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입니다
말 제조를 합니다. 제조업이죠. 끼워 달거나 기워 넣습니
다. 잘못 갖다 붙이면 쪽박을 차기도 합니다. 엎지를 수 있
지만 마음만 먹으면 기어코 주워 담을 수도 있습니다. 마
음을 몇 번 먹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말입니다. 말의
생산성은 분위기에 달렸습니다. 분위기를 뛰어넘는 말이
있다면, 반역이거나 혁명입니다. 말 조제가 아니라 제조입
니다. 귀가 없는 당신에게 어떤 말이 약이 될 수 있을까요.
말놀이나 하다가 약이나 안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귀를 물어뜯으면, 말꼬리를 잡고 뱅글뱅글 돕니다. 뚫을 수
만 있다면, 말총을 만들어 심장을 겨눌 텐데.
말 제조를 합니다. 궁하면 찍어 내는 게 말이라고 하지
만. 있는 말도 아니고 없는 말도 아니고. 산 말도 죽은 말
도 아닌, 무엇인가 상큼 발랄 유쾌한 소리를 지르고 싶었
던 것인데. 어젯밤 내가 당신에게 건넨 건,
말이었습니까?
써칭 포 캔디맨
송기영, 민음의 시 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