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의 아이는 어떻게 ‘인싸애니’가 되었는가?(짧)
*본 글은 칼럼 형식이 아닌 짧은 분석입니다.
*저도 그냥 캐릭터 디자인이 겁나게 이뻐서 뜬 거 같습니다.
‘인싸애니’. 애니메이션을 평소에 안 보던 놈이 “나 요즘 애니 봐!”라고 할 때 튀어나오는 매우 대중적인 애니를 칭하는 말.
보통 이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작품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꺼내도 부끄럼 없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전해진다. 대표적으로 귀멸의 칼날, 하이큐 등이 있다.
사실 소위 ‘인싸애니’라고 불리는 애니메이션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소재나 설정의 난해함이 거의 없고, 이해하지 않아도 가볍게 보니 편하며, 캐릭터 디자인이 매력적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모인다고 인싸애니가 되는 건 아니지만 보통 이런 특징들이 받쳐주어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 수 있죠.
하지만 올해 상반기를 강타했던 최애의 아이는 캐릭터 디자인을 제외하면 해당사항 없어 보입니다. 이거 왜 뜬 걸까요?
그리고 진 주인공 아쿠아가 복수를 다짐하며 연예계에 뛰어들게 되죠. 전생이라던가 복수추리극 같은 건 오타쿠들에게 익숙한 설정이지만 미성년자 임신부터 이어지는 자극적인 설정 퍼레이드는 일반인들에게 큰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내용이라도 가볍게 보기 편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초반부 더블 주인공인 아쿠아와 루비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아쿠아는 중2병 거린 대사만 제외하면 사이다 전개라 보기 편하다 해도
루비 쪽은 숨만 쉬면 심각한 오타쿠 대사를 날리는 대다 아쿠아의 이야기와 온도 차가 커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죠.
캐릭터와 노래로 크게 떠서 그 부분만 소비될 줄 알았는데. 웬걸? 끝까지 보는 사람도 많더랍니다.
아이, 루비를 넘어 아카네가 어쩌고 카나짱이 저쩌구. 역시 미야가 진짜지 같은 소리를 들으니 이게 내가 살던 현실세계가 맞나싶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먼저 깔고 가자면 저는 최애의 아이를 특정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을까요?
첫 번째는 매력적인 캐릭터 빌딩입니다. 외형적인 면이야 이미 이 분야에서 정평이 난 멩고의 작품이니 그렇다 치고 이 문단에서 다룰 부분은 스토리 작가 아카아카의 캐릭터 빌딩에 대한 겁니다.
아쿠아가 전형적인 먼치킨 중2병 캐릭터이지만 극에서 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아쿠아와 엮기는 캐릭터들의 포지션에 답이 있습니다.
1기를 기준으로 엮기는 인물은 카나와 아카네로 초현실적인 설정의 복수귀 아쿠아와 달리 작품의 배경인 연예계에 있을 법한 캐릭터들입니다.
카나는 우리가 현실에도 있는 성장 단계에서 제동이 걸린 유명했던 아역. 아카네는 노력파 연예계 초보 + 연극단 출신의 천재 배우 라는 있을 법한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겪는 고난은 일본 연예계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을 바탕으로 하기에 도입부의 정신 나갈 것 같은 설정들과 반대로 시청자들이 더 가까운 이야기로 다가오게 되는 겁니다.
이런 현실에서 볼 법한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이 서로 엮이고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비현실적인 캐릭터인 아쿠아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잘 타며 해결하니 혼자 붕 뜨지 않고 초기 설정의 부담스러움을 상쇄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초중반부는 복수를 위해 연예계에 뛰어든 아쿠아가 사건을 해결하는 흔한 사이다 전개고 후반부는 아쿠아 파트에서 쌓아둔 캐릭터들을 활용해 루비에게 바톤을 넘겨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성장형 전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디테일한 설정들은 자칫 복잡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내용만 보면 (캐릭터가 고난을 겪음 -> 아쿠아가 분석 -> 아무튼 해결 -> 어멋 -> 너 내 동료가 되라)의 반복이죠. 루비 파트가 특별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초반부터 꾸준히 아이돌 떡밥을 뿌리다 오빠가 주워온 친구들과 데뷔한다는 심히 흔한 내용이라 분석이고 뭐고 없습니다. 물론 각 파트를 함께하는 아카네와 카나의 활약으로 이야기가 단조롭지 않게 해주지만 결국 그 쪽은 꾸며주는 영역이기에 그냥 편하게 캐릭터 이쁘네 하며 보기가 좋습니다.
일단 캐릭터 디자인들이 대단히 매력적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오프닝인 IDOL이 공전의 히트를 치며 최애의 아이는 어디서나 들어볼 법한 애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상 굳이 찾아보게 하는 건 또 다른 말이죠. 여기서 자극적인 도입부가 역할을 합니다.
