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위민 원트'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멜 깁슨이 주연한 로맨틱 코메디 영화 왓 위민 원트는 평범한 주인공이 어느날 갑자기 '여성'들의 마음 속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려냈던 영화로, 남녀 간의 연애에 있어서 '상대방의 마음 속을 알게 된다'는 은밀하면서도 배덕스러운 즐거움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은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시점에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일과 연애를 전부 쟁취하며 성공가도를 달리지만 최후에는 마음을 읽지 않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이야기였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터치, 하자!'는 이러한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보고 싶다'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법한 은밀한 희망을 게임을 통해 대리 체험시켜주는 작품이다. 일견 평범한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으로 보이는 터치, 하자!에서는 'yPhone'이라는 꿈의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대사와는 정반대인 여자아이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으며, 이렇게 엿본 속마음을 이용하여 다른 연애시뮬레이션 게임과는 차별화된 다소 비겁하고, 배덕적인 연애 시뮬레이션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인 게임이다.
CFK를 통해 정식 발매된 '터치, 하자!' |
yPhone께서 점지해 주신 운명의 상대. |
따분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주인공 앞에 yPhone이 배달된다. 이름부터 노골적으로 무언가를 연상시키는 이 스마트폰이 품고 있는 놀라운 기능을 이용해 주인공은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 주위 미소녀 캐릭터들과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게 된다. 또한 더 나아가 그녀들의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트라우마를 해결함으로써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사람, 다시 말해 연인 관계로까지 발전시키게 된다.
터치, 하자! 는 yPhone이 정해준 운명의 상대 네 명 중 한 명과 교류해나가면서 여름방학 직전부터 학교 축제까지 약 세 달간의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내는 게임이다. yPhone이 매일 목적으로 삼는 여학생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런 류의 게임에서 흔히 겪는 '목적 캐릭터의 현재 위치를 찾기 위한 세이브 & 로드 반복'은 불필요하다. 이것만으로도 yPhone의 능력은 놀라울 따름인데 상대 여학생과 대화하면서 yPhone을 구동시키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주기까지 하는 비현실적인 기능까지 제공해준다.
yPhone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됩니다. |
스토킹 어플 기본 탑재.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운명의 상대는 네 명으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정석적인 설정을 따르는 듯한 외견의 '아이바 사츠키', 프라이드가 높은 거대 게임 회사 사장의 딸인 '키노사키 카야', 밀리터리물을 좋아하는 중2병 소녀 '시노노메 마유', 스포츠 소녀 '타키가와 아오이'가 주인공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네 명 모두 외모만큼이나 각자 서로 다른 성격의 캐릭터이지만 마음 속에는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들 캐릭터의 트라우마를 해결해주고 최종적으로는 그 캐릭터와 맺어지는 것이 터치, 하자!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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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히로인 스타일의 아이바 사츠키. |
지는 것을 싫어하는 도도한 아가씨 키노사키 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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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관련 화제를 좋아하는 시노노메 마유. |
스포츠를 좋아하는 타키가와 아오이. |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장르에서 연애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캐릭터에 달려 있다. 터치, 하자!는 '아가레스트 전기' 시리즈로 유명한 '히라노 카츠유키'가 디자인한 고운 선의 캐릭터들과 이를 기반으로 깔끔한 터치로 모델링된 3D 캐릭터가 등장한다. 특히 많은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3D 캐릭터들은 원화의 매력을 매우 잘 살려 디자인되어 있다. 이들은 게임 중 회화 씬이나 이벤트 등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기에 '정지 화상의 연속'이라는 이미지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장르를 다시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연한 사고로 싫어도 여성의 마음을 들을 수 밖에 없었던 영화 왓 위민 원트와는 달리 터치, 하자! 에서는 신비의 아이템 yPhone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한 선택이 전적으로 플레이어 본인에 달려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 '운명의 상대'를 점지해 주시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어플-Love Application-까지 제공해주신 yPhone만 있으면 연애는 물론 세계 정복까지 노려봄직 하지만(Love Application-Satori는 운명의 상대 이외에도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도 있다) 마도기 yPhone의 존재 유무를 제외하면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이기에 게임 진행은 만만하지 않다.
네 명의 히로인들은 각자 생활 영역, 성격, 취향 모두 천차만별이다. 히로인들은 각자의 트라우마를 세 개씩 가지고 있으며, 이 트라우마를 알아내고 상대방의 마음의 벽을 깨부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이벤트와 엔딩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과 같이 단순히 스토커 플레이나 선택지 리셋 짤짤이 등의 간단한 방법과는 다른, 각 히로인마다 유효한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
키워드를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Satori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Satori는 지속적으로 버전업을 거치면서 더욱 정교하게 상대의 마음을 읽어들인다. 초반에는 모호했던 그녀의 마음을 게임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확실하게 읽어준다. 이를 이용해 키워드를 찾기는 쉬워지지만 Satori는 yPhone의 배터리를 제물로 삼는 어플. 플레이 중 지속적으로 배터리의 잔량을 체크해야 한다.
