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같이 일한 필리핀 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 오빠 우리애기 생일인데 내가 오빠 떡사주래 그거 맞아? "
사정이 있어 지금은 홀로 갓난아기를 키우는 동생도 아닌 조카같은 친구라
한국문화나 정서를 한국인이 아닌 자기나라 친구들에게 배우다 보니
늘 신기해 하면서 가끔은 이게 맞나? 싶을때 저에게 물어 봅니다
그래서 애기가 일년간 건강하게 잘컸으니까
떡만들어서 애기가 잘크게 도와준 사람들하고 같이 먹는거다 라고 하니까
" 그럼 오빠가 우리애기 잘크게 도와줬으니까 내가 떡사줄께요 "
하더니 이걸 사들고 왔더라구요
구글에서 한국돌떡 검색하니까 이런게 나왔는데
동네 마트랑 시장에는 그런 이쁜게 없어서
명동가서 사왔다고
이 더운날 애기 업고 강서구에서 명동까지 다녀왔을걸 생각하니
그냥 뭐하러 그런고생을 했는지 화가 나다가도
또 코끝이 찡해지네요
얼마나 많은 마트를 시장을 떡집을 돌아다니면서
이떡을 찾아 다녔을까 생각하니 고맙기도 하고
" 오빠랑 언니(애엄마)는 큰거 주고
다른 사람들은 이거 작은거 줄꺼야 "
라고 하길래 집사람 하고 둘이 빵터져서
이런건 또 어떻게 알았냐니까
명동 떡가게 아저씨가 알려 줬다고
베리임포턴트피플한텐 비싼거
그냥 임포턴트 피플한텐 이거 줘도 된다고 했다고
그래서 우리가 ㅇㅇ 한테 베리임포턴트야? 라고 집사람이 물으니까
그냥 집사람을 끌어안고 펑펑 우네요
저도 집사람도 애기엄마도 같이 한참 울었어요
영문모를 돌배기는 그 큰눈을 껌뻑거리면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혼자 아기 돌보는 사연에 코로나 시국에 타국생활 시작한면서 겪은 고생을
누구보다 잘알기에 한참동안 그냥 끅끅거리면서 울었어요
셋이 그렇게 울고나니 뭔가 후련한기분도 들고 해서
더우니까 코리안 할로할로 만들어 먹자 하고
팥빙수를 만들어 먹었어요
할로할로는 필리핀식 빙수 같은건데
사실 모양도 맛도 우리 팥빙수하고는 많이 달라요
그냥 인터넷으로 팥빙수세트 같은거 검색하면
박스하나 배송으로 이것저것 담아 보내주는데 편하더라구요
저 펭귄빙수기는 30년 아니다 40년 넘게쓴 곰돌이 빙수기 후임인데
제가 어렸을때 중동에 다녀오신 삼촌이 사다주신 일제 곰돌이 빙수기가 있었어요
곰돌이빙수기 하면 많은분들이 아 그거 하실거에요
머리위 핸들을 돌리면 눈동자가 좌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얼음이 갈리는
제가 어렸을땐 그걸로 간 얼음에 TANG 가루쥬스나 쿨에이드 같은걸 올려먹었거든요
미군부대 근무하신 할아버지덕에
가끔은 어떻게 먹는건지도 모를 미제가 집에 많았거든요
말그대로 박통때 바나나 파인애플 먹고
5공때 프링글스 오레오 먹고
제가 진짜 어렸을때 집에 아줌마들이 우루루몰려와서
초이스커피 랑콤컴팩트 폰즈크림 돌통조림 같은걸 사가셨었는데
그땐 그게 뭔지 잘몰랐어요 그냥 집에 아줌마들이 많이 오고
오면 사이다나 콜라한잔 얻어 마시고
가끔 복 많이 받게 생기신 아줌마들은 용돈도 주시고
그런게 좋았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미제장사 라고 하는거였더라구요
왜 빙수기 얘기하다 미제장사 얘기가 나왔는지
아마 TANG 쥬스랑 쿨에이드 때문인거 같네요
전 저런게 다른친구들 집에도 다 있겠지 했었는데 잘 없더라구요
아무튼 그 곰돌이 빙수기를 작년까지 잘썼거든요
제가 고등학교 때까지 여름마다 썼었구
군대가고 전역하고 한참동안 못보다가
아파트로 이사가는 바람에 지하실에 있던 집기들 다가져가는 조건으로
동네 고물상에서 청소를 해준적이 있는데
그날 아침에 물건들 다 꺼낼테니까 중요한거 필요한거 있으면
차에 싣기전에 골라내시라고 했을때
제일먼저 제눈에 띈게 그 곰돌이빙수기였어요
그래서 이사간뒤로도 쭉 쓰다가 또 한동안 잊고 살다가
결혼해서 분가하고 어쩌구 하다가 본가에 갔는데
제가쓰던방 책상위에서 예전모습 그대로 눈 똥그랗게 뜨고
왜이제 오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더라구요
그래서 집으로 데려와서 또 한참을 잘쓰다가
세월이 세월인지라 날이 깨지듯이 부숴졌는데
일본여행간 처제가 형부꺼랑 똑같은 빙수기 여기 아직 팔길래
혹시나 해서 날만 파냐고 물어보니
날 두개랑 나사 두쌍을 그냥 주더래요
그렇게 몇해 더 쓰면서 이게 얼마나 더 버틸지 의문이 들다못해
막 경이롭기까지 하더라구요
물론 핸들이 너무 가볍게 돌아가고 위아래 유격이 생기긴 했지만
중간에 선물받거나 산 전동빙수기 몇번쓰면 운명하는데
이놈에 쿄루짱은 왜이리 안고장 나냐?
