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많이 늦었습니다.
회사 일에도 치이고, 감기도 걸리고, 활협전도 하고. 아주 다사다난합니다.
특히 지금까지 감기때문에 손에 잡히지도 않아서 힘들었습니다.
대충 내용을 손 본다고 보긴 했지만, 이제서야 올립니다.
검수를 혼자하기 때문에 글 씀씀이가 부족한 점,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정진하겠습니다.
저는 연재소설 게시판에서 개인작을 쓰고 있습니다.
관심 부탁드려요~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 (연재소설 게시판)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74330
링크 남깁니다!
월영전은 루리웹 활협전 게시판에서만 연재되고 있는 2차창작, 팬픽입니다. 본작의 스토리에서 따와 개인이 만든 것이니 본작과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있지 않습니다. 별개의 작품입니다. 월영전은 활협전이 아닙니다.
저는 활협전의 본 스토리를 존중합니다.
감사합니다.
엽운주와 팽소월. 남녀 간의 첫 대결인데 결코 만만치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 보고 있는 대진이다. 창송검객(蒼松劍客)의 엽운주였지만 상대는 강력한 힘을 괴력으로 눌러버린 하북팽가의 소동격화(小桐激花) 팽소월이었기 때문이었다. 신체적 조건으로만 보면 엽운주가 팽소월보다는 큰 키를 보이고 있지만 그녀에게 그런 사소한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의 커다란 칼을 등에 차고 있었으니, 이미 그 길이가 엽운주의 키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그 위용에 긴장감이 몰려와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눈빛마저도 그녀의 성격을 반영한 듯, 결코 흔들림 없는 부동의 눈빛을 보이고 있었으니 제아무리 고수라고 불리는 작자들이 온들, 키에 놀라고 거대한 검에 놀랄 것이었다.엽운주는 그녀의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괴, 굉장한 위용이다. 등에 찬 검의 크기도 그렇고, 키도 그리 큰 편도 아닌데 위압감만이 그녀를 감싸고 있구나. 이 대련... 이길 수 있을까? '팽소월이 아무리 표정의 변화가 적다하여도, 상대의 역량을 꿰뚫어볼 줄 아는 통찰의 고수였다. 그 덕분에 창송검객에 대한 경외심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게 되었다.' 창송검객. 그가 쾌검의 달인이라면 내가 불리할 수도 있겠어. 속도전인가, 완력전인가. 용녀협께서 완력전으로 오신 것에 비해, 정반대의 결의 고수라면, 초반부터 전력으로 가야 승산이 있을 법하다. '척!"윽... 그, 그렇게 나오시는 겁니까?"소월이 자신의 귀까지 오는 검의 손잡이를 그대로 앞으로 굴려 양손으로 잡았다. 양손의 대검. 시작부터 강하게 가겠다는 의지를 표방한 것으로, 도월용신심결(刀鉞蓉身沁結)을 사용할 기세였다. 엽운주는 소월과 용상의 대련에서 보았던, 도월용신심결의 거대하지만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일섬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용녀협과의 대련에서 보여드리지 못한 본녀의 재주를 마저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모자라지만 창송검객께 이정도 성의는 보여야한다고 생각되는군요. 엽 공께서도 본 실력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꿀꺽.이렇게 된 이상, 엽운주도 사영겁파공원무(沙影劫波功寃武)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쾌검과 온몸의 약점을 노리는 속도전으로 그녀를 상대해야겠다는 전략이었다. 팽소월은 검을 양손으로 잡고도 흐트러짐이 전혀 없는, 말 그대로 살인인형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녀의 속은 엽운주와 그다지 다를 것이 없었다. 