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 중인 블루칩입니다.
굳이 이런 글을 유머 탭에 올리는 이유는, 적당한 게시판이 없는 것도 있지만 유머 탭은 남녀노소 모든 계층이 즐겨 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종종 시간이 난다면 이 탭에 제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제목은 <한의원이 아니라 응급실로 가야죠.>입니다.
오늘은 제 경험담이 아닌, 제 와이프의 경험담입니다.
60대 남성으로, 얼굴 표정이 잘 지어지지 않고 팔이 올라가지 않아 응급실로 내원하셨습니다.
환자분께서 도착하신 시간은 첫 증상 발견 후 이미 3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왜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었는지 보호자에게 물어보니, 환자분께서 증상을 발견하고 처음 방문한 병원이 자주 가시던 한의원이었다고 합니다. 현명하셨던 한의사 선생님께서는 해당 질환이 한의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음을 설명하셨고,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최대한 가까운 응급실로 당장 달려가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당시 근무 중이던 병원은 100병상 남짓한 작은 규모의 병원으로, 강원도에 있었습니다. 의사는 즉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연락을 시도하였고, 머지않아 춘천의 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병원으로 아무리 빨리 가도 40분은 걸리는 거리였고, 도착 후 최대한 빨리 환자를 치료한다 하여도 터진 곳을 찾기 위한 검사(주로 CT를 촬영합니다)와 해당 질환을 치료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수술이 필요하면 응급 수술방을 열고 준비하는 시간, 막힌 곳을 뚫어야 한다면 중재실을 열고 준비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증상 발생 후 4시간 30분은 넘었을 것입니다.
4시간 30분은 뇌졸중으로 발생한 뇌손상이 후유증을 많이 남기지 않고 회복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아래 영상은 딱 20초입니다. 소리를 끄고 보셔도 되니 한 번은 봐주시기 바랍니다.
뇌졸중이라고 하는 병은 뇌혈관에 생기는 질병을 모두 모아 부르는 말입니다. 뇌혈관이 어떠한 이유로 터지게 되면 피가 밖으로 나오게 되고, 그러면 뇌졸중 중에서 뇌출혈이라는 질환이 생깁니다. 뇌혈관이 어떤 이유로 막히게 되면 뇌졸중 중에서 뇌경색이라는 질환이 생깁니다. 두 질환은 모두 응급으로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가끔 선우용녀 님의 유튜브를 시청합니다. 한 토크쇼에서 선우용녀 님도 방송 중에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았으며, 몸에 힘이 빠진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정말 다행인 점은 해당 방송이 의사 패널들과 함께하는 토크쇼였고, 의사들은 선우용녀 님을 즉시 진찰하였습니다. 의사들은 지체 없이 큰 병원에 가라고 하였으나, 선우용녀 님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시곤 '방송이 끝나면 가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선생님들은 그런 선우용녀 님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주셨고, 즉시 병원으로 갔기에 지금은 후유증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또 뇌졸중이 자주 오는 상황은 음주를 한 후입니다. 과음을 한 친구가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팔만 드는 것이 이상하다면 한 번쯤은 의심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음주는 적당히 하거나 안 하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위 영상의 증상들이 '아, 조금 피곤해서 그런가 봐. 힘이 없네.'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이 글을 본 이후라면 이제는 즉시 응급실로 달려갈 수 있는 루리웹 유저분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3줄 요약
얼굴이 안 움직이고 팔이 안 들어지는 환자가 한의원을 갔습니다.
한의원에서 즉시 응급실로 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어 환자는 후유증이 생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P.S.
지난번에 칼에 가슴이 찔렸지만, 보형물이 막아줬다는 기사를 기억하시나요? 저희 와이프가 경험한 이야기도 비슷합니다.
강원도 병원의 응급실에는 골퍼들이 종종 옵니다.
40대 여자가 가슴에 골프공을 맞고 왔습니다.
주변인들은 응급이라 생각하고 환자를 응급실에 데리고 왔으나, 환자는 생각보다 멀쩡했습니다.
환자는 여자 의사에게 조용히 "선생님, 사실 저 가슴 성형수술 했는데요... 문제 없을까요?"라고 물었고, 저에게 문의 전화가 왔습니다.
골프공에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골프공이 아마도 환자의 목숨을 살렸을 것입니다.
가슴 보형물이 터지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양은 이상하게 변하겠죠.
다들 운동은 조심히 합시다.
