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 개인 블로그에 적은 글을 루리웹에 별도로 올린 것입니다.
주 : 2월 16일 오전 2시에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이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있는데, 이 게임은 휴대용 기기를 메인으로 나온 프로젝트 디바 본편이 아닌, 아케이드와 PS4로 출시된 프로젝트 디바 퓨쳐 톤시리즈의 쪽의 신작에 가깝습니다.
닌텐도 스위치가 휴대용으로 사용가능한 하이브리드 기기이다 보니 왜인지 모르게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인 PSP와 PS Vita로 나왔던 시리즈를 이어받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퓨쳐 톤 시리즈의 후계입니다. 디바룸이 없거나, 채보가 휴대용 게임기의 것과는 다른 등의 요소를 본작과 퓨쳐 톤 시리즈가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게임이 퓨쳐 톤쪽에서 갈려나온 게임이라는 점은 명확 해집니다.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 리뷰를 적으면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가 접해본 모든 프로젝트 디바 게임은 PSP와 PS Vita로 나왔던 게임들입니다.(초대, 2nd, extend, f, X) 따라서 퓨처 톤에는 어떤 요소가 있는지, 그 요소가 메가믹스에도 존재한다면 잘 이식 되었는지, 채보가 퓨처 톤의 그것을 잘 가져왔는지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할래야 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본 리뷰는 다른 작품과의 비교 보다는 본작 자체를 두고 살펴보는데 중점을 두어 작성되었음에 대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100곡이 적다고 하는건 상대평가일 뿐입니다.>
[보아라 이 곡의 파도를!]
본작은 2009년에 PSP로 첫 작품이 발매되면서 시작된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시리즈의 10주년을 기념작입니다. 10주년을 기념하는 게임이니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볼륨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이 점에 있어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줍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곡은 일본판 기준으로 101곡입니다. 예약특전으로 추후 일반에 무료배포될 예정인 DLC 테마송 팩의 4곡까지 포함하면 총 105곡으로 적지않은 수량입니다.
절대 다수의 곡들은 플레이스테이션4로 나왔던 퓨처 톤의 것을 메가믹스에 맞춰 그래픽을 수정한 것이며, 10곡은 신곡입니다. 신곡의 수가 적은 것이 아쉽지만 10주년 기념작이 '과거'를 돌아봐야 하는 책무를 맡았다는 점을 생각할때 기존곡의 수가 많은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싶습니다.
'기존작의 데이터 이식이니 신곡을 더 넣어도 되지 않았느냐'라고 비판 하기에는 메가믹스에서 그래픽 스타일을 바꾸면서 관련된 요소를 다시 작업해야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아쉽지만 이런류의 조정작업을 처리 가능한 '마법의 버튼'은 없고, 있다고 한들 컴퓨터에 의해서 자동으로 처리되는 변환의 결과물은 결코 좋다고 하기 힘든 것이 보통입니다. 메가믹스가 스위치로 나오는 첫 작품이여서 게임 엔진의 이식도 이루어져야 했음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비판은 개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됩니다.
[비타판 프로젝트 디바 X의 천본앵 PV 중 한장면. 저걸 넣고 정발하는건 무리다.]
반면 한국판의 총 곡수는 99곡으로, 예약특전을 합해도 103곡입니다. 이는 일본판에 포함되는 곡 중에서 '천본앵'과 '오오에도 줄리아 나이트'가 삭제되었기 때문입니다.
게임이 정식발매 되기 전까지는 '천본앵'외에 빠진 다른 한 곡이 무엇이냐로 몇가지 추측이 오갔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오오에도 줄리아 나이트'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이 두 곡의 삭제 사유는 간단한데, 영상에 나오는 이미지 중에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햇살 표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세가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 정발판은 단순히 저 두 곡만 삭제된게 아니라 이와 관련된 모듈도 꼼꼼하게 제거되었고, 한정판에 제공되는 음악 CD와 여기에 붙어있는 소책자에서도 이 두 곡이 삭제되어 있습니다. 한국만을 위해 따로 작업했다기에는 너무 작업량이 많아보이는데 아무래도 동북아시아 지역에 발매할때는 전부 이 구성으로 나가려는 생각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이런류의 삭제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논란을 살짝 우회하는데 그치는 행위일 뿐이니까요. 저 두 곡을 삭제한다 한들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에 '천본앵'과 '오오에도 줄리아 나이트'가 존재하는건 바뀌지 않습니다. 이러한 행위로 피할 수 있는건 불타오르는 네티즌의 여론과 그것을 좋다고 받아서 기사화 하는 언론사의 기자들 뿐이겠죠. 다만, 그것을 감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그런다고 해서 출시를 안하는 것도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니 이러한 수정 조치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일겁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두 곡이 빠진건 아쉽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곡의 수는 상당히 많습니다. 한곡당 평균 3분이 걸린다고 치면, 전부 한번씩 플레이 하더라도 로딩시간 빼고 294분, 시간으로는 4시간 9분이라는 상당한 분량을 자랑합니다. 케릭터를 꾸밀때 사용하는 모듈의 수 역시 300여개가 제공되니 적어도 컨텐츠를 두고 불만을 표할 요소는 없어보입니다.
굳이 흠을 잡자면 플레이스테이션4로 몇년 전에 나온 퓨쳐 톤의 컨텐츠가 더 많다는 점입니다. 후속작이라고 볼 수도 있는 메가믹스의 컨텐츠 수가 먼저 나온 퓨쳐 톤보다 적다는건 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물론 퓨쳐 톤은 곡을 몇개의 DLC로 나눠서 냈고, DLC 가격의 합도 메가믹스보다는 비쌉니다만 그렇다쳐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하츠네 미쿠'하면 생각나는 왠만한 곡들은 다 있다.]
하츠네 미쿠의 팬이라기에는 너무 미흡한 사람이지만, 수록된 곡들을 살펴보면 그간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에서 나온 유명곡들을 잘 추려서 수록한 것 같습니다.
보컬 변경이나 찬스 타임 같은 요소 역시 해당 기능을 지원했던 곡이라면 이를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라지만 다른 케릭터들이 나오는 곡이 좀 적다는 점에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발매 당일에 나온 DLC 구성을 보면 그건 DLC로 벌충하겠다는 생각 아닐까 싶습니다.
이걸 상술이라고 하기에는 본편에 충분한 분량의 곡이 수록되어 있고, 본작의 그래픽 스타일에 맞춰 모델링 등을 조절하는 작업도 해줘야 해서 작업량이 상당했을 거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럭저럭 납득하고 넘어가 줄 만한 부분 아닐까 싶습니다.
['DLC가 익숙한 팬덤이니 10주년 기념작 분할판매 정도야...'이런거였나?]
