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장관 그 놈아가 형님한테 그딴 식으로 쳐 말 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민하준이 그 새끼가 지 주제를 모르고...”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가 끝난 가운데, 여럿 장성들이 복도를 한 꺼번에 몰려다녀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현 국군기무사령관, 차기 육군참모총장 후보인 윤도철 중장이 있었다. 이들은 육군사관학교 내 독일 육군장교학교 유학파들을 시작으로 모인 군 내 사조직, 은하수였다.
앞전 기수들이 전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혐의에 연루되어 모조리 모가지 당한 마당이었기에, 윤도철 중장을 중심으로 한 이들 후임 기수들이 실질적인 은하수의 실권자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들 중에서도 윤도철 중장. 실질적으론 대장(진). 차기 육군참모총장. 현임 육군사관학교 최선임 기수 중 가장 선두주자로서 달리고 있었다.
윤도철 중장이 육군참모총장 자리에 내정될 수 있었던 것도 야당의 일부 극우 인사들이 목소리를 강력하게 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한국이 NATO에 가입하고 나서 기존 합동참모의장 후보만 인사청문회를 거치던 것이, 각군 참모총장들도 거치게 되면서 야당의 의중을 전혀 신경쓰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물론 무시하고 진행 할 수도 있으나, 보궐 선거 이후 아직 국정이 혼란스러운 지금으로선 야당의 목소리도 하나하나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그런 형국에 거의 거저먹은 꼴로, 윤도철 중장의 앞 길이 펼쳐졌다.
기왕 하는 거, 육군참모총장 뿐만 아니라 다른 육군의 4성 장군 보직들 전체를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그것도 은하수 중심의 인물들로 채우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다. 참으로 건방지게도, 보궐선거로 당선된 차경재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4성 장군 보직의 안배를 육군참모총장 딱 한 자리만 남겨두었고, 나머지 자리는 모두 비육사 출신 장성들로 채워넣어버렸다.
합동참모의장, 지상작전사령관, 제2작전사령관, 한미연합사부사령관 모두 비육사 출신 장성들이 가져가게 되었으며, 특히나 한미연합사부사령관 자리는 지난 세월 단 한 번도 비육사 출신 장성이 내정된 적이 없었던 자리였던 만큼 더더욱 체감상 박탈감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장성에겐 계급이 곧 직책이었으며, 그 말은 즉슨 직책이 없으면 그 이상 진급을 하지 못한단 소리였다. 때문에 이번 대장급 인선에서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딱 한 명밖에 없다는 것은, 나머지 육사 출신 장성들은 진급에 실패했단 소리이기도 했다.
“가장 건방진 건 차경재 아닙니까? 아니 육참총장은 형님한테 줬으면서 다른 자리는 우리 육사 출신들한테 한 자리도 안 내줘요??”
“백 번 양보해서 지작사령관이랑 2작사령관은 그렇다 칩시다. 연부사는 원래부터 육사 출신들 자리 아니었습니까?”
“거 조용히들 좀 안 하냐, 이 새끼들아. 다 들리겠다.”
말하는 뽐새부터 우르르 몰려다니는 폼까지. 마치 그들은 군인이라기보단 조직 폭력배같아 보일 정도였다. 실제로 은하수는 주위의 그러한 시선을 은근히 즐기기도 하였으며, 자신들은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선민의식에 찌들어있다는 증거였다 .
그리고 그렇게 떼를 지어 다니는 이들의 맞은편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은하수의 맞은편에서 두 명의 젊은 대위를 대동한 채로 걸어오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민하준 육군 대장. 현임 제2작전사령관이며, 차기 한미연합사부사령관으로 내정된 사람이었다.
아마도 들리는 말에 의하면 정작 본인은 계속 안 하겠다며 삼가고 있다는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서로 무심한 듯 신경쓰지 않고 스쳐지나갔지만, 곧 다음 순간 윤도철 중장은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민하준 장군을 불러세웠다.
“...”
“... 아이고, 민하준 장군님.”
“연부사에 임명되시는 거, 정말 축하드립니다.”
“아직 한다고 안 했습니다.”
“오, 안 하시는 겁니까?”
