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자잘한 버그 수정을 제외하고, 1.3 패치는 DLC 죽음의 붓질 추가를 포함한 대규모 패치였습니다. 나온 지 한 달도 넘었지만, 플레이를 꼼꼼히 하느라 이제서야 겨우 DLC 도전 과제를 다 달성할 수 있었네요.
1.2에서도 여러 밸런스 조정은 있었지만, 1.3에서 플레이 방식이 크게 바뀔 정도로 밸런스 및 성장 곡선 조정이 있었습니다. 원래 메인 스토리만 쭉 미는 식의 플레이는 좋아하지 않는지라 하드코어 모드를 하면서 새로운 게임을 한다는 기분으로 하드코어에서 모든 부정적인 퍽 활성화 상태로 DLC 포함 모든 부가 퀘스트 및 활동, 메인 스토리까지 완료하였습니다. 패치 노트도 있지만, 패치 노트에 자세히 설명 안 된 부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구체적으로 공유하려고 합니다.
일단 그동안 자잘한 버그 수정 패치는 여러 번 있었으므로 이제 크게 문제 되는 버그는 그다지 없습니다만, 그래도 자잘한 버그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예전 같이 아예 진행이 불가능해지거나 퀘스트가 엉키는 버그는 없는 걸로 보입니다.
2. 하드코어 모드
하드코어 모드가 1.3 패치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일 텐데, 개인적으로 하드코어는 매우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부정적인 퍽의 추가에 따라 게임 플레이 감각이 많이 달라지긴 합니다만, 결국 전투 관련을 빼면 불편함의 추가이므로 캐주얼한 플레이를 좋아하는 플레이어에게는 그다지 좋은 경험이 되진 않을 듯합니다. 그러나 킹덤 컴 플레이 방식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하드코어 모드가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부정적인 퍽이 있지만, 게임 플레이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들은 역시 돌대가리(경험치 획득 느려짐), 약한 허리(소지 무게 절반)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경험치 획득이 느려지는 부분이야 말할 것도 없고, 소지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든 만큼 중갑을 입는 것조차 무게 부담 때문에 꺼려지는 상황이 나옵니다.
그리고 하드코어에서는 지도에 플레이어 위치 표시가 되지 않고, 빠른 이동 불가에, UI가 사라지고, 나침반에 방향과 퀘스트 목표 등이 전혀 표시되지 않으므로 플레이어가 알아서 길과 목표를 찾아가야 한다는 어려움이 가장 크게 다가옵니다. 저는 이미 5회차이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처럼 그동안 빠른 이동과 나침반의 퀘스트 목표만 쭉 따라가는 플레이에 익숙해져 있었으므로 초반에 길을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트로스키 지역은 쿠텐버그 지역과 달리 평지 위주의 지형이 아니어서 더욱 어렵습니다. 모든 부정 퍽 활성 하드코어에서의 초반 기본적인 팁을 적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꼭 필요한 장비(갑옷, 무기)만 장착하고 빨리 말과 좋은 안장을 구할 것.
- 최대한 빨리 학문 올려서 탐험가 퍽 찍기. (연금부터 재빨리 올려서 헨리 여우물약 만들고 모든 책과 문서를 샅샅이 읽을 것, 가능한 한 모든 인물과 대화할 것) 탐험가 퍽 없으면 진짜 고생합니다.
- 그동안은 길 무시하고 나침반을 따라서 목표로 직진하면 됐지만, 이제 '가장 빨리 목표로 가는 방법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라는 걸 인식하기. 먼 곳으로 이동할 때 방향을 제대로 잡고 가는 것도 일이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아도 최단 거리로 직진해서 목표로 가겠다는 생각은 웬만하면 안 하는 게 좋습니다. 그냥 길 따라 가는 게 제일 빠릅니다.
- 몽유병은 안 그래도 길 찾기 빡센 하드코어에서 매우 귀찮을 수 있지만, 강제로 자야 하는 상황을 제외하면 게임 내내 안 자고 플레이가 가능하므로 잠을 아예 안 자는 방향으로 플레이하면 됩니다. (연금 올리면서 밀주나 각성 물약 많이 만들어 둘 것)
- 편식가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기 어려워서 귀찮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약물이나 알콜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어서 좋을 때도 있습니다.
- 무거운 발도 은근히 귀찮은 퍽인데, 신발 내구도가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감소합니다. 따라서 구두 수선 도구를 많이 챙기는 게 좋고, 뭐...자신 있으면 맨발로 다니는 것도 답입니다.
- 하드코어 모드에서 제일 올리기 힘든 건 당연하게도 화술입니다. 페널티가 너무 많이 붙어서 경험치를 아무리 최대로 올려도 화술은 30찍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화술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최대한 이용하세요. 화술을 이용한 선택지는 늘 이용하고, 책, 문서, 레시피(연금술 레시피도 그냥 만들지 말고 반드시 구해서 읽고 만드는 게 좋음) 등등 닥치는 대로 읽읍시다.
- 적들이 많이 강합니다. 헨리가 약한 초반에는 다수와 근접전을 벌이면 매우 힘드니 영리하게 싸우는 게 좋습니다.
