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쭈욱 적어 나갈려고 했는데 읽은지 오래된 책이다 보니 기억부터가 희미한 부분이 많아서 감상이
재독을 겸하게 되버렸네요. 뭐 꽤 재밌는 책이고 저도 구해놓고 심심하면 읽어 볼 정도니 불만은 없습니다.
이 소설은 최근 국내 출간된 "루시퍼의 해머" 라는소설의 공저자로 꽤 특이한 약력의 소유자입니다.
책소개 부분에 저자 제리퍼넬의 약력을 써놨는데 1933년생으로 워싱턴 공대 졸업, 통계학과 시스템 공학으로
석사 학위 , 심리학과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땄습니다. 그후 워싱턴의대 연구원, 에어로 스페이스사와 아메리칸
록웰의 연구원, 보잉에서는 항공심리학자 겸 우주프로그램 담당 , 정치학교수 등을 두루거쳤더군요. 정체가 뭐야 이아저씨?
1971년에 sf 작가로 데뷔 , 그후 우리나라에도 출간된 "루시퍼의 해머" 등을 공저했고 , 지금 감상글을 작성하는 책은
재니서리즈 사가 의 제1권으로 국내에 "용병" 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습니다. 근데 웃기는 건 작가의 또다른 책중에
머시너리즈 라고 번역하면 용병이란 제목의 소설이 따로 있다는 거.....
1993년은 본작이 국내 출간된 시기이고 실제 쓰여진 시점은 80년대 초반으로 보입니다.
간단히 기본설정을 이야기 하자면 , 이계침공물 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이계로 가기까지가
좀 복잡하고 자연스럽게 설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라면 무슨 차사고로 죽었다가
깨어보니 중세풍 판타지 세계더라... 라는게 일반적이지만.
여기 주인공 릭은 미군- 정확히는 대학 졸업후 임관한 ROTC로 군경험은 미미합니다. 사실상 첫출전인데...
이게 정상적인 파병이 아니라 CIA 가 제3국에 침투시키는 임무였다는 겁니다.
ROTC로 임관후 아직 진로가 정해지기전 자극적인 인생을 살고싶어한 동료가 외국에 비밀작전에 파병되는걸
지원하고 별생각없이 거기에 같이 지원해 버린게 화근이었죠. 릭은 대학에서 육상선수로 뛰었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라도 자기 한몸 정도야 어떻게든 내뺄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자신감도 한몫했던거 같구요.
. 물론 그런 초짜에게 모든 일을 맡길수 없으니 실제론
앙드레 파슨즈와 엘리엇 등 나름대로 이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병사들을 함께 배치합니다. 실제 대부분의
병사는 미군 출신이었고 형식적으로는 의용병 형태로 투입되었습니다.
어째 시작부터 불안했던 군사작전은 결국 파토가나고 , 아군은 나름대로 잘싸웠지만 결국 이런 비정규작전이
대개 그렇듯 ... 차례로 쫒겨서 도망치다가 결국 포위당해
전멸하거나 투항해야 할 위기에 처합니다. 작전의 성격상 투항을 받아준다해도 절대 좋은꼴을 볼수는
없는 상태... 그런 상황에 ufo 가 갑자기 그들앞에 나타납니다.
실은 릭이 받은 마지막 공식명력은 후퇴를 위해 헬리콥터가 내릴수 있는 고지를 점령해서 아군과 교신.
부상자 부터 차례로 탈출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이게 정치가들의 압력으로 틀어지면서 아군측 - 사령부가
헬기를 보내줄수 없다. 그냥 항복해라! 라는 메시지를 끝으로 교신이 끊깁니다. 문제는 여지껏 꽤 잘싸운 탓도
있고 , 정식군작전이 아닌 상황에서 용병 내지 스파이로 총살당할 확률이 농후한 상태라 항복해도 살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결국 여기서 인생 종치나? 하는 마당에 갑자기 하늘에 미식축구공을 반으로 자른듯한 비행물체 - 비행접시라기엔
좀 이상한 놈이 날아와 내리고 정체를 알수 없는 목소리가 살고 싶다면 즉시 이 비행기에 타라! 라고 요구합니다.