사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중에 하나는 제가 반다이남코에게 호되게 당해본 경험이 있어서기도 합니다. 아이돌마스터 10주년 기념작으로 PS Vita에 출시된 '아이돌마스터 머스트 송즈'의 경우 약 78곡을 두 개의 풀프라이스 패키지에 나눠서 파는 촌극을 저질렀고, 전 그걸 둘 다 샀으니까요. 하나는 아키하바라에서 2500엔 정도에 세일하는 걸 사고, 다른 하나는 중고로 구해서 하나 값으로 두 개 다 구하긴 했습니다만 몇번을 봐도 '10주년 기념작에 이런 짓을 하다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100곡을 한 패키지에 담아낸 세가의 결정에 감사를 표하고 싶을 뿐입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전체 곡의 수가 플레이스테이션4로 나온 퓨처 톤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상황이므로 현재 공개된 것 이외에 추가 DLC를 내서라도 곡 수를 지속적으로 보충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물론 세가가 '가정용에 다 주면 우리는 뭐먹고 살라고'를 외치는 아케이드 점주님들의 눈치를 보면서 해야겠지만, 적어도 가정용 퓨처 톤에 있는 곳들은 메가믹스에서 전부 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부담없이 즐기는 행복한 커스터마이징>
[파생 케릭터를 괴롭히는 악독한 미쿠 여제님]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를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게 케릭터 꾸미기입니다. 첫 작품부터 꾸준히 지원되어 온 요소로 배경을 실시간 렌더링으로 처리하다 보니 누릴 수 있는 보너스죠.
의상은 시리즈 전통의 '모듈'이라는 명칭으로 제공됩니다. 헤어 스타일의 경우 복장에 따라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다른 의상의 헤어 스타일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추가로 머리, 얼굴, 가슴, 등의 4가지 악세사리를 달아서 더 예쁘게, 더 화려하게 혹은 더 괴이하게 꾸미는 것도 가능합니다. 굉장히 많은 수의 모듈이 제공되므로 원하는 대로 마음껏 꾸며서 노는게 가능합니다. 아키타 네루 처럼 팬들이 만든 보컬로이드 파생 케릭터들의 모듈도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망상력을 120% 폭발시켜서 재미있는 구성의 PV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f의 모듈 가격표. 한두곡 플레이해서 벌리는 금액이 아니다.]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를 꾸준히 해오신 분들이라면 이 커스터마이징 요소들의 '입수방법'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소니 휴대용 게임기로 나온 시리즈를 기준으로 되짚어보면 모듈을 입수하는 법이 매번 달랐습니다. ‘특정한 조건을 만족’해서 해금시킬 수 있는 경우가 있었고, ‘조건을 만족시켜서 해금 후 크레딧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있었는가 하면, 수 많은 플레이어들을 뒷목잡게한 ‘랜덤 드랍’도 있었죠.
각각의 방식은 서로의 장단점을 지닙니다. 난감하게도 지금까지 사용된 방법 모두 리듬게임을 잘하지 못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참 짜증나는 방식이었습니다. 해금에 필요한 조건이 상당히 어려운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었고, 이는 라이트 유저에게는 ‘손이 느린자 쓰지도 말란건가요?’라는 반응이 나오게 하기에 충분으니까요.
‘해금 조건’에 추가로 크레딧을 모아서 구매를 하게 만든 시리즈의 경우 책정된 가격이 상당히 높아서 사람을 더 짜증나게 만들기도 했죠습니다. ‘랜덤 드랍’을 채택한 X는 좀 나아보이지만 모듈 드랍을 위해서는 찬스 타임을 성공시켜야 해서 라이트 유저에게는 부담되긴 매한가지인다가 원하는걸 얻을때까지 반복 플레이를 해야한다는 점은 라이트 유저와 헤비 유저 모두에게 지옥같은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메가믹스는 원하는걸 사기만 하면 되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다행히도 메가믹스에서는 모든 모듈과 커스터마이징 요소가 처음부터 구매가능하게 열려있으므로 이걸 사서 쓰기만 하면 됩니다. 각 요소의 가격은 곡당 1~2회 정도만 플레이하면 구매할 수 있도록 책정된 것이 대부분이므로 수집에 있어서 큰 부담은 없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수영복 계열로 3000포인트 정도를 요구하지만 이것도 6회 남짓한 플레이로 모을 수 있는 비용입니다.
헤어 스타일의 경우 의상과 한 세트로 묶여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사도 양쪽 모두를 사용할 수 있는 나름의 배려도 되어 있습니다. 파생케릭터들 역시 기본 모듈은 전부 가진 상태로 시작하므로 원한다면 '요와네 하쿠 프로젝트 디바'처럼 플레이한다거나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덕분에 메가믹스의 커스터마이징은 플레이어가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라이트 유저와 헤비 유저 모두 모듈과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쉽게 수집할 수 있고, 크레딧을 벌어야 하더라도 조금만 반복 플레이를 하면 되므로 그나마 있는 부담도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곡별로 제공되는 추천 모듈 표시나, 커스터마이징 프레셋 제공은 굉장히 편리하다]
이러한 커스터마이징 설정은 곡별로 지정 가능하며, 이외에 범용으로 사용 가능한 3개의 프레셋을 제공합니다. 작은 배려지만, 출시 시점에서 이미 100개가 넘어간 곡 수를 생각하면 당연한 조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적잖은 모듈의 경우 특정 곡에 맞춰서 제작된 것인데, 전에 나온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 중에는 이걸 플레이어가 감으로 알아내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모듈의 명칭이나 PV의 내용을 보면서 ‘이게 그건가?’라고 짐작해 나가야 했죠. 이 때문에 비슷한 테마의 모듈이 있는 경우 이걸 맞춰나가는 것도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여기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지만 매번 검색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꽤 불편한 구성이었죠. 하지만 메가믹스에서는 특정 곡을 선택한 상황에서 커스터마이징을 진행할 경우 곡의 테마에 맞는 모듈에 ‘추천’마크를 띄워서 이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습니다.
<적절히 추가된 오리지날 기능들>
[흔들어라 이리ㅇ...아니 조이콘!]
메가믹스가 스위치라는 새 기기로 나온만큼 스위치에만 존재하는 기능을 활용한 추가요소를 기대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메가믹스에서는 다른 기종에는 없는 두 가지 기능이 제공됩니다. 하나는 신규 플레이 방식인 '믹스 모드'이며 다른 하나는 '티셔츠 커스터마이징'기능입니다.
믹스 모드는 스위치의 조이콘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일종의 트윈 스틱처럼 사용하는 플레이 방식입니다. 조이콘을 좌/우로 기울여서 내려오는 각각의 L/R 커서를 노트의 위치에 맞추고, 타이밍에 맞춰서 ZL/ZR(스위치의 트리거 버튼)이나 R/L을 누르는 식으로 진행 됩니다.
믹스 모드는 생각보다 쉬우면서도 동시에 어렵습니다.
일단 조이콘의 기울기에 따른 커서의 움직임은 상당히 정확합니다. 이런 류의 동작인식 모드는 인식이 부정확하면 있으나 마나한 모드가 되는데 조이콘의 기울기 센서가 손의 움직임을 굉장히 잘 인식합니다.
