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만화를 그리신 '루쿠하'님이 써도 좋다고 허락해 주셔서 올립니다.
이 만화에서 이어집니다: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88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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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동생이 갖고 싶어"
이것이, 아스널의 손을 잡고 철혈의 레오나를 만나고 온 에밀리가 돌아와서 꺼낸 첫 한마디였다.
"....."
물론 에밀리가 그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생각했다. 친척이나 이웃집 가서 아직 꼬물거리는 귀여운 아기를 본 어린아이들은, 으레 자신도 그런 귀여운 동생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니까. 그건 자연스럽고 또 귀엽기까지 한 아이다운 반응이다. 아무래도 에밀리한테 어지간히 아기 사령관이 사랑스럽고 깜찍했나 보다. 문제는.....
비스트헌터는 조심스럽게 아스널의 눈치를 보았다. 오르카 안 에서 이런 류의 일 - 그러니까 '생명 탄생이 관련된 일' 말이다 - 에는 자칭타칭 '베이비 디스펜서', '족고수' 아스널이 끼어들게 마련이고, 그런 류의 일에 아스널이 끼어들면 이야기는 늘 이상한 혹은 야릇한 방향으로 흐르게 마련이었다. 아니 뭐 평소라면 그냥 "아 우리 대장님 또 치녀 증후군 도졌구나" 하고 넘어가겠지만...에밀리가 앞에서 보고 있다면 그건 좀 다른 문제다. 비스트헌터는 제발 이번만큼은, 에밀리를 위해서라도 좀 근엄하고 점잖은 품위를 유지하며 답변해주길 바라는 애타는 시선으로 그녀의 대장을 바라보았다. 항상 호탕하고, 당당하고, 전투능력도 출중하고, 유능하기까지 해서, 맨날 입에 섹1스를 달고 사는 것 빼고는 도무지 흠 잡을 데가 없는 그녀의 지휘관을.
"음! 그렇군! 내가 좀 더 분발해야 하겠구만!"
"드증늠....."
비스트헌터가 입술을 씹으며 노려보았다. 아스널이 말하는 이 '분발'이라는 게 뭔지 너무나 명약관화해서다. 이미 지나칠 정도로 '분발'하기로 온 오르카 내에서 명성이 자자하신데 여기서 뭘 더 어쩌시려고...그러나 캐노니어의, 이 수치라고는 1도 모르는 대장은 오히려 당당한 표정으로 자신의 부관을 돌아보았다. 에밀리가 동생을 보려면 누군가는 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왜 그런가? 에밀리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려면 이 내가 힘써야 하지 않겠는가? 아니면 자네가 낳아 줄 생각인가?"
"그기 으늡느드...."
"딴 건 몰라도 이쪽 새치기는 용서할 수 없네!"
"그극드 으늡느드....."
"아니라고? 아! 혹시...."
아스널이 청출어람이라는 눈빛을 자신의 부관에게 쏘아보냈다. 헌터는 그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역시 나의 부관이야! 같이 지내다 보면 날 이해하고 따라와 주는구나!" 라는 감개무량한 시선을 마냥 회피할 수도 없어 그냥 어물어물하....
"...에밀리가 직접 낳게 하려는 건가? 자네가 그런 생각을 해낼 줄은 몰랐네! 음음! 역시 자기 하고 싶은 일은 스스로 해내는 게 좋지!"
대체 우리 대장은 왜 이 모양인 걸까. 비스트헌터는 옆부대의 그녀와 비슷한 빨간(분홍)머리 부관과는 다른 의미로 혈압이 올라 죽을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그쪽 부대 -둠브링어 - 쪽 지휘관기도 캐노니어 대장과 유사하긴 하다. 항상 호전적이고, 당당하고, 전투능력도 출중하고, 자기 할 일은 똑부러지게 해낸다. 차이점이 있다면, 사령관에게 너무 지나치게 달려들어서 문제인 자신의 미치광이(?) 지휘관과는 정반대로, 그쪽 지휘관은 사령관에게 지나칠 정도로 다가가지 못해서 그쪽 부관이 암걸린다는 거지만(그리고 나이트앤젤은 그게 정말 엄청난 차이라고 강변할 것이다). 비스트헌터가 빨간머리(정확히는 분홍머리) 공격기 부관은 다들 이런 고통을 겪도록 운명지어져 있는 건가? 하고 정체성의 고민에 빠져드는 사이, 아스널 역시 에밀리를 옆에 앉혀놓고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고뇌에 빠져들었다.
