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콤을 대표하는 대전 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탄생 25주년을 기념하는 '스트리트 파이터 25주년 글로벌 토너먼트'가 지난 2012년 12월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 대회에서 한국 대표 선발전을 거쳐 아시아 대표 자격을 따낸 한국의 이선우 선수는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4 AE Ver.2012'와 '스트리트 파이터 X 철권' 두 종목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대전 격투 게임 사상 역대 최대 상금과 부상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이선우 선수는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4 AE Ver.2012 종목에서 승자조에서 일본의 우메하라 다이고 선수에게 패배해 패자조로 떨어졌지만, 패자조 결승을 통해 최종 결승전에 올라 다시 한 번 우메하라 선수를 만나 6:0 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루리웹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이선우 선수와 같은 '팀 매드캣츠 웨스턴 울브즈' 소속의 안창완 선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아래는 두 선수와의 인터뷰 내용 전문입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5주년 글로벌 토너먼트에 참가한 이선우 선수(중간), 안창완 선수(오른쪽), 이충곤 선수(왼쪽).
루리웹 : 안녕하세요. 먼저 스트리트 파이터 25주년 글로벌 토너먼트 2종목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이선우 : 안녕하세요. 팀 매드캣츠 웨스턴 울브즈 소속의 이선우입니다. 지난 7월 에볼루션 챔피언십 시리즈 2관왕 이후 다시 한 번 좋은 소식으로 인터뷰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루리웹 유저분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회 우승 직후에는 꿈인가 싶기도 하고 잘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였는데, 2012년 한해 목표를 달성하며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루리웹 : 승자조에서 우메하라 다이고 선수에게 3:0으로 지면서 패자조로 떨어지기도 했는데요.
이선우 선수 : 주변에서 일부러 진 것 아니냐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3:0으로 진 그 경기는 버린 건 아닙니다. 시합 전에 우메하라 선수가 강해졌다는 말을 무척 많이 들어서 저도 우메하라 선수가 강해졌구나 하고 생각하는 바람에 밀리고 들어간 것 같아요. 전체적인 시합 운영에서도 그리 밀리지는 않았고, 이길 수 있었는데 놓친 라운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승자조에서 지고 나니 다음에 붙으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오히려 여유가 생겼습니다. 패배하고 나니 멘탈이 회복되면서 내 실력대로 열심히 하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루리웹 : 결국 그 우메하라 선수에게 결승전에서는 6:0의 압도적인 스코어로 이긴 것도 대단한데요.
이선우 선수 : 결승전에 올라가니 희한하게 긴장이 안 되었습니다. 승자조에서의 시합은 이러해서 졌으니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패자조에서도 수월하게 시합을 진행해서 최종 결승전에 올라갈 수 있었고,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안창완 선수 : 승자조에서 우메하라 선수와 시합하는 것을 보고 평상시에는 저런 식으로 플레이하지 않는데 큰 대회라 긴장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합에서 지고 나서도 말을 따로 건낼 필요는 안 느껴졌고 오히려 잘 하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루리웹 : 이번 대회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선수는 누구였나요.
이선우 선수 : 역시 애매한데, 이번 대회에서 그리 많은 선수와 시합하진 않았습니다. 다른 대회처럼 예선전부터 진득하게 하는 게 아니라 이미 각 국가에서 예선전을 거친 소수의 선수들만 올라온 최종 토너먼트라서 시합수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자만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그렇게 힘든 상대는 없었고 어느 정도 저의 예상대로 진행된 대회였습니다. 후도 선수와 패자조 결승에서 스코어상으로는 3:2로 아슬아슬하게 이기긴 했는데 그리 심하게 애를 먹었다는 느낌은 아니고 전체적으로도 경기가 힘들진 않았습니다.
루리웹 : 우승 상품으로 받은 자동차를 어떻게 할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선우 선수 : 한국에 들여오는 것은 대회 주최측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비용을 제가 부담해야 하지만 어쨌든 한국에 가져올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세상에 한 대밖에 없는 차니까요. 알아 보니까 해당 차량은 국내에도 정식으로 판매되는 모델인데, 스트리트 파이터 25주년 기념 튜닝 버전이라 반드시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차를 팔지 않고 직접 몰고 싶은데 제대로 유지하려면 돈이 꽤 들 것 같습니다.
안창완 선수 : 한국에 가지고 오기 위한 서류 작업 등은 제가 도와주고 있습니다. 대회 끝나자마자 동의서 처리와 세금 관련 서류도 작성했고 인수인계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자동차가 한국에 오면 어디로 놀러갈지 계획도 짜놓고 있구요(웃음).