문제는 움직이는 것과 버튼을 누르는건데, 머리와 손이 따로놉니다.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겠죠. 다만 버튼 키감의 경우 의외로 좋지 않습니다. 특히 연타를 할때 좀 불편해요. 다른 버튼을 누르면 안되나 싶지만 이 모드에서는 지정된 버튼을 바꾸는게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난이도가 낮을 수록 노트의 너비도 넓어져서 치기 쉬워지고, 라이프 게이지가 0이 되어도 플레이가 지속되는 완주 모드의 설정도 가능하므로 여러 사람이 모였을때 신기한걸 보여주면서 즐기고 싶다면 잘 써먹을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의 손재주를 시험해보자]
티셔츠 커스터마이징 기능의 경우 스위치의 터치패드를 사용해 티셔츠에 텍스쳐를 그리고 이걸 케릭터에게 입힐 수 있는 모드입니다. 기능상으로 보면 복잡한 레이어 같은건 없이 펜, 지우개, 채우기 툴이 있고 펜촉의 너비를 지정할 수 있는 단순한 구성입니다.
그래도 펜촉 색상은 임의로 지정이 가능하고,. 방금 한 작업을 되돌리는 기능도 제공됩니다. 어찌보면 '약간의 편의기능이 생긴 그림판'인데 실력자 분들이라면 이걸로 명작을 하나 뽑아내실지도 모르겠네요.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이걸로 재미있게 놀 수도 있겠지만... 이거 생각해보면 가사 때문에 19금 게임이죠.
<초보도 OK! 고수도 OK!>
['하츠네 미쿠의 소실' NORMAL. NORMAL인데도 노트의 비가 쏟아진다.]
리듬게임은 초보자들이 입문하기 힘든 장르로 악명이 높습니다.
리듬감이라는게 어느정도는 타고 나는 거라는 점도 있고, 갈수록 강해지는 리듬게임 유저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흉악하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의 채보를 수록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이 선을 넘지 못하는 자는 즐기지도 말라'라는 식으로 리듬게임을 개발했다가는 신규인원의 유입이 줄어들어서 시리즈의 미래가 불투명해집니다. 따라서 어떤식으로든 초보자를 배려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조치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반다이남코의 태고의 달인 시리즈에서 보여지는 '라이프가 0이 되더라도 하던 곡은 끝까지 할 수 있다'를 꼽을 수 있습니다. 태고의 달인 시리즈에는 라이프 게이지 역할을 하는 혼 게이지가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플레이에 따라 게이지의 증감이 이루어지는건 다른 게임의 라이프 게이지와 동일하지만, 혼 게이지가 0이 되더라도 게임이 중단되지는 않습니다. 이를 통해 초보자들이 두려워하는 '실력이 없으면 넣은 돈만큼 즐기지도 못한다'를 해결하고 있으며, 추가로 첫 곡을 실패한 경우에 한해 미니게임을 제공해 성공시 다음 곡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가장 낮은 난이도인 '간단'은 자동 부활)
[연습 기능과 '완주 모드'로 초보자의 부담을 줄여준다.]
그렇다면 메가믹스의 초보자 배려는 어떨까요?
일단 아케이드 모드든 믹스 모드든 시작즉시 튜토리얼을 플레이하게 합니다. 별 거 아닌 요소지만, 없으면 큰일나는 부분이죠.
SD 미쿠와 더불어 진행하는 튜토리얼이 끝나고 나면 플레이어는 100개에 달하는 곡의 파도 속에 내던져 집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곡의 난이도를 낮춰서 플레이하면 되니까요. 아케이드 모드 기준으로 EASY 난이도로 플레이한다면 가장 어려운 곡의 난이도 배정이 4.5밖에 안됩니다. 쉬운 곡은 1까지 내려가죠. 추가로 잘 만들어진 정렬 덕분에 적당한 난이도의 곡을 쉽게 추려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클리어에 필요한 목표 점수도 낮게 설정되어 있으니 여기서 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면 됩니다.
이것마저 힘들다면 '완주 모드'를 활성화 시키면 됩니다. 이 모드에서는 앞서 언급한 태고의 달인과 마찬가지로 라이프 게이지가 0이 되어도 노래를 끝까지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게임오버의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기는데 집중하고 싶은 초보자나 어려운 곡을 연습하고 싶은 플레이어라면 이 모드를 사용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실패시 보컬' 설정도 조절해서 노트를 놓치더라도 보컬이 끊기지 않게 해주면 리듬게임의 ㄹ도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마음 편하게 게임 자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초보자를 넘어선 중수의 경우 2~4개의 버튼을 동시에 눌러야하는 동시입력 노트가 난제로 다가옵니다. 다행히도 이에 대해서도 배려가 되어있습니다. 옵션에서 '동시 입력 서포트'기능을 활성화하면 동시입력 노트가 다가왔을때 시각적으로 패드의 어느 위치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추가로 표시해 줍니다. 문제는 손이 꼬여서 엄한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건데 '판정 서포트 기능'을 활성화 할 경우 '버튼의 수만 맞추면' 라이프 게이지가 줄지 않아 실수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건 꽤나 세심한 배려인데, 메가믹스를 하는 플레이어 중에는 소니 휴대용 게임기쪽으로 나오던 프로젝트 디바를 하던 사람도 있습니다. 이 경우 동시입력 노트는 처음보면 굉장히 당혹스러운 존재거든요. 하지만 앞서 언급한 기능 등을 사용해 플레이를 조금이나마 편하게 하면서 적응해 나갈 수 있습니다.
반면 고수를 위한 요소도 존재합니다. 아케이드 모드 기준으로 HARD 모드를 클리어하면 상위 난이도가 열리며, 이것도 부족하다는 사람들을 위해 아케이드 모드 한정으로 HI SPEED, HIDDEN, SUDDEN의 3가지 옵션을 지정해 게임 난이도를 더 올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순수하게 연습을 위한 연습 모드도 제공됩니다. 이 모드에서는 노트를 보기 편하도록 애니메이션 PV가 나오지 않으며, 플레이 중에 시작점을 지정하고 이 곳을 기점으로 원하는 만큼 반복 플레이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시작 시간의 설정이나 앞서 언급한 HI SPEED, HIDDEN, SUDDEN 옵션을 걸고 연습을 할 수 있는 세세한 구성은 만족스럽지만, 반복이 시작되는 시작점을 잡을때 곡의 앞으로 가는건 10초 단위로만 가능하게 되어있는건 약간 불편합니다.(재생 도중에 시작점을 잡는건 자유롭게 가능합니다.)
<세세한 커스텀 기능>
[자신에게 맞춰서 조작을 재설정 할 수 있다.]
리듬게임이니 만큼 조작계를 내가 편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는데, 다행히도 메가믹스는 이와 관련된 디테일한 설정이 가능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퓨쳐 톤에서 부터 있었던 거긴 하지만요.
