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ing with Dinosaurs, 국내명칭 공룡대탐험
어릴 적 시간만 나면 위 비디오 테이프를 넣고 감상했던 그 추억의 다큐멘터리, 공룡대탐험. 무려 24년이나 된 고전 고생물 다큐멘터리 이지만 저 뿐만 아니라 전세계 고생물 덕후들에게도 사랑받아온 작품으로 애니매트로닉스와 CG를 적절히 섞어 그 당시 구현할 수 있었던 최고의 기술력을 총동원한 걸작 중의 걸작입니다. 그래서 그런가 제작비도 많이 들어가 기네스북에 '분당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TV 다큐멘터리' 부문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다음해인 2000년에 에미상 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공룡대탐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뽑으라 하면 저는 두말없이 잔인한 바다(Cruel sea) 에피소드에 나왔던 윗 장면을 고릅니다.
쥐라기의 가장 무서운 포식자가 사실 공룡(유스트렙스폰딜루스, 잡혀가는 쪽)이 아니라 해양파충류(리오플레우로돈, 물고가는 쪽)였다는 반전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이 장면을 말도 제대로 못하던 어린 시절에 보았는데도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습니다.
덕분에 리오플레우로돈은 저의 최애 해양파충류가 되었습니다.
윗 장면은 워낙 유명해서 이후 대중 매체에서 오마주한 장면이 종종 등장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쥬라기 월드 1편에서 모사사우루스가 인도미누스 렉스를 습격해 물로 끌고 들어가는 장면이 대표 예시입니다. 요즘 어린이들도 저게 인상깊었는지 원조격 리오플레우로돈 보다는 모사사우루스를 더 잘 알고 있더군요.
성인이 되고 화석에 관심이 생긴지 얼마 안됐을 때도 리오플레우로돈의 화석을 얻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했습니다. 리오플레우로돈에 대한 여러 자료 조사를 마치고 매물이 있는지 국내를 비롯한 해외로도 수소문 해보았지만 번번히 거절당하거나 무시당했습니다. "너무 희귀해서 매물 자체가 없다시피 하고 나올지도 미지수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정말로 인터넷에 올라온 매물 자체가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없었고, 유명 경매회사에서도 별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좌절속에서 리오플레우로돈은 꿈의 화석으로 남게 되는가 싶었지만...
지인 분께서 “유럽 미네랄쇼에 참여하는데 거기서 어쩌면 구할 수도 있다.” 는 답장을 하셨고 구하게 된다면 연락을 준다고 하셨습니다.
내심 기대가 됐지만 그래도 에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며칠 후 사진을 전달받은 저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비록 가격이 어마어마 했지만 저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구매했습니다.
그렇게 받아본 화석의 실물을 공개합니다.
종 : 리오플레우로돈 (Liopleurodon ferox)
시기 : 중생대 쥐라기 중기 (기원전 약 1억 6600만년)
산지 : 프랑스 노르망디
리오플레우로돈은 중생대 쥐라기 칼로비움절~킴머리지절까지 유럽 해안에 서식했던 플리오사우루스과(Pliosauridae)에 속하는 육식성 해양파충류입니다.
이빨 기저부(단면)의 모습입니다. 산지에서 나온 모암이 붙어있는데 적토색과 회색이 뒤섞인 모습니다.
이빨 크기는 직선으로 쟀을 때 8.5cm 됩니다. 이 정도면 꽤 큰 편이고 자세한 내용은 후술하겠습니다.
리오플레우로돈은 한 때 잘못된 사실이 알려진 고생물이었습니다. 바로 공룡대탐험에서 소개했던 크기 때문인데, 해당 매체에서는 리오플레우로돈을 몸길이 25m에 몸무게만 150톤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괴수로 소개했습니다.
이 수치는 화석 일부만 보고 판단한 심히 과장된 수치로, 이 여파로 한동안 국내를 비롯한 해외 고생물 서적에서도 공룡대탐험에서 소개된 체급이 정설인 것 마냥 퍼져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오해한 화석 일부도 나중에는 리오플레우로돈이 아닌 걸로 판명되었습니다.
현재는 재추정이 이루어져 체급 추정치가 몸길이 6.6m, 몸무게 3.3톤 정도로 결론이 난 상황입니다. 옛날에 비해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큰 동물입니다.
리오플레우로돈은 배 젓는 노처럼 생긴 강인한 네 개의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플리오사우루스과에 속하는 녀석들의 공통점입니다.
리오플레우로돈의 지느러미를 복원해 연구한 결과, 추진력 면에서는 그다지 호율적이지 않았지만 가속력을 제공해 주어 매복해 사냥하는 포식자들에게 큰 이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리오플레우로돈은 주로 매복해 사냥하는 방법을 사용했을 겁니다.
의외로 공룡대탐험에서도 이러한 고증을 살려 어룡을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뒷 장면이 잘리긴 했지만 저 어룡은 오프탈모사우루스 라고 하는 녀석인데, 새끼를 낳던 도중 리오플레우로돈의 습격을 받고 몸이 두동강 나 죽습니다...
또한 특정 냄새의 근원을 확인하기 위해 콧구멍으로 물을 스캔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리오플레우로돈이 그만큼 후각이 발달했다는 의미로, 당당히 최상위 포식자에 군림할 수 있었을 겁니다.
리오플레우로돈을 비롯한 플리오사우루스과의 또다른 특징은 치관에 줄줄이 나있는 요철(주름)구조입니다. 요철 구조는 악어나 공룡(특히 스피노사우루스과)에게도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자세히 설명하기는 애매하지만 악어나 공룡 보다는 요철 구조가 좀 더 두드러진다고 해야 할까요?
