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3일 전,
연휴를 특별하게 보내야겠다는 큰 계획은 없었지만 문득 일본 여행이 떠올랐고
그리하여 충동적이고 갑작스럽게 추석 연휴에 일본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일본에 다녀오기로 했지만
항공권을 알아보니 도쿄나 오사카, 후쿠오카 등 대부분의 항공편들은 이미 좌석이 없었습니다
연휴에 맞춰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일본에 가볼까' 하는 즉흥적인 마음으로 출발을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여행 출발까지 3일을 앞둔 시점에서 남은 선택지는
바로 배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부산에서 오사카까지 약 19시간,
비행기를 타면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지만
느린 이동 과정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배편은 좌석이 남아있었고
부산 - 오사카 왕복 가격도 약 16만원 정도로
추석 연휴라고해서 많이 비싸지는 않았습니다
옛날에 부산에서 배타고 후쿠오카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 중앙역 근처에 있는 오래된 시골의 시외버스 터미널 같은 느낌의 건물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부산역 근처로 이전해서 거의 공항급으로 크고 깔끔한 건물로 바뀌었네요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지만 부산역이나 부산항여객터미널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명절 느낌보다는 그냥 어느 일요일 오후의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가장 저렴한 4인실 승선권을 구매했는데
비행기와 달리 배편은 좌석에 여유가 많았던 것인지
사람이 많이 없어서 일본 갈때나 올때 모두 혼자서 방을 사용해서 편하고 좋았습니다
2020년, 코로나 유행 직전에 일본을 다녀온 이후
4년 만에 다시 방문하는 일본이라 낯설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추석 연휴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일본 여행이 떠올랐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유행 전에는 매년 한 번 정도로 짧게 일본을 다녀오곤 했지만
그 이후로는 일본 여행을 잊고 지내다가 오랜만에 당시의 여행 기억이 자연스레 떠올랐던 것일까요
출항하는 배 위에서 바라본 부산항 부두의 모습
그리고 북항 재개발 지역
대체로 구름 많은 흐린 날씨였지만
비가 오는 것 보다는 좋았습니다
부산 영도
부산항 대교
멀어지는 부산항의 모습
오륙도
그리고 멀리 보이는 광안리와 해운대
이 풍경 너머로는 대한해협의 넓은 바다가 펼쳐집니다
먼 바다로 나아갈수록 바닷바람은 한층 더 거세지고
짙은 바다 냄새가 코끝을 스칩니다
갑판에 서서 시퍼런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조금은 아찔하고 무섭다는 느낌마저 들기도 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다가
배 안으로 들어가 목욕탕에서 씻고 탕 속에 몸을 담그면
비행기로 이동하는 여행과는 다른
배로 이동하는 여행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다시 탕에 앉아 창밖으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머릿속이 비워지듯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목욕탕에서 나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다보면
배 안 방송에서 키타큐슈와 시모노세키 사이의 칸몬해협을 지나고 있다는 안내가 들려옵니다
갑판에 나가보니 모지항과 칸몬교의 야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강한 바닷바람과 흔들리는 배,
그리고 보급형 갤럭시 A15의 카메라 성능이 합쳐져
결국 사진은 한 장도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그저 눈으로만 풍경을 실컷 담습니다
개통할 때 차비받는 공짜폰의 한계를 실감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다음 날 새벽 다섯 시,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방을 나와 갑판에 서니
배는 어느새 잔잔한 세토 내해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일부러 일찍 일어났습니다
아직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 멀리 세토 대교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번 여행은 출발 불과 3일 전에 결정한 탓에 준비가 부족했는데
카메라는 챙겨왔지만 배터리 충전을 깜빡해
부산에서 출발할 때부터 카메라를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배 안에서 자는 동안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었고
이제서야 비로소 카메라로 풍경을 담기 시작합니다
잔잔한 세토 내해 위로 길게 뻗은 세토 대교의 모습
세토 대교는 일본의 혼슈와 시코쿠를 연결하는 거대한 교량으로
