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혼인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그대로다."
그 다음날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셨다. 돌아오시자 마자 잠깐 할 얘기가 있으시다면서 테이블에 앉으시더니 핸드백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사진 한장을. 여자의 사진을.
"슬슬 결혼할 나이도 되었고 너의 반려를 찾아 자식을 낳아야 할때 잖니. 내가 어제 삼안 대표 들을 몇명 만나서 아들 결혼 문제 얘기했더니 곧바로 이렇게 몇명 소개해주었는데 이들중 엄마 눈에 얘가 마음에 들더라."
무의식적으로 사진을 집어 보았다. 딱 봐도 나처럼 고위층 출신 딸로 보였다. 화려한 옷과 단정한 표정과 자세 등..
마치 자신의 귀품을 선보이려는 듯 첼로 잡는 포즈를 찍은 사진도 있었고.
"마음에 들지 않느냐? 혼인 날짜도 정해 놓았으니 맞선만 보면 되-"
"혼인 날짜요?"
사진을 내려 놓은 뒤 어머니를 노려보았다. 콘스탄챠하고 바닐라는 아무 말도 없이 정숙한 자세를 취한 체 가만히 있었고.
"설마 결혼날을 이미 정하신건가요?"
"그런데 왜?"
"저랑 얘기도 없이? 최소한의 상의도 말이에요."
그때 나는 차분하게 얘기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은 말그대로 혼란의 폭풍 그 자체였다. 뜬금없이 결혼이라니. 어머니에게 지금 막 얘기했듯 최소한의 얘기도 없이 말이다.
"아직 마음에도 없고 할 마음도 없는데 왜 어머니 마음대로 정하시는거에요? 그전에 저랑 먼저 얘기 해놓았어야-"
"야!"
찰싹-
뺨에 통증이 느껴짐에 따라 피가 혈관을 뚫고 나올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손으로 뺨을 가린 뒤 어머니를 보니 씩씩-거리시는 모습이 보였지만 콘스탄차하고 바닐라는 여전히 표정 변화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이쯤 되면 표정 변화를 조금이라도 일으켜야 했는데.
"언제까지 엄마 속을 썩일거야!? 이게 아버지가 몸져 누우니 버릇이 없어져도 너무 없어졌어!"
"어머니야 말로 지금 아무렇게나 행동하시는 거잖아요. 지금만 봐도 그냥 간단한 얘기하면 끝날 문제를 폭력까지 쓰시고-"
"너 설마 모모 그 계집때문에 결혼 못하는거니!?"
말을 이어가려다 마치 기차가 갑자기 굴러 떨어진 바위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다. 여전히 뜨거운 뺨을 쓰다듬은 체 어머니를 노려보았고.
"언제까지 그런 유치한 만화에 매달리면서 살거야!? 이젠 너는 다큰 성인이야 성인! 어린애가 아니고!"
"모모는 저의 연-아니 메이드이지 어머니거가 아니잖아요. 왜 우리 일을 모모까지 끌어들이게 하는거에요!"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소리야! 그 모모라는 계집과 맺어진다 쳐! 그리고 너도 잘 알텐데?"
뭐라고 반박하기도 전...
어머니의 말에 나는 그만 할말을 잃고 말았다. 머리에 망치가 내려치는 듯 한 느낌이 들었고.
"바이오 로이드와 인간의 사이에서 낳아진 아이는 어떻게 되는지?"
"...!?"
"내가 그래서 결혼을 제촉하려는 거야. 그 바이오 로이드 계집에게 완전히 빠져 들기 전에 말이야. 네가 바이오 로이드 계집이랑 결혼해서 애 잃는 고통을 겪고 싶니 너는?"
...바이오 로이드와 인간이 낳은 아이.
어떻게 되는지는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들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골격이 어머니인 바이오 로이드에게서 받는 오리진 더스트라 불리우는 물질로 인해 향상된 신체를 견디지 못해 지속적으로 골격을 교체해야 하지만, 한번 치료 하는데 천문학적인-우리 집안이라도 낼수 없을 정도의-비용이 들고, 설마 치료 했다 하더라도 성장에 여러가지 문제가 생겨서 결국 아이가 죽을 운명이라는것을.
그래서 주변에 아는 분들중 바이오 로이드랑 결혼해서 낳은 아이들은 대부분 버려지거나 혹은 태어나기도 전에 낙태 시킨다는것이 비일비재 했다. 주변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고.
"날짜는 준비 해놓았으니까 너도 준비해. 빠른 시일 내로 혼인식 치를테니."