나도 신형 눈꽃빙수기좀 사보자 언제까지 버틸거야?
내가 지난 할아버지 제사때 반찬을 덜올렸나 나한테 왜이러나 싶었는데
딱 작년까지 쓰니 승천하시더라구요
그때까지도 플라스틱경화나 바스러진곳 하나 없이
광택까지 잃지 않고 그대로 그냥 핸들만 헛돌뿐
인정하긴 싫지만 일본이 참 이런거 하나는 잘 만들었었어(과거형)
생각해보니 예전 니콘카메라 쓸때 카메라 가방에 달린 끈이 삭아서
끈은 아니고 그 가방본체랑 어깨끈을 연결하는 금속고리가 깨져서
그럴만도 했던게 아버지는 늘 남는건 사진이라고
시간 날때마다 카메라 메고 오토바이 자동차 자전거 타고 사진만 찍으러 다니셨으니
어쨋든 가서 고리 갈아달라고 말이나 해보자고 아버지랑 남대문 니콘카메라에 갔더니
이게 이렇게도 되는군요 라는반응으로
새가방으로 바꿔준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뒤에서 듣고 있던 좀 높으신거 같은 아저씨가 와서 이리저리 보시곤
" 이새끼들 이걸 왜 이따위로 만들었어 이렇게 까지밖에 못만드나? "
라고 하셨는데 그게 속으로 너무 통쾌해서 잊혀지지가 않음
암튼 곰돌이 보내고 눈꽃빙수기 하나 사자고 애엄마를 조르는데
씨알도 안먹히는 그거 빙수 일년에 여름 한달 그것도 어쩌다 한번인데
일년에 댓번 쓰자고 그걸사? 그냥 설빙을 가자 인간아
라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아 그거 준나게 현명하고 건설적인데? 싶더라구요
그래도 있다가 없으면 아쉬우니까 수동으로 하나 사자고
그 귀여운 카카오라이온 빙수기 품위를 카톡으로 올렸더니 읽씹
한단계 낮춰서 전에 쓰던 곰돌이 빙수기 품위를 올렸더니 또 읽씹
그래서 그냥 곰돌이빙수기 검색할때 연관검색으로 뜬 펭귄빙수기 만얼마 하는걸 품위올렸더니
이런건 그냥 네가 알아서 좀 사라 하는 분위기길래 샀는데
확실히 곰돌이만은 못해도 그냥저냥 쓸만은 하네요
가끔 얼음이 보석바에 오종총총 박힌 얼음알겡이처럼 크게 나와서
아직 자리 못잡은 임플란트 옆친구의 신경을 긁기는 하지만
그렇게 코리안할로할로를 몇번을 더만들어서 셋이서 떠먹다가
집사람이 자기는 배도 안고프고 날도 더워서 애기랑 한숨 잘테니까
나가서 맛있는거 사주고 오라고 해서
둘이서 털레털레 온 서가앤쿡 파히타한상
목살한상 먹자니까 굳이 자기가 사줄꺼니까 강조하며 시킨 파히타 한상
더우니까 맥주 한잔씩만 하자니까
맥주는 리필안되니까 에이드 마시자고 해서 에이드 두잔 주문하려니까
에이드는 리필되니까 한잔시켜서 나눠먹으면 안되냐는 한국어패치된 동생의 뻔뻔함에
환하게 웃으면서 " 가능하세요 " 라고 해준 얼굴하얀 꽃미남 총각 ( 부럽다 )
부탁도 안했는데 에이드 한잔을 두잔으로 나눠서 꽉채워다 주고
" 제가 리필 먼저 한번 해드렸어요 " 라고 웃으면서 서빙해준 총각 (한번만 저런얼굴로 살아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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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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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글이 이렇게 현재 과거로 왔다리 갔다리 지금이 현재인지 현재가 과거인지 모를 글을 이렇게 재밌게 감동적으로 쓰셔도 되는겁니까? ㅎㅎ 너무 재밌게 읽었고 님이 제가 어렸을적 그렇게 부러워했던 이런거 니들집엔 없어? 친구셨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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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야 팥빙수야 사랑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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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진짜 맛있갰네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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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도 고기도 맛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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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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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ㅋㅋㅋ 글이 되게 몰입감있는것 같아요 ! | 22.08.19 20: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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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글이 이렇게 현재 과거로 왔다리 갔다리 지금이 현재인지 현재가 과거인지 모를 글을 이렇게 재밌게 감동적으로 쓰셔도 되는겁니까? ㅎㅎ 너무 재밌게 읽었고 님이 제가 어렸을적 그렇게 부러워했던 이런거 니들집엔 없어? 친구셨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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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 글 잘 쓰는 사람 너무 부럽네요. 전 각잡고 써도 드럽게 재미없는 글 나오던데ㅠㅠ | 22.08.22 02: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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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사도 아주 맘에 듭니다. | 22.08.19 22: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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