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추석은 다들 잘 지내셨는지?
멈추지 않습니다. 계속 연재합니다.
월영전은 계속해서 염두해두고 있으니 좀만 기다려주세요.
이것저것 글 쓰고 싶은 마음에 문어발 되어버린 감이 있긴하지만
손 놓을 생각은 없으니 기다려주신다면 이어서 연재하겠습니다.
정진하겠습니다.
"하... 오늘 무언가 일어날 것 같단 말이지...... 바람이 차구나. 어서 주변이나 청소하자."설산파 당문지부.조활은 오늘도 당문지부 건물 주변을 깨끗이 하고 있었다. 주인없는 건물이었지만, 그렇다고 방치해 놓을 수는 없었다. 잡풀이 자라나면 스승이 가르쳐준 풀베기를 써 단숨에 베어내고, 얼룩이 지면 닦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승이 남몰래 좋아하던 미끄럼도 먼지하나 없이 닦아내고 길바닥에 먼지가 쌓이지 않게 빗자루로 아픈 세월을 쓸어내렸지만 애정하고 공경했던 그녀를 잊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심장이 쥐어짜이는 고통을 느껴도 별 수 없었다.스승은 이 자리에 없다.같이 돌아왔던 용상을 떠나보내고 당문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도저히 설산파를 놓을 순 없었다. 제자는 한 명 뿐 이었으며, 그 제자가 본인이었으니 의무감 하나만으로 명판을 닦으면서 스승을 기릴 뿐이었다."흐음...""조 사형이 계속 저리 있는데 대리인께서는 어찌하시려는 것입니까?"조활의 당문 삼사형이자 장문대리인인 당승과 광주 당문 사건으로 스스로를 뉘우치고 본문에 귀의한 당삼이 힘없이 청소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뭐라 위로해보고 싶지만 쉽지가 않았다."탈백유란의 일이 이토록 슬픈데 제자로서 마땅히 할 일을 하는 조 사제에게 뭐라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하다못해 대사형이라도 살아계셨다면...""그러면 아무 것도 설명 안하시려 하십니까?""해야지... 우리를 대표할 사람은 조 사제 밖에 없는데 그가 과연 쉽게 그 먼길을 가고자 하겠냐만..."대리인은 손에 든 서신을 들고 그저 조활의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래도 자신의 명색이 장문대리인이었다. 큰 사가 있으니 그에게 이야기를 해야했다. 대리인은 입을 굳게 다물고 천천히 한걸음을 떼었다.그때.누군가가 대리인의 어깨를 잡아세웠다. 대리인은 뒤를 돌아보았고, 그의 눈에 들어온 인물은 당삼은 아니었다. 흰 옷. 여자답지 않은 훤칠한 큰 키. 바람에 휘날리는 긴 흑발. 검을 쥔 손. 그녀는..."여협께서는...?"용상이었다."당 삼야. 안녕하십니까? 본 녀가 조 동생과 당문에 볼 일이 있어 금향궁에서부터 직접 왔습니다. 당 삼야께서 그에게 말씀 전달이 어려워 보이시는데, 이런 일은 역시 당 삼야께서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만... 후배가 주제넘는 말이라 외람되지만, 제가 장문인을 대리해서... 그에게 직접 전달해도 되겠습니까?"......"조 동생! 잘 지냈어?""......어? 상 누님?"용상이 주변을 말끔히 쓸어내고 잠시 쉬고 있던 조활을 불러세웠다. 조활은 한동안 보지 못했던 그녀의 등장에 반가워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했다."한동안 외성에서도 보이지 않으시더니 어디갔다 오셨소?""나야 이래저래 바빴지. 금나라 일에 대해 조사도 그렇고. 금향궁에 잠시 있다가 방금 도착한 참이야.""그, 그렇군. 건강해보이니 다행이오, 누님."잠시 정적이 흘렀으나 그것을 금방 깨버린 것은 다름아닌 수줍게 말을 건네는 용상이었다."동생도 잘... 있었구나...?"용상은 조활의 주변을 살폈다. 설산파 당문지부는 깔끔하고 관리가 잘되어 마치 당문 본원보다도 깔끔해보였다. 그것은 조활이 스승에 대한 미련이 깊게 남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깔끔함의 의미를 즉시 깨닫고 용상은 살짝 외로운 표정을 지었지만, 조활이 자신의 표정을 알아채랴 곧바로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흠흠. 