“하지만 적임자이시지 않습니까.”
“글쎄요, 누가 그러던가요?”
“민하준 장군님 빼고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허허허~”
윤도철 중장은 넉살좋게 웃어보였지만, 민하준 대장은 그저 무표정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윤도철 중장에겐 불행이도, 민하준 대장은 이미 이 시기부터 눈치 백 단인 사람이었다. 윤도철이가 굳이 자신을 불러세워가면서까지 한미연합사부사령관에 내정된 것에 축하한다고 인사를 할까? 애초에 그런 인품을 가진 사람도 아닌데.
윤도철 중장의 속이 뻔히 보이는 속내를 들여다보며, 민하준 장군은 전속부관인 라인하르트랑 통역장교인 리처드를 물러세운 뒤 윤도철 중장의 패거리와 거리를 벌리며 천천히 이야기를 하였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길래 아직도 기무사에서 군 뿐만 아니라 민간인까지 시찰하고 그런답니까?”
“대통령께서 갑작스럽게 바뀌시고 국가가 내부적으로 많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안보 공백이 생길 걸 우려해서 그런다고는 한다지만, 그렇게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시찰하고 다닌다고 해서 뭐가 좀 나오겠습니까?”
“윤 장군 당신이 애국하는 건 잘 알지만...”
“좀 선이라는 건 지켜가면서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
민하준 대장이 나름의 예의를 갖춰가면서 윤도철 중장에게 말하였지만, 요는 결국 무슨 지껄이 하는 지 다 알고 있으니 적당히 알아서 몸 사리라는 소리였다. 전임 대통령의 친위쿠데타 혐의로 인한 탄핵으로 인해 치뤄진 보궐선거로 대통령이 급하게 교체되었지만, 전임 석태준 대통령이 있었던 보수당의 세력이 아직 건재한 덕분에 여소야대 상황이 펼쳐졌고, 그 덕분에 국정이 아직까지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아직은 국군기무사령관인 윤도철 중장이 멋대로 사람들을 사찰하고 다니는 것이 곱게 보일리는 만무했다.
석 전 대통령에 대한 친위 쿠데타 혐의 및 각종 비리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일부 연루되어있는 정치계 및 군 인사들까지 싸그리 수사 중에 있다보니 국정은 물론이고 군 내부적으로도 많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특히나 전임 육군참모총장, 한미연합사부사령관, 지상작전사령관, 합동특수작전사령관 등등이 모두 쿠데타 모의 혐의로 잡혀들어간 덕분에, 군 수뇌부는 생각 이상으로 더욱 더 혼란과 부담이 많이 가중되어있었다. 제2작전사령관인 민하준 대장은 육사 출신이 아닌 덕분에 처음부터 그들의 쿠데타 모의에 배재되어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혼란스러운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빛을 본 사람은 단연 윤도철 중장이었다.
윗깃수 선배들이 잡혀들어갈 때 진즉에 꼬리를 자른 덕분에, 육사 사조직 은하수회의 중심 인물 중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잡혀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기무사령관이라는 직책을 이용해서 친위쿠데타 모의 혐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잡아다가 군복을 벗기고 검찰로 인계하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하며 현 정권의 기호에 맞춰갔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국방부 장관부터가 이미 은하수 출신인 그를 믿을 턱이 없었겠지만, 야당의 비호와 정권의 입맛에 알아서 맞춰가는 윤도철에게, 의외로 장애물은 없었다.
물론 민하준 대장이 말하는 민간인 시찰의 문제는, 당연히 대통령이 알고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차후 육군참모총장으로 정식 취임하였을 때 최대한 자신의 앞 길에 놓여질 장애물을 치우기 위한 사전 밑잡업이었다.
아직 정식 진급을 한 것도 아니고 그래봤자 일개 중장따리 밖에 되지 않을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강력한 인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때 육사 출신 장교들이 나라를 이끌었던 적이 있었다. 두 건의 군부 쿠데타를 통해서 말이다. 이러한 역사 덕분에 육군사관학교는 아직도 그 명맥이 끊기지 않고 거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나라라면 비정상일 터인, 육군사관학교 출신 장성 진급자가 전체 장교들 중 무려 80%나 육박하는 이유였다.