속사정을 쉽사리 보이지 않는 것 역시, 그녀의 특기 중 하나였으니 자신이 거쳐온 대결 중에 심리전으로 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긴장이 되는 것은 매한가지였으니, 더욱 흔들려선 안 되겠다 싶었다.조용히, 고요히 시간이 흐르고, 바람이 코끝을 스치며 대련의 시작이 조용히 선언되었다.콰창!!"?!"검은 부딪혔는데 엽운주는 보이지 않았다."큭!"평정을 유지하던 팽소월의 표정에 금이 갔다. 단 일 합 만에 본 적도 없는 빠르기를 접했고, 눈으로 따라가기 버거운 것을 깨닫고는 서둘러 기합을 넣었다."하아앗!!"자신을 중심으로 투기를 발산했고, 서둘러 뒤를 돌아 검을 휘둘렀지만 검이 부딪히는 소리만을 남긴 채 엽운주의 모습은 또다시 사라져 없었다.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뒤를 돌아보았고 겨우 그를 따라잡았다. 하지만 검끝은 바로 눈앞까지 들어온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지켜낸 것은 짐승같은 본능.투확!!"큭!?"거대한 목검 날이 찔러 들어온 엽운주의 검을 세로로 올려 튕겨냈다. 일 합의 부딪힘이 그의 얼굴을 일그러뜨릴 만큼 저릿저릿하고, 손목에 금이 간 듯한 통증이 신경을 찔렀다.' 고, 고작 검 끝을 쳐냈을 뿐인데 이정도 위력이라고? '자세가 크게 무너진 엽운주는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졌고, 그덕에 흐릿해졌던 시야가 시간이 지나자 천천히 보이기 시작했다. 번쩍이는 그녀의 안광에 눈이 맞은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이전에 보았던 일 섬의 흩날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단심격(亶心擊).""윽!"촤앗!거합이 그녀를 중심으로 원을 그렸고, 그 궤적을 따라 엽운주를 덮쳤다. 엽운주 역시 당하는 줄 알았으나 무너진 자세를 유지한 채 그대로 뒤로 넘어가는 바람에 공격을 흘려보내는 데 성공했다.쿵!대신에 바닥을 등지고 그대로 넘어졌기에 완전 무방비 상태에 들어갔다. 소월은 그대로 발을 크게 굴렸고, 그 충격은 무방비 상태의 엽운주를 그대로 띄워 버릴 정도로 강력했다."마, 말도 안...!"그의 눈 앞에 수직으로 떨어지는 소월의 검이 보였고, 엽운주의 속 안에 남아있던 것은 늑대와 같은 본능이었으니.콰창!!떨어지는 검의 굉음과 함께 목검을 가까스로 쳐냈고, 그 반동으로 겨우 그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힘과 속도가 서로 맞붙어 대련이었을 상황이 순식간에 생과 사를 결정할 것 같은 찰나의 순간이 여러 번 그려졌다. 그 자리에서 겨우 빠져나온 엽운주는 지면을 손으로 짚고 공중제비를 돌며 무너진 자세를 고쳐 잡았다."...후우."겨우 그녀의 공간 안에서 벗어나 숨을 돌릴 수 있던 엽운주는 다시 한 번, 소월의 괴력에 감탄아닌 감탄을 했다."검을 부딪힐 시간을 주면 정말 큰일나겠군. 감히 빗겨서 힘을 흘리려했다니. 퍼지는 검풍마저 조심해야겠어."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운주와 소월은 손에 쥔 검을 힘을 주어 잡았다. 손에 땀을 쥔 것도 모른 채 그것을 닦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긴장감에 온몸이 떨려왔지만, 비단 긴장감만이 아니었다. 서로에 대한 기대감마저 부풀어올라 어떤 공격을 해야 하는지 머릿속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것보다 일단 지르는 것을 선택한 소월."풍용격(風蓉擊)!"소월은 곧바로 검을 허공에 올려베어 검끝에 집중되었던 투기를 날려버렸고 지면을 따라 운주를 향해 날아가던 검기는 마치 퇴로를 차단하려는 듯, 거미줄처럼 여러갈래로 갈라졌다.빠른 속도는 아니었기에 운주는 가볍게 뛰어올라 상황을 지켜봤지만, 이미 그럴 것이란 것을 알고 다가오는 소월의 그림자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때 운주의 눈빛은 오로지 그녀가 휘두를 검 끝에 집중되어 있었다."......"