조 동생.""할말 있음 하시오. 들어주겠으니."....."나와 겨뤄보자.""......예?""응.""이, 이렇게 갑자기??""응."뜬금없는 그녀의 도전에 조활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이야기한 것이지만 눈빛을 보아하니 그녀가 진심으로 하는 말임을 알아채고 무언가 입을 떼어 말하려 했지만, 어찌 말해도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도로 입을 닫았다. 그러나 조활의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간신히 입을 떼었다."별 수 없나. 갑자기 영문도 모른채 대련이라니. 대사형이 이야기 했었지. 누님은 적당히 상대하려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하기 버겁다고 했었어. 그런데 아무런 무공을 수련할 수 없는 나를 상대로 대련이라니..."용상은 그의 빈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퉁명스레 답했다."당포의의 이야기는 그냥 넘겨듣는다고 쳐도 그 다음 이야기는 그냥 넘길 수 없어. 너, 설산파 직계 제자잖아? 무공을 수련하지 못한 게 아닐 텐데? 그녀로부터 배움을 받은 게 없다고 거짓말치면 더욱 고달픈 대련을 하게 될 거야?"당문지부를 소홀히 하느라 가장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던 조활은 고개를 숙이며 또다시 미련이 몰려와 개미 비명소리만큼의 목소리로 한숨쉬며 말했다."아... 그러고보니... 겨우 잊고 있었구나."조활은 자신의 손을 펴 가만히 쳐다보았다. 스승에게서 배운 설산의 무공. 설산검법, 장법, 조법, 경공 등등. 분명히 배웠었다. 자신은 분명 설산파 제자였을 텐데 아직도 당문 외성제자 때의 행동을 고수하고 있었다. 스승을 볼 낯이 없어진 조활은 고개를 숙였다.용상은 하루빨리 그를 그녀의 그림자 속에서 꺼내야 할 것을 느꼈다. 입술을 굳게 깨물고는 천상검을 빼내어들어 차갑게 호통하며 조활을 향해 겨눴다."검 빼어들어, 조 동생."용상의 말에는 언제나 정직한 진실이 묻어나 있었다. 조활은 그녀의 흔들림없고 묵묵한 결의 목소리에 식은 땀이 떨어져 바닥을 적셨지만 이어진 그녀의 말에 결국 정신을 다 잡지 않을 수 없었다."내가 너의 썩어버린 정신. 다시 차리게 해줄게."결국 그녀의 싸늘하게 변해버린 이야기에 정신을 차리고 허리춤에서 천천히 검을 빼어들었다. 그녀의 반강제적인 언사에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자신의 스승이 가르쳐준 설산의 심결을 기억을 더듬어 스스로 읊어나갔다."...설산심법으로 메마른 가슴 속을 음기로 가득채워 단전에 흘려보낸다. 그리고 소주천하여 기운을 고루퍼뜨리고, 짧게 운기를 끝내 내력을 손 끝으로, 검 끝으로 기운을 밀어내면 그것이 바로 설산의 깊고 수려한 내력이니라. 그것이 설산심결(雪山心結)의 기본이니라."용상은 순식간에 조활을 뒤덮는 기운이 이전에 보았던 하후란의 내력과 동일한 모습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깊게 안도했다. 그 모습을 보고는 설산파의 제자라는 것을 분명히 알았으니, 그 뿌리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용상도 그의 모습에 답하듯, 용연칠절(龍淵七絕)의 현현조화공(玄玄造化功)을 운기하니, 곧바로 조활이 과거에 느꼈던 소름끼치는 패기를 느꼈다. 하지만 그때처럼 엄청난 패기를 조금 밖에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가 내뿜는 내력이 자신의 상태와 엇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이전에 용 누님에게 느꼈던 기운이 이정도였던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분명, 온몸이 소스라치게 떨려왔었는데... '용상은 알고 있었다. 조활은 하후란을 만나, 아무것도 못 하고 당하기만 했던 과거의 그가 아니라는 사실을 음기 가득한 차가운 내력을 보고는 알 수 있었다. 그는 과거 공동파의 장파인 후보 중 한 명이었던 금오상인을 당문에서 직접 처단하였으니, 인고의 시간을 보냈던 지난 날의 열매를 맺은 것이 분명했다.