스틱의 기울기와 누르기를 제외한 모든 키는 임의로 재설정이 가능하며, 버튼 2~4개의 동시 입력을 배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스타일에 맞춘 최선의 키조합을 지정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눈과 손이 기억한건 쉽게 바뀌지 않는다.]
게임에 나오는 노트는 기본적으로 닌텐도 스위치의 조이콘 버튼에 맞춰서 되어있습니다. 이건 닌텐도 기종으로 나온 '프로젝트 미라이' 시리즈가 아닌 타기종의 프로젝트 디바 플레이어에게는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소입니다. 눈과 뇌가 기억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게 날아드니까요.
물론 이에 대한 조정도 가능합니다. 스위치에 맞춘 ABXY, 첫 작품에서 사용된 이후로 꾸준히 쓰이는 플레이스테이션 버튼에 그려진 도형 4개는 물론 도형과 화살표를 섞은 구성 등 총 9개의 설정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리듬감과 반응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입력 타이밍의 조정도 가능합니다. 모바일 리듬게임 류에서 자주 보이는 '몇개 쳐보면 자동으로 맞춰주는 기능'도 있고, 필요에 따라 더 세밀하게 조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와 더불어 노트를 맞출 경우의 소리 역시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앞서 언급한 다른 설정과는 달리 노래별로 다르게 설정하거나, 3개의 범용 설정 중 하나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곡마다 다른 소리가 나오게 할 수 있으니 세세하게 조절하면서 즐기는 분들에게는 반가운 설정이겠네요.
<예쁜 PV, 미묘한 최적화 방향성>
['애니메이션 풍'이라고 하면 딱 맞는 색감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 작품들과 PV의 그래픽 스타일이 바뀌었습니다. 비타와 플레이스테이션 4 그리고 아케이드로 나온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는 실사풍의 느낌이 강한 그래픽이었는데, 이번 메가믹스에서는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느낌이 나는 그래픽으로 방향이 전환 되었습니다.
['겉과 속의 러버즈'의 PV비교. 색감 같은 부분이 묘하게 비슷하다.]
재미있는건 이 결과물의 느낌이 묘하게 기기의 성능상 광원효과 등을 화려하게 넣을 수 없었던 PSP 시절의 프로젝트 디바와 닮아보인다는 겁니다. 물론 10년간 이루어진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PSP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해상도와 모델링 품질, 사용되는 효과등이 모두 개선되었지만, 연출에 화려한 광원 효과등이 들어가지 않은 '겉과 속의 버러즈'같은 곡의 PV를 보면 묘하게 느낌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선택이 좋냐 나쁘냐를 거론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픽 자체만 두고볼때 프로젝트 디바의 모델링이나 광원은 딱히 모난 부분이 없으니까요. 그저 그래픽 스타일의 차이고, 이건 개인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부분입니다. 이걸 가지고 '세가의 선택은 틀렸어!'라고 하는건 불가능하죠.
개인적으로는 퓨처 톤의 스타일보다는 메가믹스의 스타일이 더 낫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퓨처 톤의 그래픽 스타일은 너무 플라스틱 느낌이 강하죠. 모형회사 코토부키야에서 출시하는 미소녀 프라모델 제품군인 프레임암즈 걸이나 앨리스 기어 아이기스 제품을 하나 사서 이쁘게 도색한 다음 유광 마감제를 뿌리고, 조명을 강하게 비추면 퓨쳐 톤의 느낌이 날겁니다. 모형으로는 이래 놓으면 이쁘장하지만 살아서 움직인다? 묘하게 어색하지 싶어요.
물론 앞서 말했듯이 이런 그래픽 스타일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계실테니 이건 전적으로 취향의 영역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옳네 그르네를 할 이유가 전혀 없어다고 봅니다.
PV 퀄리티의 경우 대부분 만족 스럽습니다. 다만 몇몇 곡들은 영 설렁설렁 만든감이 있는데, 예전에 듣기로는 유저 공모전을 통해 추가된 PV들의 경우 다른 곡의 PV들 보다 퀄리티가 떨어지는 편이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세가가 별도로 새로운 PV를 만든 것이 아니니 이런 공모전발 PV들이 다른 곡의 PV보다 상대적으로 평이한 퀄리티를 보여주는건 어쩔 수 없다고 해야겠죠. 애당초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모전으로 받은 PV를 임의로 삭제하는 것도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기도 합니다.
프레임레이트는 TV모드에서 60 FPS, 휴대 모드에서 30 FPS로 되어있다고 알고있습니다. 다만 세가가 트윗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이건 어디까지나 ‘기본’설정일뿐 상황에 따라서는 TV모드에서도 더 낮은 프레임레이트로 동작하는 구간이 있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게임의 진행에 필수적인 UI는 항시 60FPS로 구동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덕분에 리듬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노트를 칠 경우로 한정된 이야기로, PV에 시선을 두다보면 해상도 변경과 더불어 프레임레이트의 변동이 생기는걸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거슬린다고 볼지, 스위치의 성능을 고려할때 납득해줄 여지가 있다고 볼지는 개개인의 생각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리듬게임 관련 UI는 항시 제속도를 유지한다'라는 점에서 일단은 납득할만한 결과물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빠르게 악명을 쌓아버린 DECORATOR. 못 봐줄 정도의 해상도는 절대로 아니다. 눈에 띄는 해상도라는게 문제일 뿐]
문제는 해상도입니다.
일단 퓨처 톤과 비교하는건 무의미 합니다. 기기의 성능 차이가 분명하니까요. 하지만 메가믹스 자체만 두고 봐도 해상도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하긴 힘듭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해상도와 관련되어 이루어진 선택이 별로 좋지 않아보입니다.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는 플레이 중에 뒤에 깔리는 애니메이션(이하PV)을 실시간 렌더링으로 처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등장하는 케릭터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고, 곡의 분위기에 맞춘 케릭터를 세우거나 말도안되는 조합의 케릭터들 세우는 장난이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에는 한가지 대가가 따릅니다. 기기의 성능이 실시간 렌더링을 처리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면 해상도나 모델링, 텍스쳐 등을 희생해서 이를 해결해야하기 때문이죠.
[리듬 게임에서 프레임 드랍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보여준 첫 프로젝트 디바]
PSP로 나온 첫 프로젝트 디바는 그 대가를 프레임레이트라는 '리듬게임에서는 절대로 희생해서는 안될 요소'를 희생해서 해결했습니다. 다행히도 이 뒤로는 해상도를 희생하면 희생하지 프레임레이트를 희생하는 경향은 사라지긴 합니다만... 그 희생의 대가가 너무 크다면 어떨까요?
메가믹스는 곡의 구성에 따라서 PV의 해상도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곡의 부하량에 따라 특정한 값의 해상도를 지정한건지, 부하량에 따라서 실시간으로 해상도를 조절하도록 되어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한 화면에 등장하는 인원 수가 많은 곡일 수록 해상도가 떨어지는게 눈에 보입니다.
[울펜슈타인2의 스위치 버전. 잘된 이식이지만 희생도 많았다.]