각 캐릭터마다 TRUE, GOOD, BAD의 엔딩들이 따로 존재한다. |
Satori 게이지를 전부 소모하면 더 이상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
키워드들은 히로인과 호감도, 텐션 등과는 별개로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게임 내에서 전화 기능과 문자 기능을 비롯해 세이브와 로드, 맵 이동에 쓰이는 시스템 지원 외에도 yPhone은 인터넷에 접속해서 볼 수 있는 '게시판' 기능을 제공하는데, 주인공은 yPhone 메뉴의 게시판 항목을 수시로 점검해 등장 인물들이 제적 중인 '리쿠메 학원'의 소문, 전설 등등을 수집하고 히로인들과의 대화 중 적절하게 이 키워드들을 사용해야 한다. 이 키워드들을 사용하려면 대화 중 yPhone의 Satori 항목을 사용해 선택지를 생성해야 한다.
우선은 메일 교환부터. |
벽(혹은 촉수)를 부수면 프로필에 키워드가 표시된다. |
매일매일 업데이트되는 '리쿠메 학원'의 게시판은 본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콘텐츠이다. 많은 학생들이 익명으로 게시물을 작성하고 글을 쓰기 때문에 각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와 학교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이며 게임 진행에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도 풍부하게 올라온다. 헥사곤닉스(스X어에X스의 패러디)라는 게임 회사에 대한 뒷담화 등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유저일수록 미소를 지을만한 요소가 풍부하다. 익명 게시판이기 때문에 마치 일본의 2ch 같은 사이트를 보는 재미가 있으며, 게임 진행을 잊고 게시판을 읽는데 몰두할 정도로 잔재미가 풍부하다.
yPhone은 히로인과의 관계 개선을 도와주는 편리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주인공에게 즐거운 망상의 장도 제공해 준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귀가 후 집에서 Satori 아이콘이 빛나며 해당 히로인과 학생인 현재 시점에서 '있을 수 없는' 상황을 망상 속에서 구체화해주는 오 놀라워라 'Imagine' 기능이 발동된다. 이는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주인공에게 내려주시는 yPhone의 은혜이다. Imagine 이벤트 역시 각 캐릭터마다 복수로 존재한다.
터치, 하자!는 주인공과 히로인들 간의 위트 넘치는 대화,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대화 내용과 정 반대의 생각을 읽는 즐거움이 공존하는 복잡하면서 묘한 매력이 공존하는 게임이다. 기존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과는 다른,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본 작품만의 특별한 차별점이자 세일즈 포인트이기도 하다. 히로인들의 스토리에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다는 행위에 대해서 유저에게 한 번 의문점을 던지며 진정한 사랑은 마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진짜로 신뢰하는데 있다는 교훈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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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음 이의어를 모두 한쪽으로 생각한다. |
마음의 벽보다 더 무서운 언어의 벽. |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시뮬레이션적인 측면이 강한 나머지 플러그 관리가 능숙히 이루어지지 못해 히로인의 스토리 진행 단계와는 전혀 상관 없이 일상 파트가 흘러가는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히로인과의 스토리에서는 비극적인 전개로 흘러가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던 주인공이 아침에 일어날 때는 '힘세고 강한 아침!' 하면서 일어나는 것을 화면 너머에서 지켜보면 어떤 유저라도 극심한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런 류의 게임들이 그렇듯 일본어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 즐기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터치, 하자!는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지속적인 한글화 타이틀을 출시해온 퍼블리셔인 CFK를 통해 국내에 정식 발매되었으나 아쉽게도 일본어 버전 그대로 출시되었다. 일본어 버전 선출시 후 자막 한글화 버전 출시의 가능성도 있으나 지금 당장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일본어 버전이며, 현재의 국내 비디오 업계 상황과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생각해볼 때 자막 한글 버전의 출시를 기대하기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위트 넘치는 대사, 게시판을 통한 풍부한 잔재미로 무장한 터치, 하자! 이지만 이러한 콘텐츠들은 일본어를 아는 이들만 즐길 수 있다. 본 작품의 가장 큰 묘미인 히로인의 상반된 마음 속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파트 역시 그러하다. 터치, 하자!는 yPhone을 이용한 '마음을 읽는다'는 소재의 재미, 연애 게임으로서는 다소 사치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깔끔하게 묘사된 3D 그래픽과 개성적인 캐릭터 등 많은 부분에서 충분히 합격점을 내릴 수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CFK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한글화를 진행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더욱 크게 남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국내에서도 빠른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의 수명이 늘어났다는 점과, DLC로 히로인 네 명 이외에 추가 캐릭터 시나리오 역시 추가됐다는 점이다. DLC는 본편에서 부족한 Satori 게이지를 무한으로 만드는 '무적 치트키' 같은 모드도 있기 때문에 유저들은 더욱 편하고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다소 마이너 장르라 할 수 있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 일본 발매일과 같은 날 국내에도 정식으로 발매되어서 수월하게 구할 수 있다는 것에 작으나마 의의를 두고, 앞으로는 다양한 게임의 한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넵튠 마크2의 yPhone 테마. |
운명의 상대 외에도 추가 시나리오는 추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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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 아니면 어디서 이런걸 리뷰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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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막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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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빨았나 별 걸 다 리뷰하네요; 까는 게 아니라 솔직히 대중적인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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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 더 아슬아슬한것도 있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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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대중적인 게임만 리뷰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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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대중적인 게임만 리뷰해야 하나요? | 12.04.11 16: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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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 아니면 어디서 이런걸 리뷰하겠음..; | 12.04.11 19: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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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 더 아슬아슬한것도 있을텐데요... | 12.04.11 22: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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