릭으로선 - 그가 아니라 누구라도 - 이 상황에서 별수가 없었을 겁니다. 주변의 쿠바군은 계속 포위를 좁혀오고
있었고 , 이전 점호에선 겨우 50명 남짓 남아 있었는데 결국 비행기에 탑승한 인원은 34명 + 장교2 . 나머지는 도망치거나
전사한 거죠.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괴비행체에 탑승했으나 그때 부터 부하들이 들석거립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탄게 미국에서 보내준 구출용 비행기는 아닌거 같은데?
결국우왕 좌왕 하던 그들을 대표로 릭이 자신들을 구출한자와 상담을 통해 자신들의 현상황을 파악합니다.
당시의 상황을 작중 묘사한 부분을 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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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은 함정에 빠진 기분이었으나 , 의식적으로 침착하고 평온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 그것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미지수였지만 어쨌든 부하들에게는 지휘관이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믿게 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서른 여섯명의 무장병력이
몇 문인가의 중화기를 휴대한 채 , 정체불명의 에이리언이 조종하는 비행물체 안에 있는 것이다...... 에이리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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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 세계 , 특히 지구와의 교류를 관리하고 원주민들이 착취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최고위원회 같은 기관이 있소.
이 위원회가 당신네 행성과의 교역이나 접촉도 금지하고 있는 것이요. "
말하자면 일상에서 이계로 넘어가는 묘사랄까요? 물론 이계가 아니라 외게입니다만..... 결과적으론 큰차이가 없게됩니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여기 -지구권에서 떨어진 원시적 행성이 있고 그 행성의 봉건적 권력기구에 압력을 가해 자기네가
요구하는 농작물을 심고 수확해서 바치게 하는 군대가 필요하며 , 그 과정에서 그냥 내버려뒀으면 죽을게 뻔한 상황에 처한
릭과 동료들을 자발적으로 데려온 것입니다. 그들의 요구를 수락하면 현재 가진 무장으로 원주민 - 칼과 창 , 활로 무장한
기존 지배세력을 격파하고 그 행성의 실질적인 지배자가 되어 권력과 부를 독점하고 덤으로 외계인들이 사치와 안락을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불응할 경우 외계인과 지구인의 접촉금지 규정 , 지구인에게 외계인의 존재를 감추기 위한 규정상
자신들의 처지는 매우 불안하고 힘들게 될것이라는 강력한 암시를 더하구요.
더불어 행성중에 매우 작은 일부 부분만이 외계인 - 그들 스스로 살누크시 라고 칭하는 - 의 관심인 식물 재배가 가능하므로
실제 점령할 땅은 그리 넓지는 않으므로 현재의 인원과 무장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결국 릭과 부하들은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 일에 뛰어 들게 됩니다. 그런데 전모를 전해들은 부하들 사이에 소요가
발생하죠. 이것은 기존의 미합중국 정부와의 계약이 아닌 전혀 새로운 계약이고 , 정부와의 연줄로 지휘관 자리에 앉은 릭이
계속 지휘할수 없다는 겁니다. 전형적인 용병의 논리이지만 본래 릭이 대학을 갓 졸업한 rotc 출신 신참장교란 걸 생각하면
그리 틀리진 않은 이야기입니다. 결국 오랫동안 용병생활로 잔뼈가 굵은 앙드레 파슨즈가 리더가 되고 행성에 도착하자
릭은 무리에서 추방당합니다. 명령 체계를 일원화해서 권위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 라나요? 어찌보면 배신이지만
어른인 릭은 비교적 담담히 받아 들입니다.
그리고 홀로 소총과 약간의 음식만 받아 들고 낮선 행성을 떠돌기 시작하는데 곧 한명의 병사가 자신에게 합류합니다.
원래는 부대원중 약 1/3 가량이 릭을 따라가고 싶어했으나 생존을 위해서는 최대한 뭉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 파슨즈가
금지시켰고 , 눈치를 봐서 엘리엇 상사가 그나마 한명은 보내주기로 한거죠. 거기에 덤으로 그들외에 우주선 조종사 - 지구계
출신으로 자기와 눈이 맞은 지구여성을 데리고 있었는데 그녀가 그들과 합류합니다. 그래서 총3명이 한팀이 되죠.
