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성(恒星)은 천구 위에서 서로의 상대 위치를 바꾸지 아니하고 별자리를 구성하는 별이 기본의미입니다. '항상 항(恒)'을 써서,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별이라는 뜻이지요,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여기에 덧붙여 핵융합 반응을 통해서 스스로 빛을 내는 고온의 천체를 의미합니다.
일상에서 별(star)는 밤하늘에 떠서 빛나는 존재지만, 천문학에서의 별(star)은 이 항성만을 의미합니다.
행성(行星)은 항성 주위를 빙빙 도는 천체를 말합니다. '다니다 행(行)'을 쓰니, 그 의미를 짐작할 만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과학에서는 항성과 대비하여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는 점을 부연하고 있죠. 행성은 천문학에서는 star와 구분하여 planet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태양계에선 태양이 항성이고, 수금지화목토천해는 행성인 겁니다. (명왕성 끼워 배우신 당신은 아재)
그렇다면 혹성(惑星)은 무엇일까요? 스타필드 일본판에서는 별의 상당수가 혹성이라 표기되어 있습니다.
혹성은 그러나 별다른 게 아닙니다. 행성의 일본식 표현입니다. 한자문화권에서 한국과 중국은 행성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혹성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이 ’혹성‘이란 단어가 왜 익숙할까요? 바로 영화 <혹성탈출> 때문이죠.
<혹성탈출>의 원제는 'Planet of the Apes'이고, 소설과 영화 모두 존재하죠. 이 영화를 일본에서 '猿の惑星' 그러니까 '원숭이의 혹성'으로 번역, 상영하였습니다. 이때가 1960년대라고 하네요. 아마 우리나라에 혹성탈출이라는 제목이 달린 것은 일본 원제의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원숭이의 혹성'이 왠지 어감상 유치한 느낌이 드는데, 멋있게 잘 바꾼 것 같네요. 물론 일본어인 혹성을 그대로 쓰는 바람에 우리 언어생활에서 아직도 혹성을 남겨버린 장본인이기도 하겠네요.
그런데 혹성(惑星)이란 말, 재밌지 않은가요? 우리가 '혹하다'라고 할 때 쓰는 그 혹입니다. 홀렸다는 거죠.
우리말의 '미혹'은 '무엇에 홀려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미혹은 일본어에서 메이와쿠(迷惑/미혹)로 발음됩니다만, 의미는 다소 다르죠, '민폐'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혹성은 묘하게 뭔가 미스테리하고 신비하고 두렵고 뭔가 갑갑한 느낌이 나는 단어이죠.
따라서 이제 와서 <혹성탈출>을 <행성탈출>로 바꾼다 해도, 분명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습니다ㅋㅋㅋ
그러나 혹성에서 쓰이는 혹(惑)은 '홀리다', '정신을 못차리다'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가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우리가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을 보고 '오락가락'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지요. 결국 혹성 그 자체는 행성과는 완전히 동일한 말이고, 혹성 대신 행성으로 순화해야 하는 말이지요. 국립국어원에서도 순화대상어로 혹성을 지정하고 있습니다ㅋ 그치만 <혹성탈출>은 위의 이유에서 언터처블한 무언가가 있죠ㅎㅎ
이 혹성을 이용한 말장난 문서가 스타필드에 존재합니다. 혹성(惑星)은 일본어로 '와쿠세이'로 발음됩니다. '혹' 부분은 '와쿠'이지요.
두 번째 퀴즈에서 혹성발음 와쿠세이를 활용해, 일본어의 와쿠와쿠(두근두근)를 연결시켜 시덥잖은 조크를 문서화해놨네요.
대략 惑星-わく
번역해도 한국어에서는 의미가 없고, 잘 번역해도 책 제목처럼 썰렁하기 그지 없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이 책은 아무리 인공지능이 덤벼서 번역을 해봐도 웬 엉뚱한 소리냐 이야기만 나오겠네요.
그러나 어감을 살려서 손번역을 한다한들, 뭐 워낙 엉뚱한 내용만 가득해서 이해하기 힘들기도 하네요. 자유행성동맹 촌놈은 멍청해서 나무에서 떨어뜨리려면 손을 흔들면 본인도 인사하려고 흔들다가 떨어진다.. 뭐 이런 이야기로 이해되는 것도 있는 등 말이지요.
어쨌든 일본어 로컬, 굉장히 부럽네요... 부럽다 진짜.. 이런 것까지 로컬화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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