"아니, 아니지, 그런데 아기씨를 뿌려줄 수 있는 건 사령관 뿐인데, 지금 사령관은 아직 2차성징은 커녕 걷지도 못하는 아기 아닌가. 이거 에밀리 동생 생산 계획에 좀 차질이 생길수도..."
자못 근엄하고 진지한 얼굴로 멸망 전 동인지 같은 소리를 해대며 아스널은 턱을 매만지며 고심했다. 농담이 아니고 그녀는 정말 심각해 보였다. 실제로 그녀에게는 그랬다. 결국 그녀가, 아니 그녀를 넘어 오르카의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이렇게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류를 다시 이 지구 위에 재림시키기 위함이 아닌가?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바삐 예쁜 아기들을 슴펑슴펑 낳아야 할 텐데, 정작 그 일을 맡아줘야 할 남자 쪽 주체인 사령관이 지금 이런 상태여서는...
"이건 심각한 문제다! 향후 몇 년간 오르카는 인류부흥계획에 손도 못 대게 될 거다!"
"심각한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에밀리가 자신의 대장을 따라 불안한 표정을 하고선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아직 어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그녀에게는 인류의 재번영이니 문명의 재건이니 같은 것은 다 이해하기 어려운 너무 먼 나라 이야기다. 그저 가족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사령관이 좋아해 주니 싸울 뿐. 그러나 이 참에 아스널은 캐노니어의 막내둥이에게 자신이 아는 그 '세상물정'이라는 걸 알려주기로 작정한 듯했다.
"심각한 일이고말고, 에밀리!"
비스트헌터가 황급히 아스널의 그 '세상물정 강의'을 막기 위해 다가갔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통탄할 일이지 않은가! 가임기의 여성들이 이렇게 좁은 공간에 득시글득시글하거늘! 오르카의 출산율은 2년째 0이다!"
결국 비스트헌터는 폭발하고 말았다. 그간 아스널 대장의 기행을 참아 왔지만 에밀리까지 거기에 물드는 건 묵과하기 어려운 문제다. 오해를 먼저 풀자. 헌터는 분명 아스널을 존경했다. 캐노니어의 지휘관은 확실히 유능하고, 용감하고, 부하를 아낄 줄 아는 - 그 '아낀다'는 방향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 , 정말 훌륭하고 멋진 여자다. 다만 다른 데는 흠 잡을 데 없지만 한 군데에 중대한 흠이 있었으니...헌터는 다른 모든 건 몰라도 에밀리가 아스널을 따라 배를 탕탕 두드리는 꼴만큼은 보고 싶지 않았다.
"쫌 그런 건 쫌! 에밀리 안 듣는 데서 말씀하시면 안 됩니까?"
"에밀리도 이제 생명이 탄생하는 신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기 귀여워 하더구만!"
"그 과정까지 자세히 알려주려 하시니까 문제죠!"
아웅다웅하는 캐노니어의 지휘관과 그 부관을 뒤로 하고 약간 어리둥절해하는 에밀리의 앞으로 파니와 레이븐이 다가왔다. 약간은 의도적으로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우리 대장님'과 '참다 참다 못해 그 대장에게 무엄하게 대드는 부관'을 에밀리의 눈앞에서 가리면서.
그래도 그거랑은 별개로 자매들 중 가장 어린 막내둥이가 동생을 갖고 싶다고 칭얼대는 것만큼 귀여운 것도 또 달리 없다. 레이븐은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에밀리에게 물었다.
"그래그래, 우리 에밀리는 동생이 생긴다면 남동생이 좋겠니, 여자가 좋겠니?"
여기서 에밀리는 괜히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사실 부끄러워 할 만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나...남동생이 갖고 싶어. 사령관 같은..."
그 볼에 손을 포개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두 포병은 가슴을 부여잡고 본인들의 심쿵사를 막기 위해 무진 애써야 했다.
"에밀리, 하지만 동생은 애완동물이나 부하가 아니야. 서로 싸울 수도 있고, 또 에밀리가 질투하게 될 수도 있는데?"