이쯤되면 검을 휘두를 줄 알았지만 소월은 전혀 휘두르지 않고 묵묵하게 그에게 다가왔다. 순간 운주의 눈이 초조함이 가득했다.' 공격도 안하고 그대로 들어온다고?? 큭!! '일직선으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향해 덮쳐오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그는 소월의 묵직한 몸통박치기를 정면으로 받아버리는 실책을 해 버렸다.퍼어억!"커억!!"어이가 없었다. 소월의 두 손으로 잡은 검 끝에는 분명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확연히 내비치고 있었지만, 끝까지 참아낸 그녀의 몸통박치기에 당한 상황에 엽운주는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뒤이어 엄청난 고통이 운주의 온몸을 지배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것 조차 힘들 정도로 충격이 들어왔지만 의외로 견딜만 했다.' 대, 대련이라 살살 들어온 것 같은데, 검이 아니라 어깨부터 들어오다니...!!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내려 소월을 쳐다보았지만, 이미 그녀의 유효 공간 안에 들어와 버렸다는 것을 알고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소월은 양손에 검을 쥐고 그대로 올려베었다. 운주는 이때를 교묘히 노리며 끝까지 기다렸다. 숨이 막힐 정도로 긴장해버렸지만 다가오는 검끝을 노려 그대로 다리를 뻗었다.탁!!"이, 이걸 그대로 밟고 뛰어오른다고??"핑그르르. 척!소월이 내지르고 뒤, 가장 약해진 검의 끝을 밟고 뛰어올라 외성 지붕에 그대로 안착했다.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그녀에게 마저 시간을 줬다간 크게 당할 수 있을 것이라, 곧바로 쾌검을 수십합을 내질러 들어갔다.휘익! 챙!"빨라!"휘익! 챙!"윽!!"휘익! 휙!"어, 어떻게 쫓아가야...!?"휙! 채챙!소월을 중심으로 끝없이 그녀를 꿰뚫으며 지르는 운주의 쾌검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냉정함을 잃은 그녀의 얼굴에 초조함이 보이자, 엽운주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베고, 찌르는 초식을 사정없이 쏟아부었다.콰창!"으윽!! 자세가 흐트러진다!?"기회를 엿본 운주는 드디어 소월의 방어에 틈이 상당히 벌어진 것을 보고는 마지막 검격을 출수하여 내질렀다.그때 대회장 밖에서 모용비의 외침이 소월의 귓가에 들려왔다."소월!! 무게를 줄이시오! 손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소!!"콰직!!"윽?! 뭐, 이런??!"팽소월은 모용비의 한마디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엽운주의 마지막 찌르기가 들어오는 찰나 재빨리 양손의 자세를 한 손으로 바꿨다. 그리고 엽운주가 당황한 이유는, 소월의 나머지 한 손에 그의 목검 날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목검이어도 욱죽의 무기를 벼리는 솜씨는 날카로웠으니, 소월이 쥐고 있던 손에는 선홍빛 피가 흘러내려 달궈진 지면을 적시고 있었다. 큰 부상을 염려하고도 그것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괴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손바닥이 베이는 것은 감내해야 할 것이었지만, 자신의 괴력이라면 그것을 잡고 멈춰설 만한, 확실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그리고 그녀의 호흡의 흐름이 바뀌었다.월하심법(月下心法).월하검신공(月下劍神功)."월하검라(月下劍羅)!!"순식간에 사용하던 심법, 검법, 출수자세를 모조리 바꾼 소월의 일 합의 검기가 터져나왔고, 운주는 뜬눈으로 그것을 맞이 해야 했다.화아악!"으으윽!!!"운주는 재빨리 검에서 손을 떼고 그 반동으로 뛰어올랐으나 소월의 한 방은 그의 가슴팍을 쳐올렸다. 