우승 부상으로 받은 Scion FR-S 스포츠 쿠페.
루리웹 : 팀 매드 캣츠 웨스턴 울브즈가 2012년 한 해 동안 거둔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요?
안창완 선수 : 2012년 초에 엘지컵 대회에서 안드로이드 버전 스트리트 파이터 4 종목 우승, 3월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X 철권 드림 매치 이벤트 대회에서 우승했고 7월 에볼루션 챔피언십 우승에 스트리트 파이터 25주년 글로벌 토너먼트 한국 대표전, 아시아 대표전, 최종 결선 우승 등 스트리트 파이터 X 철권 종목은 대부분 우승했고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4 AE 종목에서도 많은 대회에서 우승 및 준우승을 거두었습니다.
루리웹 : 2012년 한해 프로 게이머로서 활동한 결과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자면.
이선우 : 2012년 한해는 전체적으로 나름 잘 해냈고 나쁘지 않았다 정도로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2012년 개인적으로 목표로 삼았던 게 에볼루션 우승과 스트리트 파이터 25주년 글로벌 토너먼트에서 2관왕을 거두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이루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안창완 : 아무래도 좀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게 못하진 않았지만 이선우 선수와 비교하면 나도 더 잘할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큽니다. 사실 저도 이선우 선수와 함께 2012년 에볼루션 대회 챔피언이었는데 비교 대상이 너무 커서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더라구요.
루리웹 : 그동안 여러 나라의 각종 대회에 참가하면서 기억나는 일들이 있다면.
안창완 선수 : 스웨덴에서 열리는 드림핵 2012 윈터 대회에 갔을 때 아예 대회에 참가를 못할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직항이 아니라 중간에 파리를 한 번 거쳐서 스웨덴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40분 정도 지연되는 바람에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었습니다. 자칫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미리 물도 마시고 가방도 짊어지고 준비 단단히 한 다음에 미친 듯이 뛰었어요.
파리 공항이 굉장히 큰 걸로도 유명한데, 하필이면 환승 게이트도 다른 터미널 쪽에 있어서 터미널 이동 버스 타고 환승 절차를 밟았는데, 스웨덴 행 비행기를 딱 타는 순간 문을 닫더라구요. 게다가 비행기 짐칸에 실은 캐리어를 찾을 시간도 없어서 이선우 선수 캐리어는 찾지도 못했는데, 이선우 선수의 개인 스틱이 캐리어 안에 있어서 대회장에서 제 개인 스틱으로 서로 번갈아가면서 시합해야 했었습니다. 중간에 저와 이선우 선수가 붙게 되었을 때는 이선우 선수는 대회 스폰서가 제공해주는 스틱을 사용했구요.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우승을 했습니다.
또 엘지컵에서는 유명한 선수들이 많이 한국에 왔는데 후도 선수와 우메하라 선수, 저스틴 선수도 왔습니다. 한국-일본-미국의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그 친구들도 한국에는 처음 와본거라 여러 한국 문화와 한국 놀이를 가르쳐주기도 했고 같이 치맥에 삼겹살이랑 소주, 막걸리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회 기간이 좀 있어서 몇몇 선수들은 2주 정도 한국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이선우 선수 : 지난 8월 대만에서 열린 스트리트 파이터 25주년 글로벌 토너먼트 아시아 결선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타이밍에 태풍이 연달아 발생하는 바람에 결국 대만에서 일주일 정도 살다 온 적이 있었습니다. 체류비가 늘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하지만 싱가폴에서 대회에 참가하러 온 선수들과 함께 야시장 가서 놀기도 하고 게임도 같이 하고 밥도 먹으면서 즐겁게 지냈습니다.
2012 캐나다 컵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 미국, 아시아의 여러 나라 선수들의 5:5 팀 국가 대항전이 있었는데, 한국 선수들끼리 모여 팀을 만들었는데 아쉽게도 준우승을 했습니다. 한국팀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해서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루리웹 : 2012년 한 해 동안 많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셔서 2013년은 이전보다 금전적인 부담이 줄어드셨을 것 같은데요.
이선우 선수 : 생각한 것만큼 엄청나게 경제 사정이 좋아지진 않았습니다. 에볼루션 챔피언십 시리즈 2012에서 우승했을 때도 주위에서 상금에 대해서 궁금해 하셨는데, 2012년 한 해 동안 받은 상금으로 1년 정도는 돈 걱정 하지 않고 여유롭게 대회 준비를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이번 스트리트 파이터 25주년 글로벌 토너먼트도 상금 자체는 많지만 세금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물론 예전보다 여유가 생긴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생각 없이 낭비할 수는 없는 상태라서 2013년 개최될 IPL 대회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루리웹 : 평소에 연습은 어떻게 하시나요.