"나도 알아"
에밀리가 자기도 그 정도는 안다는 듯 볼을 부풀렸다. 어리지만 그 정도는 안다. 아기는 손윗누이나 형제가 막 다뤄도 되는 부하도 아니고, 또 맘대로 다를 수 있는 장난감도, 그저 귀엽기만 한 관상용 인형도 아니다. 동생이 태어나면 에밀리도 더 이상 막내가 아니게 되니 예전처럼 언니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언니로서해야 할 일들도 생길 터다. 그러나 에밀리는 이미 그런 것은 다 각오했다는 투였다. 그녀의 눈에 언니 혹은 누나가 될 수 있다는 의지가 빛났다.
"상관없어. 내가 돌봐줄 거야. 나, 어린애 아니야 "
"호오"
"진짜 잘 해 줄 거야. 나도 멋진 언니나 누나가 되고 싶어"
멸망 후의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물자는 늘 부족하고, 문 밖에는 웬 이해할 수 없는 외계 괴물딱지들이 돌아다닌다. 그들과 맞서본 에밀리는 알고 있었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 모든 위험 앞에서 지켜주겠노라고. 아직 생기지도 않은 동생이지만, 누군가 작디 작은 이가 그녀의 옷소매를 잡고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다면, 그녀만을 의지하고 있다면, 에밀리는 그, 아직 얼굴도 모르는 아이를 위해 얼마든지 방패가 되어 줄 생각이 있었다. 제녹스와 함께.
설령 자신이 끝내 부러지더라도.
그, 아직 미숙한 강아지 같으면서도 나름대로 책임감을 갖는 모습에 파니는 우리 에밀리가 벌써 이렇게 컸나는 때아닌 '부모 된 듯한' 푸근한 기분까지 느껴야 했다. 흑흑 우리 에밀리가 여기까지 컸다니.
"나 진짜 귀여워 해줄 자신 있어. 내가 지켜줄 거야"
한창 티격태격하던 아스널이 에밀리의 다짐을 듣고선 오! 하고 저만치서 손을 흔들었다.
"음! 사령관 같은 남동생이라! 그러니까 오네쇼타 키잡을 하고 싶다는 것이로군! 역시 캐노니어의 여장부답..."
아스널의 호탕한 (자기 맘대로식) 해석은 결국 무례고 하극상이고 뭐고 다 무릅쓴 비스트헌터의 등짝스매시에 의해 중단되었다.
< E N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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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자세한 설정같은 건 여기 굳이 안 써도 다 아실 거라 믿습니다.
후일담을 써도 된다고 허락해주신 '루쿠하' 남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레오나 마망에 대한 다른 방문객의 후일담은...일단 이거 보시고 만족하셨으면, 그리고 허락해주시면 구상해보겠습니다.
다들, 언제나 항상 제 소설을 읽어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덧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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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런 어린아이가 자기도 가족 중에 동생 갖고싶다고 칭얼거리는 모습이 주제니까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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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닛!! 벌써 나왔군욬ㅋㅋㅋㅋㅋㅋ 역시 에밀리는 귀엽고 아스날은 대담하군욬ㅋㅋㅋㅋ 부족한 만화에 후일담으로 생기를 넣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후일담 이야기들은 항상 환영이지요 ㅋㅋㅋㅋㅋㅋ 즐거운 창작 작업은 항상 옳기 때문이지욬ㅋㅋ
(IP보기클릭)1.235.***.***
제가 더 감사하죠. 재밌는 만화 많이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IP보기클릭)175.215.***.***
족고수 섹무새 딸내미 아스널을 혼내는 어머니 비스트헌터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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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고수 섹무새 딸내미 아스널을 혼내는 어머니 비스트헌터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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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4.07 09: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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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런 어린아이가 자기도 가족 중에 동생 갖고싶다고 칭얼거리는 모습이 주제니까요 ㅋㅋㅋㅋㅋ | 21.04.07 09:15 | |
(IP보기클릭)125.176.***.***
으아닛!! 벌써 나왔군욬ㅋㅋㅋㅋㅋㅋ 역시 에밀리는 귀엽고 아스날은 대담하군욬ㅋㅋㅋㅋ 부족한 만화에 후일담으로 생기를 넣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후일담 이야기들은 항상 환영이지요 ㅋㅋㅋㅋㅋㅋ 즐거운 창작 작업은 항상 옳기 때문이지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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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더 감사하죠. 재밌는 만화 많이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21.04.07 12: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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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털도 참 포텐셜이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ㅎㅎㅎ | 21.04.07 20: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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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추종자
아 오셨군요. 오랜만입니다. 즐겨 주시길 바랍니다 | 21.05.01 02:5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