사실 이러한 해상도의 희생은 스위치로 나온 게임에서 굉장히 흔하게 나타납니다. 텍스쳐, 프레임레이트, 해상도는 소위 거치기로 나온 게임을 스위치로 이식할 경우 어떤식으로든 희생되는 요소이며, 얼마나 희생시키느냐에 따라서 유저들의 반응이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사례들을 보면 전세대 거치기의 게임을 이식한 것이 아닌 이상은 저 3가지 요소에서 상당수의 희생이 발생합니다. 이식작업이 외주로 처리될 경우 더 많은 희생이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메가믹스는 스위치 전용 작품이지만, 그와 동시에 대부분의 요소를 오락실용 기기와 플레이스테이션4로 나왔던 퓨쳐 톤에서 가져온 준 이식작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게임에 사용된 그래픽 요소들은 기본적으로 스위치와 같은 휴대용 기기를 고려해서 제작된 것들이 아닙니다. 물론 메가믹스를 위해 그래픽을 재작업하는 과정에서 어느정도 수정을 가할 수 있었겠지만, ‘처음부터 휴대용 기기를 상정하고 제작된 모델링’과 ‘거치기용 모델링을 휴대기 용으로 하향시키는 작업’의 편차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 메가믹스에서 보여지는 하향은 납득할만한 수준입니다. 문제는 그 하향 과정에서 세가가 내린 선택입니다.
[PS 비타용 X의 한장면. 렌더링 해상도는 낮지만, 이 값을 균일하게 유지한다.]
인간의 눈과 뇌는 변화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물론 인간의 눈과 뇌는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가 있을 경우 각각의 움직임을 완벽히 인지하지 못하고, 이를 ‘잔상’으로 처리하는 조금 성능이 떨어지는 녀석이긴 합니다 만 게임의 프레임레이트와 해상도 변화를 인지하는데에 있어서는 충분한 성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메가믹스는 화면에 보이는 내용의 부하량에 따라서 해상도를 조절하는 가변 해상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가변 해상도 자체는 수많은 콘솔 게임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술입니다만, 의외로 별도로 이야기를 해주거나 특정 장면을 캡쳐해서 보여주기 전에는 ‘가변 해상도를 쓴거였어?’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 가변 해상도가 공격적으로 수치를 크게 바꾸는 시점에는 플레이어가 무언가를 하느라 바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FPS게임에서 게임엔진이 급증한 부하를 대응하기 위해 해상도를 떨어뜨릴 경우, 이는 플레이어가 적들과 정신없이 교전중이라는 의미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플레이어의 뇌는 게임의 ‘현재 상황’을 처리하는데 집중하기 때문에 자잘한 그래픽 저하를 인지하기 힘듭니다. 이런 요소를 신경쓰는 ‘죽음’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니까요.
반면 메가믹스의 경우 생각보다 여유가 있습니다. 물론 HARD 모드 이상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이보다 낮은 난이도에서는 버튼을 누르면서 화면을 감상할 충분한 여유가 제공됩니다. 게다가 플레이 중에 뒤에 깔리는 PV는 내가 임의로 커스터마이징한 케릭터를 세워서 이것만 감상할 수도 있고, 아예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서 PV만 연속으로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메가믹스의 게임엔진이 해상도를 크게 낮춘 상황을 플레이어가 너무나도 쉽게 인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추가적으로 제가 잘못 본것이 아니라면 메가믹스는 한 곡 내에서도 장면 부하량에 따라 서로 다른 해상도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결국 앞 장면과 뒷 장면의 해상도 차이를 플레이어가 너무나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상황으로 돌아옵니다. 만약 한 곡의 PV에 사용되는 해상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균일한 수치였다면 뇌는 ‘해상도가 낮아. 하지만 일정하군’이라고 생각하고 처음 몇초가 지나면 낮은 해상도를 그냥 넘어가줄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곡 상에서 해상도가 바뀌고, 앞서 언급했듯이 생각보다 ‘이를 인지할 여유’가 제공되는 게임 구성의 특성상 뇌는 ‘해상도가 낮아! 낮아지고 있는게 느껴져!’라고 연신 외치게 됩니다.
실제로도 기기의 액정 해상도보다 PV의 렌더링 해상도가 낮았던 비타 시절의 프로젝트 디바를 생각해보면 해상도가 낮다는건 분명히 인지되지만, 이게 큰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적어도 뒤에 보여지는 PV의 품질이 균일하니까요. 반면 메가믹스에서는 곡마다, 곡의 구간마다 해상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 지속적으로 ‘뭔가 바뀌었다’는걸 인지하게 되고, 이것이 불편함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스위치의 성능 내에서 잘 해낸 건 맞다. 최적화를 위해서 한 선택이 아쉬울뿐.]
이것 하나만 가지고 메가믹스의 개발진을 ‘악수를 너무 크게 둬버린 사람들’이라고 하는건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플레이스테이션4와 아케이드 기기로 구동되던 퓨쳐 톤의 그래픽 요소들은 스위치를 위해서 제작된 것이 아니니까요. 대부분의 PV는 사람들이 이미 어떤 구성과 그래픽을 보여주는지 다 알고있는 부분이니 만큼 내용을 임의로 수정하기도 그렇습니다. 스위치의 성능에 맞춰서 PV의 전개자체를 바꿀경우 누군가는 ‘스위치의 성능을 고려한 적절한 최적화’라고 하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런다고 해서 내용을 바꿔야하나?’라는 비판적인 의견을 낼테니까요.
냉정하게 두고 봤을때 스위치의 성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것도 아닙니다. 상당히 플랫해 보이는 렌더링 결과물 때문에 오해하기 쉽지만, 앞서 언급한 해상도을 제외하고 살펴볼 경우 메가믹스의 모델링이나 텍스쳐 해상도, 그래픽 효과등은 아름답게 잘 나왔습니다. 이를 두고 개발진이 스위치의 성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다만 최대 해상도를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곡간의 해상도 편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플레이어들이 보기에는 조금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았냐는 생각 정도는 듭니다. 스위치로 나온 게임의 해상도에 따라 사람들의 갑론을박이 오가긴 하지만 ‘FHD 60FPS를 구동하라고 나온 기기는 아니다’라는 점 만큼은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니까요. ‘곡간의 해상도 편차가 적었다면 오히려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덜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래저래 개발진의 선택에 아쉬움이 남아서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 결과라고 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결론입니다.
<린 : 로~딩♪ 로~딩♪ 긴 것은 싫어>
[길고 긴 로딩의 시간이여…]
메가믹스의 해상도 문제가 유저들 사이에서 민감하게 다루어지는 이면에는 로딩 시간에 대한 불만이 같이 작용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믹스의 로딩 시간은 균일하지 않습니다. 곡의 구성과 등장하는 보컬로이드의 수에 따라서 로딩 시간이 달라지는데, 문제는 이게 짧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곡들은 로딩이 끝나고 나면 얼추 3분 가량의 플레이가 가능합니다만 게임을 플레이할때 여러 곡을 돌아가면서 플레이하게 되는 리듬게임의 특성상 긴 로딩 시간이 상당히 거슬리는 요소로 다가옵니다.
