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초콜릿 쿠키 하면 서브웨이에서 파는 초콜릿 쿠키 같은 걸 많이 떠올리죠.
저도 그렇습니다. 서브웨이에서 뭐 하나 시켜먹을 때면 쿠키랑 라지 사이즈 컵도 같이 사요. 레시피를 직접 정하는 재미 덕분에 저는 맥도날드보다 서브웨이를 더 좋아합니다
물론 제가 이번에 만들어보려 하는 쿠키는 그런 평범한 초콜릿 쿠키가 아닙니다.
밑은 쿠키고 위에는 초콜릿으로 그림이 그려진 구조를 만들 생각입니다.
동기부여를 받은 때는 이스터 홀리데이, 그러니까 부활절이였습니다. 한국이라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고 딱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이 날은 예수가 부활하여 무덤 밖으로 나온 기독교 역사상 매우 중요한 날로, 대부분의 기독교 국가들에서는 이 날이 휴일입니다. 저는 특정 종교 신자는 아니지만 호주가 영국의 영향을 받아서 그랬는지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다니고, 슈퍼마켓 같은 장소에서도 부활절이나 성탄절을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다 보니 무슨 큰 행사가 벌어질 정도로 중요한 날은 어느정도 기억하게 되었죠. 이스터 시즌이 되면 슈퍼마켓에서 가장 많이 들어오는 게 무엇인지 아시나요?
토끼랑 계란 모양의 초콜릿입니다(...).
이스터 에그 문화는 기독교 고유의 이벤트가 아닌 로마 문명에서 들여온 것이라고는 하지만, 경제도 살고 아이들도 좋아하는데 토끼가 계란 나눠주면 뭐 어떻습니까. 덕분에 부활절에는 초콜릿으로 만든 다양한 귀여운 상품들도 나오고 있으니 너도 좋고 나도 좋다 이겁니다. 분쟁 지역에서 초콜릿 재배하는 사람들은 좋지 않겠지만요
작품은 재료와 도구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법. 호주의 큰 슈퍼마켓들 중 하나인 Woolworths에서 재료들과 간식거리를 사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구매한 재료들은 쿠키 반죽에 쓰일 흑설탕, 밀가루, 버터와 초콜릿 그림을 그릴 때 쓸 화이트 초콜릿과 식용 색소(아이싱), 이쑤시개, 기름종이 등입니다. 쿠키 반죽에 필요한 계란이라던가 중탕에 필요한 물과 냄비라거나 쿠키 반죽을 구울 때 필요한 오븐같은 건 집에 있기 때문에 따로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그림 실력이나 인생의 경험같은 것은 슈퍼마켓에서 살 수 없었기에 못 사고 왔습니다. 실력이나 경험같은 것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닌, 여러번도전하며 얻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여러분께 현재 인생을 열심히 살아주셨으면 좋겠다는 희망의 메세지를 남기고 싶습니다.
초콜릿으로 이미지를 만들기 전에는 틀을 먼저 잡아줘야 합니다. 초콜릿을 올려서 형상화하는 것은 주로 기름종이에 하기 때문에 기름종이에 그림을 덧그려줍니다. 기억하셔야 할 점이 있다면 부트럼고 매끄러운 쪽은 초콜릿이 닿는 쪽, 비교적 거친 면은 펜이 닿는 쪽입니다. 둘 다 같은 면에 닿아버리면 모양도 좌우 반전이 되어버릴 뿐더러 심한 경우 펜 인크가 초콜릿에 섞여 들어가 기분이 상당히 불쾌해지고, 거친 면에 초콜릿이 닿으면 나중에 초콜릿을 떼어낼 때 종이와 초콜릿이 섞일 수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참고한 동영상입니다. 해당 동영상에서는 초콜릿 펜을 데워 그림을 그리지만, 호주에는 저런 건 없으니 저는 색소 섞은 초콜릿과 이쑤시개에 의지하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림을 그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하나 싶었지만서도 걱정은 뒤로하고 무작정 시작해봤습니다. 인생은 어려우면 골차아파도 쉬우면 재미없으니 어느 정도의 도전 정신은 재미있는 삶을 위해 요구되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구입했던 화이트 초콜릿을 녹여줍니다. 초콜릿 중탕은 끓는 물 담긴 냄비 위에 초콜릿이 담긴 냄비를 담아 녹이는 개나 소...는 할 일이 없지만서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작업입니다. 너는 할 수 있다! You can do it!
이번 작업은 방식도 방식이고 실력도 실력인 만큼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그만큼 초콜릿 중탕도 여러번 다시 해줘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용하지 않은 화이트 초콜릿이야 색 섞일 일도 없으니 굳으면 다시 녹여주면 된다지만 문제는 색소(아이싱)를 섞은 초콜릿인데요, 이 경우는 초콜릿을 다시 녹이기 힘들기 때문에 초콜릿이 식어 굳는 시간을 늦춰주는 꼼수를 써야 합니다.
알루미늄 쟁반을 2개 준비하고 하나에 끓는 물을 담고, 다른 하나를 그 위에 올려 초콜릿에 색상을 넣거나 색을 혼합하는 등 팔레트의 용도로 사용하면 됩니다. 이 방식의 중점은 물이 식으면 물을 다시 뜨거운 물로 갈아주는 것에 있습니다. 물이 차가워지면 초콜릿도 차가워지기 때문에 그림 그리랴 온도 신경쓰랴 긴장을 안 할 틈이 없어집니다. 왜 팔레트로 슈퍼에서 흔히 파는 일회용 알루미늄 쟁반을 사용했냐 물어보신다면 알루미늄같은 금속은 열 전도율이 높으며 두께도 얇아 물의 온도가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거의 안 걸리기 때문이라고 대답해드리고 싶습니다. 물을 담는 용기도 알루미늄 쟁반이였던 이유는... 플라스틱을 쓰면 환경호르몬이 나오고 집에 있는 다른 금속쟁반을 쓰려고 했더니 높이가 낮아 물을 담고 옮기면 넘쳐서 발에 화상을 입을 거 같아서 그랬다고 변명하겠습니다(...).
