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9월
집 앞 골목에서 만난 한 아기고양이
길냥이를 공원 비둘기 정도로 생각할때라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는데
며칠째 어미 형제도 없이 혼자 있는 것이 삐쩍마른걸 보니 그 모습이 가여워 처음으로 고양이에게 먹을걸 던져주었습니다.
한참을 경계하다가 너무 배가 고팠던지 멀찌기서 거리를 두며 허겁지겁 먹는 모습
그렇게 퇴근 후 하루 이틀 주던 게 매일 챙겨주게 되고
냥알못이었던 때라 한동안은 키우는 강아지 습식사료를 줬었는데
고양이는 타우린을 공급받지 못하면 눈이 차츰 나빠져 실명하게 된다는 걸 알게되고 부랴부랴 고양이 사료를 주문해서 먹였네요
이렇게 시간이 한달 두달 지나니 이 아이는 차츰 나란 인간을 어미묘라고 생각하게 된건지
집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어디서 귀신같이 알고 튀어나와 스토커마냥 쫄래쫄래 주위를 멤돌게 되었고
나중에는 편의점에까지 따라와 밖에서 기다렸다가 같이 집에 돌아가는 지경에 이릅니다.
겨울이 다가오고
어린 고양이에게 다가올 매서운 한파가 걱정되어
결국 저녁만큼은 얼어죽지 말고 우리집에서 따뜻하게 자고 가라고 집에 들이기 시작.
늦은 밤에는 집에서 재우고
아침에 대소변 마렵다고 내보내달라고 울면 내보내고 밖에서 놀다가 늦은 밤 다시 문 열라 문 앞에서 냥냥거리고
다소 이상한 동거형태로 겨울을 잘 이겨내 주었습니다.
씻기는 건 엄두를 못내어 신발장 한 구석에 따뜻하게 공간을 만들어 주었는데
가끔은 사람 이불이 좋은지 귀퉁이에 올라오려하고... 마음이 약해 그래 청소한번 더 하면 되지하고 봐줬네요
애가 이불에 오줌을 싸고 점프하는 바람에 생전 처음으로 자다가 얼굴에 오줌벼락이란걸 맞아보기도 하고.
앵간하면 고양이 모래화장실을 두었을텐데...
고양이 알레르기, 심한 알레르기 비염이 있었기에 애 용품 들이다가 정말 정들어서
키워버릴 것만 같아서 일정 선을 그어두었습니다.
다른 동네로 이사 갈 준비를 하면서 이 고양이를 어떻게 하나 고민이 참 많았는데
나만 어미처럼 따르는 아이를 차마 두고 갈 수가 없어서.
이사가고 아무도 없는 텅빈 집 앞에서 문 열어 달라고 울 모습을 떠올리니 그것이 너무 가슴아파
이사가기 며칠전 가족으로 맞아주자 가족들과 이야기했고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때 일이 터져 애가 이틀간 보이지 않다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심하게 부상당한 상태로 지하실에서 발견됐습니다.
더 빨리 거두어줄걸 후회하며 숨어있는 애를 구조해 입원시켰고
입원 10일만에 이사한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어요
다행히도 부러진 뼈는 잘 붙었고, 앓던 허피스도 낫고 마취 하는 김에 목욕, 중성화까지 마쳤네요
오고나서 한동안은 정말 엄청나게 자더군요.
이제 더이상 길에 살면서 숨어다니지 않아도 되고
사람이 던지는 것들에 놀라거나 다른 고양이들한테 괴롭힘 당할 일도 없으니
그래서 긴장이 다 풀렸구나,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얼마뒤 한살이 된 모습
'토미'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강아지와도 사이좋게...는 아니지만 터치없이 싸우지 않고, 서로 없는 애 취급하며 하우스 메이트로 잘 지내주고 있습니다
...쓴 웃음
저를 늘 자기 시선 안에 두려고 합니다.
지 어디 갈때도 꼭 저를 데리고 가려함... 하도 울며 나오라고 해서 왜 그래 하고 따라 나가면 늘 별일 아님..;;
그냥 내 옆에 있어 이런 뜻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2살이 되고
3살 청년묘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저를 어미묘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자다 깨면 새벽에 부스스한 눈으로 와서 품에 누워 절 꼭 껴안고 잡니다.
물론 제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냥 편한 죽부인 집사라 생각할 수도
토미 만나게 된 지 오늘이 3주년이라
조금 센치해져서 만남을 정리해보자 써봤는데
급 피로가 몰려와서... 2~3년은 뭉뚱그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다로 정리했습니다.
토미 자는 모습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길에서 살면서 이런저런 위기도 많았었는데 결국 가족이 되어주었구나
뭉클하고 애틋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히 오래오래 자라주어 글쓰기 귀찮아하는 나로 하여금 10년 15주년 글도 자랑삼아 쓰게 해주었음 좋겠어요.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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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끝까지 읽는데 참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이것이 인연이라는 것 같습니다 ^^ 토미! 오래오래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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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6년전에 차 아래에서 삐쩍 말라서 힘없이 울고 있는거 데려다가 모시고 있는 집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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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라고 응원해주셔서, 힘이 되는 말씀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분 한분 답글 달지 못하여 죄송하네요 제가 도리어 가슴 따뜻해지고 갑니다. 알레르기를 여쭤보셨는데 그간 제게 도움이 됐던것들 나열해보자면 공기청정기 설치와 청소 아침 저녁 2번, 코로 숨쉬기, 운동 및 산책, 관련건강식품 등등 정도인 것 같습니다. 저렇게 몇달 살다보니 차츰 면역력이 생겼는지 다행히 아이들이기 전보다 더 건강해지고 활력도 생겼네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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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에도 이 갤에서 잘 지내고 계신다는 글을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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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글이네요..글쓴분 마음씨에 감탄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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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했습니다 | 16.09.24 23: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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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끝까지 읽는데 참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이것이 인연이라는 것 같습니다 ^^ 토미! 오래오래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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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일이 엔딩 멘트인줄 ㅋㅋㅋㅋㅋ | 16.09.26 01: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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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비추를..ㅠㅠ ㅈㅅ합니다. 추천/비추 취소좀됐으면 좋겠네요 | 16.09.26 11: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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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일이 나래이션 빙의 ㄷㄷ | 16.09.26 11: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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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에도 이 갤에서 잘 지내고 계신다는 글을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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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6년전에 차 아래에서 삐쩍 말라서 힘없이 울고 있는거 데려다가 모시고 있는 집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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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차 집사가 웃음을 주신 선배님께 인사 드립니다. | 16.09.25 23: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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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글이네요..글쓴분 마음씨에 감탄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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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키우지 마세요 ^^ | 16.09.25 18: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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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님 말씀이 맞습니다. ㅠㅠ 안키우는게 좋습니다. 증세가 그 정도로 심하다면 입양보다는 그냥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예뻐하시는게 더 좋을듯합니다. | 16.09.26 10: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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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고영이 얼굴에 뭐가 묻던 님 얼굴보단 많이 이쁠겁니다. 괜한 걱정 말길 | 16.09.26 13: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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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길고양이가 무슨 산에서 새잡아먹고 사는 애들이 아니니까요. 좋든 싫든 사람에 익숙한 녀석들이라서 길고양이래도 개체마다 사람에게 다가서는 수준이 달라요. | 16.09.26 00: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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