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의 근육이 불타오를 것 같은 고통을 억누르고 도망치기를 벌써 몇십 분 째였다. 무성한 수풀들 사이를 지나갈 때마가 여기저기 엉성하게 뻗어나간 가지는 편의 따위는 봐주지 않고 사정없이 나의 피부를 할퀴었다. 어째서 도망쳐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도 잊은 채, 계속 무언가로 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숨이 차오르고 주먹만한 심장은 빠른 간격으로 비명을 지른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것은 나의 뒷편에 있는 저 어둠으로 부터 쫓아오는 무언가가 나를 끝장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그것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동물에게서 볼 수 있는 야생의 본성도 아니었고, 가슴을 후벼파는 인간의 살의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악의였다. 그리고 그 악의는 불행하게도 나에게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도주극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사실이라면, 나 혼자서 이 억울함을 감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와 면식은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샌가 동지가 되어 함께 도망치고 있었을 뿐. 이름도 모를 동지와 함께 내달리며, 그저 이 모든 것이 끝나기만을 바랬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와중 나는 무언가 의아함을 느꼈다. 풍경에서, 길에서, 느껴지는 공기에서, 알수없는 어색함을 느꼈다. 자연의 힘이 빚은 그 모든 것들이 어느순간부터 인위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한 곳 한 곳마다 둘러보면서 산소가 부족한 나의 뇌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아, 이것은 꿈이구나.'
그 한 문장이 나에게 주는 위안과 평화는 얼마나 달콤하고 안심이 되었는 지 감히 헤아릴 수 없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뜀박질 하는 나의 다리가 매우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기쁜 소식을 나 혼자서만 즐기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나는 나와 함께 도주하는 동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헉...헉...이거...이거 꿈이야...이제 도망가지 않아도 돼.."
헐떡이는 숨을 뱉으며 나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이 소식을 달가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어째서?
"너만 꿈이잖아. 이 ㄱㅅㄲ야."
눈을 뜨자 보인 것은 익숙한 천장이었다. 그리고 곳 시야에 그리운 나의 방이 담기기 시작했다. 그 끔찍한 도주극이 끝난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개운하지 않았다. 그가 분노에 차 저주처럼 내뱉은 그 말이 나의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있었다. 그는 아직도 도망치고 있을까? 언제까지 도망쳐야 하는 걸까? 나는 알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 찜찜한 기분을 잊기 위해 한 잔의 물을 마시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옛날에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썰보고
연습삼아 적어봤습니다.
자작탭에 올려도 되는 지 좀 헷갈리네요.
지적하시면 옮기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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