화이트 초콜릿에 색소를 적당량 섞어가며 이쑤시개를 이용해 초콜릿을 올바른 위치에 놓아줍니다. 기름종이에 그렸던 그림을 잘 봐가며 원본 그림에 있던 색상을 재현하며 모양을 잘 잡아줘야 합니다. 이거 하다보면 되게 피곤해지면서 배고파지는데, 저는 이거 만들면서 라면이 되게 먹고 싶었습니다. 대파도 썰어넣고 스팸도 잘라넣고 계란도 하나 까서 넣고... 전에는 조류독감 문제로 계란 값이 확 올라서 라면에 계란 넣어먹기 죄책감 들던 때도 있었죠. 지금은 돈 걱정 없이 계란을 살 수 있어 다행입니다.
초콜릿으로 색칠놀이를 하다보면 '유치원생도 아닌 내가 왜 색칠공부나 하고 있는건가' 싶기도 하고 '이 일이 이 노력을 부을만한 가치가 있나' 싶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예쁘게 나올 결과물을 상상하면 모든 노력에는 보상이 따르겠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배도 고팠으니 초콜릿 드로잉을 빨리 끝내고 쿠키를 빨리 구운 뒤 결합해서 빨리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제가 초콜릿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색칠공부가 끝났다면 냉동실로 직행합니다. 초콜릿 밑에는 무조건 평평한걸 깔아주셔야 하는데, 안 그러면 표면이 울퉁불퉁해져 모양이 이상하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는 냉동실에 공간이 없어 저 안에 들어갈 만한 적합한 물건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넣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후 버터와 흑설탕을 가지고 크림법으로 쿠키 반죽을 만들었는데, 과정을 깜빡하고 안 찍었습니다. 쿠키 반죽 만드는 법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많이 나오니까 제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쿠키 반죽을 숙성시키고 난 뒤에는 쿠키 반죽을 펴고 초콜릿 크기보다 조금 더 크게 자른 뒤 오븐에 넣어 구워줍니다. 쿠키 반죽을 얼마나 오랫동안 넣어야 하는지 모르시겠다면, 그냥 잘 구워진 쿠키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2분 정도 더 기다렸다 꺼내주면 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뭐야 그게!!!
쿠키가 다 구워졌다면 초콜릿 색칠공부를 하고 남은 화이트 초콜릿을 발라주고 나서 차갑게 잘 얼은 초콜릿 색칠공부 예제를 위에 올려 마무리를 지으면 됩니다.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니 쿠키를 먹을 생각에 신이 났습니다. 얼려둔 초콜릿을 확인하러 냉장고에서 꺼내고 종이를 분리해보는데...
...
아니에요. 아닐 겁니다. 아니여야 해요.
분명 제가 그린 건 하츠네 미쿠였을텐데 왜 괴물이 저를 마중나와있는 것인가요?
...뭐, 이젠 어찌 되든 좋습니다.
빨리 끝내고 먹어치우고 싶네요.
완성된 쿠키들의 모습입니다.
완성도를 보면 눈물이 제 눈앞을 가릴 정도로 이게 헛수고였나 싶은 정도입니다. 저의 잃어버린 하루는 어디서 메꿔야 하는 것일까요.
완성품들을 보고 자괴감이 들어서 사진 찍어서 카카오스토리에 올려봤습니다... 지인분들 중 어느 좀비 바이러스로 유명한 우산제약 주식회사를 좋아하시는 조리사자격증 소유하신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비전문가가 이 정도 한거면 되게 잘한거다' 라며 저를 위로해주더군요. 꽤 위안이 되었습니다.
접시에 담아보니 비교적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는군요. 쿠키가 모양이 이상하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쿠키고 맛만 있으면 됐지.
맛은 그냥 평범한 쿠키 맛이였습니다.
특별한 걸 넣지 않았으니 특별한 맛이 날 이유도 없겠죠.
음식갤에 올랄까하다가 제대로 ㅇ된 음식이라고 하기도 뭐해서 없만갤에 올려봅니다. 뭐... 어쨌든 이런 쿠키는 전에는 없었으니 없는 걸 만들었다고 해도 되겠죠?
앞으로 저의 이런 쿠키는 전무후무할 예정입니다.
아두이노로 뭐 하나 만드는 것보다 힘들어서 다시는 안해야지 싶습니다.
다음에는 제대로 된 걸 만들어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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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에 작은 짤주머니 팔던데 다음엔 이쑤시개말고 그걸로 도전해 보세요 예전에 본 영상들에선 짤주머니로 윤곽선을 다 그려놓고 그게 굳으면 안에 색을 채워넣던데 그렇게 하시면 분명히 완성도 높은 쿠키가 완성되었을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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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에 작은 짤주머니 팔던데 다음엔 이쑤시개말고 그걸로 도전해 보세요 예전에 본 영상들에선 짤주머니로 윤곽선을 다 그려놓고 그게 굳으면 안에 색을 채워넣던데 그렇게 하시면 분명히 완성도 높은 쿠키가 완성되었을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