용상은 자신이 먼저 싸우자 제안해 놓고는 검을 쥔 손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강자를 만난 것에 대한 기쁨이었을까? 아니면 나약했던 동생의 강함에 대한 전율이었을까? 아니면 전과 많이 달라보이는 그에 대한 두려움?' 굉장해... 나도 그동안 폐관수련까지 하면서 결코 소홀히하지 않았는데 스승 하나 제대로 두었었다고 이정도로 기세가 올라있었다니. 만약 당문에서 당씨 성을 받고 제대로된 수련을 받았다면, 정돈되고 확실한 배움을 받았다면, 분명 이름을 떨칠만 하겠구나...... 내가 다 소름돋는군. 하지만... 그를 꼭 심연에서 끌어내겠다. '용상은 준비가 끝난 그의 눈빛을 바라보았고, 자신도 자세를 잡고 대련의 준비를 끝마쳤다.붉게 물든 단풍 한 잎이 살살 부축이는 살바람에 긴장하고 떨더니, 고요하고 은은하게 널리 퍼지는 기운에 이끌려 뚝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챙!!날카롭고 차가운 냉병기가 서로 부딪히더니 묵직한 쇳소리가 사방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한 합을 마주친 검은 또다시 부딪히고, 부딪히며 다섯 합을 더 마주쳤다. 용상은 전과 다른 묵직한 조활의 검격에 당황했지만 이를 악물며 질세라 소낙비의 다채로움처럼 변초를 쏟아내 그를 구석으로 내몰았다.내몰린 조활은 기지를 발휘하여 높이 뛰어올랐고 암기를 바지 뒷춤 주머니에서 두어 개를 빠르게 던져 거리를 확보했다. 용상은 그 중 하나는 맞지 않을 것이라 여겨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피하지 않는 과감함을 보였고, 나머지는 천상검으로 흐르는 물살을 그대로 흘려보내듯 베어 틀어버렸으니, 마치 흰 종이 위에 먹을 휘갈기듯 유려한 곡선을 뽐냈다.조활은 그녀의 대처에 감탄했고 잠시나마 가슴 속에 음어리졌던 미련을 잊어버리고 마음껏 자신의 모든 것을 용상에게 펼치기 시작했다. 용상도 결코 질 생각이 없었기에 그의 설산검법을 용연칠절(龍淵七絕)의 도검법, 참락성진강(斩落星辰纲)으로 맞서 초식을 펼쳤다."설화검려(雪花劍慮)!""섬경용진뢰(閃鏡龍進雷)!"서로 다른 두 초식이 맞부딪히자 사방이 밝은 오후였는데도 마른하늘에 천둥이 떨어지듯 번쩍이고, 날카로운 칼바람이 주변 나뭇가지를 찢고, 자그마한 풍압을 터뜨려 사방을 뒤흔들었다. 조활이 차갑고 날카로운 기세로 검을 휘두르면, 용상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받아치고도 뇌명처럼 아찔하게 반격하였다. 그의 실낱같은 빈틈을 찾아 찔러 들어가 베어내니, 두 젊은 고수들의 풍파와 울려 퍼지는 쇳소리에 어느새 당문 사형제들이 나와 그 모습을 감탄하며 지켜볼 뿐이었다.당승과 당삼이 그 모습을 보며 조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설산파 직계제자로서의 면모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구나. 조 사제는 비록 외성제자였으나, 만약에 장문인께서 제대로 가르침을 주었다면 과연 어땠을지... 내가 삼사형이라는 명패를 지녔으나, 이제는 그의 성장에 감히 대적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로구나. 이제는 조 사제를 어찌 보아야 하는가...""굉장하군요. 저런 분이 줄곳 당문의 외성제자였다니... 이전에 마주했던 그의 모습과는 또다른 모습을 보니 경외심이 절로 생깁니다, 대리인.""우린 그의 성장을 오로지 총강의 망형편(忘形編)에 맞춰 수많은 겉핥기식 무공들을 연마하라 한 것 뿐이라 무공수련의 심도있는 습득에 있어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네. 하지만 세상 어떠한 무공이든 가지고있는 형태(形)를 잊고(忘) 스스럼없이 받아들인다면 비로소 모든 형태를 자신만의 형태로 깨우쳐 갖출 것이니, 끊임없이 탐구하라는 장문인의 가르침에 여기까지 스스로 도달한 것이다.""단순히 망형편의 달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당삼은 당승의 이야기에 조활에 대해 더욱 경외할 뿐이었다. 