또한 요철 구조의 패턴이나 선명도도 플리오사우루스과 종마다 제각각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리오플레우로돈의 화석은 매우 희귀합니다.
그나마 화석이 좀 발견되었다는 유럽 현지에서도 엄청난 희소성 때문에 소장가들이 일생에 한번 만져 볼까말까 할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귀한 녀석인지 짐작이 가실겁니다.
비단 리오플레우로돈 뿐만 아니라 플리오사우루스과 화석들은 발견 사례가 드물고 대체로 플리오사우루스과 화석들 보존률이 그닥 좋은 편은 아닙니다. 턱뼈 일부만 나와도 학자들 사이에서 괜찮게 잘 나왔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
골격 뿐만 아니라 이빨도 상황은 별반 다를게 없어서 보통 작은 것들이나 박살난 것들이 주로 발견되는데, 그 작은 것들도 꽤나 고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 희소성 때문인지 리오플레우로돈의 진품 화석을 소장, 전시 하고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고, 제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몇몇 표본들이 소실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습니다.
영국, 프랑스 등 일부 박물관에서 표본들을 소장, 전시 중이고 우리나라 박물관에는 리오플레우로돈 진품 화석이 아직 없는 걸로 압니다.
아마 평생 갖고 갈 화석일 겁니다.
+ 그리고 여기에다 유튜브 링크 올려도 되려나 모르겠는데, 문제되면 수정해서 지우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fossilguy/videos
제 유튜브 채널입니다. 화석과 고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업로드 하고 있습니다. 한번씩 놀러와주시고 궁금한거 있으시면 자유롭게 댓글 달아주세요!
현생을 살고 있는지라 영상을 주기적으로 올리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올려보려 노력중입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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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히히 똥싸는 사이사이에 이런 글이 올라오는 게 루리웹이지 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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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대단하십니다 저도 공룡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우리가 흔히 볼수있는 티라노 사우르스 화석에 비해서 저 녀셕들은 아주 희귀한 녀석들이기 때문에 구하는것도 하늘에 별따는것보다 어렵다고 들었고 가격도 거의 어마어마할텐데 대단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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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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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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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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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히히 똥싸는 사이사이에 이런 글이 올라오는 게 루리웹이지 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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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 23.09.25 23: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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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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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 23.09.25 23: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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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콰몰리! | 23.10.13 11: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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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대단하십니다 저도 공룡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우리가 흔히 볼수있는 티라노 사우르스 화석에 비해서 저 녀셕들은 아주 희귀한 녀석들이기 때문에 구하는것도 하늘에 별따는것보다 어렵다고 들었고 가격도 거의 어마어마할텐데 대단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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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희소성이 어마어마합니다. 희소성만 친다면 티라노사우루스보다 훨씬 높습니다. 다만 리오플레우로돈은 공룡이 아닌 '해양파충류'에 속하는 생물입니다. | 23.09.26 00: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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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 23.09.26 08: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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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정말 값진 보물입니다 | 23.09.26 08: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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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 23.10.12 18: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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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세 정도 생각하시면 될거 같습니다. 만약 10cm가 넘었다면 그 이상도 무리가 없죠... | 23.10.12 18: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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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찰흙으로 공룡 만들어서 가지고 놀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 23.10.12 18: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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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기쁜 나머지 손톱 정리를 깜빡했군요. 손톱 깎은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담엔 깔끔히 정리하고 찍겠습니다 | 23.10.12 18: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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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이 개발된다면 큰 돈 주더라도 중생대 쪽은 꼭 가보고 싶네요... 선사시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죠. | 23.10.12 18:09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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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뤠레로
엄청 귀하죠! | 23.10.12 18: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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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엔 공룡 화석도 소개해보겠습니다 ㅎㅎ | 23.10.12 18: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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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점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연히 실존했었던 해양파충류 입니다! | 23.10.12 18: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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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곳도 있고 제각각입니다. 해당 화석은 현직 프랑스 학자분께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 23.10.12 18: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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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 아니고 해양파충류 입니다. 중고차 시세 생각하시면 됩니다. | 23.10.12 19: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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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도 조심히 살펴보고 완충재 깔아놓은 케이스에 소중히 보관해놓았습니다. 워낙 귀한 녀석이라... | 23.10.12 23: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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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장면 기억납니다. 서핑하던 사람들 습격하는 장면 나왔었죠. | 23.10.13 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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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 23.10.13 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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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 23.10.12 23: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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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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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이런 상상 재밌네요 ㅋㅋ 과학자들 연구에 의하면 2억 5천만년 후에는 대륙이동으로 인해 초대륙이 생기고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들이 살지 못하는 환경이 될거라 하더군요! 물론 너무 까마득한 미래의 일이라 그때는 어떤 환경이 펼쳐질지는 짐작도 되질 않네요. | 23.10.12 23: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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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진 않지만 중생대는 기후가 온난했던 시절이라 식물들도 그만큼 생식과 성장이 빨랐다고 들은거 같습니다. 당시에도 초식공룡들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나름의 진화를 했다고는 하는데, 초식공룡들도 덩달아 위장을 발달시켜서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 23.10.13 12: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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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진화(적응) 이란 끝이 없구나 하는 걸 그 시절의 흔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작. 특수 진화한 개체들도 흔적을 못남기고 먹히기를 반복하면서 피지컬(...이걸 식물 기준으로 피지컬이라 봐야할지...;) 이 높은 식물들 위주로 살아남은 느낌이죠; 아니면 더욱 더 특화형 진화(식충식물이라던가) 를 선택한 타입이 살아남은 느낌입니다. | 23.10.14 03: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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