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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이라는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감마와 사령관은 각자 만반의 준비를 한 뒤 최소한의 병력을 이끌고 대서양에 위치한 작은 무인도에 모였다. 무인도의 중앙에는 이 한 번의 싸움을 위해 준비된 특설 옥타곤 링이 놓여있었다.
“종합격투기 룰. 제한시간 없음.
탭을 치거나, 졌다고 말하거나, 펜스 바깥으로 나가면 즉시 패배.
상대가 기권 의사를 표했음에도 속행하는 경우 제압장치가 작동해요. 양측, 동의하시나요?”
퀭한 눈빛의 알파가 사령관과 감마에게 간단히 안내사항을 읊었다. 보아하니 이 싸움 때문에 꽤나 마음고생을 한 모양이었다.
“도, 동의해.”
“물론, 동의한다.”
꽤나 긴장한 사령관과 달리, 감마는 여유가 철철 흘러넘치는 모습이었다.
“제압장치는 심판진 측에서 원격으로 작동시킬 수 있고, 고압전류로 착용자를 무력화해요. 생명에 지장은 없어도 극도로 고통스러우니 작동시킬 일이 없길 바라요.”
사령관과 감마 모두 목, 양쪽 상완, 양쪽 허벅지에 흑색의 띠를 착용하고 있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제압장치였다.
“한달동안 준비는 잘 하셨나? 최소한 내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준은 아니었으면 좋겠군.”
“기대해도 좋아.”
“크큭. 말로는 누가 못 떠들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링 내부로 진입하는 두사람.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리기까지 남은 약 30초간, 두 대전자는 적당한 워밍업으로 몸을 데웠다.
[오빠! 이쪽은 준비 끝났어!]
[사령관! 반드시 이기자! 우리 모두의 힘을 합해서!]
사령관의 머릿속으로 닥터와 티에치엔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몸에 박아넣은 여러 신호기로부터 음성이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것이었다. 그녀들은 이 섬 어딘가에 몰래 건설해 둔 비밀 연구소에 미리 숨어있는 상태였다.
지난 한달간, 사령관은 수십 개에 달하는 신호기를 몸 이곳저곳에 넣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 신호기들은 티에치엔의 움직임을 사령관에게 전달해주는 한편, 사령관의 고통을 티에치엔에게 피드백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미 몇 번 설명했지만, 양팔에 박힌 통제모듈은 가능한 맞지 않게 주의해 줘! 혹시라도 충격받아서 고장나면 신체 연동에 지장이 있으니까!]
그리고 양쪽 상완에 삽입된 두 개의 통제모듈이 신호를 증폭하는 동시에 신호기들을 전체적으로 조율하여 매끄럽게 움직이도록 도왔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가장 중요한 장치였지만, 복잡한 구조인 만큼 내구도가 약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걱정마, 사령관! 지난 한달동안 끝없이 수련했잖아! 함께라면 우린 무적이라구!]
스멀스멀 차오르는 불안감을 티에치엔이 달래준다. 그녀의 말한 것과 같이, 티에치엔과 사령관은 신체 움직임을 맞추기 위해 한달간 쉼 없이 수련을 반복했다. 제아무리 첨단 기술로 무장했다 한들, 감마를 격투로 제압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니까.
“그래. 그렇게나 노력했는걸. 질 리가 없어.”
사령관은 지난 한달간 세사람이 필사적으로 노력했음을 떠올리고 긴장을 가라앉혔다. 노력이 반드시 성과를 가져다 준다는 법은 없다지만, 이상하리만치 자신감이 샘솟아 감마 정도는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시작 10초 전입니다! 10, 9, 8…”
알파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함과 동시에, 감마가 입을 열었다.
“오르카의 사령관, 모처럼이니 내가 더욱 스릴넘치게 싸우는 방법을 알려주지.”
그녀는, 목덜미의 제압장치에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걸고는….
-뿌드득
“안전장치따위 내버리고, 죽음을 각오한 채 싸우는거다.”
손쉽게 제압장치를 뜯어냈다. 감마의 어마어마한 완력 앞에서 특수합금제 제압장치는 힘없이 두조각이 났다.
“무, 무슨 짓을…!”
경악한 알파가 서둘러 제압장치를 작동시킨다. 목덜미의 제압장치가 부서졌더라도 아직 팔다리에 장착된 4개의 제압장치가 남아있으니 감마를 무력화하는 데에는 충분하리라.
-빠지지지직!
“흐음, 꽤나 공들여서 만들긴 했다만… 정작 강도가 이렇게 약해서야 의미없지.”