굳이 이런 글을 유머 탭에 올리는 이유는, 적당한 게시판이 없는 것도 있지만 유머 탭은 남녀노소 모든 계층이 즐겨 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종종 시간이 난다면 이 탭에 제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제목은 <한의원이 아니라 응급실로 가야죠.>입니다.
오늘은 제 경험담이 아닌, 제 와이프의 경험담입니다.
60대 남성으로, 얼굴 표정이 잘 지어지지 않고 팔이 올라가지 않아 응급실로 내원하셨습니다.
환자분께서 도착하신 시간은 첫 증상 발견 후 이미 3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왜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었는지 보호자에게 물어보니, 환자분께서 증상을 발견하고 처음 방문한 병원이 자주 가시던 한의원이었다고 합니다. 현명하셨던 한의사 선생님께서는 해당 질환이 한의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음을 설명하셨고,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최대한 가까운 응급실로 당장 달려가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당시 근무 중이던 병원은 100병상 남짓한 작은 규모의 병원으로, 강원도에 있었습니다. 의사는 즉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연락을 시도하였고, 머지않아 춘천의 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병원으로 아무리 빨리 가도 40분은 걸리는 거리였고, 도착 후 최대한 빨리 환자를 치료한다 하여도 터진 곳을 찾기 위한 검사(주로 CT를 촬영합니다)와 해당 질환을 치료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수술이 필요하면 응급 수술방을 열고 준비하는 시간, 막힌 곳을 뚫어야 한다면 중재실을 열고 준비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증상 발생 후 4시간 30분은 넘었을 것입니다.
4시간 30분은 뇌졸중으로 발생한 뇌손상이 후유증을 많이 남기지 않고 회복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아래 영상은 딱 20초입니다. 소리를 끄고 보셔도 되니 한 번은 봐주시기 바랍니다.
뇌졸중이라고 하는 병은 뇌혈관에 생기는 질병을 모두 모아 부르는 말입니다. 뇌혈관이 어떠한 이유로 터지게 되면 피가 밖으로 나오게 되고, 그러면 뇌졸중 중에서 뇌출혈이라는 질환이 생깁니다. 뇌혈관이 어떤 이유로 막히게 되면 뇌졸중 중에서 뇌경색이라는 질환이 생깁니다. 두 질환은 모두 응급으로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가끔 선우용녀 님의 유튜브를 시청합니다. 한 토크쇼에서 선우용녀 님도 방송 중에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았으며, 몸에 힘이 빠진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정말 다행인 점은 해당 방송이 의사 패널들과 함께하는 토크쇼였고, 의사들은 선우용녀 님을 즉시 진찰하였습니다. 의사들은 지체 없이 큰 병원에 가라고 하였으나, 선우용녀 님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시곤 '방송이 끝나면 가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선생님들은 그런 선우용녀 님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주셨고, 즉시 병원으로 갔기에 지금은 후유증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또 뇌졸중이 자주 오는 상황은 음주를 한 후입니다. 과음을 한 친구가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팔만 드는 것이 이상하다면 한 번쯤은 의심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음주는 적당히 하거나 안 하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위 영상의 증상들이 '아, 조금 피곤해서 그런가 봐. 힘이 없네.'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이 글을 본 이후라면 이제는 즉시 응급실로 달려갈 수 있는 루리웹 유저분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3줄 요약
얼굴이 안 움직이고 팔이 안 들어지는 환자가 한의원을 갔습니다.
한의원에서 즉시 응급실로 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어 환자는 후유증이 생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P.S.
지난번에 칼에 가슴이 찔렸지만, 보형물이 막아줬다는 기사를 기억하시나요? 저희 와이프가 경험한 이야기도 비슷합니다.
강원도 병원의 응급실에는 골퍼들이 종종 옵니다.
40대 여자가 가슴에 골프공을 맞고 왔습니다.
주변인들은 응급이라 생각하고 환자를 응급실에 데리고 왔으나, 환자는 생각보다 멀쩡했습니다.
환자는 여자 의사에게 조용히 "선생님, 사실 저 가슴 성형수술 했는데요... 문제 없을까요?"라고 물었고, 저에게 문의 전화가 왔습니다.
골프공에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골프공이 아마도 환자의 목숨을 살렸을 것입니다.
가슴 보형물이 터지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양은 이상하게 변하겠죠.
다들 운동은 조심히 합시다.
3탄 링크는 아래입니다. 혹시 지난번에 못 보신 분은 아래에서 봐주세요.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1105226
(IP보기클릭)21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