바로 아이가 칼을 맞는 장면이 밈화가 된 거죠, 원작에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뒤통수를 맞는 장면이라 잔상이 오래 남습니다만.
숏폼으로 이미 아이의 죽음을 알고 들어온 시청자들에게는 예견된 사건이라 내상을 크게 입히지 않습니다. 그냥 퇴장할 타이밍에 캐릭터가 퇴장하고 이제 다음에 나올 이쁘고 잘생긴 캐릭터들 보면 되는 거죠.
아이의 죽음이라는 자극성에 궁금해서 들어온 시청자들이 장면을 보고 빠지는 게 아니라 1시간 동안 앞으로도 등장할 아쿠아와 루비라는 다른 캐릭터들에게 더 많은 정을 주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다음 이야기를 더 궁금하게 되는 형식으로 입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에서 정식으로 서비스한 것도 신의 한 수 였구요.
사실 이 작품에도 가볍게 소비되기엔 아쉬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아카네가 주역으로 나오는 ‘지금리얼’ 파트는 도입부의 고점을 상회할 정도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카네가 사이버불링에 무너지는 연출들도 굉장히 임팩트 있었습니다. 최후반부 카나와 아쿠아의 서사적 연결도 인상적이었구요.
물론 아카네 쪽 해결은 아쿠에몽 해줘로 대강 끝나버렸지만.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2기까지 단숨에 제작했는지 내년에 바로 후속작이 나온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원작을 본 사람으로서 각색이 없으면 이 인기 말아먹기 딱 좋은 파트입니다만.
아카아카의 전작 카구야도 애니화로 소생시켰으니 어떻게든 되겠죠. 기대는 됩니다.
마지막으로 MEM쵸 누나 분량 좀 챙겨줘라..
(IP보기클릭)211.192.***.***
오프닝
(IP보기클릭)14.42.***.***
더블 주역중 하나였던 호시노 루비도 상당시간 쩌리화됐었는데 MEM쵸는 더하죠 뭐... 애니도 원작에 가깝게 만들어저서 바꾸기는 쉽지 않을거 같네요
(IP보기클릭)211.169.***.***
이 만화 보면 재미 있을 만한 요소들은 전부 버리고 말 장난으로 내용을 채움 신기함
(IP보기클릭)211.192.***.***
오프닝
(IP보기클릭)211.210.***.***
요아소비 아이돌이 큰 역할을 하긴 했죠ㅋㅋ | 23.12.13 18:13 | |
(IP보기클릭)14.42.***.***
더블 주역중 하나였던 호시노 루비도 상당시간 쩌리화됐었는데 MEM쵸는 더하죠 뭐... 애니도 원작에 가깝게 만들어저서 바꾸기는 쉽지 않을거 같네요
(IP보기클릭)211.210.***.***
다른 건 힘들어도 도쿄 블레이드 편 애니화 할 때 카나랑 아카네의 분량만 좀 더 챙겨줬으면 좋겠습니다ㅠㅠ | 23.12.13 18:15 | |
(IP보기클릭)211.210.***.***
MEM쵸 분량은 태생이 태생인지라 어쩔 수 없는 걸 알지만 적어도 귀여운 MEM쵸 짤이라도 잔뜩 챙겨줬으면 좋겠습니다.. | 23.12.13 21:18 | |
(IP보기클릭)211.169.***.***
이 만화 보면 재미 있을 만한 요소들은 전부 버리고 말 장난으로 내용을 채움 신기함
(IP보기클릭)211.210.***.***
아카아카 작가가 일본 연예계에 대한 취재를 정말 열심히 한 게 느껴지긴 하는데 죄다 꾸겨넣다 보니까 자연스럽지 않게 들어가지 않는 부분들도 많은 거 같습니다. 아리마 카나 캐붕이라던가.. | 23.12.13 18:17 | |
(IP보기클릭)211.210.***.***
2기에 나올 도쿄 블레이드 편도 카나랑 아카네 대립구도 잘 짜놓고 만화작가로서의 에고를 주체 못해서 망가진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 23.12.13 18:18 | |
(IP보기클릭)211.234.***.***
(IP보기클릭)211.210.***.***
오프닝도 대단하긴 한데 단순히 최애의 아이라는 브랜드만 뜬 게 아니라 '애니메이션' 자체를 끝까지 보게 만든 요인이 뭘까 라는 의미에서 써본 글이었습니다! | 23.12.13 18:16 | |
(IP보기클릭)118.45.***.***
(IP보기클릭)211.210.***.***
솔직히 깊이있게 갈만한 구간들은 있다고 봤는데 스토리의 중심을 제대로 못 잡고 이리저리 흔들려서 너무 아쉬운 작품입니다 | 23.12.14 00:59 | |