보여줄 것이 많아서 낮은 해상도로 돌아가는 곡들은 로딩 시간도 깁니다. 이 때문에 메가믹스는 본의아니게 ‘로딩도 긴데 해상도도 떨어진다’는 식으로 플레이어들의 불만이 집중될 여지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 게임의 로딩하면 PS 비타를 떠올립니다. 기본 설계상의 문제가 있었는지 조금만 규모가 큰 게임을 설피 개발해도 길고 긴 로딩 시간에 시달리는 일이 허다했죠. 스위치 역시 로딩시간 면에서는 나름의 군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 기기입니다만, 로딩 시간이 길더라도 로딩 이후에 연속으로 즐기는 시간이 길다면 이 부분은 ‘그래도 한번 로딩하면 수십분 이상 연속으로 플레이하니까’라는 식으로 무마되는 면이 있습니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메가믹스의 곡들은 대부분 얼추 3분 정도의 길이로 수록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까지 긴 시간은 아니죠. 게다가 여러 곡을 돌아가면서 하면 로딩을 자주 해야하므로 플레이를 하는 동안 접하는 로딩시간의 토막들이 모여서 플레이어에게 불만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 곡을 플레이 중에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하거나, 클리어 결과 화면에서 해당 곡을 다시 플레이 하는 것을 선택했을때는 로딩이 없이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이것마저 별도의 로딩이 필요했다면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정말로 험악해 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실 곡 뿐만 아니라 모듈 커스터마이징 역시 보컬로이드 여럿이 등장하는 곡의 것을 편집할때는 처음에 진입하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지만, 보통 여기에 들어가면 한참 동안 이리저리 모듈과 커스터마이징 파츠를 뒤적이며 케릭터를 꾸미게 되기 때문인지 이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
[프로젝트 디바f의 로딩화면 중 하나. 이번에는 어떤 일러스트가 나올까?]
씁쓸하게도 길고 긴 로딩 중에 플레이어를 즐겁게 해주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소니의 휴대용 기기로 나왔던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의 경우 게임을 불러오는 동안 보컬로이드 팬덤이 창작물을 올리는 사이트인 피아프로에서 추린 팬들의 일러스트를 보여주게 제작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기능을 제공한 경우 수록된 일러스트의 수가 꽤 많았고, 시리즈에 따라서는 이것 자체가 수집요소 처럼 작용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슨 일러스트가 나올까’라는 기대감을 품을 수 있었고, 일러스트를 감상하는 걸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습니다.
반면 메가믹스는 게임을 로딩하는 동안 각 보컬로이드 별로 1장씩 수록된 일러스트 중 하나를 보여주는게 전부입니다. 별거 아닌 부분이긴 하지만 같은 것을 계속 보는 것과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의 심리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실제로도 이 점을 고려해서인지 플레이스테이션4용 퓨처 톤은 PV를 캡쳐한 스크린 샷을 로딩화면으로 쓸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었죠.
긴 로딩 시간은 어느 장르든 마찬가지여서 로딩 화면에 괜시리 총기 모델링 같은걸 하나 띄워서 ‘심심할테니 이거라도 빙빙 돌려보면서 보고계세요’라는 식으로 배려를 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혹은 게임과 관련된 설정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별거 아닌 배려입니다만 맨날 같은 종이장 하나만 보고 있는 것 보다는 백배 낫습니다.
메가믹스를 보면 랜덤 셀렉트 전용 곡도 있는 마당에 로딩용 곡 하나 만들어서 지금 플레이하려는 곡에 나오는 보컬로이드가 장난치듯이 불러주기만 했어도 훨씬 나았겠죠. 이 부분의 소제목에서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이돌마스터2에서 사용한 ‘로딩의 노래’이야기입니다. 로딩이 진행되는 동안 작중 등장 케릭터인 후타미 아미가 나와서 참 별거 아닌 노래를 장난치듯이 불러주도록 되어 있었죠.
형태야 어떻든지 로딩 시간을 그나마 심심치 않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해주는게 어려운 일이었을까요? 앞서 이야기 했듯이 다양한 일러스트만 띄워줬어도 훨씬 호의적인 평가가 나왔을 부분입니다.
<잘 만든 정렬기능, 그걸 물먹이는 이상한 번역>
[100곡이 넘는 곡 숫자에도 불구하고 정렬 기능이 잘 되어있어서 곡을 찾는게 어렵지 않다.]
100개나 되는 곡을 뒤져보면서 원하는 곡을 찾는건 힘들기 때문에 메가믹스에서는 다양한 정렬 방식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름순, 난이도순, 케릭터순, 노래 성적순의 정렬 방식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원하는 케릭터가 나온 노래를 찾거나 아직 클리어 하지 않은 혹은 낮은 점수가 나온 곡을 찾아서 플레이하는게 가능합니다.
곡을 고르는 것도 귀찮거나 '난 새로운 도전을 원해!'라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작위 선택 모드도 제공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선택한 곡을 보여주므로 그 중에서도 원치 않는 곡은 빼고 하는게 가능합니다.
자주 플레이하는 곡이라면 즐겨찾기에 등록하고, 이것들만 추려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곡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곡을 찾아보는 것이 굉장히 쉽습니다.
[이 곡은 독음, 아랫 곡은 번역... 둘 중에서 하나만 하자]
다만 이름순 정렬의 경우 한국판에서는 약간의 문제로 인해 제대로 사용하기가 힘듭니다. 이는 한국어 판의 곡명이 전부 영어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뭐가 문제냐고 하실분도 계시겠지만, 곡마다 명칭을 기재한 방식이 전부 다르다는게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서 메이코와 카이토의 듀엣곡인 '番凩'의 경우 '츠카이코가라시'라고 읽으며, 의미는 '한 쌍의 찬 바람'입니다. 메가믹스의 한국판에서는 이 곡의 의미를 영어로 번역한 'Wintry Winds'(쌀쌀한 바람)이라는 제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면 곡의 제목이 일본어일 경우 의미를 번역해서 적은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카가미네 린의 솔로곡인 '天樂'을 찾아보면 영어 번역인 'Heaven's Song'이 아닌 'Tengaku'라는 일본어 독음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ハジメテノオト'(첫 소리)는 'The First Sound', '桜ノ雨'(벚꽃의 비)는 'Sakura no Ame', '秘密警察'(비밀경찰)은 'Secret Police', '積乱雲グラフィティ'(적란운 그래피티)는 'Sekiranun Graffiti'... 그야말로 제멋대로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글자수 입력 공간 때문에 줄인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こちら、幸福安心委員会です。'(여기는 행복안심위원회입니다.)는 글자폭을 줄여서라도 'This is the Happiness and Peace of Mind Committee'라고 적어넣은걸 보면 그건 또 아니지 싶습니다.