그는 비록 당문의 버림받은 최후의 외성제자였지만, 당문인으로서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에서 가장 통달한 제자이자 설산파 최후의 제자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으며, 무지했던 자신의 지난 날을 크게 후회하였다."대사형도 이야기했었지. 조 사제는 가만히 두면 무공에는 재능이 없어보이는 어설프게 깎은 두꺼운 나무덩이 같다고. 하지만 만약에 그를 멋들어지게 조각하는 스승을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환골탈태하여 세상과 당문을 놀래킬지가 궁금하다고 했었다. 비록 그는 이 세상에 없지만, 부디 하늘에서라도 이렇게 성장한 조 사제를 보고 무슨 표정을 지을지가 궁금하다네."..."보고 계십니까? 대사형."하늘을 바라보는 당승은 그저 자신만만하고 쾌활하게 웃던 대사형, 당포의의 얼굴이 떠오를 뿐이었다. 오늘따라 왜이리 그리운지 모를 지경이었다.챙!마지막 검격이 서로 마주치는 깔끔한 소리가 주변으로 울려퍼지니, 그제서야 만족한 표정의 두 남녀가 마주보고 서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로의 눈빛을 바라봤을 때는 상대에 대한 경외심이 가득하여 더욱 배움에 대한 의지가 불타올랐다.' 설산파의 설산검법이라... 매섭고 차가우며 빈틈이 없는 절기가 가득하다. 초식 하나하나가 속세와 단절된듯 한 무아의 경지로 압박을 해오니 그의 검을 빗겨내는 것 조차 절묘한 기회가 되어 나에게 부족했던 부분을 수련시켜주는 기분이 너무나도 신묘하다. 조 동생은 정말... 정말 강하구나. '' 내, 내가 상 누님의 검을 흔들림없이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니... 이는 스승님의 가르침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이다. 대련하는 내내 스승님에 대한 미련이 씻겨내려간 듯 후련하다. 이렇게 계속 상 누님과 같이 대련하고 싶다. '.....' 나는... 상 누님을 어찌 생각하는 거지...? '' 나는... 조 동생을 어찌 생각하는 걸까...? '서로가 검과 검으로, 무공과 무공으로 교차해버린 마음과 함께 용상은 자신이 당문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를 설명해주기 위해 서신을 조활에게 건넸다. 조활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보였지만 말없이 그녀의 서신을 받았다."이건... 무엇이오?""초대장이야.""그러니까 무슨...""오던 길에 당 삼야를 뵙고 왔어. 금향궁에서 무림대회를 열거야. 이야기는 들었니?""그러고보니... 아침 회의때 창방과 송 대인의 이야기를 들었소. 조정의 상관세가(上官世家)의 주관으로 무림계의 단합을 위하여 무림대회를 열겠다고 말이오. 나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아서 대충 넘기고 설산파 당문지부로 온 참 이긴 했지만... 그런데 좀 이상하구려, 상 누님? 그 이야기는 오늘 아침에서야 제 귀에 들어온 참인데, 오늘 바로 초대를 하러 왔다니요? 어째 소식을 전해 들어오는 때가 너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기분이 드는데?"용상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일단 당 삼야의 전언이야. 장문대리인께서는 무림대회 출정을 원하시지만 당문을 비울수는 없으셔. 대표를 내세우자니 유원 사사형은 알다시피 이런 일에는 관심이 없으시잖아. 그러니 조 동생. 너를 당문대표로 내세우고 싶어하신다.""내... 내가 당문의 대표?"조활은 그녀의 이야기에 놀라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서 있었다."당포의는 이제 없고, 당쟁은 배신했어. 그럼 자연스럽게 너만 남는 거지. 안 그래?""하, 하지만... 난 외성제자에다 뭐하나 제대로 갖춘것이 없소. 자, 자신이 없어..."용상은 그의 자신감없는 태도에 무겁고 단호하게 말했다."조 동생. 방금 네가 증명했잖아.""내, 내가?""그래. 나를 상대로 대련하고 사지 멀쩡하게 살아남은 것이 그 증거 아니겠어?""부, 분명히 그랬... 잠깐, 나를 진짜 죽이려 했었소??"화들짝 놀라는 그의 표정을 보며 겨우 얼굴을 펴고 재미있는 미소를 짓는 용상. 