감마는 제 살갗을 태우는 고전압의 전기충격을 받으면서도 태연했다. 그녀는 아까 그러했듯 팔과 다리에 감긴 제압장치 역시 아무렇지 않게 뜯어낸 다음 몸을 풀었다.
“멈춰! 당장 멈춰요, 감마! 주인님! 거기서 나오세요!”
알파를 비롯한 오르카의 인원들이 두려움에 휩싸인다.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사라져 버렸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무, 문이…! 감마, 당신이 뭔가 수작을 부렸군요! 당장 이 문 열어요!”
오르카의 바이오로이드들이 허둥대며 케이지 안으로 들어오려 시도하지만, 문은 굳게 잠긴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령관이 몰래 책략을 꾸몄듯, 감마 역시 미리 손을 써 둔 것이었다.
[제, 제압장치가! 게다가 문까지 잠겼어!]
[사령관, 기권해! 감마의 성격상 전의를 잃은 상대를 공격하지는 않을거야!]
상황을 파악한 닥터와 티에치엔 역시 사령관의 안위를 염려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넨다. 사령관은 자신의 다리가 사정없이 떨려오고 있음을 자각했다.
“꼬리를 말고 도망칠테냐? 그렇다면 막지 않겠다.”
눈에 띄게 동요하는 사령관에게 감마가 물었다. 사령관이 기권한다면 정말로 보내주겠다는 태도였다.
“...나는 괜찮아. 모두들.”
사령관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케이지 주변의 바이오로이드들, 닥터, 티에치엔,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바뀐 건 없어. 감마를 쓰러뜨린다. 그거면 되는거지.”
비록 안전장치가 무력화되었을지라도, 사령관에게는 닥터와 티에치엔이 있다. 이 압도적인 강적과 맞서 싸워 줄 동료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라면 이길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확신이 없었다면 애초에 이 링에 올라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싸움이 시작되기 전부터 날 동요시키다니. 너도 속으로는 꽤나 긴장했나 봐? 그런 치졸한 수까지 쓰는 걸 보면.”
“호오?”
사령관이 감마를 도발한다. 감마는 그 당돌함이 마음에 들었는지 씩 미소지었다.
“크흐흐… 이거 참, 실례했군. 이것으로 사죄가 될지는 모르겠다만, 내 모든 전력을 다해 맞서싸워주지.”
“바라던 바야. 최후에 이 링에 서 있을 승자가 누군지 가려보자고.”
감마가 호승심을 불태운다. 사령관은 피부가 저릿저릿할 정도로 전해지는 그녀의 날카로운 투기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차분히 전투태세를 취했다.
“처음은 타격으로 가볼까! 자, 받아봐라!”
감마가 온 체중을 실어 주먹을 내지른다. 그녀의 발 끝에서부터 허리를 지나 주먹으로 전해진 어마어마한 힘이 하나의 점으로 응축된 채 사령관의 얼굴 정중앙을 향해 쇄도해왔다.
“...!!”
별 특기할만한 것도 없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주먹지르기. 그러나 감마 특유의 압도적인 완력과 합쳐진 덕에, 그 주먹은 마치 포탄처럼 섬뜩한 파공음을 내며 날아들었다.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사이, 감마는 어느새 사령관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하압!]
티에치엔이 기합과 함께 몸을 움직인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내뻗어진 손이 주먹의 궤도를 너무도 쉽게 흩트러뜨린다. 감마의 일격은 본래 목표했던 사령관의 인중을 한참 벗어나 그의 귓가를 겨우 스쳤다.
[이야압!]
“큭!”
방어에서 물흐르듯 이어지는 연계. 티에치엔은 감마의 기세를 역이용하여 그녀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그 회심의 일격은 사령관의 강고한 신체능력과 맞물려 감마조차도 쉬이 흘려넘길 수 없는 타격을 선사했다. 강한 충격을 받은 감마의 몸이 뒤로 수 미터 미끄러진다.
“...!”
그 광경을 직접 목도한 링 주위의 모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령관이 꼼수를 쓰고 있음을 알고 있는 알파조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크핫.”
감마는 복부에 가해진 둔중한 고통을 가만히 곱씹다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것이 얼마만에 느끼는 고통인가. 얼마만에 느끼는 긴장감인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질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하게 만들다니. 가슴이 견딜 수 없이 두근거린다. 흥분이 극에 달해 사지 말단이 저려올 정도다.
“나도 조금 더 진심을 내보여야만 하겠군. 방금 그 일격이 네 전력은 아니겠지?”
감마가 가드를 올린다. 눈앞의 상대가 자신과 대등한 적수임을 인정한다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사령관 역시 한층 더 본격적인 전투 자세를 잡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기세를 가늠하며 반 걸음씩 가까워지다가, 동시에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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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치엔도 참 이쁜데 스킨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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