어머니는 일어서면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콘스탄챠하고 바닐라는 그대로 아무말도 없이 따라갔고. 아무말도 없이 생각에 잠긴 나는 어제 모모랑 했던 약속이 기억났다. 시간나면 두 메이드랑 얘기해보겠다고.
"저기 콘스탄챠, 바닐라."
"네?"
"무슨일이십니까?"
두 사람을 불러세우자 그대로 뒤돌아보았는데...
"저기 할말이..."
"..."
"..."
그때의 본 눈빛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영혼이 없는 텅 비어진 눈빛. 어떠한 감정이 담겨져 있지 않는 표정을 나를 바라보았고.
"...할말 없으면 가보겠습니다."
"그럼."
밖으로 나가는 두 사람의 뒤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멍하니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 서면서 나는 무언가의 확신이 들었었다. 두 사람에게서 느껴져 오는 이질감과 위화감은 착각이 아니었다.
당연했다.
나에게 있어서 사실상 나를 키워준 진정한 어머니가 누구였냐고 묻는 다면 콘스탄챠와 바닐라라고 당당히 말할수 있다. 나를 돌봐주고 키워주신 어머니 같은 사람이.
모모랑 만나기 이전부터 아니 정확히는 내가 아기였을때부터 나를 돌봐주었는데.
"모모."
세 사람이 나간것을 확인 한 뒤 나는 모모의 방을 노크했다. 아무 말이 들려오지 않다 나는 본능적으로 문 손 잡이를 돌려서 안으로 들어가보니...
"우물..."
방 바닥에서 사탕을 씹어 먹는 모모가 보였었다. 주변을 보니 어느세 여러 종류의 뜯겨진 사탕 봉다리가 여기 저기 놓여져 있었고.
"...설마 다 들은거야?"
"...네."
사탕을 씹은 체로 짧게 대답하는 모모였다. 무릅을 양손으로 모은 체 바닥을 바라보면서 아무말도 없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니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는것을 확인 할수 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옆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분홍빛이 감도는 주황 머리카락에서 부드러움과 열기가 느껴지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평생 이러고 싶을 정도.
"도련님."
모모는 여전히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탕을 한 입 더 넣으면서.
"제가 너무 이기적인가요? 도련님을 사랑하는것을 말이에요."
"왜 갑자기 그렇게 생각해? 아까 어머니랑 얘기한게 마음에 걸려?"
"그것도 그거지만...모모는 알고 있었어요. 도련님이랑 애초부터 사랑하는 사이가 되면 안된다는것을."
"뭐?"
모모의 입에서 우득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씹었던 사탕을 깨물어서 부숴 먹고 있네.
"사랑을 하고 우리 둘이 결혼하는것은 해피 엔딩이 아니라 배드 엔딩이라는것도 말이죠. 저 이젠 어느정도 이해할거 같에요. 왜 마법 소녀는 사랑을 해서는 안되는건지. 이렇게 벌써부터 조짐이 보이잖아요. 우리 둘 다 불행해 질거라는것을"
"모모 그건..."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말았다. 여기서 뭔가 함부로 말했다가는 모모에게 상처를 줄까봐 였다. 일단 적어도 내 연인에게는 상처 주기 싫다. 무슨일이 있어도.
"정말로 제가 도련님의 아이를 낳았다 쳐도 그 뒤 돌아오는것은 우리 아이가 고통 스럽게 죽는거겠죠. 엄마, 아빠 나 아파요 살려줘요 라고 외치면서."
"...."
"그렇게 되면 아이를 잃어버린 도련님하고 저는 지울수 없는 상처가 생기겠죠. 최악이었을 경우는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가지고 도련님에게서 너 오늘부터 빨간선 절대 넘지 말라고 하시 아얏-"
나는 수도로 모모의 머리를 톡 쳐버렸다. 모모는 고개를 들면서 갑자기 왜? 라고 표정을 말하고 있었고.
"바보야. 왜 일어나지도 않은 현실을 걱정하는건데. 그래서 그 일이 지금 생겨났어?"
"그...그래도...도련님이 상처 받으실까봐."
"네가 말한대로야. 우리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게 하는것은 그 아이에게 고통을 주는것이라고. 우리 두 사람 사이에서도 상처는 주는 일이겠지. 하지만."
모모의 눈이 조금 크게 커졌다. 방바닥에 굴러떨어진 사탕을 집으려던 손이 멈춰지는것을 확인 할수 있었고.