왠지 그를 놀려주고 싶어 언제나 진중했던 자신을 버리고 답했다."뭐, 반은 맞다고 생각해. 언제까지 스승의 그늘에서 허우적 댈거야? 팔다리 하나라도 잘라내서 정신차리게 하려고 했는데, 조 동생의 무공이 너무 뛰어나서 자르기는 커녕 옷깃마저 베지도 못했어. 나름 폐관수련까지 했는데... 덕분에 다시 폐관수련해야하나 고민이 될 정도야.""사, 상 누님?!"용상은 당황했지만 미련을 한꺼풀 벗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는 피식 웃었다."후후. 농이야. 그래도 여기 우리를 보러온 당문 사형제들에게 분명히 증명한거 아니야? 무려 금향궁 사... 살인마... 에게서 살아남았다고? 그것도 비등한 실력을 뽐내면서?"용상이 주변을 보여주자 그들을 에둘러싼 당문 사형제들이 하나같이 조활을 격려하고 있었다. 일생에 이런 꿈같은 광경을 볼 줄 몰랐어서 멍하니 그들의 격려를 마음 속으로 새기느라 바빴다. 고개를 돌리며 사형제 한 명, 한 명을 눈으로 보았고, 그중에는 인자하게 자신을 응시하고있던 삼사형 당승과 당삼도 보였다.그리고 보여서는 안되는 깃털 하나가 후광에 비쳐 조활의 눈앞에 아련히 보였다. 헛것을 본 것인가 싶어 눈을 비볐지만 헛것이 맞았다. 깃털은 아지랑이같이 사라지다가 비볐던 눈에 초점이 되살아나 희미한 깃털이 시야에 들어왔고 결국 눈물이 뚝 떨어졌다. 조활은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더니 이윽고 욕이 튀어나왔다."당포의, 이 빌어먹을 대사형..."희미하게 보이는 깃털에 그의 넋이 들어온 듯, 들릴 리 없는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 이런 날이 언제고 올거라 믿었지. 어마무시하게 서툰 어리석은 사제 놈이 어찌 살아남을까 걱정이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되겠군. 조 사제, 이제 그만 당문에서 하산하지 그래? 풉. 그럴 용기나 있는 지는 모르겠다만. '믿는 것인지, 장난치는 것인지, 놀리는 것인지 모를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와 조활을 괴롭혔다. 듣지 말까 싶어 귀를 막으려 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오로지 머릿속에 들려오는 넋이었으니 막아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머리를 긁적였다."웃기고 있네. 당문을 내가 얼마나 있었는데. 내 평생을 몸 담았던 내 집이다! 이곳을 쉽게 버릴것 같아?"' 얼씨구. 제법 정이 들었나봐? 이제는 소사매도 없는데 지킬 이유가 있는거야? '"아직... 장문인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그때까지는 당문을 지킬 것이다. 내가 직접 당문이 되어주지. 당포의, 네가 이으려하지 않은 것을 내가 직접 이어주겠다!"깃털에 담긴 넋은 할말을 잃고 조용해졌고, 선선한 바람과 함께 검은 색 깃털이 조용히 날아들어왔다.' 후후. 나는 할 말 다했어. 그쪽 차례야. '......' 흥. 그거면 됐다. 말 한 번 잘했구나, 바보 천치에 하늘이 버린 못생긴 제자야. '이상한 말만 늘어놓던 깃털의 옆으로 푸른 눈빛을 한 까마귀가 날아들어왔다. 처음에는 무엇인지 몰랐으나 까마귀의 푸른 눈빛을 보고는 눈 보다 머리가 앞서 눈물을 흘려냈다. 까마귀를 보고있자니 어느덧 사라지고 금새 그리운 모습으로 아른거렸다. 너무나도 그립고 그리운 얼굴이 금새 우산에 가려진 채로. 조활은 쉽사리 입을 뗄 수가 없었다."스... 스승... 님."까마귀의 넋은 축축히 젖은 우산을 탈탈 털어내 접고 조활의 눈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전에 보지 못했던 미소가 조활을 반겨 가슴이 멍해졌다. 까마귀의 넋이 멍해진 그를 바라보며 눈을 한 번, 두 번 깜빡이더니 뒤이어 입을 열었다.' 그녀를 따라가라. 그리고 미련을 벗고 설산의 이름을 드높이거라. 당문을 지키거라. 그 작은 손으로 말이다. 그것이 바로 이 스승을 위한 일이다. '그리고는 까마귀의 넋이 조용히 조활에게 다가와 그를 따스히 쓰다듬었다. 마치 이자리에 있는 것 처럼. 