그저 육사 출신이라서, 능력과 인품에 상관없이 육사 출신이라는 인맥 하나 만으로 진급을 시키는 풍조는 여전했다.
이런 풍조에 제동을 거는 사람이 나타나니, 윤도철 중장으로선 여러모로 불편함이 앞섰다. 그는 민하준 대장의 지적에 하급자 답잖게 약간 건방을 떨면서 대답하였다.
“... 그건 뭐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예, 어련하시겠습니까?”
“... 민 장군님, 난 말입니다. 이 참에 우리 둘이 좀 친해져 볼까 하는 마음도 솔직히 좀 있어요.”
“민 장군 말씀대로 뭐 이런 어려운 시국에, 서로 같은 편 하고 그러면 큰 힘이 되고 그럴 텐데...”
윤도철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진짜 그와 사적으로 친해지기 위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일종의 포섭용 술책이었다. 그로서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가져갈 수 있는 대장급 알짜 보직인 한미연합사부사령관 자리를 다른 최선임 기수의 육사 출신 중장에게 밀어넣는 것을 실패하였으니, 차라리 포섭을 하는 것으로 노선을 바꾼 것이었다.
은하수는 육사 사조직이지만, 많진 않아도 의외로 은하수에 포섭된 비육사 출신의 군인들이 조금은 있는 편이었다. 이유야 당연히 그 안에서 형성된 네트워크와 인맥을 통해서, 좀 더 높은 자리로, 좀 더 좋은 자리로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떄문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육군은 다 같은 편입니다.”
“... 와아...”
“... 그, 그렇습니까...?”
육사라면 치를 떨 양반에게 그딴 포섭 따위가 통할 리가.
“그리고 거 앵간하면 그렇게 막 몰려다니지 마시오. 사람들 다 보는데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깡패 새끼들도 아니고.”
민하준 대장의 말에 윤도철 중장도 할 말을 잃은 듯한 반응이었다. 거기에 대놓고 깡패같다며 지적을 하는 민하준 대장에, 윤도철 중장 뿐만 아니라 윤도철 중장과 같이 무리 지어 다니던 은하수의 장성들도 제법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그런 인식을 즐기던 그들이었으나, 면전에 대고 깡패 새끼들처럼 무리지어다니지 말라는 말을 들으니 여러모로 충격이 아니었다.
할 말 다 끝났냐 물어보듯 고개를 갸우뚱 한 민하준 대장은, 이내 그들을 뒤로한 채 전속부관 라인하르트와 통역장교 버질을 데리고 다시 제 갈길에 나섰다.
“그럼 또 봅시다.”
민하준 대장의 포스에, 이 모습을 지켜보던 라인하르트와 버질은 그저 감탄만 연발할 뿐이었다.
“우와... 존나 멋있다, 작은 아빠.”
“포스는 이 때부터 진짜 장난 아니었구나.”
-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뭐지?”
그 때, 라인하르트는 자신의 군복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자 손을 안으로 찔러넣었고, 곧 그것이 스마트폰임을 알 수 있었다.
“뭐야? 스마트폰?”
“이거 내 거 아닌데...”
“아니 그보다 언제부터 주머니에 있었던 거지?”
“일단 전화부터 받아보는 게 어때?”
진동이 울리는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버질이 말하자, 라인하르트는 액정의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밝고 명량하지만, 약간 당황한 듯한 닥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라인하르트?!”
- “버질은??”
“나 리히터 옆에 있어, 누나.”
- “아, 다행이다...”
- “저기 너희들, 혹시 지금 너희가 어디로 떨어졌는지 알겠어?”
- “지금 우리 모니터링 화면에는 대한민국 서울로 뜨거든??”
“서울 맞아, 여기.”
“그러니깐 여기가...”
“... 대한민국 국방부.”
- “대, 대한민국 국방부라고...?”
“아, 맞아. 여기 지금 작은 아빠도 있다?”
- “...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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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규리 뽀끄루 서큐버스 여왕은 일종의 떡밥입니다. 추후에 다시 나올 예정입니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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