"지난번 아버지 병문안 갔다온 뒤 둘이 서로 약속했잖아. 너도 나도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 곁을 떠나지 않기로."
"...그래도."
"다른 말 하지 말것."
검지로 모모의 입을 눌렀다. 분홍 빛 입술 주변에는 사탕으로 인해 끈적임이 느껴졌고. 모모 얘 얼마나 사탕 먹은거야. 스트레스 쌓이면 단걸로 해소 한다는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로 너의 곁을 떠나지 않을거야. 이건 반드시 약속할게."
"...무슨일이 있어도요?"
"응. 그러니 이기적이라도 좋아. 나를 사랑해도 좋아."
나는 모모를 꼭 안았다. 그녀에게서 느껴져 오는 향기와 포근함은 아까전 어머니랑 대화한 뒤 생긴 혼잡함을 어느정도 진정 시켜 주었고.
"그러니까 너도 내 곁을 떠나지 말아줘. 우리 인연 그걸로 꺾일 정도로 약하지 않으니까."
말이 끝나자 모모는 양팔로 내 몸을 끌어 안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훌쩍이던 목소리가 많이 줄어들고, 대신 편안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응?"
"잠시 눈감아 보세요."
"갑자기 왜?"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요. 원래는 나중가서 하려고 했는데 지금 아니면 안되겠네요."
모모의 천진 난만한 미소로 나를 쳐다보길래 나는 설마 죽기야 하겠어 라는 생각과 함께 그대로 눈을 감았다. 내가 눈을 감았다는것을 확인 한 모모에게서 무언가의 소리가 들려왔다.
먼저 서랍을 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집어 놓고 그리고....야릇한 숨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던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녀석 뭐 하려는거지? 눈을 뜨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뜨라고 하기 전 까지 감으라 했으니....
"눈 떠보세요 이젠."
"도대체 뭐 했길래 그-"
눈을 뜬 순간..
내 눈앞에 모모가 있었다. 분명히 모모 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분명히 모모였다. 잠시 잘못 본게 아닐까 해서 눈을 몇번 감았다 떠보았지만 역시 그녀는 그대로 눈앞에 있었고.
하지만 눈에 보인것은 평소의 귀여운 모모가 아니라, 요염한 눈빛으로 나를 잡아 먹을듯 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소악마였다.
자신이 뭐 하는지 알고 있는 듯 얼굴을 붉힌 체 혀를 낼름 거리면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체로. 머리위에 파란색 꽃을 단 체.
"모모 뭐하는거야 지금? 왜 극장판에서 입었던것을 입어?"
"쉿-"
앉아 있는 나를 눕힌 뒤 한번 내 입을 맞추는 모모였다. 그걸로는 부족했는지 양손으로 내 얼굴을 붙 잡은 뒤 얼굴 가까이 대면서.
"오늘 부로 저의 몸과 마음은 도련님의 것이에요."
"모모...무서우니까 적당히..."
"도련님이 저를 타락 시킨거에요. 이미 오래전 부터 저를 조금씩 조금씩 타락 시켜서 결국 매직 젠틀맨이신 도련님만 사랑할수 있게 되었어요. 저 역시 사랑을 차지 하기 위해 이기적인 모모가 되기로 했고요."
모모는 혀로 내 입술을 핥았다. 그녀의 혀가 내 입술에 닿자 내 혼이 빠져나간 듯한 기분이 들었고.
"아무도 차지 하지 못하게 할거에요. 오로지 모모의 것으로 만들거에요. 그러니 저만 바라보도록 하세요. 오로지 저만 사랑해 주세요."
검은색의 드레스를 입은 나의 신부 모모는 귀로 속삭였다. 한번 내 귀를 핥으면서. 요염한 목소리로.
"남궁태철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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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모모 언제 등장시킬까 각 재다가 결국 이번 편에 나오네요 허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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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마지막에 넣을까했지만 지금 넣어도 상관 없겠지 라는 생각으로 넣었습니다 본명을. 콘챠하고 아버지 그리고 부인의 관계는 이젠 조만간 밝혀질 예정입니다. 부인이 왜이리 예전부터 콘챠에게 까칠하게 대했는지도요. | 23.05.05 19: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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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 내용 컨셉이 한국 아침 드라마였어요 허헛. | 23.05.05 19: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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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완결쯤에 나오게 하려 했는데 여기에 나오는것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에 넣었습니다. 이번 내용은 말그대로 아침 드라마를 모티브로 했어요 허허헛. | 23.05.08 09:5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