- 하드코어 모드가 나오기 전에는 '하드코어에서는 나침반에 방향 표시도 안 되니까 아예 나침반을 없애지, 왜 보기 싫게 놔두었냐?'라는 말도 있었는데, 그나마 그게 있어서 방향 잡기가 수월한 겁니다. 방향은 표시되지 않지만, 전방위를 8개로 나눈 바늘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한쪽 방향을 잡으면 북 - 북동 - 동 - 남동 - 남... 이런 식으로 정확한 방향을 알 수 있어 방향이 표시되지 않아도 나침반은 여전히 유용합니다.
- 방향을 잡는데 익숙해져야 합니다. 밤에 숲 한가운데 있는 상황은 피하세요. 방향 잡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그냥 한쪽 방향으로 쭉 달리다 숲에서 나온 후 다시 위치를 잡는 게 좋습니다.
- 방향을 잡는 방법은 크게 3가지입니다. 해와 그림자(밤에는 달)를 이용하기, 밤에 별자리 이용해서 북극성/북두칠성 찾기, 지형 지물과 지도를 비교해 보기. 그러나 해, 달, 별 등의 천체를 이용한 방법은 날씨가 좋지 않거나 비가 오면 거의 쓸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럴 때 큰 숲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것 역시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시간 별로 달라지는 해와 달의 방향은 다음 링크를 참고하세요. KCD2 Sun & Moon Direction By Time Charts For Hardcore Mode - Imgur
3. 밸런스 및 성장
여러 장비들의 능력치가 바뀌었고, 특히 검과 롱소드의 대대적인 너프가 눈에 띕니다. 이럴 거면 발매 때부터 제대로 조정해서 나왔으면 좋았을 걸, 밸런스 조정이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지금의 밸런스는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검의 너프와 함께 폴암과, 둔기류의 밸런스가 이제 제대로 맞춰진 느낌이고, 특히 중갑을 입은 적을 상대로 둔기류와 폴암류의 데미지가 상대적으로 검에 비해 두드러지는 게 느껴집니다. 물론 달인의 일격이 있는 검류가 여전히 실전에서의 활용성이 더욱 높은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검 말고는 다른 무기를 쓸 이유가 전혀 없던 예전에 비해서는 취향에 따라 충분히 다른 무기도 비슷한 성능으로 활용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검보다 다른 무기가 강력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은 좋습니다.
또한 적의 착용 장비도 상당 부분 바뀌었는데, 예전에는 초반 지역인 트로스키에서부터 3등급 장비를 적으로부터 루팅 가능했던 반면, 이제 레벨이 아무리 높아도 적으로부터 3등급 장비를 루팅하는 것이 최후반부 이전에는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실제로 1.2패치 이전에는 게임 시작하자마자 젤레요프 여관 옆 캠프에서 만난 도적 무리조차 3등급 최고 장비를 착용한 놈들이 섞여 있어서 그들을 해치우고 최종 장비를 마련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이제는 적에게서 공짜로 루팅한 장비로 최상위 장비를 마련하는 일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이게 꼭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롤플레잉의 측면에서 보자면 확실히 문제가 있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필요한 조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루팅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 역시 사실이긴 합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득템의 재미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물론 이 게임이 파밍하고는 거리가 먼 게임이긴 합니다만, 적이 착용한 장비는 이제 그냥 팔아서 돈 마련하는 용도 말고는 아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루팅의 재미는 사라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그냥 적 루팅 신경 안 쓰고 플레이할 수 있어서 편한 부분일 수도 있겠군요.
또한 파멸의 독약에서 속도 저하 기능이 빠진 것도 밸런스 조정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냥 파멸의 독약 묻은 화살 쏘고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적들이 픽픽 쓰러지던 예전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도망가거나 대응하지 않으면 꽤 아프게 맞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파멸의 독약이 여전히 사기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습니다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날먹 느낌이 줄었습니다.
또 하나 크게 변한 부분이 주사위입니다. 100퍼센트 승률을 보장하던 성 안토니쿠스의 주사위가 이제는 무조건 3만 나오지 않게 바뀌었고, 그 외에 여러 사기 주사위들이 크게 너프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분명 패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어서 매우 좋은 변화이지만, 너무 늦게 패치가 되었다는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주사위들의 성능이 크게 변한 지금 시점에서 제일 좋은 주사위는 '유리한 주사위'입니다. 유리한 주사위는 초반 트로스키 지역의 젤레요프 여관 주사위 도박꾼에게서 쉽게 6개를 구할 수 있습니다. 유리한 주사위가 좋은 이유는 1과 5가 나올 확률이 다른 주사위들보다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4. 정리
5회차 정도 게임하면 엔딩까지 달리는 시간이 확연하게 줄어들기 마련인데, 하드코어는 이동 하나 덕분에 거의 처음 하는 것 만큼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이 하드코어의 맛이기 때문에 각오가 되어있는 플레이어라면 오히려 이전에 빠른 이동과 나침반의 퀘스트 목표만 보고 달리기를 하면서 놓쳤던 여러 디테일이나 풍경을 감상할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IP보기클릭)1.223.***.***
(IP보기클릭)211.112.***.***
(IP보기클릭)125.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