추측되는건 북미지역에 이전 작들이 발매되면서 작품마다 번역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었고, 이걸 이제와서 바꾸기는 힘드니 그냥 넣어버렸다... 정도지 싶습니다만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중구난방입니다. 이게 무슨 국내판 해리포터의 전설적인 오역이지만 이제와서는 고칠래야 고칠 수 없게 되었다는 '헤르미온느' 정도쯤 된다는 건가요. '우리가 이번에 기준을 다시 잡겠다!'라는 식으로 대대적으로 손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은데 말이죠.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 문제로 인해 이름순으로 정렬하고 곡을 찾는 것 아니 어떤 모드에서든지 곡을 찾는게 골치아픈 일이 됩니다. 내가 지금 찾는 이 곡은 일본어 독음을 영어로 적어놨을까요 아니면 번역해서 등록되어 있을까요? 왼쪽의 리스트에 나오는 곡명을 보고 찾기보다는 오른쪽에 나오는 일본어 타이틀 이미지를 보고 찾는게 더 편할 정도면 말 다한거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칠판의 ‘한번더!’라는 손글씨가 귀엽다.]
곡명 번역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글화의 상태를 보면 굉장히 깔끔하게 잘 해놨습니다.
사용된 한글 폰트는 깔끔하며, 아직까지는 오타도 보지 못했습니다. 곡명이 영문판을 기준으로 수록되고, 가사를 일본어의 영어 발음으로 적은건 아쉽습니다만 이 부분은 라이센스 문제가 걸려있어서 번역이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 로컬라이징 팀에 불만을 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붙잡아 두는 힘이 부족해 보이는 구성>
[아케이드 모드 기준으로 EXTREME과 EXTRA EXTREME은 잠겨있다]
메가믹스는 처음부터 플레이어가 모든 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습니다. '난 어떤 곡을 하고 싶은데 다른 곡들을 못 깰것 같아!'라는 고민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콕콕 찝어서 플레이하면 되니까요.
다만 곡을 완전히 열어둔건 아닙니다. 아케이드 모드 기준으로 메가믹스는 채보의 난이도를 EASY, NORMAL, HARD, EXTREME, EXTRA EXTREME의 다섯 단계로 구분해 두고 있습니다. 곡에 따라서 EASY나 EXTRA EXTREME 난이도가 없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곡들은 앞서 언급한 다섯 단계의 난이도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케이드 모드 기준으로 처음 플레이 할때는 EXTREME과 EXTRA EXTREME 난이도는 개방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앞서 있는 HARD난이도를 먼저 클리어하라는 이야기죠.
HARD정도는 껌이라는 골수 플레이어들에게는 좀 잔손이 가는 귀찮은 요소지만, 이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사람들이나 초보자들에게는 이런 제한장치가 나쁜 구성은 아닐겁니다.
추가로 MEGA39's에서 처음 등장하는 믹스 모드는 난이도 구성이 EASY, NORMAL, HARD의 단계 구성이며, HARD를 잠궈두고 있습니다.
[토카 레이스 드라이버2의 커리어 모드.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목표가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사진은 PSP 버전.]
'이미 해금이 다 된 곡'과 '조금만 노력하면 살 수 있는 모듈'이라는 구성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계속 붙잡고 있게할 수 있는 보상 요소가 너무 적다는 점이죠.
이야기를 자세하게 하기 전에 다른 장르의 예를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서킷 주행에 집중한 스타일의 레이싱 게임의 경우 보통 커리어 모드가 있습니다. 커리어 모드에서는 플레이어를 여러개의 레이스로 구성된 챔피언십에 내보내 이를 플레이하게 합니다. 이를 클리어하면 더 어려운 챔피언십에 도전할 기회를 주고, 차량의 구매나 튜닝에 쓸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커리어 모드를 통해 개발자는 플레이어가 계속 도전하도록 만듭니다. 내가 코스와 차량을 임의로 골라서 플레이할 경우에는 나 스스로가 '어려운걸 해봐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은 자신이 무난하게 플레이 가능한 수준에서만 놀게 됩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제공하는 커리어 모드에서는 개발자가 생각한 난이도 순서에 따라 조금씩 어려운걸 제안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조 임무로 어려운 경기를 좋은 보상을 붙여서 도전해 보도록 유도합니다. 별게 아닌것 처럼 보이는 요소지만 이러한 '성장과 보상'의 요소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계속 진행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PSP용 그란 투리스모의 레이스 선택화면. 커리어 모드가 없다. 이런 '목표'의 부재는 지루함을 부른다.]
이런 요소를 잘못 제거할 경우 게임의 설계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앞선 예시와는 반대로 간 게임으로 PSP로 출시된 그란투리스모가 있는데, 이 게임은 이렇다할 챔피언십 모드같은 도전요소가 없습니다. 드리프트, 레이스, 타임어택의 3가지 게임모드가 있고, 레이스 모드는 코스를 클리어할 때 마다 더 강한 AI가 개방되는게 전부입니다. 이걸 계속 반복해서 돈을 벌고 새 차를 사고... 결과적으로 이 모든게 꽤나 빠르게 '지루한 행위의 반복'으로 이어지고 플레이어가 게임을 이탈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볼때 메가믹스의 구성은 약간 불안하게 되어있습니다. 곡을 별도로 개방할 필요가 없는건 리듬게임 초보자나 이미 게임을 할대로 해온 골수 유저들에게는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류의 게임이 처음인 사람에게는 '자, 모든걸 다 열어두었으니 즐기세요!'가 마치 망망대해에 플레이어를 던져둔 것 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플레이어 등급 개념이 있지만, 큰 의미는 없는걸로 보입니다.
[PSP용 릿지레이서2의 경기 중 하나. 릿지레이서 R4시절의 트랙만 묶었다. 이런식으로만 해도 된다.]
사실 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라이브 챌린지 모드'라는 식으로 특정 주제의 몇몇 곡을 묶어서 연속 플레이를 하게 한 뒤 그에 따른 추가 보상을 제공하면 되니까요. 메가믹스는 그동안 시리즈에서 제공된 수 많은 곡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런걸 만들기가 굉장히 쉽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첫 작품의 대표적인 곡을 연속 플레이하게 하거나 '오프닝 퍼레이드'라는 주제로 각 작품의 오프닝을 연속 플레이하게 할 수도 있죠. 이런 요소를 두는 것 만으로도 플레이어의 도전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런류의 설계는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있는 곡만 묶고, 적당한 보상만 연결해두면 되니까요.
실제로도 PSP용 릿지레이서2의 커리어 모드인 '월드 투어'모드의 몇몇 레이스가 위의 예시처럼 특정 테마에 맞춰서 코스를 묶은 형태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클리어 이후 새 코스와 차량이 해금되는걸 빼면 거창한 스토리 전개 같은건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플레이어에게 계속 플레이하게 유도하는 역할은 충분히 해내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 선택 자체가 나쁜건 아닙니다. 잠긴걸 하나하나 풀어나가는걸 힘들어 하는 사람도 많고, 이전 작품의 곡들을 넣은 탓에 골수 유저들은 한걸 또 해야한다는 부담도 마주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다만 약간의 내용 추가 만으로도 훨씬 나은 설계를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건 아쉬움이 남습니다.