살을 베인 것은 아니었지만, 미세하게 그를 때리는 검기로 인한 지독한 고통에 이를 악물며 뛰어올랐고, 그녀를 바라보았을 때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그 와중에도 멍든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부터 계획하는 운주였다.' 이정도는 가슴에 상처를 냈을 뿐이야. 하지만 검이 없으니... 흐름을 읽자. 흐름을...! '운주는 눈을 감고 미세한 바람을 느끼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있다면 그 방향에 미세한 변화가 있으리라. 냄새, 바람, 지면의 떨림. 모든 것을 느끼기 위해 집중을 했고, 한 가닥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팅!휙!공기를 찌르며 빠르게 들어오는 소월의 검을 포착했고 그대로 몸을 틀어 피해냈다. 마음의 눈. 심안(心眼). 감각으로 움직임을 파악해 보이지 않는 것을 피해낸다. 지극히 시각을 배제하고 감각으로만 앞수를 읽어내는 무림인들의 움직임은 실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 듯 했다. 물론 소월 역시 그가 어떻게 올지 생각하고 출수한 초식이었으니, 그대로 검을 뉘인채로 그에게로 방향을 틀었다.휙!그러나 끊이지 않은 심안의 세계는 그녀의 궤적까지 읽어냈고, 또다시 몸을 틀어 핑그르르 돌면서 그녀의 손에 쥐인 자신의 검을 찾아 쥐었다."사영분곡(沙影粉哭)!"운주는 검을 쥔채로 자신의 내력을 쏟아부었고, 검이 마치 사무치게 울듯 파르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검을 잡은 소월의 손 역시 그의 사영분곡에 의해 격한 떨림을 느꼈고, 상처를 입은 자리가 서서히 통증으로 손에 쥔 힘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운주는 기회를 놓치지않고 재빨리 검을 그녀의 손에서 떼어내고, 그대로 쾌검의 자세를 잡았다."점파운관(點破雲關)! 뇌동구천(雷動九天)!번개와도 같은 찰나의 속도의 검끝이 소월의 왼쪽 뺨을 스쳐지나갔고, 재빨리 뒤를 돌아 바라봤을 때는."......아."...."장군입니다."운주의 검은 어느덧 소월의 목에서 멈춰섰고, 검을 휘두른 소월의 손은 바닥을 향해 있었다. 실전이었다면 아찔했을 상황이었으니, 모용비의 가슴도 그녀의 패배한 모습에 철렁였다.엽운주는 목검을 거두고 두 손을 공손히 모아 예를 보였다."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정도면 만족스러운지요?""...아?! 네, 네. 멋진 시합이었습니다. 엽 공자님."엽운주가 손을 뻗어 악수를 청하자 소월 역시 믿기 힘든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그의 악수를 받았다. 소월은 그간 대련 중에 이기지 못한 적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패배가 문득 와닿지 못했고, 이길 것이란 것에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모용비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씁쓸한 미소와 함께 다가왔다."이야...! 엽 공자, 굉장하시군요. 소월은 일생, 팽가에서도, 본모와의 대련에서도 져본 적이 없는데 승을 따내다니요. 굉장한 쾌검술이었습니다. 소생, 감복했습니다."운주의 눈이 흔들렸다."그, 그러셨습니까? 칭찬 감사드립니다."자신도 적잖게 놀랐는지 말을 더듬었지만, 모용비가 그에게 다가가 자그마한 소리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당신 덕분에 소월은 한 층 성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군요. '' ......아니오. 본모도 가르침을 받았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머쓱하니 미소짓던 모용비는 운주에게 고개를 슬쩍 숙이고는 소월에게 다가갔다."비, 비아(枇兒). 나, 난...... 꺅!"모용비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소월을 양팔로 부드럽게 휘감아 안아들었다. 