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에서 온 젓갈
중국 동포 김철 시인의 시에 부쳐
나도
청진에서 온 젓갈 맛보고 싶다
과꽃 늦핀 가을날
자전거 탄 우편배달부가
도장 주세요 청진에서 소포 왔어요
큰 소리로 부르는 소리 듣고 싶다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바닷가 갯마을로 시집가지 않는다고
가마 타고 가던 날 아침
퍽도 많이 울었다던 누이야
눈두덩이가 복숭아만큼 부풀어올랐다는 누이야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사리원에 살고 있는지
원산에 살고 있는지
아니면 삭주 구성 가랑잎처럼 몸 편히 뉘였는지
누이야
바닷가 마을에 시집가 살면서도
새우젓 한 통 부쳐오지 않는 누이야
오십년 넘게 편지 한장 이 빠진 사진 한장
부쳐오지 않는 누이야
청첩장도 부고장도 소식 없는 누이야
나도 청진으로 소포 부치고 싶다
외갓집 개울에서 잡은 토하젓이랑
목포 창란젓이랑 진도 돌미역이랑
충무 앞바다 성게알젓이랑 함께 넣어
누이야
청진으로 시집간 누이야
나도 네게 그리운 소포 부치고 싶다
와온 바다
곽재구, 창비시선 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