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풋볼의 시스템에는 플레이어가 통제할 수 없는 운의 흐름이 존재합니다. 올드비 유저일수록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죠.
어떤 분들은 세레머니를 건너뛰고, 감정 표현을 자제합니다. 그 절제는 배려일 뿐 아니라, 시스템의 인위성을 인식하고 그 공식 속에서도 품격을 지키려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상대에게 주어진 세레머니의 기회도 존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레머니는 경기의 일부이자, 플레이어가 자신의 성취를 짧게 드러내며,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 해소가 더해질 때, 경기는 비로소 게임으로서의 미학을 갖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필드를 의미없이 돌며 시간을 끌거나, 상대를 자극하기 위한 조롱성 세레머니는 이미 감정의 표현의 영역을 벗어난 제스처입니다. 그 순간, 게임은 소통이 아니라 기만과 과시로 변하고 존중은 자취를 감춥니다.
빠른 스킵과 직선적인 축구가 매너라는 공식이 굳어졌던 이풋볼의 현실 속에서, 정상적인 감정의 표현과 스타일의 다양성이 억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습니다. 그런 긴장 속에서 우리는 과연 더 매너있는 플레이를 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개성을 잃은 경기를 반복하고 있는 걸까요.
상대를 모욕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자신의 팀의 노력, 순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라면 세레머니는 무례가 아니라 진정성의 발현입니다.
매너는 결국 인식의 문제입니다.
냉정한 선택에도 존중이 있을 수 있고,
과감한 플레이에도 품격이 담길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으로 그 선택을 했는가. 그 자각이 매너의 깊이를 결정합니다.
감정을 완전히 지우는 것도, 끝없이 드러내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그 사이의 좁은 균형, 즉 어디까지가 승부이고 어디서부터가 존중인가를 스스로 인식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마주해야 할 것은 상대가 아니라, 그 순간의 나 자신 일겁니다. 경기 속에서 내가 보여준 플레이 속에 존중이 있었는가를 묻는 일.
그 질문에 진심으로 답하려는 마음, 그것이 아마도 매너가 도달해야 할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화를 바꾸는 건 시스템이 아니라, 플레이어 한 사람 한 사람의 태도입니다. 다른 방식을 틀렸다고 단정하지 않고, 하나의 선택으로 인정하는 일. 그 인식의 전환이 지금의 경직된 이풋볼판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IP보기클릭)61.80.***.***
(IP보기클릭)211.234.***.***
정답. 내로남불 없는게 매너 | 25.10.20 15:41 | |
(IP보기클릭)211.234.***.***
ㅋㅋ 완전 공감이네요 ㅋㅋ 글쓴이가 뻔지르르한 말만 머리굴려서 써놓은거 같은데 기분상한 사람에게 베푸는게 매너지 기분상한 사람이 감수해야되는게 매너임? ㅋㅋ 게임 내에서의 세레는 '굳이 하지않아도 될' 경기의 승패를 위한 노력과는 상관없는 행위임..실제 스포츠의 세레는 관중과의 공감이 필요하니까 하는거고...무관중 경기에서 세레하면 실축에서도 비매임 ㅋㅋ 조축에서 세레질 하면 정신병자 취급할껄요? ㅋㅋ | 25.10.20 18:45 | |
(IP보기클릭)118.235.***.***
(IP보기클릭)175.209.***.***
(IP보기클릭)59.12.***.***
맞습니다. 말씀하신 정의가 매너의 출발점이지요. 제가 쓴 글은 그 정의의 경계를 넘어, 매너를 본질적인 태도로 바라보자는 글이었습니다. 매너는 결국 감정의 절제가 아니라, 인식의 깊이에서 비롯된 존중의 형식이니까요. 닫힌 매너가 아니라, 열린 매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 25.10.20 21:50 | |
(IP보기클릭)117.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