자를 파견해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며, 견문자가 가지고 오는 정보를 신용하거나 신용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 동안 던젼을 변화시켜서 등장하는 몬스터나 채집 아이템 등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특정 몬스터의 경우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등장하지 않기에 모든 퀘스트를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견문자 시스템이 필수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게임 내 캐릭터들이 획기적이라고 감탄하는 시스템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제적인 시스템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과정이 귀찮게 느껴졌는데, 거의 반강제적이어서 더욱 꺼려지던 견문자 시스템. |
디스크 메이킹 시스템을 이용해서 다른 MMORPG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소켓 시스템 개념의 유저 제작형 장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공 디스크와 각종 아이디어 칩을 얻게 되는데, 공 디스크에 아이디어 칩을 넣으면 그에 따라 부가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렇게 제작한 게임 디스크를 하나의 독립된 장비로 착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칩의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추가 효과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신의 게임 효과로 버프 어빌리티가 되느냐, 망한 게임 효과로 디버프 어빌리티가 붙느냐 차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시디 굽는 여신이라고 항상 좋은 결과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
디스크 메이킹 외에 소재를 모아서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 |
PSN 트로피 시스템과는 별도로 괴악한 조건의 캐릭터 챌린지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해당 조건을 만족하면 부가 효과가 붙거나 자잘한 특전이 붙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 새로이 추가된 시스템인 점프를 몇 번 하느냐가 그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사실 점프 시스템의 존재의의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초차원 게임 넵튠의 전투 파트가 구색 갖추기용에 가까웠던 콘텐츠였다면, 이번 작품은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제법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다 몇몇 추가 시스템으로 인해 전투 그 자체로도 제법 긴장감을 느껴가며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점프! 점프! 뾰잉!! 캥거루처럼!!! |
내 외모에 반해 호기심으로 플레이했다간 게임 오버를 당할 것이야! |
이번 작품에서 여러 가지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또 한 명의 주인공 프루루트(아이리스 하트). |
위에서도 언급한 부분이지만, 시리즈가 이어져오면서 쾌적하고 편리해진 것은 장시간 플레이해야 하는 RPG 장르임을 생각할 때 매우 고마운 부분입니다. 사람들과의 대화, 메뉴 이동 등의 절차는 매우 간소화되면서 편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 착용 효과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해당 던전에 커서를 옮기면 어떤 적이 등장하는지도 친절하게 리스트를 보여줍니다. 던전 구조도 심하게 꼬아두질 않아서 너무 쉬운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이며 워프 장치는 헷갈리지 않도록 어디서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를 화살표로 기록해줍니다.
던전에서 보스급의 적이 등장하거나 이벤트가 발생하는 지역 근처에는 세이브 포인트가 한결 같은 모습으로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스토리가 진행되는지 따로 표시를 해주는데다 이벤트 발생 지역은 해당 맵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표시를 해두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지 않게 합니다. 대사 스킵 기능도 당연히 있으며 지나간 대사는 히스토리 기능을 통해 음성도 다시 들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예 전투 파트에서도 L2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일반 공격에서부터 특수 기술까지 모든 연출을 생략해서 빠른 진행을 도와줍니다.
워프 내역까지 보여주는 세심한 배려 돋네요. |
이벤트 발생/신규 지역/등장 몬스터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
빠르게 게임을 진행하고자 하는 유저들에게 넵튠 V는 그리 어려운 게임이 아닙니다. 스킵 기능은 완비되어 있고 스토리 진행 퀘스트는 따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벤트 발생 지역은 전체 맵에서 또렷하게 표시되어 있고 전투 회피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에 DLC 아이템만 있다면 이제 더 이상 아무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중후반까지는 죽고 싶어도 못 죽어요). 하지만 제작사는 리뷰 시스템을 챕터 사이에 넣었습니다. 퀘스트는 얼마나 했는지, 점유율은 어느 정도인지, 견문자 시스템의 적절한 사용과 전투 횟수로 구분해서 유저들의 플레이를 리뷰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잠시 이야기하자면, 어느 정도까지는 저도 스토리 진행에 중점을 두고 그 외의 부가 시스템에는 그리 신경쓰지 않고 플레이했습니다. 다만 이 리뷰 시스템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몹시 눈에 밟히게 됩니다. 게다가 리뷰 점수에 따라 리뷰어들의 독설을 듣는 것은 그렇다 쳐도 보상 아이템을 못 받게 되는 것도 은근히 거슬리는 부분입니다. 제작사는 직접적으로 강요하진 않지만 우회적인 방식을 통해 자신들이 준비해둔 다양한 시스템을 사용하게끔 합니다. 물론, 어떻게 플레이하는지는 어디까지나 유저들의 선택이 중요하겠지만요.
뭐...라고...? |
밸런스를 차원 너머로 날려버리는 DLC 아이템. |
이것저것 빠르게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크게 안 건드리고 주요 퀘스트와 최소한의 레벨업만 했음에도 1회차 클리어에 약 30시간 정도 걸렸습니다(게임 실력이 바닥인 탓도 있지만). 견문자 시스템을 이용한 퀘스트 파고들기와 이것저것 숨겨진 요소까지 건드린다면 플레이 시간은 대폭 늘어나게 됩니다.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귀찮고 지겨운 반복 작업'이 되는 경계선까지 플레이한다고 치면 굉장히 오랜 시간 플레이할 수 있는 셈입니다. 짧게 끊어서 플레이하기에도 적당하고, 파고들기 시작하면 한없이 플레이 시간을 늘릴 수 있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취향 문제가 작용하긴 하겠지만, 넵튠 V의 대사는 매우 재미있는 축에 속합니다. 메인 스토리 그 자체는 그리 특출날 게 없다는 게 솔직한 감상이지만, 그 이야기를 진행할 때 흘러나오는 캐릭터들의 잡담은 게임을 오래 붙잡을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입니다. 손발이 펴지지 않는 대화가 아니라, 각종 패러디와 업계 개그를 비롯해 캐릭터성을 이용한 순도 100%에 가까운 잡담이 담백하게 대사창을 채웁니다. 풀보이스에 가까운 게임인데다 성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12세 이용가의 한계에 도전하는 연기와 충실한 한글화는 한국 유저들에게 더욱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여신이 되면 궁서체 정도로 진지해지는 넵튠. |
내 말이. |
독특한 소재와 캐릭터성만 믿고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냅다 질러댔다기보다는, 시리즈 세 번째 타이틀에 접어든 이제는 어느 정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플레이하기에 즐겁고 쾌적한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여럿 있습니다. 곰곰히 돌이켜보면 최근 플레이해본 일본 RPG 중에서 가장 즐겁게 플레이한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애초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해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네 수준이 아니라, 이제는 넵튠 시리즈를 제법 기대할 만한 작품으로 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넵튠 V는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거나 오히려 뒷걸음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이지만 전작으로부터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을 들게 한 몇 안 되는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순간에 정색하고 한다는 이야기가…. |
잉여신은 잉여잉여하고 웁니다. ^^ |
어디서 많이 뵌 분이…. |
기억하시나요, 새턴 시절 야구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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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이야! 아청법을 회피한다고! 안심하고 플레이 시간을 올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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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닥쳐 판단은 내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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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 오덕겜 누가하나요? ㅉㅉ 제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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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못믿으시나요? CFK는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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