모용비는 생전 처음보는 그녀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마냥 꿀처럼 달콤했고, 그녀가 흘린 땀방울의 냄새조차 계월화수(桂月花水)같은 향기가 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오묘했다."고생했어, 소월. 내가 직접 복수전을 하고 싶긴한데 나도 저사람 만큼은 못 이길 것 같아. 후후. 어땠어?"안아들린 소월은 모용비의 의도를 잘 알 성격이 되지는 못했다. 너무나도 당황했기에 말이 선뜻 나오지를 않아 입만 벙끗할 뿐이었고, 기다란 머리칼이 바람이 추는 춤을 따라 펄럭이니, 그제서야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비아. 나... 졌어."나약해져 버린 그녀를 보고 미소를 짓고는 모용비가 말했다."괜찮아. 다음에는 이길거야.""윽...흑...흑흑..."소월은 그에게 안긴 채로 얼굴을 파묻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모용비의 위로가 굳어 있던 소월의 머릿속을 녹여내 고운 이슬을 흩뿌렸으니, 생전 져 본 적 없던 그녀의 패배가 아쉬움과 분함에 점철되어 터져 나온 것이었다. 게다가 이 대련이 실전이었다면, 이라고 생각했을 때의 서늘함마저 그녀를 덮쳤다. 그녀의 첫 패배는 쓰디쓴 교훈으로 머릿속에 깊게 박혀 버렸다.둘의 대련을 보고 있던 하후란은 나직이 홀로 평을 냈다."첫 패배라. 승리만으로는 진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겠지. 절대 져서는 안되는 싸움이 눈앞에 닥쳐서야 깨닫는다면 늦으니, 대련으로 나마 알게된다는 것은 좋은 밑거름이 되겠군. 엽 공자 역시 피해를 입었지만 결국 목을 취한자가 승리자이니, 괜히 창송검객이 아니구나. 자... 그럼......"경기가 끝난 상황을 지켜보던 스승과 제자들의 차례가 왔다. 상대인 두 제자를 살펴보았고, 긴장감에 떨리고 있는 둘을 보고 있자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후후. 좋군. 긴장감이야말로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다. 비록 대련이지만, 얼마나 성장했는지 봐줄 만하겠군. 들어가자꾸나.""네, 네!""분부대로!"하후란과 두 제자가 뛰어올라 대회장에 당도했다. 새하얀 은발의 하후란의 고혹스러운 자태가 주변을 더욱 차갑고 무겁게 만들었다. 벌써부터 설산심법을 운용하고 있었는지 입에서 냉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우소매, 번소천도 질세라 심법운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보기 좋구나. 설산심법의 정수는 심법을 얼마나 잘 운용하는 지에 달려있다. 본녀도 아직 내력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몸 안의 기력을 항상 소주천하는 것을 잊지 않고 단련하고 있느니라. 너희들은 어떻느냐?"우소매가 답했다."본매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소천도 답했다."제자도 늘 운기하며 쌓고 있으니, 스승께 절대 부끄러움을 보일리 없습니다."하후란도 만족한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설산심법의 발전은 무궁무진하다. 소매의 화인공(火人功)이 그렇듯, 직계제자들에게 전해져 오는 설산심심결(雪山沁深結) 무한영(無限嶺)이 그것이니, 주변을 한없이 만년설의 추위에 감싸고 자신조차 빙인(氷人)화 한다."쩌저저적!지면부터 주변의 공기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진풍경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하후란의 들숨은 주변의 모든 열기를 빼앗아갔고, 날숨은 주변의 모든 것을 살얼음화 하여 말그대로 머리는 새하얗고, 피부는 추운날, 만년설 속에서 죽은 시체처럼 창백한 설산요녀(雪山妖女)와도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번소천은 설산파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굳게 깨물고 있었다. 