윗 부분은 차량이, 아랫 부분은 기차가 오가는 구조입니다
세토 대교를 뒤로한 배는 오사카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이제 곧 일출 시간이 다가옵니다
해가 떠오르자 하늘과 바다는 서서히 색을 바꾸며
아침 햇살에 물들기 시작합니다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기 시작하는 세토 대교
그리고 드디어 맞이한 세토 내해의 일출
바다에서 바라보는 해돋이의 모습도 멋집니다
이런 순간도 배로 여행하는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해돋이 풍경을 담고 있는 모습
아침 햇살 속에 저 멀리 시코쿠의 타카마츠도 보였습니다
일출을 보고 나서는 방으로 돌아가 좀 더 눈을 붙이고
목욕탕에도 들르고 아침 식사까지 마치다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 있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효고현의 아카시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고베, 고베에서 조금만 더 가면 오사카에 도착합니다
거대한 아카시 해협 대교
고베와 아와지를 연결하는 다리인데
새벽에 보았던 세토 대교처럼 혼슈에서 시코쿠까지 이어줍니다
다만 자동차 전용이라 기차는 못 다닙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현수교이기도 한 아카시 해협 대교
저기 주탑 꼭대기에 올라가는 투어도 있다고 하는데
거기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아주 멋지다고 하네요
아카시를 지나 배는 점점 오사카에 가까워지고
짐을 챙기며 내릴 준비를 합니다
배에서 내린 뒤에는 오사카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시골 사람이라 이런 시내에 나오는 게 오랜만이네요
페리 터미널이 간사이 공항보다 도심과 더 가깝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어서 편리했습니다
독특한 구조의 우메다 스카이 빌딩
우메다 온김에 한 번 바로 앞에 와봤는데
일몰 시간 쯤에 올라가서 야경도 보고 싶네요
그런데 저는 분명 추석 연휴에 오사카에 왔는데
기온이 35도에 이르는 한여름과 다름 없는 불볕더위였습니다
이제 일본은 9월에도 올게 못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올해는 추석이 10월이라 연휴에 가시는 분들 덥지는 않을 것 같네요
오랜만에 오사카에 오니까 우메다 지역의 모습도 많이 바뀐듯 했습니다
옛날에 기찻길이 있었는데 없어지고
새로운 빌딩들이 많이 생기고 큰 공원도 생겼네요
오사카에 왔으니 오사카성은 한 번 봐야할 것 같아서 찾아가봅니다
공원이 정말 넓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네요
날씨가 흐려져서 아쉽지만 그래도 천수각은 멋있는 것 같습니다
오래전에 입장료 내고 안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무슨 엘리베이터도 있고 빌딩같은 느낌의 박물관이었지만
꼭대기에서 바라본 전망은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공원을 좀 더 돌아보고 싶었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그냥 접고 일단 숙소로 들어갑니다
35도의 오사카는 쉽지 않네요
숙소에 들어가서 씻고 잠시 쉬었다가
이번에는 카메라를 그냥 두고 나가기로 합니다
너무 더우니까 1.3kg에 달하는 카메라가 그냥 짐이네요
카메라 팔고 차라리 갤럭시 울트라나 아이폰 프로 맥스 사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저녁에는 난바에 가서 그냥 눈에 띄는 길을 걷다가
라멘도 먹고 타코야키도 먹고 하면서 구경 좀 하고
숙소로 다시 돌아와서 다음날 일정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특별한 계획이 없는 즉흥 여행이었기에
대게 전날 밤에 스케줄을 고민하고 움직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한국은 추석인데 일본은 평일입니다
오늘은 오사카 시내를 벗어나 시골의 온천 마을을 목적지로 정하고
기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스크롤 압박이 너무 심할 것 같아서
여기까지 부산에서 배 타고 일본 오사카 가기 라는 제목으로 마무리하고 다음에 새로운 글로 사진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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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타볼만하더군요 항로는 이렇게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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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타볼만하더군요 항로는 이렇게 다닙니다 | 25.09.21 21: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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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저 사이로 저렇게 가는군요 저는 규슈아래쪽까지 가서 돌아가나 싶었습니다 ㅎㅎ | 25.09.21 21:5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