그리고 그들이 출발한지 얼마 안되 드디어 현지인과의 만남이 시작됩니다.
이후는 일반적인 이계물과 비슷하게 전개 됩니다. 미녀 왕족인 현지인 - 공주는 아니고 미망인! 과 썸싱이 생기고 , 그녀를 통해
현지 부족에 받아 들여집니다. 문제는 이 드란토스 라는 토지 - 편의상 드란토스 대륙이라고 하겠습니다. 행성의 이름은 트란 이라 불리지만
별로 언급되지 않는 편이고 , 드란토스 이외의 영역은 2권부터나 어느정도 무대로 등장하니까요. 드란토스 지역은 전쟁으로 황폐화 된 상태고
틸라라 - 주인공과 접촉한 현지인왕족 여성은 전쟁통에 자기 영지(정확히는 남편땅) 를 빼앗기고 친정인 타마에르손에 돌아오는 길에
주인공과 마주치게 된거죠. 이 릭과 틸라라 , 주인공을 따라온 메이슨 상병, 틸라라를 수행하는 카라독 , 사제야눌프 등과 함께
고향으로 가서 거기서 부터 영지물을 본격시작하게 되죠. 그런데 시작부터 꽤 암울합니다. 틸라라의 일족이 다스리는 지역은
궁벽한 산골짜기에 가까운 마을로 인근에 위치한 로마제국(!)의 위협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일부 부족민들이 굶주림에 못견뎌
로마변경을 약탈한 적이 있으나 결국은 처절하게 격퇴되었고 , 지형에 의지해 산악 , 구릉지대를 간신히 지켜내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죠. 족장의 표현을 따르자면 "건드리지 않는게 제일 좋은 거인" 이며 평지에서 그들과 싸워본자가 누구인지 이제는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다라는 겁니다.
물론 릭에게는 부하들과 떨어져 나올때 파슨즈가 선심 쓰는셈 치고 넘겨준 라이플과 총탄이 수백발 정도 있습니다. 메이슨도
있구요.
그러나 그걸로 4천에 달하는 갑옷을 입은 기병을 상대할 수 있을지? 그것도 사실상 산적떼 수준이나 다름없는 틸라라 일족의
부대와 함께 로마군단을 격퇴할수 있을지? 이후의 전개가 1권의 클라이막스라고 할수 있죠. ^^;
이소설은 기본적으로 판타지가 아니라 SF 고 따라서 인간 이외의 지성종족이나 마법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들끼리의
전쟁 , 부족내의 정치싸움 , 필요한 기술을 하나씩 확보해 나가는 과정 등이 실감나게 그려져 나가죠. 솔직히 이작품 덕에
이계침공물 쪽에 흥미가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만..... 그후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계물이 쓰여졌음에도 "이고깽" 이라는
말처럼 영 신통치 않은 것들만 범람하다 수그러 들었죠. 솔직히 이계로 간 주인공과 그곳에서의 활약을 소재로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단 이책 정도는 읽어 보고 나서 이계물에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진작에 올리고 싶었는데 , 이래 저래 밀리다가 이제야 올렸네요. 쓰고나니 대단히 두서없는 엉성한 감상이 되버렸습니다.
사실 이딴 감상글 보는 거 보다 서울 시내 공공 도서관을 쭈욱 검색해서 이책을 찾아서 읽어 보시는 걸 권합니다. 저도
한권 소장중이지만 93년 작이다보니 현재는 구하기가 꽤 힘들어졌습니다. 제가 가진 것도 일부 페이지가 떨어져나간
파본이구요. 개인적으로 90년대에 이 용병을 읽고나서 주인공이 중세 판타지 스런 세계로 가서 주변을 평정하고
일종의 영지를 개척하는 류의 소설을 찾게 되었는데 그후 줄줄이 나온 국산 소설들이 영 기대에 못미쳤고 , 출판 시장도
불황에 시달리며 이책의 후속작도 나오지 못했죠. 그나마 저자 제리퍼넬의 책은 최근에 루시퍼의 해머 정도나 출간되었으니
앞으로 국내에 정식 소개될 날이 있을지 의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