결코 기분 좋은 기억은 아니었지만, 뇌리에 박힌 그 모습이 불안함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반대로 우소매는 스승이 무한영에 사로잡힌 모습을 처음 보았기에 입을 벌린 채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태양은 밝게 쬐고 있건만, 조금만 그녀의 곁으로 다가간다면 금새 얼어버릴 것만 같은 기세였기에 발길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저것이 무한영. 감히 화인공으로 대적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저건 정말로 심오한 단계로구나. 사람이 저런 소름끼치는 경지까지 갈 수 있다니...... '두 제자의 얼굴표정을 보고 하후란은 그제서야 준비가 된 듯, 한발자국을 내딛고 뒷짐을 진채 냉풍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선수는 너희들에게 줄테니 마음껏 덤벼보거라. 무원공(霧源功)의 기세가 스승에게 닿는다면, 인정해주겠다. 기세를 다 쥐어짜보거라. ]]하후란의 목소리는 어느새 전음과 같은 깊은 모습으로 변해있었고, 짙게 내리 깔려져 그 중후함에 모두가 압도될 정도였다. 얼마전까지 내력이 증발하여 자매들의 부축을 받았던 사람이었는지가 맞는지 싶을 정도였다.우소매와 번소천은 서둘러 자세를 잡았고, 압도되는 전율에 긴장감에 휩싸여 자신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였다.첫 공격은 우소매가 내질렀다."설파빙옥장(雪破氷玉掌)!!"차갑고 순수한 정수의 공력이 구슬(玉)처럼 단단히 굳어 냉기를 뿜어가며 하후란에게 날아갔다. 설파빙옥장은 무원공의 절초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상위에 속하는 위력을 뽐내는 무공이다. 냉기가 소용돌이치는 설파빙옥장이 무한영의 영역에 다다르자 속도가 점차 줄면서 위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하후란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지키는 듯한 움직임을 띄기 시작했다."굉장해. 빙옥장을 끌여들여 취하다니. 이것이 설산파의 진수구나!"하후란은 미소를 띄웠다. 싸늘한 살기와 함께.[[ 파(破) ]]우소매의 설파빙옥장을 그대로 돌리고 그녀들에게 날려 일갈하자 사나운 돌개바람이 퍼지면서 수만가지 파편으로 퍼져나가 덮치기 시작했다.촤촤촥! 파창! 콰창!그녀들은 소리를 지를새도 없이 몰아치는 얼음의 파편들을 피해야 했고, 자신이 날린 위력의 몇배로 되받아치는 무한영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등운답(登雲踏)! 망월(望月)!""등운답(登雲踏)! 망월(望月)!"
소매, 소천이 동시에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라 암기를 잡고 던졌다.휙! 휙! 꽈지직!던지자마자 암기가 무한영의 영역에 도착할 때 쯤 얼어버리며 힘없이 떨어졌고,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도저히 흠집도 잡을 수 없다고 판단되었다.[[ 어렵구나. 스승의 발끝까지 닿질 않으니, 영향도 없을 것이다. 어찌 하겠느냐. ]]기세등등하게 먼저 공격을 시작했지만, 무한영의 경지에 들어선 스승을 어떻게하면 유효타를 먹일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소천 사매. 방도가 있을까?"소천은 고민이었다."저도 무한영의 경지까지 가긴 했으나, 스승님의 경지에는 발끝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그 느낌을 안다고 마냥 공격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감도 안오고...""요컨대, 잘 모르겠다?""그, 그렇습니다. 어째서 무원공을 위주로 사용하라는 것인지도 파악이 안되니, 일단 계속해서 공격해볼 뿐이지요."그때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빙월격오장(亂氷月擊五掌) ]]그녀들의 주변 공기가 빠르게 얼더니, 곧장 깨지며 얼음파편들이 덮쳐왔다. 