조활은 몸을 부르르 떨며 어떻게든 참아내려 노력했지만 그게 그리 쉽지않아 안그래도 못생긴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넋은 그런 그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말했다.' 사랑스러운 제자야. 부디 스승처럼 미련을 가지지 말거라. 너는 소중하단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승에 없다. 이제그만, 나라는 미련을 버리거라. '조활은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었고 넋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스승은 세상에 무엇 하나 남기기 싫었지만, 너라는 제자를 남겨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이제는 가슴 속에서 나를 버리고 그녀를 따라가거라. '"스승님..."' 그녀를 잡거라. '.....' 제자를 부탁합니다. '용상은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를 다시 기억해냈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잘 몰랐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대답에 이제는 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용상의 무거웠던 입은 결국 열렸고, 허심탄회하게 웃으며 그녀의 넋을 향해 뒤늦은 답을 했다."알겠습니다."그러자 하후란이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고맙습니다. '.....모든 넋이 떠나간 그 자리에 있던 용상과 조활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은 잠시 정적을 만들어 놓았지만 그 중, 용상이 먼저 웃음 짓고 당문의 모두에게 소리내어 말했다."금향궁에서 당문의 사형제들께 고합니다! 저 용상은 금향궁주 온부인 소영향의 이름을 걸고, 앞으로 있을 무림대회에 당문 여러분들을 직접 초대하려 합니다! 부디 본 녀를 따라 길을 함께 걸어가 주시겠습니까?""사, 상 누님..."그자리에 있던 모든 당문 사형제들이 용상의 부탁과 초대에 감복하여 하나같이 즐거워했다. 그날, 밝은 오후의 햇살은 따스했고,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살가운 바람의 춤에 어울려 흥얼거렸다. 포근한 날의 평화가 언제까지고 추억으로 남길 바라는 의미가 유난히 컸던 자리였다.용상은 한껏 가벼워진 것 같은 기분으로 조활을 향해 손을 뻗었다."아직 우리가 갈길은 멀다, 조 동생. 아직 생각할 것도 많고 정리해야할 것도 많을 것이야. 이 누나는 시간이 많이 걸리든, 적게 걸리든 반드시 정리하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일단락된다면, 그때..."용상은 말을 잠시 멈췄다. 두려워서였을까. 그에게 뻗은 손을 다시 가슴 쪽으로 가져와 부여잡고 강인할 줄 알았던 연분홍빛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약속이다.""상 누님."이날의 저녁밤은 너무나도 길었고, 용상에 대한 환영의 불빛이 꺼질 줄을 몰랐다. 그리고나서 모두가 하나같이 앞으로의 먼 여정의 길을 떠날 채비를 했으니, 그들은 앞으로 다가올 무림대회를 마주하고 있었다.무림대회를 암약하는 어두운 세력들과 당문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눈엣가시로 여기는 자들을 등지고, 그들은 한 걸음을 내딛을 준비를 했다
망우협려전(忘憂俠侶傳) (5). 끝
* 저는 연재소설 게시판에서 개인작을 쓰고 있습니다.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 (연재소설 게시판)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74330 (모음)
개인작과 활협전 팬픽을 번갈아 연재중 입니다.
다음 순서는 개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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