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1
정치적인 어떤 신호는 민감한 사회적인 현상이다. 위기
든 희망이든 균열의 손톱 자국은 자라고 바람은 이미 어디
서 새기 시작했다. 온전은, 영원은, 없다. 진리는 흔적도 없
이 묻힌다. 해가 간다. 달이 온다. 바람이 인다. 누군가가 시
대의 언어를 들고 오고 있다. 얼마나 작은 일로 우리는 생사
를 건 씨름을 하는가. 가시덤불 위에서 바위 위에서 구름 위
에서 헛발질을 위해 87년의 낡은 문법을 들고.
2
정치의 붕괴와 소멸로 우리 사회는 지금 정신의 사막화
가 진행중이다. 낡은 정치의 균열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결
정된 결과이다. 그 신호는 참으로 괴이하다. 지난 세월에
한눈팔지 말라. 미련은, 미련하다의 다른 해석이다. 혀를
찰 일도 아니다. 미래는 늘 와 있다.
3
새벽 남쪽 하늘에 조각달과 그 곁에 별이 하나 반짝인다.
달과 별을 보고 서 있다. 꽃샘추위가 온몸을 덮고 살속으로
스며들어 내 몸 가득찬다. 추위가 전신을 씻어내리는 시원
한 목욕물 같다. 깨끗한 새벽 추위다. 산뜻하다. 이 첫발로
어디를 디딜까. 아름다운 순간이다. 어디든 디디면 첫발이
된다.
사랑 말고는 뛰지 말자
김용택,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