<디바 룸과 콘서트 에디터의 부재>
[X의 디바룸. 별거 아니지만 꽤 재미있었다는건 부인할 수 없다.]
사실 이 부분은 딱히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메가믹스의 기반은 플레이스테이션4로 나온 퓨처 톤이고, 퓨처 톤은 기본적으로 아케이드 시리즈의 이식이기 때문에 휴대용 기기로 나왔던 작품들에 나오는 디바룸 시스템이 없습니다. 동전 넣고 플레이하는데 중점을 둔 아케이드 시리즈에서 장시간을 들여서 꾸미고 케릭터와 교감하는 디바룸 시스템을 둘 필요는 없을테니까요. 물론 함대콜렉션 아케이드 등의 게임은 오락실 용임에도 케릭터와의 교감요소가 있긴 하지만, 함대콜렉션 아케이드는 원작인 웹 게임의 해당 요소를 그대로 가져온 것 뿐이고, 대부분의 리듬 게이머는 이럴 시간에 한 곡을 더 플레이할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바 룸의 부재는 상당히 아쉽습니다. 이는 이 작품이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의 10주년을 기념해서 나온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디바룸은 첫 작품부터 있었던 요소고. PSP로 나왔던 2nd부터는 보컬로이드 별로 꾸며주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닌텐도 기종으로 나온 프로젝트 미라이에서도 이에 준하는 요소가 존재했었죠.
[터치스크린 달린 기계인데 이걸 못한다고요?]
초기의 디바 룸은 단순히 방을 꾸민 뒤 원하는 세팅의 보컬로이드를 세워두고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만,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호감도 시스템이 제공되거나 미니게임을 할 수 있는 등 리듬게임의 반복으로 단조로워 질 수 있는 게임 플레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엇습니다.
이렇게 보면 디바 룸은 가정용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만 메가믹스에서는 이 기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퓨처 톤을 기반으로 삼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말하기에는 ‘그래도 10주년 기념작인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디바룸은 프로젝트 디바시리즈가 이어지는 10여년의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재미를 주어왔는데 10주년 기념작이라고 나온 게임에서 빠지는게 맞는걸까요?
물론 디바 룸을 추가하려면 그에 따른 작업량이 증가합니다. 이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가정용 프로젝트 디바를 꾸준히 해온 사람들에게 있어서 디바 룸의 부재는 뭔가가 빠진것 같다는 생각을 피할 수 없게 한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걸 단순히 ‘아쉽다’라고 하고 넘어가기에는 그 공백이 너무 크게 느껴집니다.
[콘서트 에디터는 ‘유저가 만들어 나가는’ 보컬로이드 문화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콘서트 에디터의 삭제 역시 퓨처 톤을 기반으로 작업되다보니 생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콘서트 에디터의 경우 디바룸 대비 접근성이 떨어지는 컨텐츠라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있는걸 플레이하지 굳이 새로운걸 만들어 보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유저가 제작한 컨텐츠를 사용해서 성장해온 것이 보컬로이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컨텐츠 에디터는 게임에서도 그 ‘유저가 제작한 컨텐츠’를 확장시켜나갈 기회를 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퓨처 톤을 기반으로 하는 상황에서 콘서트 에디터를 추가하려면 관련 요소를 바닥부터 다시 제작해야 하긴 합니다만, 10주년 기념작에서 이 요소가 누락된다는 점은 디바룸과 더불어 좀 의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만사항이 있을지언정 잘 만든 10주년 기념작>
[불만을 길게 늘어놓긴 했지만, 그 불만사항들이 게임의 가치를 바래게 하지는 않는다.]
정리하자면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MEGA39’s는 잘 만든 10주년 기념작입니다.
몇몇 곡들의 해상도 문제를 제외하면 그래픽은 깔끔하게 잘 나왔습니다. 프레임레이트가 항시 균일하지 않은건 아쉽지만, 리듬게임에 관여하는 UI가 항시 균일한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점과 스위치가 고해상도에서 높은 프레임으로 동작하는걸 전제로 설계된 기기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할만한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심자와 고수 모두가 만족하고 10주년을 즐길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설계해 뒀으며, 10주년 기념작에 걸맞는 풍성한 곡 수와 커스터마이징 요소의 수를 자랑합니다. 한국판에서 2곡이 제외되긴 했지만 이는 정식발매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오히려 이와 관련된 부분을 정발판에서 꼼꼼히 작업해준 점이 마음에 듭니다.
스위치를 위해 만들어진 신 요소는 재미있고, 믹스 모드와 티셔츠 커스터마이징 모두 기기의 특성을 잘 살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퓨처 톤에 기반해 제작되다 보니 디바 룸과 콘서트 에디터가 누락된건 상당히 아쉽습니다. 이 문제가 게임의 완성도를 해친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10주년 기념작이라며...'라는 아쉬운 생각이 남는건 어쩔 수 없지 싶습니다.
스위치를 가지고 있고, 프로젝트 디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구매 가치는 충분하며. 프로젝트 디바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도 초보자를 위한 여러 배려요소가 잘 갖추어져 있어 추천할만한 게임입니다.
반면 이미 플레이스테이션4로 프로젝트 디바 퓨처 톤을 가지고 있고, DLC도 전부 구비하신 분들이라면 ‘신곡 몇개와 스위치 만의 신 요소가 충분한 구매동기를 제공할까?’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세가가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의 10주년을 멋지게 기념하는 게임을 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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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4용 퓨쳐톤을 가지고있는 사람에게는 그저 휴대용 플레이가 되는 퓨쳐톤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 작품이라 10주년작의 의의가 더 없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곡은 반토막이고, 로딩은 3배는 길고, 밐스모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든 요소가 기존 퓨쳐톤과 다를게 하나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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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4용 퓨쳐톤을 가지고있는 사람에게는 그저 휴대용 플레이가 되는 퓨쳐톤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 작품이라 10주년작의 의의가 더 없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곡은 반토막이고, 로딩은 3배는 길고, 밐스모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든 요소가 기존 퓨쳐톤과 다를게 하나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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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모드로 인해 추가된 패턴이 총 300개가 넘는데 기존 퓨처톤과 다를바가 없다면 글쎄요... 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네요. 믹스 모드가 그냥 패턴이 하나씩만 있는 덤 개념이라면 몰라도, 메가 믹스라는 타이틀처럼 스위치라는 기기에 맞는 특화 컨텐츠이고 각 곡마다 세 개씩 있는걸 치면 여기에 힘을 쏟은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게 안 맞으면 기존 퓨처톤이라는 선택지가 있으니까요 (스위치 추가곡도 추후 유료 컨텐츠로 내준다고 하니...) | 20.02.17 10:4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