이선우 선수 : 최근엔 게임 플레이 자체는 그리 많이 하는 편이 아닙니다. 처음 게임이 발매되면 시스템 파악이나 연구를 위해 굉장히 많이 플레이하고 밤도 새가며 며칠씩 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게임에 대해 파악을 하고 손에 익숙해지면 일주일에 10시간 미만으로 플레이하는 정도입니다. 오히려 너무 많이 플레이를 하면 안 좋은 버릇이 붙어서 반사적으로 플레이하는 바람에 실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연습 시간은 안창완 선수와 토론을 하면서 보냅니다. 물론 대회를 앞두고는 평소보다 좀 더 플레이를 하긴 하지만 그리 길게 잡지는 않습니다.
안창완 선수 : 이제 스트리트 파이터 4 AE와 스트리트 파이터 X 철권 같은 게임은 이미 전술이나 테크닉 연구가 거의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게임 외적인 부분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아예 손을 놓는 건 아니지만 플레이 연습보다는 그 외의 것에 신경을 씁니다. 꾸준히 게임에 대해 연구하고 이선우 선수와 함께 토론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걸 실험하는 식으로 연습을 합니다.
이선우 선수야 다들 아시다시피 워낙 실력이 좋은 선수다 보니 결국 중요한 것은 멘탈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정심을 잃는 순간 지기 때문에 상황이 이상적이 아니더라도 버틸 수 있어야 하거든요. 같은 팀이다 보니 바로 옆에서 항상 연습하는 것을 보면 약점이란 것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도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많은 연습을 할 수 없는데다 해외에서 주로 활동을 하다 보니 컨디션 유지도 중요합니다.
루리웹 : 팀 매드캣츠 웨스턴 울브즈 팀에 들어가서 스폰서를 받기 시작한지 1년 정도 되었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안창완 선수 : 팀에 소속되면서 e스포츠 영역에 정식으로 발을 들이게 된 것이 예전에 대회에 참가할 때와는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평생 해본적도 없는 e스포츠계의 다른 게임들에 관심도 생기고, 좀 더 시야가 넓어진 것 같습니다. 목표도 그에 맞게 재편성되면서 욕심도 생겼습니다. 정식으로 팀의 일원이 되면서 그에 대한 지원도 받는데 장난으로 하면 안 된다는 책임감도 생겼습니다.
이선우 선수 : 과거에 스폰서 받기 전과 비교하면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면서 멘탈이 많이 강해졌습니다. 책임감을 비롯해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국제 대회의 경우에는 한국을 대표로 해서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만 할 순 없다고도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그 이전보다는 상황이 좋아졌지만 정신적으로 강해지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는 느낌도 듭니다.
루리웹 : 2013년 새해 희망은 무엇인가요.
이선우 선수 : 에볼루션 챔피언십 2012에서 두 종목을 우승했는데, 제가 알기로 2관왕은 저 이전에도 있었지만 2년 연속 2관왕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2년 연속 2관왕을 목표로 달릴 예정입니다. IPL에도 스트리트 파이터 4 AE와 스트리트 파이터 X 철권 종목이 새로 들어가는데, IPL 대회 역시 해당 종목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당장 2013년 1월에도 대회가 있으니 준비하고 있구요.
안창완 : 결과에만 너무 집착하면 스트레스도 쌓이니 결과보다는 항상 노력하고 배우고 더 좋은 실력을 추구하면 결과는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 믿습니다. 비록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 시합을 통해 배운 게 있고 발전한 게 있고 고쳐야 할 부분을 찾으면서 많은 것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해였고, 큰 관점에서 인생을 되돌아 보면서 2013년 한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많이 바빠질 것 같습니다.
루리웹 :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선우 : 먼저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려야 할 거 같습니다. 에볼루션 때도 이야기했는데, 항상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고, 축하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뿌듯하고 고맙고, 실제로 힘이 많이 됩니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해주시고, 몇 번을 감사해도 모자라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으로서 더욱 열심히 하겠으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안창완 : 저희와 관련되어 있는 대전 격투 게임이 IPL 대회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e스포츠 대회에도 들어가고 캡콤 또한 이렇게 큰 규모로 25주년 축제를 열어서 함께 성장을 위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선수와 제작사, 대회 주최측 모두 더더욱 힘내고 서로 협력해서 비디오 게임과 대전 격투 게임이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리고, 저희들도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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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주년 대회장에서 했던 인터뷰 보니까 격겜 사상 한해 최다 상금 수령인이라고 하던데. ㅎ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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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멋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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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합니다 IPL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 거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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