소매와 소천은 그것들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하다못해 자신들의 상승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악이 받쳐 오르기 시작했다."윽! 하다못해 화인공이라도 쓸 수 있다면...!""견아권공(犬牙拳功)을 휘두른다고 스승께 닿을까, 과연?"[[ 어딜가느냐. ]]"윽!""꺅!"손가락을 치켜세우니 소매와 소천이 머문 자리에 얼음 송곳이 튀어나와 제대로 앉지도 못 하게 만들었다. 경공으로 달아나려 하니 사방에서 눈의 꽃비가 터져나와 쉴틈없이 달려들었다."소, 손가락 하나 까닥하는 것 가지고 이정도라니!""제자의 무한영과는 정말 궤를 달리하시는군요!"하후란은 그녀들이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했고, 계속해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아직 스승의 내력은 부족하지 않다. 괜찮은 성장을 보여야 할 것인데, 방도가 있겠느냐? ]]계속된 전방위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소천이 무언가 떠오른 듯, 급하게 소매에게 외쳤다."소녀가 방법을 알것 같습니다! 소녀에게로 와주십시오!""뭐, 뭔데??"[[ 호오? 그 방법이란게 솔깃하구나. ]]그러자 소매가 하후란을 뒤로한 채 소천에게로 무작정 달려가기 시작했고, 그녀를 막기 위해 손가락을 계속해서 까닥였다. 눈꽃이 불어닥치고, 살갗을 에워싸는 칼바람을 휘날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리는 소매의 모습에 옛날, 공동파에서 처음 봤을 때가 떠올랐다.' 본매가 장파인의 정인이 되어 공동파를 휘어잡을 테야! 사랑도 뭣도 으음... 다 차지할 것이야! '....' 것참... 별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리 당당하고 드셌는지. 장파인은 공동사미를 취할 텐데 비천문이 일 순위가 될 확률이 큰 것도 아니고, 어린 것이 당돌하기 짝이 없었지. 단지 금오 돼지가 나타나니 입을 꾹닫는 것도 나름 귀여웠고... 다시 생각해보면 소매가 이정도로 성장할 줄은 몰랐구나. 재능이 큰 아이는 맞았지. 그녀가 극락의 종자일 줄은 몰랐지만... '지금은 그녀가 멈추건 말건 계속해서 몰아칠 뿐, 내력이 다하는 순간까지 공격을 지속하리라.하후란은 그녀들을 전혀 봐주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거친 공격을 뚫어내고 소매와 소천이 만났다. 몸을 서둘러 숨긴 뒤, 후에 소매가 무언가 이야기를 들었는지 하후란의 상태를 살펴보다가 고개를 숙여 묻는다."정말로 그걸로 되겠어? 말 그대로 도박인데?""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스승님의 설산심심결(雪山沁深結) 무한영(無限嶺)은 무원공의 정점이자, 설산파 정수의 집약입니다. 하위 무공인 무원공으로 한없이 다가가 봤자 모조리 흡수하고 반사시킬 텐데, 애초에 무원공의 사용은 무모한 방법입니다. 아마 스승님께서는 자신의 내력을 한계까지 태우려고 하는 심상일텐데, 그리된다면 위험해지는 것은 스승님도 포함입니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은 힘과 기술보다는 지혜를 써야 합니다.""으으..."우소매는 고민에 빠졌지만 하후란의 무한영에 대해 들은 이상, 달리 방도가 없다고 판단했다."좋아. 그럼 그렇게 가자.""알겠습니다."소매와 소천이 일어나 하후란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녀들의 앞에는 새하얀 괴물이 서있었으니, 그녀의 눈을 마주하는 것 만으로 소름이 돋기 충분했다.[[ 후후. 방법을 찾았느냐? ]]"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칠 것입니다. 스승님!""본매가 각오를 보일테니, 스승께서도 각오하십시오!"[[ 재밌구나. 당돌하니 옛날 생각도 나고. 좋다. 덤벼라. 스승이 어째서 스승인지, 그 위엄을 몸소 새겨주겠다. ]]
월영전(月鍈傳) (34).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